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지로는 비서의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 혜리라는 배우가 참 예쁘고 연기력도 대단하던데.. 이번에 우리 경쟁사의 모델이 될 줄은 몰랐군..”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말했다. "흠.. 일단 혜리가 속한 소속사에 연락을 취해서 우리 고바야시 S을 광고하기 위한 계약금이 최소 얼마나 되어야 할 지 확인해봐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럼 제가 내일 아침 일찍 소속사에 연락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난 바쁜 사람이에요.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테니, 지금 연락해봐요! 아마도 연예인 매니저라면 24시간 연락될 테니까.” 고바야시 지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고바야시 지로는 잠시 우울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뭔가 가슴이 답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요즘에 아이돌 팬덤이 얼마나 구매력이 강한 지 잘 알고 있었다. 많은 팬들은 아이돌이 광고하는 물건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아이돌이 광고하는 것이라면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팬들의 행태는 배타성이 매우 강해서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이 광고를 찍는 제품은 구매하지만 다른 제품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혜리라는 톱스타에 의해 고바야시 S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생각하자 고바야시 지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원래 고바야시 S는 이번 킥복싱 대회로 인해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하필 이렇게 중간에 이런 장애물이 생길 줄이야.. 짜증과 답답함을 느끼던 고바야시 지로는 이때 다시 위장이 쿡쿡 쑤시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만약 비서가 방해하러 오지 않았다면, 그는 조금 전 이미 고바야시 S를 복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바야시 S를 복용하려고 약 봉지를 집어 들었다.
을 복용하고 난 고바야시 지로는 약효에 대해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냐하면 그는 이 약이 분명히 고바야시 S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얼마나 더 효능이 부족할지는 바로 이 약을 복용한 후에 어떤 느낌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고바야시 지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을 복용한 뒤 분명히 배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난류는 마치 소리 없이 촉촉한 봄비처럼 빠르게 자신의 위를 감싸주었고, 매우 강력한 효과와 함께 확실하게 통증 또한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위의 불편함도 이 따뜻한 기운으로 인해 즉시 연기처럼 사라졌고, 온몸은 매우 편안해졌다.사실 그는 매번 통증이 있을 때마다 고바야시 S을 복용해왔지만 효과로 따지자면 이 훨씬 더 뛰어났다. "뭐야?! 이거?! 이라는 이 약.. 대체 어떻게 이렇게 약효가 좋을 수 있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사실 고바야시 S 2 봉지를 복용할 때도 이렇게 편안한 느낌은 없는데 말이야..! 이런 신기한 효과를 주다니..? 이 자식들 대체 어떤 조제법을 가져다 쓴 거야?!" 고바야시 지로는 의 효과를 직접 체험해본 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심지어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바야시 S는 바로 이치로 제약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는 이 비장의 카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처럼 강력한 경쟁자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무래도 최단 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고바야시 S는 이 의 강력한 약효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바야시 지로는 당황하고 초조해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했다. “아니야.. 이렇게 좋은 약효가 오래갈 리 없어.. 이렇게 약효가 강하다면 분명 얼마 안 가 약효가 사라질 거야..!”의 약효가 고바야시 지로가 생각
이때 고바야시 지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 약효는 고바야시 S과 완전히 동일한데 그렇기 때문에 이건 바로 자신들의 제품을 벤치마킹한 제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의 약효가 고바야시 S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바로 한 봉지의 순 함량은 고바야시 S와 비슷하지만, 판매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불편한 사실이었다. 고바야시 S 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다니.. 이건 고바야시 S를 묻으려는 계획 아닌가..?! 게다가 은 혜리를 모델로 앞세워 단숨에 한국 내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런칭했다. 즉, 이런 상황은 바로 고바야시 S의 목을 천천히 조르며, 한국을 넘어 중국 등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고바야시 지로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국의 내수 시장에서 에 패배하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마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이 이렇게 효과가 좋다면, 구현 제약은 결코 한국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빠른 시간 내에 중국, 일본,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도 이 약을 수출할 계획을 세울 것이고, 이 일본 시장에 상륙한다면 고바야시 S의 본거지를 모두 빼앗기게 될 것이다..!! 만약 고바야시 S가 해외 시장을 잃고 일본 국내 시장까지 잃는다면 이치로 제약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즉, 최악의 경우에는 이치로 제약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더 중요한 것은, 고바야시 지로의 모든 희망은 고바야시 S의 판매 실적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일본 전역에서는 고바야시 S의 평가가 긍정적인데, 고바야시 S의 약효와 이치로 제약의 미래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토 그룹의 회장이자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인 이토 유키히코도 이 찬사를 보내는 인물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토 유키
"회장님, 그런 자세한 사항은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매니저 측에서 자세히 물어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거든요..”"이런 빌어먹을!" 고바야시 지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구현제약과 담판을 짓든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어.. 그들의 제약과 관련된 특허를 사버리는 수 밖에..!"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 그런데.. 이 약이 효과가 있었습니까??”"너무 좋아요.. 최소한 10배 이상은 좋은 것 같은데요?”비서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 열 배요?!??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고요??!"고바야시 지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됩니다. 만약 우리가 의 제조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고 심지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 제조법을 손에 넣지 못하면 우리 이치로 제약에게는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입니다.”이 말을 듣자 비서는 "회장님, 이런 좋은 제조법을 가진다면 누구에게나 돈줄이 될 텐데.. 과연 구현제약이 우리에게 판다는 것에 동의할까요..?”라고 물었다."우리 이치로 제약의 사활이 걸려 있는데 그들이 동의하든 말든, 상대방이 승낙하도록 만들어야죠!!”고바야시 지로는, 자신이 그의 형 고바야시 이치로와 같은 광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고바야시 이치로는 한 때 시후가 최제천 선생에게 준 신약을 노렸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 고바야시 마사오의 하반신 마비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고바야시 이치로는 자신의 그룹이 글로벌 제약 회사에서 정상에 서는 것을 바랐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행동을 했고 결국 이화룡의 개 농장에서 개에게 먹이를 주는 위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고바야시 지로는 어느새 형과 같은 운명으로 향하는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비서는 빠르게 구현 제약의 정보를 입수해왔다. "회장님, 구현제약의 정보를 알
다음 날.고바야시 지로는 아침 일찍 구현 제약으로 출발했다.그 때, 시후는 장모 윤우선이 차려준 아침을 먹은 뒤 장인의 차를 빌려 잠실 체육관으로 향했다.윤우선이 시후에게 굴복한 이후로 시후는 집에서 생활하기가 훨씬 더 편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윤우선은 유나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에게 수고비로 용돈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시후의 비위를 맞추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유나에게 아이를 빨리 가지라고 계속 설득하기 시작했다. 윤우선은 김상곤과 결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요리 솜씨는 한 번도 발전한 적이 없었다. 어쨌든 남편과 딸은 어떤 식으로든 속이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휴대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레시피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은 서방을 잘 보살펴야 자신도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윤우선은 시후가 비록 배경 없는 고아이지만, 다행히도 풍수 보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돈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부유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셈이었다. 게다가 윤우선은 지금 시후 덕분에 수십 억이 넘는 청년재 별장에 살고 있으니, 최근 말할 것도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윤우선은 그저 시후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며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이렇게 바뀐 윤우선은 유나와 김상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집에서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던 윤우선이 시후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은 윤우선이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두 사람 보다 윤우선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해도 나쁠 건 없었다. 적어도 집에서는 더 이상 날뛰는 일은 없을 테니까..시후는 차를 몰고 경기장에 도착했고, 경기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결승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다크호스 진설아 선수가 과연 끝까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그녀는, 마치 가장 화려하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처럼, 보살펴 주고 관심을 가져 줘야 할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시후는 그녀를 좋아할 정도로 감정이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마음에 든다면, 자연히 그 상대가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나코의 상대는 하필이면 설아였다.시후는 설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여 한국에 그 영광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토 나나코가 너무 심하게 다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시후는 설아에게 링에 오른 뒤 이토 나나코를 너무 심하게 다치게는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시후는 이 생각을 접고 말았다. 자신이 설아의 경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이런 말을 한다면, 설아는 분명 충격을 받고 실망할 것이다. 어쨌든 자신은 그녀의 눈에 무한히 숭배되는 은 선생님이자, 코치인데 만약 시합 전에 그녀가 이겨야 할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주문한다면, 그녀는 분명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이 걱정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이토 나나코가 크게 다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그녀를 일본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토 나나코가 중상을 입게 된다면, 자신이 그냥 무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고, 그녀를 구할 생각이었다. 그는 나나코가 그녀의 스승처럼 폐인이 되도록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한편, 다른 대기실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토 나나코의 표정은 다소 긴장돼 있었다.그의 비서인 다나카 코이치는 나나코의 앞에 태블릿을 켜 놓고 나나코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다. 한 쪽 화면에 있는 것은 바로 병원에 누워 있는 야마모토 가즈키, 다른 쪽 화면에는 일본에 있는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가 있었다.가즈키는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제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나코, 지금이라도 물러나도 늦지 않아. 너는 그 진설아와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유행을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패션, 헤어, 메이크업 등에 관심이 많은데, 헤어스타일, 네일 아트, 메이크업, 패션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기가 있다. 일본 여성들은 패셔너블 하며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자신들도 유행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었다.하지만 이토 나나코는 늘 예외였다. 그녀는 유행에서 동 떨어진 젊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클래식한 문화를 선호해왔는데, 예를 들어 다도, 고전 시, 심지어 고대 건축 및 의상 등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교토라는 도시는 항상 그녀의 이상향과 들어맞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도 오늘 자신이 이번 시합에서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비록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낮지만, 중상을 입을 운명임은 확실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부상을 입게 된다면 교토로 돌아가 요양하며 재활 훈련을 할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이토 유키히코는 애정 어린 얼굴로 주저 없이 답했다. "그럼~ 내가 우리 살던 곳을 깨끗하게 청소해두라고 연락하마!”“좋아요!! 교토로 돌아가 살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능하게 되었네요~ 아참, 아빠. 혹시 우리 대학교에 저 대신 안부 전해주실 수 있는지.. 부탁.. 드려도 되는 거죠?”"그래! 그건 나한테 맡기고 아무 걱정 말고 경기에 임하도록 해~”이토 나나코는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9시 20분.주최 측에서 선수의 등장을 알려왔다.이번 결승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전국 방송국에서 생중계되며 수많은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동시에 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후는 설아와 함께 등장하지 않고 일찌감치 경기장 뒤에서 카메라를 등진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제 설아는 자신의 지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묵묵히 경기만 지켜보면 된다고 믿고 있었다.조금 뒤.. 설아와 이토 나나코가 각자의 링
두 사람은 아무도 심판도,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모두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시후는 갑자기 약간의 압박을 받았다. 이 두 아가씨가 시합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서서 계속 자신을 쳐다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나..? 왜 두 사람 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걸까..?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찰나 무대 위의 심판도 당황하며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두 분, 제 말 잘 들으셨나요?"먼저 정신을 차린 진설아는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집중을 못 했습니다.."라며 다급하게 얼굴을 붉혔다.심판은 어쩔 수 없이 이토 나나코에게 물었다. "그럼 이토 나나코 선수는요?"이토 나나코도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아.. 죄송합니다.. 저도.. 조금 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진설아를 한 번 보고 나서 진설아의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속으로 ‘이 진설아 선수가 설마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의아해했다.진설아 역시 나나코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토 나나코는 자신보다 조금 냉정한 것 같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설..마.. 이토 나나코가.. 나처럼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은 선생님처럼 훌륭한 남자라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 매력에 못 당해낼 거야.. 이토 나나코 선수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당연해.. 아마 어떤 외국인이라도 은 선생님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은 선생님은 유부남이시니.. 좋아하는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그와 평생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겠지..? 아버지는 계속 은 선생님이랑 더 가까워지고 은 선생님이 날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는데.. 아직도 은 선생님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계신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두 선수는 모두 또 다시 상념에 빠져들었다.심판은 조금 전 이미 두 사람의 주의를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