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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7장

사실 시후는 소지빈이 고은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쟁취하는 것은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에, 소지빈이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것을 간섭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안세진은 시후에게 조금 더 이전에 개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그는 딱히 간섭하기 싫었다. 시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그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소지빈이 한 실수는 바로 스스로가 노력하여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은서에게 구애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고은서를 마치 자신의 개인 소장품으로 여겼다. 시후가 고은서를 행사장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지빈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시후의 신원을 조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를 질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차량 번호판을 조사하는 것 역시도 ‘사랑은 자유’라는 기본 원칙에 완전히 위배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소지빈의 결정은 시후가 그를 처벌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한 핵심이기도 했다. 시후가 그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최면은 매우 강력한 세뇌 기능이며, 시후는 영기를 매개체로 사용하므로 이런 종류의 최면은 치료조차 할 수 없다.

시후는 소지빈과 합의할 때 말만 한다면, 소지빈이 엠그란드를 떠난 후 즉시 후회하고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대흥사까지 삼보일배로 간다고 하라도, 도중에 시후를 속이려고 최선을 다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시후가 소지빈이 합의 내용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계속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유일한 해결책은 그에게 강한 최면을 걸고 자신과의 협의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최면 이후 그는 매시간 똥을 먹어야 하는 최우진과 같아졌고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이제 그 누구도 소지빈 자신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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