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시후 씨 때문에 왔구나...이 말을 듣자 유나는 저도 모르게 곁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시후를 살짝 쳐다보았다. 그녀는 뭔가 알게 모르게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어째서 자신의 남편이 이룸 그룹의 대표에게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 정말 남편은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뒤이어 이태리 부회장도 유나의 앞으로 걸어왔고, 그녀에게 악수를 건넸다. "사모님, 개업을 축하드려요~ 우리 엠그란드 그룹에서는 여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데, 사모님과 함께 앞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정말요?! 그게 정말이에요 부회장님?" 유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당초, WS 그룹은 엠그란드 그룹과의 계약을 따내 한 때 온 집안이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만약 자신이 수 십억 자리 계약을 딸 수만 있다면 더 없이 감사할 따름일 것이다.이태리 부회장은 이때 빙긋 웃으며, "물론이죠~ 사모님, 엠그란드는 현재 모두 합쳐서 100억 원 정도의 인테리어 및 건축 사업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사모님께서 감당하실 수 있다면 모두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갈 예정입니다~!"옆에 있는 WS 그룹 가족들은 모두 질투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100억? 100억이라고?? 프로젝트가?! 모두 다 유나에게?! 이게 무슨 일이야??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이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게 아니라면 저런 결정을..?저렇게 큰 회사가 이런 작은 회사의 대표에게 직접 프로젝트 제안을 해?!100억짜리 프로젝트 중 WS 그룹에 조금만 떼 주어도 앞으로 유나는 별 문제없이 WS 그룹의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신 회장은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이렇게 유나가 엄청난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은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서 라도 그녀를 WS 그룹 집에 남겨 두어야 했다!이쯤 되자 그녀는 이번에 무슨 말을 해서라도 유나를 그룹으로 데리고 가야, 엠그란드 그룹과의 프로젝트도 되돌릴 수 있을 것임을 직감했
혜빈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파왔고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그녀의 남은 인생은 한때 임현우, 단 한 사람과의 아름다운 로맨스로 이루어질 거라 그렇게 여겨왔던 혜빈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현우가 직접 그의 손으로 혜빈을 나락으로 밀어 넣어버렸다!그녀를 납득시킬 수 없었던 것은, 현우가 자신을 내팽개치고 버린 것은 물론, 심지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까지 자신을 모른 척하며 강한 혐오감을 드러낸 것이다.그녀는 눈이 뒤집혀 거의 폭주하기 직전이었다.현우는 그녀가 통곡하며 소리 지르자 싸늘한 목소리로 "여기서 함부로 귀찮게 굴지 마, 연애하고 헤어지는 건 다 정상 아니야? 헤어진 것 가지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뭐야?"라고 반문했다.시후는 이때 혜빈이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 뚜벅뚜벅 다가왔다.현우는 시후를 보자, 놀라며 낯빛이 굳어졌다."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 염치없는 천한 여자가 굳이 저에게 달라붙어 옛날 이야기를 해대며 소리를 질러서.."혜빈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예전까지 현우는 그녀에게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헌신짝에 불과한 것처럼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현우는 시후에게 빌붙기 위해 자기가 뻔뻔하고 천한 여자라고까지 말하고 있었다!이것은 그녀를 대단히 불쾌하게 만들었다.그녀의 모든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리고 더욱 큰 소리로 소리쳤다.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야? 은시후가 대체 뭔데? 그냥 돈도 없는 거지 같은 데릴사위일 뿐이야! 그런데 왜?!! 왜 다들 하나같이 아부를 못해서 안달이야? 다들 미친 거 아니야?"현우는 소스라치게 놀라,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냅다 후려쳤다."너 미쳤어? 정신 나간 거야? 뭘 모르는 거면 그냥 입 다물고 닥치고 있어! 네가 뭔데 선생님을 판단해? 내가 그냥 죽여줄까?” 신 회장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가 이렇게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말했다."임 대표님.. 자제분 좀 말려주십시오! 너무 텃세
그는 자신이 당초에 WS의 이 미친 여자에게 현혹되어 하마터면 시후의 미움을 살 뻔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후는 더 이상 자신을 겨냥하지 않았기에 살아 남았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로이드 그룹에 해를 끼칠 뻔했다.그런데 지금, 이 미친 여자가 자신과 재결합을 하자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니?이건 자신을 불구덩이로 끌어당기는 게 아닌가?이렇게 생각한 현우는 혜빈을 바닥에 밀어 쓰러뜨려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배를 세게 걷어차며 "김혜빈! 날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우린 딱 이만큼이야!! 계속 매달리면 내가 하늘에 맹세코 죽여버릴 거니까! 당장 사라져!”혜빈은 잠시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지금 현우를 보면 옛날 그 소개팅 때 부끄러워하던.. 자신만을 사랑하던 현우가 아니었다. 유나는 혜빈을 계속 못마땅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촌동생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모욕을 당하자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현우에게 "저.. 현우 씨 다시 혜빈이와 잘해보는 것이 어때요? 애인은 못 되어도 원수로 지내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이 말이 나오자 현우는 당황해 하며 “아.. 사모님! 제가.. 잘못 처리한 것이니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혜빈은 현우가 자신을 이렇게 흉악하고 무자비하게 대하면서도 유나를 이렇게 존중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나를 쳐다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의 감사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증스럽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머리속에는 이 난리가 바로 김유나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늘 일, 그리고 내가 현우 오빠와 헤어진 것 모두가 이 재수없는 김.유.나 때문이야아!!! 만약 김유나, 그리고 은시후가 아니었음.. 난 현우 오빠와 결혼했을 거야!’그리고 만약 자신이 일찍이 로이드 그룹에 시집을 갔으면 지금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고, WS 그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WS
김창곤은 이화룡의 협박을 듣자 몸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그는 조금도 이화룡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그가 자신의 딸과 자신을 죽이는 것은 그저 간단한 일일 것이다.그러자 김창곤은 건장한 두 사나이가 곧 혜빈을 끌고 가려 하는 것을 보자 마음이 조급해져서, 입을 열어 유나에게 구원을 청했다. "유나야, 네가 좀 사정해 봐라!! 혜빈이 네 사촌 동생이 아니냐? 어떻게 그녀가 끌려 나가는 걸 보고만 있어??"유나는 마음이 좀 언짢았지만 참고 입을 열어 말했다. "저기요, 그만 두세요! 혜빈이 잠깐 혼란스러워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일부러 날 해치려고 한 게 아닐 거예요...”비록 유나는 혜빈에게 반감이 좀 있기는 했지만, 사촌 여동생인데.. 어떻게 맞아 죽는 것을 가만히 눈 뜨고 볼 수 있겠는가?이화룡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고개를 돌려 시후의 말을 기다렸다.그러자 시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잘 들어야죠?"이화룡은 그제서야 "사모님이 말을 했으니 목숨만은 살려줘!"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 회장에게 말했다."내가 진작부터 얘기했죠? 여기서 환영 받지 못할 거라고요? 눈치가 있으시면 어서 제 발로 나가시죠? 그렇지 않으면 이화룡 씨 더러 당신들을 쳐내라고 하겠습니다."신 회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하지만 떨려 길도 제대로 걷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여기에 머물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창곤의 부축을 받으며, 어서 빨리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혜빈은 아직도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안 가! 난 안 갈 거라고! 난 김유나 저 년 저걸 죽일 거야!"이화룡은 얼굴이 어두워져 그녀를 한 번 걷어찼다. 그녀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혀를 잘라버린다?!"혜준은 곤경에 처할 뻔한 여동생을 급히 붙들어 매고 “야, 혜빈아 집에 가자!"라고 말했다.신 회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유
유나는 "어머나, 이게 이렇게 된다고요?"라며 당황했다.시후는 이때 그녀의 손을 잡고 "여보, 부회장님께서 당신을 도우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부회장님의 체면을 구길 수 있겠어요?"유나는 "아니요.. 그냥.. 난 부회장님의 체면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하면.. 민망하잖아요.."시후는 서 매니저에게서 계약서를 받아 유나의 손에 쥐어 주고, "부회장이 공짜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니 계약서를 받으셔요. 그리고 앞으로 사모님과 협력할 부분이 많으니 이렇게 절 남처럼 대할 수는 없지 않아요?"라고 물었다.시후의 말에 유나는 마음이 흔들렸다.확실히, 엠그란드 그룹은 가장 대기업으로서, 이룸 그룹 전체와 견줄 만한 규모의 회사이다.만약에 자기가 자꾸 이렇게 부회장을 밀어내면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이 몰인정하게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자 유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렇게 할게요!"라고 외쳤다.이태리는 빙긋 웃으며 "그럼 저와 사모님은 이제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지요?"라고 말했다.유나는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시후에게 계약서를 건네며 말했다. “제가 입은 원피스에는 주머니가 없으니 이걸 시후 씨가 좀 보관해 주세요.""그래요!" 시후는 계약서를 주머니에 넣고, 유나에게 말했다. "그럼 갈까요? 내가 송민정 대표님과 인사를 할 수 있고 도와 줄게요! 이번에 송 대표님 그룹에서 건축 프로젝트가 있으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유나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민정 앞에서는 자신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민정의 대범하고 지적인 미소 뒤에는 뭔가 적의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여자의 직감은 늘 정확하다고들 하지 않던가? 아마도 민정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젠가 시후가 자신과 결혼하여 이룸 그룹의 사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아마 적개심이 살짝 비쳤을 지도..?그러나
"네?! 뭐라고요??" 유나는 깜짝 놀라며, 대뜸 "아빠가 많이 다치셨어요? 어느 병원에 계신데요?"라고 물었다.우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다급하면서 울음이 섞여 있었다."지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있어! 네 아버지가 충돌 때문에 의식을 잃었으니까 빨리 좀 와! 흐윽..흑흑.."유나는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개업을 축하하고 있었고,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이런 날에 느닷없이 이런 비보를 접하게 될 줄은.."알겠어요, 제가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엄마!"시후는 두 사람 사이의 통화를 옆에서 바로 들었고, 사태의 심각성도 깨닫게 되었다.그러자 그는 두말하지 않고 참석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집안에 일이 생긴 관계로 저와 아내가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이런 상황에서 호스트가 손님들을 두고 가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지만, 자리에 온 사람들 모두가 시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시후는 아내를 데리고 성모병원으로 향했다.병원으로 들어온 시후와 유나는 급히 ICU 병동으로 달려갔다.문을 밀고 들어가니, 시후의 눈에 병상에 누워 두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잃은 장인어른의 모습이 들어왔다.장모 우선은 병상 옆에 있었고, 얼굴 곳곳에는 핏자국이 남았고 창백한 낯빛으로 거의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유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시울을 붉히며 급히 달려가 소리쳤다."엄마!!! 이게 무슨 일이에요?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예요?!!"우선은 눈시울을 붉히며 "너네 아빠가 날 데리고 개업식에 참석하려고 하다가, 속도를 올린 상태에서 신호위반을 하고 달려오던 트럭에 치였어.. 지금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고 하네..”유나는 다시 병실을 지키고 있던 의사에게 다급히 물었다."의사 선생님, 아버지께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선은 창백한 얼굴로, 답했다. "에이~ 난 괜찮아! 그런데 조금 전까지 머리가 좀 띵하니 아프긴 하더라고.. 하지만 조금 전에 그 의사 선생님이 CT 촬영이랑 다 해보더니 큰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 지금 제일 문제는 네 아버지야!! 트럭이 아버지 쪽으로 부딪혀서...." 이야기를 하다가 우선은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이제 자신의 남편이 곧 전신 마비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했기 때문이다.시후는 사고 직후 신호위반을 한 트럭이 사고 직후 곧 바로 달아났고, 장모와 장인은 사고 직후 정신을 잃었기에 상대방의 차량번호가 무엇인지 기억할 수 없었다.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천만다행으로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아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우선의 경우는 그래도 조수석에 앉았기에 심한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옆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잠깐 동안 의식을 잃었을 뿐, 경상을 부상을 입었기에 병원에 실려온 후에는 바로 깨어났다.하지만 장인 김상곤은 운이 나쁘게도 이런 뺑소니 차에 치일 때, 운전석에 앉아 있었기에 추돌 당시 대부분의 충격을 받게 되었다.시후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하늘이시여.. 왜 이런 일이..’자기 장인이 비록 평소에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허풍을 떨어 댔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쓸데 없는 일을 많이 만들어 시후가 뒤처리를 하느라 귀찮았을 뿐..반면 장모 윤우선은 속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을 이용하여 돈을 벌 생각만 하는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인간이었다. 지금 결과적으로 장인은 전신 마비로 남은 평생을 살 상황에 처해있었다. 만약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장인 어른의 여생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데 속물 같고 돈만 밝히는 윤우선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이 멀쩡했다.시후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했다. ‘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사실
우선은 상대방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라는 말을 듣자 감격한 듯 말했다."아이고, 장 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류 선생님에게도 감사합니다."고 말했다.장 부장은 빙긋 웃으며 정중하게 "어머님 천만에요! 이건 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라고 답했다.이를 들은 류경진은 앞으로 나와 살짝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우선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님, 걱정 마십시오. 척추를 다친 것은 치료하기가 굉장히 까다롭기는 하지만, 저는 치료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성모 병원의 담당 주치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척추에 손상을 입으면 세계 어디에도 그 치료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사람도 척추를 다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침대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스티븐 호킹이 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루게릭병에 걸렸기에 평생 휠체어에 앉아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런 것이죠.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고요? 그렇게 자신만만합니까?”경진은 웃으며 “나에게는 마법의 약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이 약을 복용만 한다면 곧 바로 나을 수 있거든요."라고 거만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약 상자에서 조심스럽게 반 알의 환약을 꺼냈다.약을 든 경진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이게 바로 내가 만든 약이야. 이걸 먹으면 척추 부상은 물론, 식물 인간도 모두 정상으로 만들 수 있지!”그 말에 조용히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유나도 놀라 "정말 그 약만 먹으면 제 아버지께서 정상적으로 생활하실 수 있는 거예요??!!"라고 물었다."당연하지요?!" 경진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큰 신통력을 가진 분이 지리산 산 자락에서 피땀 흘려 연마해낸 그런 약입니다. 그래서 이 약의 값어치는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귀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제가 이 장 부장님이 부탁하지 않으셨다면 약을 내어 놓지도 않았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
안충주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 그룹이 이 카펫 하나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우리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네가 집에서 쓰레기통에 새 비닐봉지를 끼우는 정도와 비슷한 거야. 쓰레기 봉투 갈 때 아깝다고 생각하냐?”“젠장....” 제이크 한은 혀를 차며 욕설을 내뱉었다. “또 폼 잡고 있네..”안충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야.”이야기를 나누며 일행은 차례로 한식당에 도착했다. 안산은 제이크 한을 불러 자기 옆에 앉도록 했다.안태풍이 미리 지시한 덕분에, 일행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들은 준비된 음식을 곧바로 가져왔다. 안태풍은 직접 청주 한 병을 가져오게 하여, 형과 함께 제이크 한에게 술을 권하며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안산은 제이크 한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을 쓰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은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곤란했기에 그냥 최근 몇 가지 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막연하게만 대답했다. 안산은 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는 묻지 않았다.제이크 한은 그의 성격 때문에 평소에 친구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 홀로 그를 키웠으며 재혼도 하지 않았기에 형제자매도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휴스턴으로 떠난 후, 혼자 뉴욕에 남아 있었기에, 제이크 한은 더욱 외롭게 생활했다.비록 아버지 세대부터 그와 Samson 그룹은 친분이 두터웠지만, 신분 차이가 커서 제이크 한은 그들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만약 최근 안충주가 한국에서 회춘단을 구입하다가 충격을 받지 않았고, 제이크 한이 배호영의 납치 사건으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자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지금 Samson 그룹 사람들 속에 앉아 있는 제이크 한은 고독했던 마음에 작은 위로를 받았으며, 억눌려 있던 마음도 조금씩 풀렸다.안충주, 안태풍, 안재남과
제이크 한의 말에서 뭔가 사연이 많음을 느낀 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야기가 길어도 괜찮아. 밥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안산은 얼마 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데다 기억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최근에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이크 한을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원래 성격이 매우 고집스러우며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더 궁금해졌다.제이크 한도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았기에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제 별 것 없는 이야기로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에 이따 술 한 잔 드시면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급히 두 사람을 말렸다. “제이크, 회장님한테 술을 권하면 안 돼. 지금 정신이 이 모양인데 술이라도 마시면 나까지 못 알아볼지도 몰라.”“맞습니다, 맞습니다....” 제이크 한은 급히 깨닫고 사과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생각이 짧았네요.”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네 놈이 이렇게 풀이 죽은 꼴을 보니, 술을 마시고 싶은 건 사실 너로구나!” 그러고는 안산은 안충주와 안태풍을 향해 말했다. “충주야, 태풍아, 이따 너희 둘이 제이크와 한 잔 하도록 해라. 나는 안 마실 테니.”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안산은 제이크 한의 숨기지 못하는 우울한 기색을 보며 일부러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정신 차려! 지금 이 꼴이 뭐냐? 네 아버지의 예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아야지 말이야!”그러자 제이크 한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고 정중하게 말했다. “예, 회장님 말씀이 옳습니다....”안충주가 이때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럼 식사부터 하실까요?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그래 좋다.” 안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부터 먹자.”AB 빌딩 꼭대기 층은 건물 면적만 4천 평방미터에 달해 수백 명이 근무할 수 있을 정
시후의 외할머니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보, 분명히 말할 게요. 당신이 은 서방을 미워하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 서방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앞으로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안산은 완고한 성격이 발동하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바꾸지 않아!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염라대왕이 옥황상제를 불러 나를 심문해도, 은 서방에 대한 태도는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말했다. “좋아요! 당신 참 대단하네! 안 바꾼다고요? 그럼 나중에 시후가 돌아오고 가족들이 예선이와 은 서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후 앞에서 또 그런 말을 하면 시후는 틀림없이 당신과 연을 끊고, 평생 다시 만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어렵게 찾아낸 외손자를 당신이 쫓아낸다면, 나도 당신과의 관계를 당장 끊어 버릴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 보던가요!”그러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했던 안산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빠져 버렸다. 그는 아내가 자신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고 알지만, 외손자인 시후가 돌아왔을 때, 자신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외손자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안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바꿀게.... 꼭 바꿔야지....” 그리고는 안산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시후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시후의 외할머니는 남편의 태도 변화에 안도하며 부드럽게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내 생각엔 오래 걸리지 않아 시후가 돌아올 것 같아요.”안산은 급히 물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은서가 이미 왔잖아요. 그러니 시후도 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서가 이렇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줬으니, 하늘도 감동하여 반드시 시후를 돌아오게 할 거예
안산이 갑자기 화를 내자, 가족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안산이 평생 동안 마음에서 떨쳐내지 못한 문제였다는 것을... 그는 Samson 그룹의 당시 능력과 그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은서준이 왜 굳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안산의 생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은서준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유능한 사장이 100만 달러의 월급을 받고 다른 회사를 다니는 인재에게 100만 달러를 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1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으니 회사를 옮기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안산은 이렇게 하면 은서준이 자신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은서준이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안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고, 심지어 그 좌절감은 분노로 이어졌다. 원래 그는 은서준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은서준의 가문이 Samson 그룹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은서준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세 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인정 때문에 그는 은서준이 Samson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그는 자신의 장녀 안예선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서준은 자신의 딸과 비교해보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를 잘 보완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함께 Samson 그룹에 머문다면, Samson 그룹은 분명히 날개를 달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사우디 왕실이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세계에서 유명한 집안들을 뛰어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은서준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서준은 이미 야망과 포부가 있었고, Samso
이 세상에는 수많은 보험회사와 금융회사가 있지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맨해튼에 초고층 빌딩을 세운 보험회사와 금융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AB 그룹은 그중 하나였다.Samson 그룹은 비록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세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은 두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인데, 과거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값싼 가격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더욱 깊이 있는 자본 운용에 연결하기 위해, Samson 그룹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뉴욕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Samson 그룹 전체 핵심이 되는 곳을 이곳에 세웠다. Samson 그룹에는 여러 그룹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투자한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Samson 그룹의 진정한 핵심 그룹은 바로 AB 그룹이었다. AB 그룹이 설립된 이후,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 투자했던 자금을 AB 그룹과 합병하여, AB 그룹을 미국 최대의 인터넷 벤처 캐피털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AB 그룹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업이 되었다.시후의 외조부 안산은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AB 빌딩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경영권을 시후의 둘째 외삼촌인 안태풍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곳은 안태풍의 사무실이 되었다. 평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부부와 함께 지내는 사람은 바로 시후의 큰외삼촌 안충주 뿐이었다. 그 외에 시후의 둘째 외삼촌 안태풍, 셋째 외삼촌 안재남, 그리고 막내 이모 안유진은 모두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다른 가족들도 당분간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버지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산은 은퇴 이후 노인성 치매로 고생했기에 몇 년 동안 이곳을 거의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오니,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긴 듯 창가로 걸어가 맨해튼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건물은 여전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