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는 소수도와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웃으며 조연성에게 말했다. "내가 참 맛 좋은 홍차가 있습니다. 들어와서 함께 몇 잔 드시죠!”중동 사람들은 홍차를 즐겨 마시는데, 보통 찻잎을 듬뿍 넣어 진한 차를 만든 뒤 흰 설탕을 넣은 뒤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작은 디저트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그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몇몇 사람들은 하미드가 너무 친절하고 공손하게 말하는 바람에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연성은 이렇게 말했다. "하미드 사령관님, 먼저 소수도 씨가 묵을 곳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부하들을 배치해 주십시오.""그렇게 하시죠!" 하미드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시후 형제님이 명령한 이후로 내 부하들에게 내가 안뜰에 숙소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안뜰은 바로 내 경비 캠프 바로 옆에 있습니다. 경비병들 외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육군 출신 군인들입니다. 그들이 24시간 순찰하며 경비를 서고 있으니 절대 도망가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숙소를 좀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상태도 좋을 겁니다."소수도는 이 말을 듣고 조금 안도했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로 한 번도 탈출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탈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곳은 그가 도망칠 수도 없는 지역이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온통 실탄을 든 군사들이 가득한데, 만약 자신이 탈출을 감행했다가 군인들일 이를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총알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여 벌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열악하지만, 이곳의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이제 소수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딸 소민지가 가능한 한 빨리 엘에이치 그룹을 물려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민지가 엘에이치 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지 않은가... 일단 먼저 죽을 때까지 절대 회장직을 내려 놓지 않을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께서 권력을 내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곳은 방이 아니었고, 그저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다. 중앙에는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나무 판자 두 개를 놓아 두고, 중앙에는 오수구가 노출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하수시설도 없는 것으로 보였으니 오물이 가득 차면 직접 퍼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소수도는 거의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았다. ‘이런 젠장.. 내가 볼일을 보고 직접 삽질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참고 지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허름한 집에는 창문이 한 개 밖에 없고, 환기도 잘 안 된다는 거지.. 여기에서 살다가 몸에 냄새가 배면.. 냄새가 사라지는 데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야..?’ 이제, 소수도는 자신의 미래가 이미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는 개인 소지품,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도 전혀 없었고, 마실 물조차 넉넉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그는 앞으로는 매일 건초더미 위에서 자고 일어나 텅 빈 좁은 마당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환경이라면 감옥에서 지내는 것보다 이것이 더 비참한 일인지도 모른다. 감옥에 갇혀 있다면 적어도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동료 수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끔 구내식당에서 TV를 시청하고, 감방에 돌아와서 책과 신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이것을 생각하자 50대 소수도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범한 중년들과 달랐다. 대다수의 중년층은 젊었을 때 많은 고난과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소수도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러니 그는 인생에서 고난이나 힘든 일들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에게 최악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집안을 떠나 호주로 보내진 것이었다. 그러나 호주로 파견되었을 때도, 그는 매일 해변이 보이는 큰 별장에서 지냈다. 그러니 이곳에 비하면 그런 곳은 그야말로 천국이라고 할
소수도는 완전히 실망하고 말았다. 그는 시후에게 적어도 괜찮은 생활 환경을 제공받기 위해서 추가로 달러를 지불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아버지가 그룹의 재정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소수도는 장남이고 많은 부동산과 다양한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엘에이치 그룹 전체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쓰는 것은 괜찮지만, 그 돈은 가족의 재정 시스템 통제 하에 가능한 것이었다. 소성봉은 인색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단지 통제 욕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강한 편일 뿐이었다. 그는 필요하기만 하다면 개인 비행기를 구입하기 위해 수억을 지출하더라도 꺼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행기를 구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먼저 그에게 알리고 승인을 받아야 필요한 자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엘에이치 그룹 구성원 중 감히 자신이 알지 못하게 몰래 큰 돈을 쓰거나 허락한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다면, 그 사람은 볼 것 없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재정의 대부분을 자신의 손에 넣고 통제하기 위해서 엘에이치 그룹의 재정팀은 소성봉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자녀들의 자본 지출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들은 재정 감사를 할 때 마치 금융범죄 수사에 버금갈 정도로 세세하게 지출을 확인했는데, 그 때문에 그룹 상속자들 중 그 누구도 소 회장을 속이고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소수도는 이전에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하미드에게 달러를 이체했는데, 이것 역시도 먼저 아버지께 보고한 뒤에 진행해야 했다. 만약 평소에 이런 일을 했다면 아버지에게 엄청난 처벌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수도는 그 일 이후에 다시는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가 자신의 계좌를 정지시켰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연락을 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 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연성은 소수도에게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떠나버렸다.
그녀는 할아버지 소성봉이 앞으로 어머니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대담하게 나쁜 짓을 저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할아버지는 앞으로 소극적이 될 것이고, 자신과 어머니는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외할아버지에게 언론과의 접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오늘 저녁 터널에서 자신과 어머니가 겪은 사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전국의 언론, 경찰, 국민들은 소민지와 박혜정 모녀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으니, 소민지는 이 소식이 공개되는 한 기자회견은 분명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국내 인기 동영상 라이브 방송 플랫폼 여러 곳과 접촉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직접 생방송을 할 예정이었고, 그 결과 각종 언론, 웹사이트, 뉴스 어플에서 이 소식을 빠르게 접했다. 사람들은 실종됐던 박혜정과 소민지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발표했고, 오늘 밤 계획된 기자회견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퍼져 나갔다. 이 일은 즉시 전국을 휩쓸었다..! 이 사건을 주목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소민지와 박혜정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녀가 죽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고, 소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이 불쌍한 어머니와 딸을 하늘이 도울 것이라 생각했다.이제서야 오랫동안 모두가 주목해왔던 사건이 드디어 마무리 되는 날이 온 것이다..! 알고 보니 모녀인 박혜정과 소민지가 정말 아직 살아있다니..! 그래서 모두가 저녁에 있을 기자회견 생방송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두 사람이 무사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 소민지가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소성봉의 귀에도 들어왔고, 그를 겁에 질리게 만
소지빈은 최근 혜리의 콘서트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관리 감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달려가 있었다. 그래서 여동생 소민지가 기자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오늘 일이 좀 바빠서 아직 민지와 자세히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소성봉이 말했다. "아니다, 전화하지 마라.. 전화로는 일의 세부 사항을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러니 빨리 돌아가서 민지와 직접 대화해 봐라. 네 어머니와 네 외할아버지와는 이야기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민지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물어봐, 우리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하니까 말이다..”소성봉은 소민지가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직접 표적으로 삼을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누군가를 욕할 때는 그저 한 마디씩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것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소민지가 앞장서서 소성봉 자신을 비난한다면 전국의 사람들은 자신을 목표로 하여 분노를 표출할 아주 분명한 방법을 갖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소지빈은 할아버지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는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말했다. "네, 할아버지. 민지를 만나러 금방 다녀 올게요. 진전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소성봉은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민지의 생각을 물어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나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도록 설득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 아이는 외할아버지의 피가 아니라, 엘에이치 그룹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 민지는 엘에이치 그룹과 하나가 되어 번영 할 때는 함께 즐거워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는 함께 고통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엘에이치 그룹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함께 뜻을 모아 이것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이다!”소지빈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무심히 원고를 내려놓고 차갑고 굳어 있는 볼을 문질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 그녀는 "오빠 들어와~ 문 열려 있어!"라고 말했다.소지빈은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소민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표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민지야, 왜 갑자기 기자 회견을 하려고 하는 거야?"소민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터널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면서,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어머니의 안전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 그래서 난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관심을 갖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아... 그렇구나..” 소지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지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너와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전국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니까. 게다가, 여러 가지 귀중한 단서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 심지어 유튜브에 사고 분석을 하는 채널들도 많이 생겼더라고..? 모두가 함께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말 열정적이었어..! 그러니 너와 엄마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걸 꼭 알려줘야 해!""응, 그러니까~!" 소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금해하는 척 물었다. "그런데 오빠, 혜리 콘서트 준비로 행사장에 일하러 간 거 아니었어? 왜 이런 일 때문에 온 거야?”소지빈은 웃으며 물었다. "아! 나는 그냥 네가 걱정이 돼서 왔지~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네가 너무 흥분할까 봐 걱정이 되어 온 거야.”소민지는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 고마워!”"뭘 그렇게 고마워하냐?!”소지빈은 소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거야?”소민지는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별로 할 말은 없어. 요약했는데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있더라고..? 첫 번째는 엄마와 내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전해 모두가 안심할 수
소민지의 질책으로 인해 소지빈은 두통을 느꼈다. 그는 속으로 여동생에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신 게 맞지만.. 그렇다고 어머니께는 책임이 없나..? 며느리로서 죽은 은서준 상무를 계속 생각하고, 그가 살아 생전 살던 집을 공개적으로 입찰하기까지 했어..! 이것은 우리 그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린 이제 모두 성인이야!! 이 따위 복수가 뭐가 중요해?! 엘에이치 그룹의 재산이 얼마인지 아는 거야? 할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잔인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와 선을 그어야 하냐고!? 할아버지와 연을 끊는 건 우리가 엘에이치 그룹의 재산과도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결정이라고! 결국 패자는 우리가 되는 거야! 우리가 엘에이치 그룹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잃으면.. 앞으로 너와 나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잊지 마.. 우리 성은 박 씨가 아니라 소 씨라는 걸 말이야. 혹시 우리 외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재산을 물려주실 거라고 기대하는 거야?’ 그러나 소지빈은 마음 속으로만 불평할 뿐이었고, 여동생 앞에서는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동생은 강력한 윤리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재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속으로 생각한 것을 밖으로 내뱉으면 그녀는 절대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도 틀어질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소지빈은 우울 해졌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정말 민지는 고집 불통이야..’ 소지빈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소민지의 관점에 동의하며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야, 네 말이 맞아.. 그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 너는 물론이고 나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까..”소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빠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민지의 예상대로 소지빈은 화제를 바꾸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할아버지와 사이가 나빠지면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할아버지가
왜냐하면 엘에이치 그룹은 늘 자녀들의 개인 정보를 꽁꽁 숨겨두고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엘에이치 그룹의 손자 손녀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심지어 소지빈이나 소민지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소민지는 이제 엘에이치 그룹의 다른 손자들과는 다른 입장이 되었다. 이번에 여동생과 어머니가 당한 교통사고는 '한국의 다이애나비 사건'으로 불리며, 주모자의 자백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다이애나비 사건의 영향은 유럽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매우 광범위했다. 박혜정과 소민지가 당한 사고 역시도 많은 이슈가 되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공평함과 정의에 대한 갈증을 극대화했으며, 일반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자가 아무리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인터넷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예를 들어 파렴치하고 사악한 일을 일삼은 어린이집 교사,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살인자 등은 국민들의 비난과 뭇매를 맞기도 했다.박혜정과 소민지에게 일어난 일은 비열할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이고 가족애라고는 찾아볼 수 있는 최고 부유층 집안에서 벌어진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갖는 관심은 자연히 남달랐다.따라서 소지빈은 소민지가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를 비난하고 그에게 사과를 요청하면, 분명히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청원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할아버지는 도망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 번에 비난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를 생각한 소지빈은 몇 번이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민지야.. 혹시 할아버지랑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때?”소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할아버지랑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소지빈은 매우 심각하게 말했다. "당연히 보상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이제 너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지게 될 거잖아?! 내가 오빠로서 이야기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물었다. "유현 씨, 지금 비행기에 타고 계신 건가요?"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원 선생님과 함께 홍콩으로 가고 있고 비행기는 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중열 씨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서, 30분 늦었지만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시후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유현 씨,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먼 길을 올 필요는 없었는데..”배유현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했을 뿐이에요. 그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사실 배유현은 알고 있었다. 시후가 홍콩에 있으니, 이중열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배유현은 이중열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홍콩에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후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은인이자, 또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홍콩으로 오는 이번 일이 시후를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시후는 배유현이 홍콩까지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면 이 일이 조금 더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후는 유가휘를 보고,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현 씨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으니 저도 직접 공항에 나가서 맞이하도록 하죠. 오늘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요."배유현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시후에게 문제를 일으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는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시후가 자신을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후가 오후에 이
시후의 말에 유가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분명 코웃음을 치며 상대가 단순히 위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치켜세우려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홍콩에서는 돈이 조금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심지어 연예인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시후는 엔터테인먼트계와 얽히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이것은 분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홍콩에서는 연예인과 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재벌 2세들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대체로 엔터테인먼트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아들은 연예계의 유명 여배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집안의 가장은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히 연예인을 내쫓는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재벌 2세의 아이까지 몇 명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문가에 시집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능력, 배포, 식견, 그리고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벌 2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예계 스타들은, 재벌 1세의 눈에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유가휘는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서, 시후의 위치가 재벌 2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 2세들이 열광하는 연예계조차도, 시후에게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유가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 진정한 성공한 인물이라면 연예계와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