오래된 약은 적어도 사람을 썩게 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간·신장에 독성이 생길 뿐이었다. 그리고 더 문제는 김익수가 정말 화신 제약과 싸우려 한다면 화신 제약은 그에 비해 힘과 능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이때, 김익수의 경호원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이장명을 붙잡았다. 이장명이 울부짖으며 용서를 구해도 아무런 소용없이 ‘빠각’하고 오른손을 부러뜨렸고 놀라운 각도로 꺾어 놓았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으악!!! 내 손!!! 손이 너무 아파..!!! 으아아아!!!"이재하는 속으로 화가 나고 두려웠다. 이장명은 그의 장남이자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목이 꺾인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약사 고 교수도 달려와 "이 회장님!! 김 회장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김익수는 뒤를 돌아보며 냉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허!! 이 새끼야!! 네가 이제서야 기어나와?!!”"김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당신의 병을 고치면 저에게 큰 상을 주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김익수는 그를 비웃으며 소리쳤다. "하이고!! 큰 상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내가 널 지옥으로 보내 줄게!"그러자 경호원은 고 교수를 땅바닥에 밀어 쓰러뜨렸고 ‘퍽’하며 그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고 교수는 두 눈을 뒤집으며 기절해버렸다.이때 화신 제약에서 일하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 당황했다. 지금 이 상황으로 보아 김익수는 정말 무자비한 놈이 틀림없었다!! 사실 지금 이 난리는 김익수만을 탓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성기능을 상실한 뒤 약을 복용하고 나서 지금까지 살이 짓무르며 썩어가고 있으니,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상상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기 때문이다.게다가 만일 절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는 완전히 미쳐버릴 것이 뻔했다.김익수는 이렇게 되어도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은 채 앞으로 나와 이재하의
이장명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버지, 그냥 우리 지금 당장 회사를 팔아서 현금을 들고 도망가요!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김익수가 정말 우리를 죽일지도 몰라요 아버지!!”이 말을 들은 이재하는 "우리 회사를 팔아먹다니? 이렇게 다급하게 팔면, 우리 수 십억의 생산 능력은 어!? 얼마에 팔 수 있겠어?! 이걸 지킨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라며 아들을 꾸짖었다. 옆에 있던 사생아 이학수도 "형, 화신 제약은 아버지가 평생 노력하신 건데 팔 수 있겠어?"라며 아버지의 말에 동의했다.그러자 이장명은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갈겼다. "야, 또 나대는 거야?"뺨을 맞은 이학수는 두 세 걸음 뒤로 물러서 얼굴을 감싸며 억울해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형, 아무리 형이 날 때려도 화신 제약은 아버지의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라 팔 수 없어!!""이 새끼가 너 죽여버릴 거야!!!"이장명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욕설을 퍼부으며 이학수에게 손찌검을 했다.그때.. 항상 이학수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이재하가 이장명을 제지하며 말했다.“네 동생 말이 맞다! 지금 일단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 지를 생각해야! 이 자식아! 평생의 내 피땀 흘려 만든 회사를 팔아먹을 게 아니라!!"그러자 이재하는 "오늘 나는 이 일을 처리하는 놈에게 내가 이 화신 제약의 회장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이런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놈은 이 제약 회사를 이끌 능력도 없는 거야!!”라고 말했다.이장명은 당황하며 "아버지! 이 사생아 새끼에게 화신 제약을 어떻게 맡길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하지만 이재하는 "사생아나 아니나 다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놈이야! 만약에 네가 못 견디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물러나!”옆에 있던 이학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자신이 화신 제약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몸을 웅크리고 온갖 수모를 다 겪었는데, 이제서야 마침내 날아오를 기회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이재하는 이학수에게 가업
그의 실성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후련했다. 아마 최우진은 이제 더 이상 여학생들을 괴롭힐 기회가 없을 것이다!그러자 시후는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웃으며 유나에게 "이 자식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그래요? 어떻게 알아요? 이 사람?""이 자식은 여자들을 세뇌시키고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자해하거나 자살하게 만드는 나쁜 놈이에요.” 그리고 시후는 최우진의 죄를 낱낱이 알려주었다. 유나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사람은 정말 죽어도 싸네요!!? 어떻게 부모님이 애지중지 키운 귀한 딸을 저런 식으로 해칠 수 있어요?"시후는 "사회에는 늘 남을 해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인간 쓰레기들이야 말로 바로 사회의 찌꺼기예요. 그러니 조만간 다 깡그리 없애 버려야 해요.."라고 했다.그러자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벌을 받을 자격이 있어 보여요.”라고 그의 말에 동의했다.이제 최우진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도 유나는 더 이상 역겨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는 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아휴, 졸려 시후 씨 휴대폰 좀 충전해줘요~ 그럼 나 먼저 잘게요!"라고 말했다."좋아요.” 시후는 휴대전화를 충전해주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자신의 휴대폰에서 갑자기 알람이 떴다. 이화룡이 자신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었다.시후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고바야시 이치로를 위해
이화룡에게 이 내용을 알려준 뒤 시후는 안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시후는 즉시 "오늘 밤 고바야시 이치로가 빠르게 한국에서 출국하려고 할 테니 그의 일행은 도망가도 되지만 이치로는 절대 출국하지 못하게 하세요."라고 말했다.그러자 안세진은 "네 알겠습니다. 고바야시 이치로가 절대 출국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라며 “이치로가 절대 우리 한국의 대단한 환약을 가지고 출국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아!! 그건 아니고요!! 제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치로가 훔친 약이 일본으로 가게 되는 거라서요! 약은 일본으로 갈 수는 있지만 이치로는 절대 한국을 뜰 수 없게 해주세요!”"아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고바야시 이치로는 절대 도망가지 못하도록 제가 잘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이치로를 잡으시면, 제가 직접 가서 만나겠습니다!" 시후는 안세진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다.......고바야시 이치로는 자신이 이미 시후의 보이지 않는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마이바흐 차량에 타고 있었는데, 차는 제세당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었고 부하들 중 몇 명은 이미 제세당 입구 곳곳에 숨어 이치로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의 아버지 고바야시 마사오는 3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다. 3년 동안 마사오는 자신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없자, 이치로와 동생 지로를 계속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누가 고바야시 제약에 큰 공을 세웠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뒤를 이어 회장직을 승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이치로의 동생 고바야시 지로는, 약학과를 졸업한 약학 전문가였고 한방 쪽을 연구한 지 여러 해가 되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많은 한방 제품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이 연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판매량이 굉장히 높은 관계로 마사오의 신임을 많이 받고 있었다.그에 비하면, 이치로는 아직 그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치로는 약학을 배운 것도
그래서, 자신의 미래는 모두 오늘 밤에 달려있는 것이다!그 생각에 가슴이 벅찬 고바야시 이치로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는 전화를 받고 입을 열었다. “이치로, 너 요 며칠동안 왜 날 보러 오지 않는 거냐? 너 어디 있어?"그러자 이치로는 "아버지, 제가 한국에 와서 좋은 약을 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어떤 한의사가 있는데 얼마 전에 전신 마비 환자를 치료했다고 합니다!"라고 흥분하여 말했다."그.. 그게 진짜냐?” 고바야시 마사오는 "한국에는 정말 마비 환자를 치료한 의사가 있다는 말이냐?”라고 놀라 물었다."네 맞다니까요?!" 이치로는 "제가 병원에도 직접 가서 기록을 조사한 결과 그 환자는 정말 완치됐고, 병원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그 의사는 반 알의 환약으로 전신 마비 환자를 치료했다고 했어요 아버지!"라고 알려주었다."환약?? 그것도 반 알을 먹고?!" 마사오의 감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사오는 지난 3년 동안 전신 마비로 인해 인생의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매우 유명한 기업의 회장이고, 엄청난 액수의 재산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순식간에 전신 마비라는 병에 걸려 인생을 제대로 즐길 기회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3년이라는 시간이 30년처럼 느껴졌고,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다.요 몇 년 동안, 그도 줄곧 자신을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약은 전혀 없었다. 어느 누가 전신 마비된 환자를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실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아들 이치로의 말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처럼 걷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에 이런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의사가 있다니.. 그는 갑자기 마음속으로 엄청난 동경과 경외감을 느꼈다!“이치로.. 내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그 환약을 사와라!"고바야시 이치로는 "아버지.. 그런데 그 의사가.. 저에게 약을 팔기 싫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 밤에 그의 약을 빼앗아 도쿄로 바로 보내서 아버
전화를 끊은 고바야시 이치로가 흥분이 되어 미칠 것 같았다.만약 자신이 이 약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은 반드시 회사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이었다!이번에 한국으로 온 것은 정말 좋은 판단이었다!그러자 마이바흐의 운전사가 고개를 돌려 “고바야시 씨, 벌써 11시가 되었습니다. 시작할까요..?"라고 물었다.고바야시 이치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시작하죠.”귀에 걸린 이어폰을 통해 "지금 당장 시작해!"라며 분부했다. 말이 끝나자 검은 옷을 입은 여섯 남자가 소리 없이 최 선생의 제세당 내부로 들어섰다.지금 최제천은 제세당 뒤편의 작은 침실에서 묵고 있었다. 그는 바로 여기에서 이치로가 언제 자신을 방문하고 있을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만일의 안전을 위해서, 그는 외손녀 소희는 호텔로 보냈다.검은 옷을 입은 여섯 사람은 제세당에 들어온 뒤, 깊이 잠든 최 선생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한 사람은 즉시 그의 입을 막고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었다. “자자~! 소리 지르지 마시고~!! 순순히 협조하면 목숨은 살려줍니다!”그러자 침대에 누워있던 최 선생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너..너희들… 너희들은… 누구야? 뭐하는 거야 여기서?!!""자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환약을 당장 내 놓으십시오! 안 그러면 머리 터집니다!!?"최 선생은 놀라서 벌벌 떨며 "총!! 총 쏘지 마, 쏘지 마! 내가 당장 줄 테니까 제발!!" 그러더니 잠옷 안쪽 주머니로 손을 뻗더니, 조심스럽게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최 선생이 이 나무상자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사람이 최 선생에게서 나무 상자를 받아 열었는데, 안에는 놀랍게도 네 개의 환약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즉시 무전기를 통해 "이치로 씨, 약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약이 4알이나 있습니다!!”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
"이치로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최제천 쪽에서는 아무리 약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반응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이미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측은 VIP 통로를 통해 보안 검색 속도도 매우 빠를 것이고요. 한 시간 정도면 이미 이륙할 것입니다! 신이 아니고서야 우리를 막을 수 없는 겁니다."고바야시 이치로가 탄 마이바흐는 곧바로 제세당을 출발해 고속도로에 올라 빠른 속도로 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이치로는 너무나 설레어 심박수가 빨라졌다. 그는 환약을 품에 잘 넣어 두며 중얼거렸다."고바야시 제약은 이제 이 약으로 전 세계에서 우뚝 설 거야!! 그로 인해 나는 고바야시 제약의 회장이 될 수 있어..!"마이바흐는 빠른 속도로 질주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이치로는 차에서 내려 빠르게 공항 내로 진입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벤츠 크로스컨트리 여러 대가 달려와 그의 마이바흐 차량을 에워쌌다.곧, 차에서 30명 정도 되는 경호원들이 내려왔다. 이 사람들은 모두 안세진이 신경 써서 키우고 있는 경호원들이었다! 그 때 뒤에서 안세진이 차에서 내려 고바야시 이치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치로 씨, 저희 도련님께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하시는데.. 가서 이야기를 좀 나누실까요!?"고바야시 이치로는 긴장하여 약을 주머니에 숨겨놓고 한국어로 말했다."당신은 누구세요? 그리고 그 도련님이 누구신데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 나는 고바야시 제약 부회장이에요."안세진은 이치로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고바야시 제약은 일본 기업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 뭘 하시려고 하는 걸까요?”고바야시 이치로는 잠시 긴장했다.그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가로막은 이유가 환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훔친 약 때문에 위험에 처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왔
고바야시 이치로는 강탈한 신약을 비서에게 건넸고, 비서가 공항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한숨을 돌리며 "당신 도련님인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안세진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절 따라오면 알게 됩니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두 사람에게 눈짓을 했고, 두 사람은 곧바로 이치로를 좌우로 붙잡은 뒤 차 한 대에 밀어 넣었다.차량 행렬은 신속하게 공항을 떠나 이화룡이 시 외곽에 소유하고 있는 개 사육장으로 향했다.개 사육장으로 가는 길에 안세진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도련님, 고바야시 이치로를 잡았습니다. 지금 그를 데리고 이화룡의 개 사육장으로 가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사람을 보내서 마중 나가도록 하지요.”라고 상황을 알려주었다.시후는 깊이 잠든 유나를 힐끗 쳐다보며 "그럼 5분 뒤에 우리 집 아래층으로 차를 보내주세요."라고 답했다.지난 번 비싼 진주로 유나에게 팔찌를 만들어 준 이후, 유나는 늘 밤에는 거의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후는 아내가 자신이 어디에 가는지 물을까 걱정하지 않았다.5분 뒤, 시후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롤스로이스 한 대가 이미 아래층에 주차되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시후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는 단번에 시후를 알아보고 공손히 뒷문을 열어 "도련님, 오셨습니까..?”라며 맞이해주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고, 차는 쏜살같이 이치로가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시후가 이화룡의 개 사육장에 도착했을 때 안세진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시후는 이화룡의 개 농장을 처음 방문했다. 이곳은 오랫동안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었다. 이 사육장은 규모가 굉장히 커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개가 한 그룹으로 모여 낮은 소리로 시후를 보며 짖어 댔다. 울음소리로 보아 모두가 대형견인 것 같아 보였다.이화룡은 주로 투견용 개들을 사육하고 번식시키며 훈련시키기 위해 이 사육장을 운영한다고 했다. 조폭들은 투견에 열광하고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합이라도 한다면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