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태리의 아버지는 심한 신장염을 앓았는데, 그의 혈액은 RH-였기 때문에 적합한 신장 공급원을 찾는 것에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다. 당시 이태리는 직접 신장을 이식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그 이후에 운이 좋아 가족 중 한 명이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적인 매칭 대상을 찾았고, 상대방도 기꺼이 유료로 기증자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 후 이태리는 아버지의 신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억 정도 되는 큰 금액을 썼다. 그녀는 신장 이식을 받은 뒤에 건강을 유지한다면 아버지의 수명은 적어도 20~30년은 연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불과 2년 후에 아버지의 이식 신장이 심각한 거부반응을 겪고 아버지의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설 연휴 이전에는 괜찮았으나 설 연휴가 지난 이후 아버지는 급성신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의사들은 신부전증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했고, 이런 종류의 상태는 이전과 같은 정상 상태로 그를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고 했으며,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신장 공급원을 찾아 가능한 한 빨리 이식을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이태리는 급히 가격을 올렸지만, 비용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적합한 신장 공급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고맙게도 갑자기 이태리의 유학 시절 동창인 월터가 이 일을 어딘가에서 알게 되었고, 그녀가 미국 암시장에서 신장 공급원과 접촉할 수 있도록 매우 열정적으로 도와주었다.월터는 오늘 이태리에게 신장 공급원이 발견되었으며, 기증자는 매우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고 알리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태리가 이에 대해 기뻐하기도 전에 월터는 즉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고 극도로 과도한 요구를 했다.이것을 생각하자, 이태리는 극도로 우울해졌다. 그녀는 또한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적합한 신장 공급원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송민정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안쪽 방의 문이 살며시 열렸다. 그리고 문 뒤에서 중년 여성이 나와서 그녀에게 물었다. "태리야, 월터가 갔니?" 이 여성은 왕동학의 어머니 장순옥이었다.이태리는 서둘러 눈물을 닦고 뒤돌아 여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네, 엄마, 갔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서둘러 “엄마, 아빠는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장순옥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그냥 그렇네.. 아직 깨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딸이 방금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나아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딸, 왜 울고 있니? 월터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신장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야?”이태리는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 "신장원은 발견됐는데, 그는 내가 그를 위해 일하고 동시에 그의 연인이 되기를 원했어요..”"뭐라고?!" 장순옥의 눈이 갑자기 커졌고 소리쳤다. "그 녀석이 네 옛 동창이 아니었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니?!"이태리는 극도의 무력감으로 "그가 졸업하고 몇 년 만에 이렇게 쓰레기가 되었을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장순옥은 서둘러 말했다. "그에게 돈을 더 줄 수는 없대?? 신장 공급원이 달라는 돈을 조금 더 주면 그가 신장 공급원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네 아버지가 수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한 돈을 두 배로 주겠다고..! 그럴 의향이 있다고..!”이태리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월터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유명한 부동산 재벌이에요. 그의 가족은 매우 부유하고 그의 자산은 수백 억 달러에 달할 거예요. 그러니 왜 우리가 주는 그런 적은 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어요..”장순옥은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아버지의 RH - 혈액형은 원래 수십 만 명 중 한 명 만 찾을 수 있는 희귀 혈액형인데..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고,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 중 장기가 성공적으로 일치하고 기증할 의향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잖아..." 그녀는
그녀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 들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태리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 담배를 가볍게 물고 힘차게 한 모금을 들이켰다. 주위는 조용했고, 담배가 타 들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태리는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종종 과로하고 분노가 차오를 때 담배를 피우면 약간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그녀의 날숨과 함께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니코틴의 자극 때문일까..? 이태리는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조금 전 어머니께서 하신 말이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의사가 그러더라.. 네 아버지가 현재 상태로.. 최대 20일 정도 살 수 있다고.. 이 짧은 시간 안에 신장 공급원을 찾을 수 없으면 네 아버지는 수술도 못 받고.. 흐윽..’ 만약 20일 이내에 아버지의 몸 적절한 신장 공급원을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의 아버지는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릴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장기이식 수술은 커녕, 수술용 마취제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될 텐데.. 이렇게 된다면 아버지의 몸은 암을 앓고 있는 일부 노인 환자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게 될 것이었다. 몸 자체가 굉장히 허약하고, 병세는 굉장히 위험한 그런 상태 말이다. 수술을 하자니 몸이 버틸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강한 약을 쓰자니.. 역시나 허약한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고..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항암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바로 치료를 그만두고 환자의 통증 완화에는 도움을 주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진통제만 놔주는 최소한의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태리의 아버지는 고작 50대였는데, 이태리는 아버지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당장 아버지를 소생시킬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에 그녀는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다 타버
이태리에게 이 질문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겪은 가장 잔인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그 시각, 월터는 자신의 롤스로이스에 앉아 병원을 떠나는 중이었다. 월터의 본명은 월터 호로비츠(Walter Horowitz)이며 그는 미국인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미국에서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로 알려져 있었다. 윌터는 이태리와 동기 출신이었는데, 이태리가 대학생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윌터는 이태리에게 첫 눈에 반했고, 당시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공개적으로 아시아 여성에게 구애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 월터는 학생 시절의 월터와 비교하면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그는 이미 가족 구성원 내에서 충분한 자본과 주도권을 확보했고, 자신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사업을 아시아로 부동산 분야에 진출하며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을 속박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윌터가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일은 바로 이태리를 정복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그저 윌터가 이태리에게 반해서인 것만은 아니었다. 윌터에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태리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유명 대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에 큰 공헌을 했으며, 그녀의 능력이 부동산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태리는 뛰어난 능력뿐만 아니라, 한국 부동산 산업에 대해서도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였다. 윌터는 그녀를 자신의 회사로 데려갈 수 있다면, 회사 발전에 굉장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윌터에게는 이태리를 꼭 데려와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엠그란드 그룹의 기밀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부동산 산업이라고 하면 토지를 매각 및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
다음 날, 시후는 밖으로 나가서 저녁 식사에서 지인들에게 나눠 줄 환약을 담기 위해 작은 상자 몇 개를 샀다. 이 환약들은 사람들의 눈에 생명을 구하는 신비한 약이기 때문에, 적절한 포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자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후는 안세진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안세진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지내셨던 낡은 저택의 현 소유자와 관련된 사건이 오늘 아침 판결이 났습니다..!”"예??" 시후가 서둘러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안세진은 서둘러 말했다. "일단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모든 자산은 피고인의 빚을 갚기 위해 압수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도련님께서 주목하고 계시던 주택을 포함하여 그의 이름으로 된 모든 자산이 사법 경매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그래요? 아주 좋네요! 그럼 제 이름을 등록하도록 해주세요. 경매에 참가하고 싶으니까요!”안세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저는 제 운전 기사 중 한 사람의 이름으로 이미 경매를 등록했습니다..! 결국 도련님과 도련님의 부모님은 한때 그 집에서 지내셨으니, 도련님의 이름이 입찰자 목록에 드러난다면, 누구라도 도련님의 정체를 유추할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러니 도련님의 이름을 쓰지 않으셨다고 저를 비난하지는 말아 주십시오..!”시후는 감탄하며 말했다. "저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네요.! 그렇다면 부장님의 기사님 이름으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집은 절대 경매에서 놓칠 수 없습니다..!”안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도련님. 해당 주택은 오랫동안 철거 금지 보호 건물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유통 가치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시초가가 현재 5억 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실 서울에 있는 저택 중에서 이 정도 가격이라면, 투자할 가치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에 경쟁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15억~20억 정도를 부르신다면 아마 그 누구도 도련
호주에 도착한 후 지난 며칠 동안 그는 굉장히 우울했다. 아내 박혜정과 이혼을 진행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얽힌 스캔들이 폭로된 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외부 세계의 그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평가되는 부끄러운 동문 중 1위를 차지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내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을 뿐 아니라 밖에서 사생아까지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생아를 경호원으로 위장하여 아내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으로 데려가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에 머물게 했다. 사람들이 더욱 어처구니 없다고 여기는 부분은 바로 자신의 사생아에게 해외에서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부분은 자신의 스캔들이 폭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본의 자위대와 합세해 자신의 딸을 죽이려 들었다는 것이다.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바로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숨기고, 사생아를 살인 도구로 사용한 뒤에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딸을 죽이려 든 짐승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수많은 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그는 짐승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짐승보다 못한 행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소수도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아버지 소성봉이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아들인 자신에게 강요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러한 혐의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되기 된다면 쉽게 없앨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소수도는 증오심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평생 이 악명을 떨쳐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수도는 사실 명성과 명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면 앞으로 엘에이치 그룹을 승계할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소수도는 사람들 사이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
박혜정은 소수도의 비난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소수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당신이 지금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걸 알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도 우위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난 정말 실망스러울 것 같아..? 사랑이라는 건 말로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유지하는 거야.. 나는 방금 당신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어. 그게 왜? 내가 너무하다고? 당신이야 말로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당신.. 외도를 해서 낳은 아이가 벌써 20대야.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그 사실을 지금껏 비밀로 해왔고.. 그렇다면 당신은 지난 몇 년간 남편과 아내로서 우리의 부부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는 거야?”소수도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다시 우울해졌다. ‘그래 맞아... 이제는 아내에게 무례하다고 비난하는 건 내 뺨을 때리는 것과 같아... 결국 정말 실수한 사람은 나고, 그게 20년 넘게 지속되었으니..’박혜정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해진 소수도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박혜정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제 이런 얘기는 그만하죠. 난 그저 하루 빨리 서울에 정착하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혼을 하기 위해 전화한 거라고요. 한동안은 서울에서 살 생각이니, 다른 사람이 험담하지 않도록 빨리 이혼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박혜정은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소수도는 이미 그녀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박혜정의 말은 자신이 서울에 머물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국내 재벌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두가 그녀가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바로 은서준을 위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박혜정과 소수도가 아직 결혼을 한 사이라고 한다면, 박혜정이 은서준을 위해 서울에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소수도의 체면을 깎아 먹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혼을 하게 된다면 그는 체면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도는 지금 매우 화가 난 상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오늘 밤에 한 잔 하셔야겠네요?”"그렇지~ 아무래도 좀 마셔야겠지?? 하하!! 그런데 무슨 일인가?”"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오후에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장인 어른께서 괜찮으시면 오후에 제가 차를 몰고 나갈까 싶은데요..”김상곤은 서슴없이 시후에게 차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에이~ 뭐 불편한 게 있겠어..? 그냥 차 타고 가~ 나는 술을 마실 예정이라 차를 몰고 나가면 대리를 불러야 해~ 그럴 바에는 택시 타고 돌아오는 게 훨씬 편하지 뭐~”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동차 키를 챙겼다. 옆에 있던 유나가 말했다. "아빠, 저 잠시 회사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제가 그럼 가는 길에 협회에 데려다 드릴게요~”김상곤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그러면 택시비도 절약되고 좋겠다."유나와 장인 어른이 떠난 후 시후는 방에서 환약을 꺼내 눈에 띄지 않도록 배낭에 넣고 집을 떠났다. 그는 김상곤의 차를 몰고 곧바로 교외에 있는 진원호의 별장으로 갔다. 같은 시각.목동병원에 있던 이태리는 막 어머니께 식사를 배달한 뒤 곧바로 아버지의 현재 상태를 묻기 위해 신장내과 원장실에 들렀다.60세가 넘은 신장내과 김 과장은 안경을 치켜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흐음.. 이태리 부회장님..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아버님의 상태가 굉장히 위중하십니다.. 특히 신장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현재 매일 같이 투석을 하고 격일로 혈액투석을 진행 하고 있지만 합병증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어제에 비해 오늘 컨디션이 또 나빠졌더군요... 후우.. 어제 어머님을 만났을 때 이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아직 20일 정도 남았다고 했는데.. 오늘 다시 평가해본 결과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아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주기가 약 15일 정도로 단축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김 과장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