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손가락을 이씨 아주머니의 맥에 살짝 올리고 약간의 영기를 전달하자, 이씨 아주머니의 신체 상태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으며, 상태도 매우 양호했다. 다만, 영기를 통해 미세하게나마 신체와 두 개의 신장에서 약간의 거부 반응이 느껴졌는데, 이는 이식 후의 몸의 거부 반응으로 보였으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아마 약물의 효과 때문인 것 같았다. 시후는 처음에 이씨 아주머니에게 회춘단을 줄 생각이었으나, 지금 당장 회춘단을 내놓는 것은 다소 갑작스럽다고 생각했다. 회춘단의 강력한 약효는 이씨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회춘단에 대한 일을 전혀 모르는 이씨 아주머니에게는 그 충격이 오랫동안 남을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씨 아주머니의 신체 상태는 전반적으로 건강했기에, 예전의 고선우처럼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으므로 굳이 강력한 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또한, 회춘단을 사용하면 이씨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큰 빚을 진 것처럼 느낄까 봐, 시후는 보다 자연스러운 방법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시후는 이씨 아주머니의 체내로 영기를 전달하여 그녀의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영기가 없고 수련법도 익히지 못하기에 자연스럽게 영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아마도 이 영기들은 이씨 아주머니의 몸에서 돌아다니며 천천히 작용하고 그녀의 신체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며 적어도 3~5년 동안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 3~5년 동안 이씨 아주머니의 신체 상태는 점점 좋아질 것이고, 점점 더 젊어질 것이다. 그 약효는 사실 회춘단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회춘단이 원래 5분 안에 방출하는 약효를 3~5년 간 천천히 방출되도록 조정한 셈이었다. 이렇게 하면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 모두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고, 단지 사람이 점점 젊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만 받게 된다.모든 것을 마친 후,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
“네?! 저요?!” 시후의 말에 클라우디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환청을 들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조금 전 시후가 이씨 아주머니에게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할 때, 클라우디아는 본능적으로 자신도 그들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소분과 이씨 아주머니는 시후의 가족과 다름없었고, 자신은 시후를 오빠로 여기게 되기는 했지만 그저 형식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으로 바라고 있는 것을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라우디아는 이씨 아주머니와 이소분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다시 캐나다에 홀로 남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후가 자신에게도 한국으로 함께 가자고 하니, 클라우디아는 마음속 깊이 감동하면서도 그 말을 쉽게 믿기 어려웠다.시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클라우디아, 너 혼자 캐나다에 남아 있어 봐야 의미가 없지 않을까? 차라리 이씨 아주머니와 소분이와 함께 한국에 돌아가는 게 좋겠어. 넌 이제 고3이지? 외국 학생의 신분이라면 곧 한국에 있는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알기로는 최근 외국인 학생의 대학 입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어."현재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국제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려고 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유학생에게는 비교적 낮은 기준을 적용하며, 거주지나 학적 등의 복잡한 요구 사항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학생으로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또한, 시후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맥이 있기 때문에 클라우디아를 도울 방법도 생각할 수 있었다.이소분이 시후의 말을 듣고는 흥분하여 말했다. "시후 오빠, 클라우디아가 정말 국내에서 대학에 갈 수 있을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려울 건 없을 거야. 나중에 외국인 학생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아볼게."이소분은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잘 됐어! 클라우디아는 성적도 아주 좋거든! 만약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해도 분명 잘할
...이른 아침, 밝은 햇살이 점차 밴쿠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공원과 같은 이 도시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더욱 매력을 발산했다. 그러나 이 도시에 얼마나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같은 시간대에 있는 시애틀도 이미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애틀의 수백 에이커에 달하는 호화로운 해변 별장에는 27~28세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거실에서 초조하게 이리저리 서성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담배는 거의 다 타 들어 갔고, 그의 이마의 주름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담배가 거의 다 타버렸을 때쯤... 그는 손가락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기에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담배꽁초를 내던졌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앞에 서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 “제이콥에게서 아직 아무 소식도 없나?”이렇게 말한 사람은 바로 엑스피드의 장남이자, 제이콥의 형인 제임스였다. 제임스 앞에 서 있던 부하는 담배꽁초를 조심스럽게 주우며 공손하게 말했다. “도련님, 계속해서 제이콥 도련님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무 응답도 없습니다.. 요트의 통신 장치도 응답이 없고, GPS 신호도 이미 끊겼으며 아직 복구되지 않았습니다..”제임스는 곧바로 물었다. “수색을 보낸 선박과 비행기에서는 답변이 왔나?”부하는 재빨리 답했다. “아직 없습니다 도련님.. 바다 상황은 늘 복잡하고 GPS 위치의 오차도 크며, 아직 해가 뜨지 않았던 터라 수색 작업에도 성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해가 떴으니, 수색 작업은 훨씬 빨라질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고, 소식이 올 때 즉시 보고 드리겠습니다.”“기다리라고?” 제임스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걸 어떻게 기다려! 요트 전체가 사라졌는데! 요트까지 싸그리 사라지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사고라도 났단 말이야?”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직접 답했다. “하지만.. 어젯밤 바다는 잔잔했고, 갑작스러운 사건도 없었어. 그렇게 큰 요트가 사고 날 수 있겠냐고?! 게다가, 문제가 생겨 침몰한다고
...동시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상당수의 이탈리아 가정들은 극도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가족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집에서는 남편이 사라졌고, 어떤 집에서는 자식이 사라졌다. 심지어 어떤 집에서는 남편과 자식, 그리고 형제들까지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처음에 그들은 이 일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자신들의 가족이 범죄에 연루되어 있으며,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각 가정들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하자, 그 공포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했다. 자신들의 가족이 한두 명씩 사라진 것쯤은 그들이 바쁜 일이 있다고 여길 수 있었지만, 주변의 모든 가정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매우 기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많은 가족들이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사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지만, 갑자기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보스가 그들을 항구로 부르자 모두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들은 사라졌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들을 항구로 불러낸 조직의 보스조차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었다. 보스의 아내도 그의 행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이에 남녀노소 모두 모여 유용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소식은, 아침까지 영업해야 하는 카지노에 사람들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카지노에는 여성 직원들만 남아 있었고, 그들조차도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사람들은 의사를 불러 약물을 주입해 이 여성들을 강제로 깨웠다. 하지만 그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그리고 가족들은 실종된 일부 조직원들의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그들이 집에서 쉬고 있던 중 납치되었음을 발견했다. 그들의 가족들도 카지노의 여성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전부 마취되어 있었으며,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이 소식이
이런 사람은 일생의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더라도 전설이 될 수 있다. 노사제는 바로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원래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고, 이것은 그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이탈리아 범죄 조직에게는 아들만이 유산을 이어받고, 시칠리아의 전투 정신을 전수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단은 남아선호 사상이 절대적으로 유지되었고, 아들이 없는 사람은 외출할 때 인사조차 하기 민망해했다. 아들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들을 데리고 사람을 죽이고, 마약을 팔고, 보호금을 걷으러 다니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과 부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모든 범죄 조직원은 아들을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 명의 아들을 낳으면, 그는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노사제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고, 그 아들들은 모두 연달아 태어났기 때문에 그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게다가 그 다섯 아들 중 네 명은 그의 뒤를 이어 조직에 가입했고, 막내 아들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조직에 가입하지 못했다. 원래 그의 삶은 매우 유망했다. 네 명의 아들은 조직에서 서로 단결하여 싸웠고, 갈수록 강해졌으며, 언젠가 부두목이 될 기회도 많아 보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네 아들은 운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조직 간의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7~8대의 차량을 끌고 러시아 조직을 습격했다. 그러나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길에 러시아 조직원들이 지름길을 통해 그들을 막아 세웠다. 결국, 네 아들이 탄 차만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들은 러시아 조직의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노사제는 그 일이 일어난 후에 당연히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를 더 절망하게 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살던 지역이 러시아 조직의 보복을 당했고, 그 와중에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도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이 범죄 조직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자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가족은 다른 범죄
...노사제의 호통에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들은 왜 노사제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한 여성이 울면서 그에게 물었다. “사제님...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신고하는 것 말고 무슨 다른 선택이 있을까요?” 노사제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반문했다. “네 남편이 너에게, 그가 죽더라도 절대 경찰의 도움을 구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이건 우리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아는 기본 원칙이다!” 그 말에 그 여자는 순간 풀이 죽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분명 그런 말을 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노사제는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이라는 건 없어! 모두가 알아야 한다! 우리 조직과 경찰은 원래부터 서로 대립해왔어! 우리 조직의 문제는 경찰에 신고해봐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밴쿠버 경찰은 이미 우리 같은 조직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만약 조직원이 부상을 입거나 죽거나 실종되어도, 경찰은 절대 사건을 접수하지 않아! 우리는 경찰과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니 조직 간의 문제는 조직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알다시피, 조직원이 길거리에서 마약을 팔다가 다른 조직원에게 살해당해도 우리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형제들을 모아 복수를 하고, 그 후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도록 위로금을 지급하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차갑게 물었다. “만약 남편, 아들, 형제가 지금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면, 경찰이 정의를 실현해 주길 바라는가? 만약 경찰이 범인을 잡으면, 그들은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텐데! 하지만, 우리 시칠리아의 전통은 무엇이야? 이는 이에는 이, 피에는 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일이 국내에서 일어났다면, 이런 상황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나 미국의 일부 범죄 조직이 섞인 지역에서는 노사제가 말한 것이 현실이라
엑스피드 그룹의 수색을 맡은 쾌속정이 마침내 뭔가를 발견했다. 그들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수십 구의 떠다니는 시체와 요트의 잔해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시체들 중에는 제이콥도 있었다. 제이콥이 발견되었을 때, 그는 부풀어 오른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하반신은 물속에 잠겨 있었고, 머리와 어깨만 물 위로 떠 있었다. 그는 파도에 따라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찌와 같이 파도에 휘말려 물속으로 잠겼다가도, 곧 부력 덕분에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그의 시체가 배 위로 건져졌을 때, 모든 사람은 그 끔찍한 광경에 완전히 겁에 질리고 말았다. 제이콥은 참혹하게 죽어 있었다. 그의 염색한 금빛 머리와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 머리카락은 크게 뜬 눈 바로 위에 있었다. 엑스피드 그룹의 부하들은 제이콥이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었을 뿐만 아니라, 몸 곳곳에도 총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다리, 심지어 두 다리 사이에도 총에 맞은 흔적이 있었다. 구조대가 그의 구명조끼를 벗겼을 때, 그의 심장에도 총알이 박혔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그는 심장을 정확히 저격 당해 죽은 후, 구명조끼를 입혀 바다에 던져진 것이 분명했다. 이때 한 엑스피드 그룹의 부하가 제이콥의 머리카락에 가려진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셋째 도련님의 이마에... 뭔가 글씨가 있습니다!” “글씨?!” 제이콥의 시체를 건져 올린 부하가 깜짝 놀라며 무심코 그의 이마에 덮인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머리카락을 걷어내자, 그의 이마에 새겨진 피투성이의 글자가 그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 글자는 바로 시후가 성도민에게 남기도록 지시한 ‘천인공노’라는 글자였다. 이 글의 뜻은,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는 뜻이었다.책임자는 이 광경을 보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몇 번이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그는 서둘러 위성 전화를 집어 들고, 여전히 시애틀에서 초조하게 소
1분 후, 제임스의 위성 전화로 한 통의 MMS 메시지가 도착했다. 위성 전송은 속도가 느려 처음에는 매우 흐릿하게 미리보기를 위한 이미지가 먼저 도착했으며, 전체 이미지를 다운로드해야만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릿한 미리보기 이미지만으로도 제임스는 이미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렴풋이 동생의 머리, 얼굴, 다리 곳곳에 붉은 색의 흐릿한 픽셀의 영역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 붉은 색의 흐릿한 영역들은 모두 피일 것이라 추측했다. 제임스는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준비시키며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볼 선명한 이미지에 겁먹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다잡았다고 해도, 선명한 사진을 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휴대전화는 덜덜 떨리는 손에서 통제되지 않은 채 떨어지고 말았고, 그의 두 다리는 힘을 잃고는 뒤로 넘어지듯 휘청거렸다. 다행히도 제임스의 곁에 있던 비서와 몇몇 부하들이 재빨리 그를 부축해주었기에 그는 간신히 바닥에 넘어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그들이 제임스의 몸을 잡았을 때 그의 몸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고, 마치 겨를 치는 체가 떨리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휴대폰은 고급 아프가니스탄산 수제 양털 카펫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다행히 파손을 면했다. 비서는 무심코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보았고, 그 순간 화면에 떠있는 사진을 보고 충격에 휩싸여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진 속의 제이콥의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비서는 제임스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고, 온갖 악독한 일을 다 보았지만 큰 자산을 가진 재벌가의 셋째 아들의 이마에 칼로 글씨를 새긴 광경은 처음 보았다. 게다가 이 셋째 아들은 평소에 오만방자하고 건방지게 굴던 사람이었다.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이제 막 20대를 넘긴 나이였기에 집안에서 매우 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임스마저도 항상 그를 각별히 아끼고 있었다.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