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시후의 담백한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 곁으로 가서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았고,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새해가 지나면.. 우리가 결혼한 지 4년이 되겠죠?”"그쵸? 4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 가는 것 같아요.”"빨리 흘러간다고요?? 휴.. 난 시간이 전혀 빨리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4년 동안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특히 시후 씨가 많이 바뀌었고요.”시후는 코를 비비며 물었다. "에?? 왜요? 내가 어떤 게 달라졌다는 거예요?”유나는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달라졌죠!!! 느낌도, 그리고 카리스마도, 도도함도!! 시후 씨의 분위기가 나와 결혼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요?! 하지만 이상한 건..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가 엄청 큰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모든 게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느껴 지기도 하고.. 마치 당신이 원래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는 느낌??”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참, 여보.. 나 경기도 쪽으로 풍수 보러 갈 일이 있다고 했잖아요? 나 내일 오전에 떠나려고요.”"내일 간다고요?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새해이니까 그쪽 고객들도 매우 급하다고 하더라고요? 새해가 오기 전에 연말에 이런 일들을 다 처리하고 싶다고.. 그래야 새해에 더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씨.. 그래도 풍수로 돈을 벌긴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자주 집을 비우거나 밖에 나가는 걸 난 원하지 않아요. 사실 시후 씨가 이 사실을 말한 뒤에 줄곧 생각해왔거든요.. 우리 두 사람이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서 하루 종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시후 씨가 이렇게 나만 두고 다른 지역에 가서 오랫동안 지낸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불편해요.." 이쯤 되자 유나는 약간 서글픈 한숨을 내쉬었다. "시후 씨도 알다시
시후는 유나의 말을 듣고 혼자 미소 지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김 회장이 왜 유나가 결혼한 후에 이 일을 말하지 않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건 김 회장이 아무래도 유나를 자신에게 시집 보내는 것이 LCS 그룹에게 은혜를 갚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하지만 시후는 이 것을 유나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 때, 갑자기 유나가 문득 고개를 들고는 소리쳤다. "와! 눈이 오네요~~?!!"시후가 고개를 들자 차가운 눈송이가 이마에 내려앉으며, 한 줄기 서늘한 기운을 불어넣다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잠시 동안은 산발적으로 눈송이가 떨어지다가, 10분 정도 지났을까..? 밤하늘에는 온통 눈송이가 흩날리듯 쏟아졌다.유나는 아이처럼 눈밭에서 즐겁게 춤을 추었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그녀는 시후를 마당으로 끌고 나와 얇은 눈을 모아 소리쳤다. "이대로 눈이 온다면 내일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꺄아아아~”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눈사람 만드는 건 진짜 오랜만인데??” 마지막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던 것은 바로 복지원에서 친구들과 동생 소분을 데리고 복지원 공터에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었던 것... 그것을 마지막으로 이미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고, 곧 사람들은 SNS에 눈에 관한 사진과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이룸 그룹의 송 전회장도 별장 건물에서 설경을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어 업데이트 했다. 송민정 회장 역시 라고 인스타에 글을 남겼다.시후는 그녀가 말한 “당신”이 자신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는 ‘좋아요’를 누르지도, 댓글을 남기지 않았다.그날 밤 시후는 유나와 함께 눈밭에서 오랫동안 놀다가 12시가 넘어서야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시후는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유나도 덩달아 쉽게 잠들지
시후는 "괜찮아요.. 하하.. 제가 직접 가는 게 편해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윤우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은 서방 조심해서 다녀와~” 그녀는 시후가 문을 나서자 재빨리 뒤에서 소리쳤다. "아 맞다~~ 은 서방~~ 거기 가면 좋은 거 있을 때 내 것도 좀 챙겨 오게~”"네, 알겠습니다!" 시후는 한마디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김포 공항..시후는 짐이 없었기에 탑승권만 가지고 보안 검색을 통과했다. 안세진 부장은 그에게 일등석 비행기표를 끊어주었기 때문에 보안 검색을 마친 뒤, 곧바로 VIP 라운지로 향했다. 비행기가 10시에 이륙하면 9시 20분쯤 VIP 라운지 직원은 조기 탑승을 안내한다. 시후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비행기에 올랐고, 일등석에는 이미 몇 명이 타고 있었다. 이 비행기의 일등석은 2+2 식으로, 복도 양쪽에 두 개의 넓은 좌석이 있었다. 좌석은 침대와 같이 평평하게 누울 수 있어 매우 편안하다. 시후의 자리는 창가 쪽이었고, 자리에 앉은 후 그는 넋을 잃은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십여 년 동안 시후는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다. 지금의 시후를 묘사한다면, 아마도.. ‘대기만성’이라는 단어가 적합할까..? 비행기는 계속 승객을 태웠고 조금 뒤, 그윽한 향기가 시후의 코를 파고들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향기가 나는 방향을 쳐다 보았다.그러자 한 젊은 여인이 마침 자신의 주변에 와서 앉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여인은 그가 고개를 돌리자 무의식적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어…? 시후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라고 물었다.시후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앞에 있는 여자는 바로 자신을 좋아했던 여자로 아내의 절친, 권여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 여빈 씨..? 당신이 왜 여기 있죠?”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저요?? 저는 지금 청주 공항으로 가는 길인데..?! 저 안성에서 한 동안 살았거든요? 그런데 시후 씨는 어디 가세요? 왜 청주 공항으로 가시는 거예요???
여빈에게 시후는 항상 거리를 두는 편이었다. 그는 권여빈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게다가 권여빈은 자기 아내 유나의 친한 친구이기까지 하니.. 자신은 더욱 그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는 두 사람이 비행기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권여빈은 기분이 좋아 자신도 모르게 시후에게 다가와 계속 말을 걸었다. "아 참, 그럼 이번에 며칠동안 있을 거예요?""모르겠네요..?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빠르면 2~3일, 늦으면 4~5일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어머? 그래요?? 저는 나흘 뒤 비행기표를 예매했는데.. 시후 씨는요?? 언제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그럼 같이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음.. 난 아직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끊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일이 끝난 뒤 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어머?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일이 끝나면 저에게 연락을 주시는 거예요. 그럼 저도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맞출 수 있으면 같이 오면 좋잖아요..?”시후는 마음속으로 다소 거부감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답했다. "음.. 그건 그때 가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확실하지가 않거든요.”여빈은 시후가 확실하게 답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리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럼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쁜 거예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저요?? 저는 별일 없이 가끔 풍수나 봐주고, 나머지는 집에만 있었죠?”"유나는 어머니가 돌아오신 후, 문제는 없었어요?" 여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하하하.. 별 일 없었어요. 이제 전보다 훨씬 편안해졌을 정도예요.""정말요!!!? 그거 참 잘됐네요. 아주머니께서 집에서 당신을 괴롭힐까 봐 걱정했는데..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으네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꺼내 은서에게 연락했다. 은서는 곧바로 그에게 메시지를
시후는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라고 물었다. 은서는 다소 가라앉은 듯 시후는 많은 사람들이 병이 깊어질 때 오히려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 않아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체면과 존엄성, 그리고 품위를 매우 중시했기 때문인데,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남은 시간을 더 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존엄과 체면을 내려놓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후는 심지어 많은 거물들이 중병에 걸렸을 때, 몇 몇 사람들은 자신을 치료하지 않기로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왜냐하면 생명이 끝날 때 삽관 수술을 하지 않고 인공호흡기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고선우는 지금 이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상황에 대해 계획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정말 다행히 은서와 우연히 만났기 망정이지, 만약 빨리 만나지 못해 고선우가 중병으로 사망한 뒤에 만났다면 그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은서에게 라고 답했다.은서는 울먹이는 표정을 보내며 말했다. 시후는 휴대폰 화면을 껐고,
비행기가 착륙한 뒤, 시후와 여빈은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시후는 수하물이 없었기 때문에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반면, 여빈은 평소에 어디를 가든 많은 옷과 화장품들을 챙겨서 외출을 한다. 화장품 종류는 위탁 수하물로 맡기는 것이 편하므로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도 시후처럼 바로 나가지 못하고 수하물 찾는 곳에서 짐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시후에게 "시후 씨, 이따가 어떻게 가요?"라고 물었다."나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가려고요?”여빈은 다급하게 "그럼 같이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같이 가요. 마침 가족이 차로 데리러 온다고 해서.. 시후 씨도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좀 급해서.. 먼저 갈게요."여빈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서 밥 먹기로 해요~”"좋아요. "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짐 잘 찾고 조심해서 가요~ 저는 먼저 갈게요. 다음에 다시 만나요.” 여빈과 작별한 후, 시후는 혼자서 공항을 나섰다. 그는 외출한 후 기뻐할 겨를도 없이 바로 택시 정류장에 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그런데, 시후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두꺼운 패딩을 입고 패딩 모자를 덮어쓴 뒤 마스크를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달려왔다! 시후가 그녀를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기뻐하며 달려들었다. "시후 오빠!!!!!"시후는 이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은서라는 걸 알아차린 뒤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은서가 계속 그를 껴안고 있자 시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내가 마중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여기 있는 거야?”"아니~ 내가 오빠 얼른 보고 싶어서 그렇지!! 집에만 있다가는 내 입이 근질근질해서 부모님께 당장이라도 말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그냥 뛰쳐나왔지 뭐~? 헤헤헷!”"어휴.. 혼자 나왔다가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톱스타가 의문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니야. 내 생각에는 이런 건 고생도 아니야. 일종의 시련이랄까..?”은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차장에서 차를 빼면서 말했다. "아빠가 어제도 오빠에 대해 얘기 하셨어.. 의사 선생님이 다시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걸 깨달으신 건지.. 오빠를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아쉬워 하시더라고..”시후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싱긋 미소 지었다. "은서야, 걱정 마. 그리고 이젠 내가 있으니 아저씨는 꼭 건강을 회복하실 거야."은서는 시후의 능력을 몰랐고, 시후가 상류사회에서 일찍이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가 아버지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가 시후를 보면 매우 기뻐할 것이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건강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은서의 집은 청주국제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안성의 고급 주택 지역은 바로 고속도로와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청주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50분 정도 안에 도착하는 거리였다. 은서는 차를 안성의 대림동산 쪽으로 몰았다.안성에는 주택, 빌라촌이 있는데, 시내가 아니라 대부분 모두 안성의 서쪽 대림동산 쪽에 몰려 있었다. 이 지역은 수변 공원과 함께 야트막한 산과 안성천이 흐르는 곳으로 자연 경관이 좋아 최근에 대형 단독 주택이 많이 들어서는 곳이었다. 단독 주택 중에서도 은서 부모님이 지내고 있는 예랑헌은 최고의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의 모든 주택 가격은 적어도 10억 이상이며, 매우 고급스럽다. 하지만 이곳은 LCS 그룹의 저택과는 비교할 수 없다.시후의 기억 속에 LCS 그룹 저택은 이런 현대식 대형 주택이 아니라, 조선시대 왕족 집안의 사람들이 지내던 한옥이었다. 따라서 내부가 굉장히 아름답고 넓으며, 웅장한 맛이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후는 집에 있던 수십 개의 황금 장식들과, 용무늬, 십장생 무늬들을 기억
식탁 앞에 앉아있는 중년 부부는 용모, 분위기 그리고 옷차림을 막론하고 모두 매우 고급스럽고 품위 있어 보였다. 그 중에서 남자는 얼굴이 약간 초췌하고 입술에 이미 핏기가 없었다. 따라서 한 눈에 봐도 병을 오래 앓았거나 심지어 불치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여성은 관리가 굉장히 잘 되었는지 매우 아름다운 외모에 은서와 매우 달았고, 나이도 30대 후반처럼 보였다.시후는 한눈에 두 사람을 알아보았는데, 바로 어린 시절 잘 알았던 아저씨와 그의 아내 임씨 아주머니였다.시후가 두 사람을 알아봤을 때, 두 사람도 시후를 알아보았다! 고선우는 몹시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은 워낙 수척해 있었는데, 눈을 부릅뜨고 벌벌 떨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사래가 걸린 것 같았다.그리고 한쪽에 있던 임지연도 어안이 벙벙하여,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 손으로 시후를 가리키며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어머..? 너.. 너!!! 너 시후 아니니..?!!! 시후야!!”시후는 코가 찡해지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아주머니.. 맞아요.. 저 시후입니다.." 그리고 시후는 말을 잇지 못하고 떨고 있는 고선우를 바라보며 "아저씨...... 안녕하세요! 임 아주머니, 잘 계셨어요..?”고선우는 시후를 보며 "진짜 시후냐?"라고 중얼거렸다.시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저씨, 저 맞아요.. 저 시후예요..! 저 기억 나세요?”라고 물었다.고선우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알지!! 알다 마다.. 흑흑.. 네 아버지가 젊었을 때랑 똑같고.. 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과도 많이 닮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힘겹게 일어나 시후를 향해 걸어오려고 했다!시후는 급히 마중 나가 고선우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아저씨, 이렇게 오랫동안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걱정하게 했습니다.. 죄송해요..”고선우는 눈물을 훔치며 울먹였다. “하이고..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널 찾기 위해
김지우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의심하시더라도, 그 배신자가 우리 쪽일 가능성은 낮아요. 우리 직원들이 Samson 그룹 사람들의 동향을 알게 된 것은 Samson 그룹 사람들이 도착한 이후일 텐데, 그건 고작 몇 십 분 전이잖아요.”시후는 신호가 차단된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 “오늘 낮에 해당 층으로 직원들이 온 적이 있나요? 그들이 신호 차단 장비를 들고 들어왔을 가능성은 없을까요?”김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낮에는 저희가 공연 현장과 백스테이지에 신경 쓰느라 VIP 구역을 특별히 주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VIP 구역의 CCTV 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나 혜리 둘 다 정보를 누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낮에 누군가 와서 신호 차단 장비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곳에 이 장비를 설치해야 할지 알 리가 없어요. 이곳에는 방이 20여 개나 되는데, 설마 모든 방에 장비를 설치했을까요?”시후는 휴대폰을 들고 복도 근처의 몇몇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이 방들에서는 신호가 전혀 차단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을 확인하자 아무래도 공연장의 스태프들이 미리 장비를 준비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후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볼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서와 김지우는 강한 보안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가 식구들의 정보가 새어 나갈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게다가 시후는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상대의 목적이 Samson 그룹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신호 차단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형 폭탄을 반입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소형 폭탄을 이용해 일을 간단히 해결할 수
곧, 배유현의 부하들이 감정이 격앙된 김지우를 데려왔다. 김지우는 심각한 긴장감과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VIP 구역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태프들까지도 하나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기 때문에,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후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된 감정은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이 사람들은 선생님이 모셔온 사람들인가요?”시후는 배유현을 한 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배유현 씨가 데려온 사람들입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했어요.”김지우는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시후는 대답하지 않고 경계하는 태도로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밤 Samson 그룹 사람들이 여기 온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아무도 없어요.” 김지우가 대답했다. “혜리와 저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전에 누군가 Samson 그룹 사람들을 습격했습니다.”“습격이요?!” 김지우는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의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은 선생님... 여기는 전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질문했다. “Samson 그룹 사람들이 오늘 밤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걸 언제 알게 되었죠? 그리고 알게 된 이후 무슨 일을 했습니까?”김지우는 급히 말했다. “혜리가 오늘 오전 Samson 그룹의 사모님께 전화를 받고 그들이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혜리는 바로 은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확인했고, 선생님께서 동의하신 후 Samson 그룹 사람들의 방을 선생님이 계신 VIP실 옆으로 배치했죠.”시후는 또 물었다.
배유현의 지시에 따라, 그녀가 데려온 부하 직원들은 우선 모든 카펫을 제거한 뒤, 밀봉된 봉지에 넣어 소각 처리하기 위해 가져갔다. 한 팀이 카펫을 청소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은 조명 장비, 건축 자재, 청소 용품, 그리고 물 펌프를 신속하게 현장으로 가져왔다.그런 뒤, 몇몇 전기 기술자들은 조명 교체를 교체하기 시작했고, 다른 작업자들은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방수 스트립과 폼 글루를 사용해 복도 전체를 10cm 높이의 방수 수조처럼 밀폐했다. 그 후, 사람들은 고압 호스와 강력 세제를 사용해 복도에 흩뿌려진 피를 세척했다. 세척된 피는 물펌프를 통해 배수구로 바로 흘려보냈다.곧 복도의 조명은 완전히 복구되었고, 물탱크 안의 혈액 농도 역시 눈에 띄게 옅어지며 복도에서 나던 피비린내도 90% 이상 빠르게 사라졌다.동시에 또 다른 팀은 벽면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을 조용히 처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벽에 박힌 총알을 하나씩 제거한 뒤, 손상된 벽면을 속건성 퍼티로 메웠다. VIP 구역 복도의 벽지와 방 내부에 사용된 벽지는 동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은 VIP룸 한 곳의 벽지를 모두 잘라내어 손상된 디자인과 색상에 따라 각각 맞게 채워 넣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벽지 접합 부분의 틈새를 세심하게 처리해 두었다.이후 배유현의 부하직원들은 자극적인 향을 가진 소독제를 복도 전체에 다시 분사하고, 고출력 열풍 건조기를 사용해 완전히 건조시켰다. 모두가 분업하여 효율적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이때 또 다른 팀은 화물차를 몰고 도착했다. 첫 번째 팀이 카펫을 제거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상점에서 새로운 카펫을 긴급 조달해왔다. 새로운 카펫은 제거된 카펫과 동일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색상과 질감은 약 80% 정도 유사했다.화물차와 함께 온 몇몇 인부들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곳에서 치
“은 선생님.. 제가.. 제가 제이크 한 경감을 동결하라고요?!” 배유현은 시후의 말에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며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냉동센터가 있다면서요? 그를 데려가 급속 냉동하는 건 그냥 손쉬운 일이지 않나요.”배유현은 시후가 너무나 가볍게 말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은 선생님, 동면인간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단지 과학적 개념에 불과합니다. 수십 년 전에 과학자들이 이 개념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성공 사례는 전혀 없어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제이크 한을 힐끗 보며 계속 말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사람을 냉동 시킨 뒤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얼리는 게 중요하니까.” 시후가 제이크 한을 냉동센터에 보내려는 이유는, 그의 몸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냉동시켜 초저온 환경인 영하 100~200 도에서 보관하면, 그의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기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시후는 적은 양의 영기로도 그의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영기를 그의 몸과 함께 동결시킴으로써 최소 몇 년 동안 변화를 겪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를 배유현에게 하나하나 모두 설명할 수 없었기에, 시후는 단지 자신의 지시를 따를 것을 고집했다.배유현은 시후가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즉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냉동센터 책임자가 제이크 한을 데려가도록 직접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할아버지와의 통화 후, 배유현은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냉동센터 쪽에 지시하셨고, 15분 안에 제이크 한 경감을 데리러 올 겁니다.”“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절대 외부로 소문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성도민이 물었다. "그런데, 은 선생님, 안에 있던 네 명의 보디가드들은 어떤 수준이었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겁니까?"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6성 무인 한 명, 7성 무인 두 명, 그리고 8성 무인 한 명이었습니다.""8성 무인이요?!" 성도민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무인의 최고 경지는 8성으로, 이는 기경팔맥을 모두 뚫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성도민은 8성의 수준을 막 돌파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8성 무인이 이렇게 처참히 죽었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시후는 그의 놀란 표정을 보고 물었다. "8성 무인이 이렇게 처참히 죽을 줄은 몰랐던 겁니까? 심지어 그의 정수리까지 깨져 버렸죠.""네...." 성도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은 선생님, 저는 이 네 명이 왜 이렇게 처참히 죽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강한 실력이라면 일반인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어렵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들은 본래 경호원으로서 방어 의식도 강했을 텐데, 어떻게 상대가 접근해 총을 쏠 기회를 줬는지...."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성도민 씨, 당신이 아직 무술인으로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교만함 때문에 모르는 겁니다. 무술인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술인에게도 단점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이어 시후는 물었다. "만약 성도민 씨 당신은 이런 도망갈 곳 없는 복도 끝에서 갑자기 20명 이상에게 포위되어 무차별 사격을 당한다면, 몇 발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성도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상대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그들을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8성 무인이 아니니 기척과 움직임을 숨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시후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공연이 막 시작될 무렵, 외부 음향 장치에서 우주 전쟁의 폭발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질 때도 상대의 기척과 움직임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고요?!" 배유현은 시후의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그녀는 시후가 왜 자신의 외조부와의 상봉을 이토록 거부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때 배유현의 전화가 울렸다. “아가씨, 블랙 드래곤의 리더가 도착하여 이미 사람들과 함께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알겠어요.” 배유현이 응답한 뒤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블랙 드래곤 리더가 도착했다고 합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 버튼이 깜박였고, 곧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성도민이 1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빠르게 나타났다. 성도민은 시후를 보자마자 몸을 숙여 말했다. “은 선생님, 늦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대원들도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늦었습니다!”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아닙니다. 이미 아주 빨리 오셨습니다.” 성도민이 서둘러 물었다. “은 선생님,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시후는 말했다. “사지가 절단된 채 아직 살아있는 괴한이 한 명 있습니다. 그를 데려가야 하죠. 제가 그에게 물어볼 것들이 있어서.. 나머지는 모두 죽었으니, 시체를 전부 처리하고 현장의 혈흔과 총탄 자국을 깨끗이 정리해 주세요.” 성도민은 얼굴이 진지해졌고 즉시 답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곧바로 그는 대원들과 함께 복도로 들어갔다. 복도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지만, 성도민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희미한 빛 속에서도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장의 처참한 광경을 본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죽음의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사람이지만, 이토록 참혹한 장면은 난생처음 보았기 때문이다.블랙 드래곤의 다른 대원들 역시 숨길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동하는 피비린내는 모든 사람들을 신체적으로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성도민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시체 가방을 준비해. 죽은 사람들을 모두 넣어라.” “알겠습니다!” 대원들 모두가 고개
전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는 혜리는 여전사의 의상을 입고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해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시후는 공연이 정상적으로 시작된 것을 보고 조금 안도했다. 오늘 밤의 일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사건 현장을 깨끗이 정리하고 외부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일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고 특히 경찰은 물론 외부의 관심을 끄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만약 소문이 퍼져 수만 명이 한꺼번에 공연장에서 몰려나가다가 압사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현장을 기본적으로 정리하고 나면, 내일은 매니저에게 이 공연장이 업그레이드 공사를 위해 잠시 폐쇄된다고 발표하게 하고, VIP 구역의 바닥, 벽, 천장을 모두 철거하여 완전히 매립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오늘 밤 이곳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렀기 때문에, 아무리 깨끗이 세척한다고 하더라도 바닥 틈새나 벽 깊숙한 곳에 DNA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철거해야만 증거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10분 뒤, 배유현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수십 명의 보디가드와 함께 VIP 구역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고,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그곳에 서 있는 시후와 바닥에 누운 제이크 한의 시체를 발견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의 심하게 손상된 상체를 자신의 외투로 덮어 두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은 가리지 않아 배유현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놀라 외쳤다. “은 선생님... 설마... 제이크 한 경감을 죽이신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죽인 게 아닙니다. 진짜 범인은 안쪽에 있어요.”배유현은 거의 본능적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후가 그녀 앞을 막아섰다. “너무 끔찍하니,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배유현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사람들이 아래에서 대기 중인데, 도와달라고 하
시후의 냉담한 명령은 안충주의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을 안겨주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오랜 친구였고, 오늘 친구가 자기가 관련된 일 때문에 죽게 된 상황에서, 그의 죽음을 가족에게조차 알릴 수 없다는 사실은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고, 사회의 냉혹함을 겪지 않은 거대한 아기도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살아남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기에, 자신이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오늘의 일이 지나간 후, 제이크 한의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보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알겠습니다. 꼭 선생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시후가 이렇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것은 안충주가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없애고, 자신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외삼촌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을 확인한 후, 시후는 단호하게 문을 닫았다. 그런 뒤, 시후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가며 성도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성도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 선생님, 무슨 명령이십니까?” 시후가 물었다. “성도민 씨, 뉴욕에 남아있는 군인들을 모두 혜리의 공연장으로 보내 줘요. 조금 전 20명 넘는 무장 대원들이 이곳에 와서 Samson 그룹 사람들을 공격했지만, 거의 모두 내가 처리했습니다. 시체를 처리하는 데 도와줘야 해요.” 이 말을 들은 성도민은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 “은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시후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저 시체가 너무 많아서,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거지.” 그러자 성도민은 급히 말했다. “바로 대원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시후가 궁금해서 물었다. “아직 뉴욕에 있나요?” 성도민이 대답했다. “네, 은 선생님. 아직 뉴욕에 있습니다. 다행히도 뉴욕에서 몇 년 동안 거래
시후는 제이크 한의 죽음에 대해 다소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블랙 드래곤을 조사하던 중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는 직업적인 이유로 그 일을 한 것뿐이었다. 그는 경찰의 신분으로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으며 평판도 매우 좋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죽으면 등불이 꺼지듯, 일단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시후의 능력으로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냥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재난을 겪을 그의 운명이었을 뿐…하지만 그때, 시후는 문득 제이크 한의 몸에 여전히 미세한 파동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후는 즉시 더 많은 영기를 풀어 상황을 확인했고, 놀랍게도 제이크 한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2~3분이 지나지 않아 뇌가 완전히 산소 부족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이크 한의 강한 생명력 때문에 뇌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의 뇌는 아직 마지막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신체는 이미 거의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고, 시후는 그를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그때 시후는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도 다리 두 개를 절단한 후 시후가 그의 잘려 버린 팔다리를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는데, 절단된 다리가 다시 자라지 않듯이, 완전히 파괴된 다른 장기들도 자연스럽게 재생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현보감》에는 장기를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는 약이 무엇인지 기록되어 있었다. 그 약은 배원단보다 높은 등급의 약이었다. 이 약을 만들면, 이토 유키히코의 절단된 두 다리와 발이 다시 자라나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제이크 한의 몸도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이크 한의 신체는 너무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그의 뇌는 이미 몇 분 이내에 죽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지금 몇 분 안에 약을 만들어낼 시간도 없고, 더구나 약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