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후, 제임스의 위성 전화로 한 통의 MMS 메시지가 도착했다. 위성 전송은 속도가 느려 처음에는 매우 흐릿하게 미리보기를 위한 이미지가 먼저 도착했으며, 전체 이미지를 다운로드해야만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릿한 미리보기 이미지만으로도 제임스는 이미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렴풋이 동생의 머리, 얼굴, 다리 곳곳에 붉은 색의 흐릿한 픽셀의 영역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 붉은 색의 흐릿한 영역들은 모두 피일 것이라 추측했다. 제임스는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준비시키며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볼 선명한 이미지에 겁먹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다잡았다고 해도, 선명한 사진을 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휴대전화는 덜덜 떨리는 손에서 통제되지 않은 채 떨어지고 말았고, 그의 두 다리는 힘을 잃고는 뒤로 넘어지듯 휘청거렸다. 다행히도 제임스의 곁에 있던 비서와 몇몇 부하들이 재빨리 그를 부축해주었기에 그는 간신히 바닥에 넘어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그들이 제임스의 몸을 잡았을 때 그의 몸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고, 마치 겨를 치는 체가 떨리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휴대폰은 고급 아프가니스탄산 수제 양털 카펫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다행히 파손을 면했다. 비서는 무심코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보았고, 그 순간 화면에 떠있는 사진을 보고 충격에 휩싸여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진 속의 제이콥의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비서는 제임스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고, 온갖 악독한 일을 다 보았지만 큰 자산을 가진 재벌가의 셋째 아들의 이마에 칼로 글씨를 새긴 광경은 처음 보았다. 게다가 이 셋째 아들은 평소에 오만방자하고 건방지게 굴던 사람이었다.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이제 막 20대를 넘긴 나이였기에 집안에서 매우 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임스마저도 항상 그를 각별히 아끼고 있었다.
비서가 급히 말했다. "큰 도련님, 셋째 도련님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보면, 범인은 한국인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아 보입니다!" 제임스는 매우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갈았다. "상대는 한국인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 대해 꽤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데..." 그 말을 하면서 제임스는 즉시 말했다. "아 참! 제이콥이 어제 이탈리아 조직에게 물건을 받으러 갔으니, 어젯밤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 비서는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말했다. "예! 곧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비서는 이 말을 남기고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갔다.제임스는 약간 진정되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제이콥, 걱정 마.. 이 형이 반드시 배후의 자를 찾아내 네가 당한 고통을 백 배, 천 배로 갚아줄 것이다! 너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이 형은 사람도 아니야..!”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는 잔뜩 당황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제임스 앞에 다가와 긴장한 채로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큰 도련님... 상황이... 상황이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제임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쓸데없이 뜸 들이지 말고!" 비서는 당황하며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800명 이상의 밴쿠버 이탈리아 조직원들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사라졌답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은 어젯밤에 집에서 마취를 당해 납치되었는데 조직원들이 젊은 여성들을 납치하는 방식과 똑같답니다..." "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동생의 복수를 다짐하던 제임스는 이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800명 넘는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실종되다니?! 만약 이 사건 역시도 자신의 동생을 죽인 배후자가 저지른 일이라면, 그 배후자의 힘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할 것이다. 자신의 모든 부하를 총동원해 이탈리아 조직과 전면전을 벌인다고 해도, 800명을 전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하룻밤 만에 그
동생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기에 제임스는 당장이라도 복수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동생을 위한 복수의 여부가 아니라, 이 사건이 전세계에 밝혀지게 될지 여부였다. 그는 만약 800명이 넘는 이탈리아 조직원들의 실종 사건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되면, 가장 먼저 화를 입는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사건을 덮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 소식은 곧바로 캐나다에 전해졌다. 노사제 라이언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매우 흥분한 상태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윗선에서 먼저 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은 가족들이 3일 내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각자에게 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현장은 즉시 술렁였다. 사람들은 노사제를 존경하긴 했지만, 그가 이토록 사건을 예측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50만 달러는 정말로 큰 금액이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조직원들은 일 년 동안 10만 캐나다 달러를 벌면 그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게다가 조직원들은 대부분 돈을 받으면 방탕한 생활을 하는 데 다 써버렸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아주 적었다. 따라서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가족들이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윗선에서 한 명당 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하니, 이 돈은 대다수 이탈리아 조직 가족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그리하여 군중들 일부는 즉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면 실종된 사람 중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은 세 아들이 전부 실종된 사람이었는데, 만약 세 아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확정된다면 그는 노사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위로금을 받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노사제는 그처럼 운이 좋지 못했다. 노사제는 아내와 다섯 아들이 죽었지만, 네
아래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제님, 그럼 한 사람이 죽으면 100만 달러입니다. 이 가격이면 이미 충분히 높은데, 우리가 금액을 더 요구하면 상대를 너무 자극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마지막에 한 푼도 받지 못하거나 받을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건 원치 않습니다.”노사제 라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조직에서 50년을 일해 왔어. 내가 비록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상황 판단 능력만큼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네." 말을 마치자 그는 즉시 전화를 집어 들고 제임스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노사제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다. 지금 내 조건을 알려주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려면 각자 최소 1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줘야 해. 그리고 이 돈은 가능한 한 빨리 지급돼야 한다!"제임스의 비서는 이 금액에 놀라 욕을 퍼부었다. "미친 거 아닌가? 한 사람당 150만 달러를 내 놓으라고? 800명이 넘는데 그게 얼마나 되는 돈인 줄 알아? 이건 12억 달러야!" 노사제 또한 마음속으로 놀랐다. '맙소사, 12억 달러나 된다고? 난 1억 2000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노사제는 전형적인 시칠리아 후손 답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뭐? 너무 많다고? 그럼 한 푼도 주지 말라고! 우리 진짜 목적은 가족들의 행방을 찾는 거지, 너희들이 주겠다는 그 돈은 전혀 탐나지 않는다!" 노사제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됐어,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이 사건은 경찰에 맡기기로 하지!" 말을 마치자마자 노사제는 제임스의 비서가 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제임스의 비서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도련님, 이탈리아 놈들이 한 사람당 150만 달러를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150만?"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들 미친 거 아냐? 왜 계속 돈
제임스가 비서에게 알려준 전략은 강하게 말하고 대화를 바로 끝내, 상대방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노사제가 즉각적으로 반격에 나서, 한 마디로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제임스가 노사제의 입에서 ‘현장에 수천 명의 가족이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심장은 마치 목구멍까지 치솟을 것만 같았다. ‘수천 명이라니..! 이건 경찰에 신고하러 가는 게 아니라, 시위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건 일이 커지길 바라는 것 같은데?!’그가 당혹감에 휩싸여 있을 때, 노사제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 노사제는 50년간의 범죄조직 생활 동안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는 못했을지라도, 최소한 상대를 위압하는 방법만큼은 완벽하게 익힌 그였기 때문이다.전화가 끊어져 버리자 제임스는 방 안을 계속해서 이리저리 서성댔다. 동생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복수조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는 12억 달러에 달하는 청구서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멘탈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 그는 거의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비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어떻게 해야 하냐고...?" 제임스는 공허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제이콥의 일도 아직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12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비서는 잠시 생각한 후, 이를 악물고 물었다. “아니면 금액을 조금 올려서 제안해볼까요?”“올려?” 제임스는 반문했다. “얼마나 더 올리면 적당할 것 같아?”비서는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그럼 조금 더 올려서 125만 달러는 어떨까요?”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힘들어. 조금 더 줘서 일을 무마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동의할 리가 없어. 그는 이미 내가 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테
3분이 거의 다 되어갈 때, 노사제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강한 흥분이 묻어 있었고,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노사제는 천천히 전화 받기 버튼을 누르고 차갑게 한 마디를 던졌다. “말해!”전화 건너편에서 제임스의 비서는 노사제로부터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장님이 당신들의 요구를 수락했습니다. 다만 당신들은 반드시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그러자 청중들의 얼굴은 즉시 기쁨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노사제와 상대방의 통화 중에 환호성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때 노사제도 마음속으로 밀려드는 기쁨으로 인해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그는 여전히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잠시 후에 명단과 각 가족들의 계좌 정보를 준비하겠다. 24시간 내에 송금을 완료하도록 해.”그러자 제임스의 비서는 재빨리 말했다. “우리는 한 번에 금액을 모두 지급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돈을 받은 후에도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의 이익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습니까?”노사제는 반문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지?”제임스의 비서는 재빨리 대답했다. “우리가 먼저 1인당 50만 달러를 지급하고, 1인당 받게 될 나머지 100만 달러는 3년에 걸쳐 36회로 나눠 지급하는 건 어떻습니까?”“꿈 깨!” 노사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신들에게는 단 하나의 선택만 있다. 24시간 내에 150만 달러를 각 계좌로 보내.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다!”제임스의 비서는 다시 한 번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면 우리의 이익은 어떻게 보장됩니까? 최소한 우리에게도 보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노사제는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과 계약을 약속하고 있잖아!”“약속이라니...” 제임스의 비서는 차갑게 말했다. “이러한 일을 충분한 보장이 없는
디노시오, 그는 클라우디아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과거에 많은 지지를 받았던 그가 이제 조직 구성원들의 가족들로부터 원망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있던 조직원들의 가족들은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슬픔 때문이 아니라, 흥분 때문이었다. 1인당 150만 달러라는 금액은, 그곳에 모여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열심히 벌어도 벌기 힘든 큰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이 거액의 돈이 주어지자, 현장에 있던 가족 모두들이 내면 깊은 곳에서 느끼는 환희를 억제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다른 산업이었다면 수천 명의 가족들을 모두 돈으로 매수하기는 어려웠을 일이지만, 범죄 조직의 세계에서는 가족들은 이미 그들의 일원이 조직에 들어갈 때부터 자신의 가족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두기 마련이다. 게다가, 범죄 조직 일 자체가 본래 사망률이 높은 일이라, 때때로 지인이 비참하게 죽는 사건이 일어나곤 했기에, 사람들은 그저 조금 더 죽음에 무뎌졌을 뿐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오히려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 150만 달러라는 보상은 그들의 감정을 완벽히 달랠 수 있었고, 그들의 내면 깊은 슬픔마저 완전히 상쇄시키며 그들이 주저하지 않고 이 조건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환호 속에서 하나의 간단한 합의를 이뤘다. 그것은 바로, 돈을 받고, 입을 닫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가족들은 이미 캐나다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이 유럽, 시칠리아를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노사제 라이언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도우며 자료를 정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서로 흥분해 시칠리아로 돌아갈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감탄했다. ‘아름다운 시칠리아... 나
"당신이 아들 다섯을 모두 잃은 게 너무 불쌍해서 봐준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당신 같은 늙은이를 신경이나 썼겠어?" "젠장, 늙은이가 심보가 이렇게 고약하니 아들 다섯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거야! 이런 게 자업자득이지!" 노사제는 이러한 모욕을 듣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진작에 너희들이 이런 배은망덕한 것들이라는 걸 알았다면, 내가 너희들을 도와줄 필요가 없었어!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게 놔두고 보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던 노사제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리고는 외쳤다. "그래! 이 배은망덕한 놈들, 내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이 일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어. 너희가 직접 윗선을 찾아가서 돈을 받아!" 노사제는 이렇게 말한 뒤 스스로 휠체어에 몸을 실으며 교회를 떠나려 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뛰어나와 소리쳤다. "노사제! 가려면 가. 하지만 휴대폰은 두고 가라고!" "맞아!" 다른 사람들도 즉시 동조했다. "당신은 나가도 돼, 하지만 휴대폰은 놔두고 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노사제는 휴대폰으로 윗선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윗선이 보내온 이메일 주소도 그의 휴대폰에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윗선의 요구에 따라 명단을 작성하고, 실종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영상을 찍은 후 은행 계좌를 제출하고 돈을 기다려야 했다. 만약 이 시점에서 노사제가 떠나 버리면, 그들은 돈 벌 기회가 모두 날아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노사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얻으려는 계획이었다. 만약 휴대폰을 넘기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엉덩이 밑에 숨기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능력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해! 나는 절대 휴대폰을 넘겨주지 않을 거다!" 그러자 젊은이는 즉시 노사제 앞을 가로막으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 "휴대폰을 내놓지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