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지로는 비서의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 혜리라는 배우가 참 예쁘고 연기력도 대단하던데.. 이번에 우리 경쟁사의 모델이 될 줄은 몰랐군..”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말했다. "흠.. 일단 혜리가 속한 소속사에 연락을 취해서 우리 고바야시 S을 광고하기 위한 계약금이 최소 얼마나 되어야 할 지 확인해봐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럼 제가 내일 아침 일찍 소속사에 연락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난 바쁜 사람이에요.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테니, 지금 연락해봐요! 아마도 연예인 매니저라면 24시간 연락될 테니까.” 고바야시 지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고바야시 지로는 잠시 우울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뭔가 가슴이 답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요즘에 아이돌 팬덤이 얼마나 구매력이 강한 지 잘 알고 있었다. 많은 팬들은 아이돌이 광고하는 물건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아이돌이 광고하는 것이라면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팬들의 행태는 배타성이 매우 강해서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이 광고를 찍는 제품은 구매하지만 다른 제품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혜리라는 톱스타에 의해 고바야시 S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생각하자 고바야시 지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원래 고바야시 S는 이번 킥복싱 대회로 인해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하필 이렇게 중간에 이런 장애물이 생길 줄이야.. 짜증과 답답함을 느끼던 고바야시 지로는 이때 다시 위장이 쿡쿡 쑤시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만약 비서가 방해하러 오지 않았다면, 그는 조금 전 이미 고바야시 S를 복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바야시 S를 복용하려고 약 봉지를 집어 들었다.
을 복용하고 난 고바야시 지로는 약효에 대해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냐하면 그는 이 약이 분명히 고바야시 S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얼마나 더 효능이 부족할지는 바로 이 약을 복용한 후에 어떤 느낌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고바야시 지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을 복용한 뒤 분명히 배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난류는 마치 소리 없이 촉촉한 봄비처럼 빠르게 자신의 위를 감싸주었고, 매우 강력한 효과와 함께 확실하게 통증 또한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위의 불편함도 이 따뜻한 기운으로 인해 즉시 연기처럼 사라졌고, 온몸은 매우 편안해졌다.사실 그는 매번 통증이 있을 때마다 고바야시 S을 복용해왔지만 효과로 따지자면 이 훨씬 더 뛰어났다. "뭐야?! 이거?! 이라는 이 약.. 대체 어떻게 이렇게 약효가 좋을 수 있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사실 고바야시 S 2 봉지를 복용할 때도 이렇게 편안한 느낌은 없는데 말이야..! 이런 신기한 효과를 주다니..? 이 자식들 대체 어떤 조제법을 가져다 쓴 거야?!" 고바야시 지로는 의 효과를 직접 체험해본 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심지어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바야시 S는 바로 이치로 제약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는 이 비장의 카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처럼 강력한 경쟁자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무래도 최단 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고바야시 S는 이 의 강력한 약효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바야시 지로는 당황하고 초조해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했다. “아니야.. 이렇게 좋은 약효가 오래갈 리 없어.. 이렇게 약효가 강하다면 분명 얼마 안 가 약효가 사라질 거야..!”의 약효가 고바야시 지로가 생각
이때 고바야시 지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 약효는 고바야시 S과 완전히 동일한데 그렇기 때문에 이건 바로 자신들의 제품을 벤치마킹한 제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의 약효가 고바야시 S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바로 한 봉지의 순 함량은 고바야시 S와 비슷하지만, 판매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불편한 사실이었다. 고바야시 S 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다니.. 이건 고바야시 S를 묻으려는 계획 아닌가..?! 게다가 은 혜리를 모델로 앞세워 단숨에 한국 내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런칭했다. 즉, 이런 상황은 바로 고바야시 S의 목을 천천히 조르며, 한국을 넘어 중국 등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고바야시 지로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국의 내수 시장에서 에 패배하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마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이 이렇게 효과가 좋다면, 구현 제약은 결코 한국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빠른 시간 내에 중국, 일본,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도 이 약을 수출할 계획을 세울 것이고, 이 일본 시장에 상륙한다면 고바야시 S의 본거지를 모두 빼앗기게 될 것이다..!! 만약 고바야시 S가 해외 시장을 잃고 일본 국내 시장까지 잃는다면 이치로 제약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즉, 최악의 경우에는 이치로 제약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더 중요한 것은, 고바야시 지로의 모든 희망은 고바야시 S의 판매 실적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일본 전역에서는 고바야시 S의 평가가 긍정적인데, 고바야시 S의 약효와 이치로 제약의 미래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토 그룹의 회장이자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인 이토 유키히코도 이 찬사를 보내는 인물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토 유키
"회장님, 그런 자세한 사항은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매니저 측에서 자세히 물어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거든요..”"이런 빌어먹을!" 고바야시 지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구현제약과 담판을 짓든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어.. 그들의 제약과 관련된 특허를 사버리는 수 밖에..!"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 그런데.. 이 약이 효과가 있었습니까??”"너무 좋아요.. 최소한 10배 이상은 좋은 것 같은데요?”비서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 열 배요?!??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고요??!"고바야시 지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됩니다. 만약 우리가 의 제조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고 심지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 제조법을 손에 넣지 못하면 우리 이치로 제약에게는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입니다.”이 말을 듣자 비서는 "회장님, 이런 좋은 제조법을 가진다면 누구에게나 돈줄이 될 텐데.. 과연 구현제약이 우리에게 판다는 것에 동의할까요..?”라고 물었다."우리 이치로 제약의 사활이 걸려 있는데 그들이 동의하든 말든, 상대방이 승낙하도록 만들어야죠!!”고바야시 지로는, 자신이 그의 형 고바야시 이치로와 같은 광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고바야시 이치로는 한 때 시후가 최제천 선생에게 준 신약을 노렸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 고바야시 마사오의 하반신 마비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고바야시 이치로는 자신의 그룹이 글로벌 제약 회사에서 정상에 서는 것을 바랐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행동을 했고 결국 이화룡의 개 농장에서 개에게 먹이를 주는 위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고바야시 지로는 어느새 형과 같은 운명으로 향하는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비서는 빠르게 구현 제약의 정보를 입수해왔다. "회장님, 구현제약의 정보를 알
다음 날.고바야시 지로는 아침 일찍 구현 제약으로 출발했다.그 때, 시후는 장모 윤우선이 차려준 아침을 먹은 뒤 장인의 차를 빌려 잠실 체육관으로 향했다.윤우선이 시후에게 굴복한 이후로 시후는 집에서 생활하기가 훨씬 더 편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윤우선은 유나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에게 수고비로 용돈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시후의 비위를 맞추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유나에게 아이를 빨리 가지라고 계속 설득하기 시작했다. 윤우선은 김상곤과 결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요리 솜씨는 한 번도 발전한 적이 없었다. 어쨌든 남편과 딸은 어떤 식으로든 속이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휴대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레시피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은 서방을 잘 보살펴야 자신도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윤우선은 시후가 비록 배경 없는 고아이지만, 다행히도 풍수 보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돈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부유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셈이었다. 게다가 윤우선은 지금 시후 덕분에 수십 억이 넘는 청년재 별장에 살고 있으니, 최근 말할 것도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윤우선은 그저 시후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며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이렇게 바뀐 윤우선은 유나와 김상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집에서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던 윤우선이 시후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은 윤우선이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두 사람 보다 윤우선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해도 나쁠 건 없었다. 적어도 집에서는 더 이상 날뛰는 일은 없을 테니까..시후는 차를 몰고 경기장에 도착했고, 경기장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결승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다크호스 진설아 선수가 과연 끝까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그녀는, 마치 가장 화려하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처럼, 보살펴 주고 관심을 가져 줘야 할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시후는 그녀를 좋아할 정도로 감정이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마음에 든다면, 자연히 그 상대가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나코의 상대는 하필이면 설아였다.시후는 설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여 한국에 그 영광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토 나나코가 너무 심하게 다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시후는 설아에게 링에 오른 뒤 이토 나나코를 너무 심하게 다치게는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시후는 이 생각을 접고 말았다. 자신이 설아의 경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이런 말을 한다면, 설아는 분명 충격을 받고 실망할 것이다. 어쨌든 자신은 그녀의 눈에 무한히 숭배되는 은 선생님이자, 코치인데 만약 시합 전에 그녀가 이겨야 할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주문한다면, 그녀는 분명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이 걱정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이토 나나코가 크게 다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그녀를 일본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토 나나코가 중상을 입게 된다면, 자신이 그냥 무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고, 그녀를 구할 생각이었다. 그는 나나코가 그녀의 스승처럼 폐인이 되도록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한편, 다른 대기실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토 나나코의 표정은 다소 긴장돼 있었다.그의 비서인 다나카 코이치는 나나코의 앞에 태블릿을 켜 놓고 나나코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다. 한 쪽 화면에 있는 것은 바로 병원에 누워 있는 야마모토 가즈키, 다른 쪽 화면에는 일본에 있는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가 있었다.가즈키는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제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나코, 지금이라도 물러나도 늦지 않아. 너는 그 진설아와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유행을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패션, 헤어, 메이크업 등에 관심이 많은데, 헤어스타일, 네일 아트, 메이크업, 패션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기가 있다. 일본 여성들은 패셔너블 하며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자신들도 유행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었다.하지만 이토 나나코는 늘 예외였다. 그녀는 유행에서 동 떨어진 젊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클래식한 문화를 선호해왔는데, 예를 들어 다도, 고전 시, 심지어 고대 건축 및 의상 등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교토라는 도시는 항상 그녀의 이상향과 들어맞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도 오늘 자신이 이번 시합에서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비록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낮지만, 중상을 입을 운명임은 확실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부상을 입게 된다면 교토로 돌아가 요양하며 재활 훈련을 할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이토 유키히코는 애정 어린 얼굴로 주저 없이 답했다. "그럼~ 내가 우리 살던 곳을 깨끗하게 청소해두라고 연락하마!”“좋아요!! 교토로 돌아가 살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능하게 되었네요~ 아참, 아빠. 혹시 우리 대학교에 저 대신 안부 전해주실 수 있는지.. 부탁.. 드려도 되는 거죠?”"그래! 그건 나한테 맡기고 아무 걱정 말고 경기에 임하도록 해~”이토 나나코는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9시 20분.주최 측에서 선수의 등장을 알려왔다.이번 결승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전국 방송국에서 생중계되며 수많은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동시에 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후는 설아와 함께 등장하지 않고 일찌감치 경기장 뒤에서 카메라를 등진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제 설아는 자신의 지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묵묵히 경기만 지켜보면 된다고 믿고 있었다.조금 뒤.. 설아와 이토 나나코가 각자의 링
두 사람은 아무도 심판도,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모두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시후는 갑자기 약간의 압박을 받았다. 이 두 아가씨가 시합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서서 계속 자신을 쳐다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나..? 왜 두 사람 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 걸까..?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찰나 무대 위의 심판도 당황하며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두 분, 제 말 잘 들으셨나요?"먼저 정신을 차린 진설아는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집중을 못 했습니다.."라며 다급하게 얼굴을 붉혔다.심판은 어쩔 수 없이 이토 나나코에게 물었다. "그럼 이토 나나코 선수는요?"이토 나나코도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아.. 죄송합니다.. 저도.. 조금 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진설아를 한 번 보고 나서 진설아의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속으로 ‘이 진설아 선수가 설마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의아해했다.진설아 역시 나나코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토 나나코는 자신보다 조금 냉정한 것 같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설..마.. 이토 나나코가.. 나처럼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은 선생님처럼 훌륭한 남자라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 매력에 못 당해낼 거야.. 이토 나나코 선수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당연해.. 아마 어떤 외국인이라도 은 선생님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은 선생님은 유부남이시니.. 좋아하는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그와 평생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겠지..? 아버지는 계속 은 선생님이랑 더 가까워지고 은 선생님이 날 좋아하게 만들라고 했는데.. 아직도 은 선생님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계신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두 선수는 모두 또 다시 상념에 빠져들었다.심판은 조금 전 이미 두 사람의 주의를
김지우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의심하시더라도, 그 배신자가 우리 쪽일 가능성은 낮아요. 우리 직원들이 Samson 그룹 사람들의 동향을 알게 된 것은 Samson 그룹 사람들이 도착한 이후일 텐데, 그건 고작 몇 십 분 전이잖아요.”시후는 신호가 차단된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 “오늘 낮에 해당 층으로 직원들이 온 적이 있나요? 그들이 신호 차단 장비를 들고 들어왔을 가능성은 없을까요?”김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낮에는 저희가 공연 현장과 백스테이지에 신경 쓰느라 VIP 구역을 특별히 주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VIP 구역의 CCTV 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나 혜리 둘 다 정보를 누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낮에 누군가 와서 신호 차단 장비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곳에 이 장비를 설치해야 할지 알 리가 없어요. 이곳에는 방이 20여 개나 되는데, 설마 모든 방에 장비를 설치했을까요?”시후는 휴대폰을 들고 복도 근처의 몇몇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이 방들에서는 신호가 전혀 차단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을 확인하자 아무래도 공연장의 스태프들이 미리 장비를 준비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후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볼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서와 김지우는 강한 보안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가 식구들의 정보가 새어 나갈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게다가 시후는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상대의 목적이 Samson 그룹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신호 차단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형 폭탄을 반입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소형 폭탄을 이용해 일을 간단히 해결할 수
곧, 배유현의 부하들이 감정이 격앙된 김지우를 데려왔다. 김지우는 심각한 긴장감과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VIP 구역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태프들까지도 하나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기 때문에,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후를 보자마자 그녀의 긴장된 감정은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이 사람들은 선생님이 모셔온 사람들인가요?”시후는 배유현을 한 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배유현 씨가 데려온 사람들입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했어요.”김지우는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시후는 대답하지 않고 경계하는 태도로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밤 Samson 그룹 사람들이 여기 온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아무도 없어요.” 김지우가 대답했다. “혜리와 저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전에 누군가 Samson 그룹 사람들을 습격했습니다.”“습격이요?!” 김지우는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의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은 선생님... 여기는 전혀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질문했다. “Samson 그룹 사람들이 오늘 밤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걸 언제 알게 되었죠? 그리고 알게 된 이후 무슨 일을 했습니까?”김지우는 급히 말했다. “혜리가 오늘 오전 Samson 그룹의 사모님께 전화를 받고 그들이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혜리는 바로 은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확인했고, 선생님께서 동의하신 후 Samson 그룹 사람들의 방을 선생님이 계신 VIP실 옆으로 배치했죠.”시후는 또 물었다.
배유현의 지시에 따라, 그녀가 데려온 부하 직원들은 우선 모든 카펫을 제거한 뒤, 밀봉된 봉지에 넣어 소각 처리하기 위해 가져갔다. 한 팀이 카펫을 청소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은 조명 장비, 건축 자재, 청소 용품, 그리고 물 펌프를 신속하게 현장으로 가져왔다.그런 뒤, 몇몇 전기 기술자들은 조명 교체를 교체하기 시작했고, 다른 작업자들은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방수 스트립과 폼 글루를 사용해 복도 전체를 10cm 높이의 방수 수조처럼 밀폐했다. 그 후, 사람들은 고압 호스와 강력 세제를 사용해 복도에 흩뿌려진 피를 세척했다. 세척된 피는 물펌프를 통해 배수구로 바로 흘려보냈다.곧 복도의 조명은 완전히 복구되었고, 물탱크 안의 혈액 농도 역시 눈에 띄게 옅어지며 복도에서 나던 피비린내도 90% 이상 빠르게 사라졌다.동시에 또 다른 팀은 벽면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을 조용히 처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벽에 박힌 총알을 하나씩 제거한 뒤, 손상된 벽면을 속건성 퍼티로 메웠다. VIP 구역 복도의 벽지와 방 내부에 사용된 벽지는 동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은 VIP룸 한 곳의 벽지를 모두 잘라내어 손상된 디자인과 색상에 따라 각각 맞게 채워 넣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벽지 접합 부분의 틈새를 세심하게 처리해 두었다.이후 배유현의 부하직원들은 자극적인 향을 가진 소독제를 복도 전체에 다시 분사하고, 고출력 열풍 건조기를 사용해 완전히 건조시켰다. 모두가 분업하여 효율적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이때 또 다른 팀은 화물차를 몰고 도착했다. 첫 번째 팀이 카펫을 제거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상점에서 새로운 카펫을 긴급 조달해왔다. 새로운 카펫은 제거된 카펫과 동일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색상과 질감은 약 80% 정도 유사했다.화물차와 함께 온 몇몇 인부들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곳에서 치
“은 선생님.. 제가.. 제가 제이크 한 경감을 동결하라고요?!” 배유현은 시후의 말에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며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냉동센터가 있다면서요? 그를 데려가 급속 냉동하는 건 그냥 손쉬운 일이지 않나요.”배유현은 시후가 너무나 가볍게 말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은 선생님, 동면인간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단지 과학적 개념에 불과합니다. 수십 년 전에 과학자들이 이 개념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성공 사례는 전혀 없어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제이크 한을 힐끗 보며 계속 말했다. “은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사람을 냉동 시킨 뒤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얼리는 게 중요하니까.” 시후가 제이크 한을 냉동센터에 보내려는 이유는, 그의 몸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냉동시켜 초저온 환경인 영하 100~200 도에서 보관하면, 그의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기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시후는 적은 양의 영기로도 그의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영기를 그의 몸과 함께 동결시킴으로써 최소 몇 년 동안 변화를 겪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를 배유현에게 하나하나 모두 설명할 수 없었기에, 시후는 단지 자신의 지시를 따를 것을 고집했다.배유현은 시후가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즉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냉동센터 책임자가 제이크 한을 데려가도록 직접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할아버지와의 통화 후, 배유현은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냉동센터 쪽에 지시하셨고, 15분 안에 제이크 한 경감을 데리러 올 겁니다.”“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절대 외부로 소문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성도민이 물었다. "그런데, 은 선생님, 안에 있던 네 명의 보디가드들은 어떤 수준이었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겁니까?"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6성 무인 한 명, 7성 무인 두 명, 그리고 8성 무인 한 명이었습니다.""8성 무인이요?!" 성도민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무인의 최고 경지는 8성으로, 이는 기경팔맥을 모두 뚫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성도민은 8성의 수준을 막 돌파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8성 무인이 이렇게 처참히 죽었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시후는 그의 놀란 표정을 보고 물었다. "8성 무인이 이렇게 처참히 죽을 줄은 몰랐던 겁니까? 심지어 그의 정수리까지 깨져 버렸죠.""네...." 성도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은 선생님, 저는 이 네 명이 왜 이렇게 처참히 죽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강한 실력이라면 일반인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어렵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들은 본래 경호원으로서 방어 의식도 강했을 텐데, 어떻게 상대가 접근해 총을 쏠 기회를 줬는지...."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성도민 씨, 당신이 아직 무술인으로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교만함 때문에 모르는 겁니다. 무술인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술인에게도 단점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이어 시후는 물었다. "만약 성도민 씨 당신은 이런 도망갈 곳 없는 복도 끝에서 갑자기 20명 이상에게 포위되어 무차별 사격을 당한다면, 몇 발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성도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상대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그들을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8성 무인이 아니니 기척과 움직임을 숨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시후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공연이 막 시작될 무렵, 외부 음향 장치에서 우주 전쟁의 폭발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질 때도 상대의 기척과 움직임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고요?!" 배유현은 시후의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그녀는 시후가 왜 자신의 외조부와의 상봉을 이토록 거부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때 배유현의 전화가 울렸다. “아가씨, 블랙 드래곤의 리더가 도착하여 이미 사람들과 함께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알겠어요.” 배유현이 응답한 뒤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블랙 드래곤 리더가 도착했다고 합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 버튼이 깜박였고, 곧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성도민이 1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빠르게 나타났다. 성도민은 시후를 보자마자 몸을 숙여 말했다. “은 선생님, 늦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대원들도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늦었습니다!”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아닙니다. 이미 아주 빨리 오셨습니다.” 성도민이 서둘러 물었다. “은 선생님,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시후는 말했다. “사지가 절단된 채 아직 살아있는 괴한이 한 명 있습니다. 그를 데려가야 하죠. 제가 그에게 물어볼 것들이 있어서.. 나머지는 모두 죽었으니, 시체를 전부 처리하고 현장의 혈흔과 총탄 자국을 깨끗이 정리해 주세요.” 성도민은 얼굴이 진지해졌고 즉시 답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곧바로 그는 대원들과 함께 복도로 들어갔다. 복도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지만, 성도민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희미한 빛 속에서도 모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장의 처참한 광경을 본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죽음의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사람이지만, 이토록 참혹한 장면은 난생처음 보았기 때문이다.블랙 드래곤의 다른 대원들 역시 숨길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동하는 피비린내는 모든 사람들을 신체적으로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성도민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시체 가방을 준비해. 죽은 사람들을 모두 넣어라.” “알겠습니다!” 대원들 모두가 고개
전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는 혜리는 여전사의 의상을 입고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해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시후는 공연이 정상적으로 시작된 것을 보고 조금 안도했다. 오늘 밤의 일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사건 현장을 깨끗이 정리하고 외부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일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고 특히 경찰은 물론 외부의 관심을 끄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만약 소문이 퍼져 수만 명이 한꺼번에 공연장에서 몰려나가다가 압사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현장을 기본적으로 정리하고 나면, 내일은 매니저에게 이 공연장이 업그레이드 공사를 위해 잠시 폐쇄된다고 발표하게 하고, VIP 구역의 바닥, 벽, 천장을 모두 철거하여 완전히 매립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오늘 밤 이곳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렀기 때문에, 아무리 깨끗이 세척한다고 하더라도 바닥 틈새나 벽 깊숙한 곳에 DNA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철거해야만 증거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10분 뒤, 배유현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수십 명의 보디가드와 함께 VIP 구역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고,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그곳에 서 있는 시후와 바닥에 누운 제이크 한의 시체를 발견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의 심하게 손상된 상체를 자신의 외투로 덮어 두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은 가리지 않아 배유현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놀라 외쳤다. “은 선생님... 설마... 제이크 한 경감을 죽이신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죽인 게 아닙니다. 진짜 범인은 안쪽에 있어요.”배유현은 거의 본능적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후가 그녀 앞을 막아섰다. “너무 끔찍하니,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배유현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사람들이 아래에서 대기 중인데, 도와달라고 하
시후의 냉담한 명령은 안충주의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을 안겨주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오랜 친구였고, 오늘 친구가 자기가 관련된 일 때문에 죽게 된 상황에서, 그의 죽음을 가족에게조차 알릴 수 없다는 사실은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고, 사회의 냉혹함을 겪지 않은 거대한 아기도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살아남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기에, 자신이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오늘의 일이 지나간 후, 제이크 한의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보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알겠습니다. 꼭 선생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시후가 이렇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것은 안충주가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없애고, 자신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외삼촌이 현실을 받아들인 것을 확인한 후, 시후는 단호하게 문을 닫았다. 그런 뒤, 시후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가며 성도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성도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 선생님, 무슨 명령이십니까?” 시후가 물었다. “성도민 씨, 뉴욕에 남아있는 군인들을 모두 혜리의 공연장으로 보내 줘요. 조금 전 20명 넘는 무장 대원들이 이곳에 와서 Samson 그룹 사람들을 공격했지만, 거의 모두 내가 처리했습니다. 시체를 처리하는 데 도와줘야 해요.” 이 말을 들은 성도민은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 “은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시후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저 시체가 너무 많아서,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거지.” 그러자 성도민은 급히 말했다. “바로 대원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시후가 궁금해서 물었다. “아직 뉴욕에 있나요?” 성도민이 대답했다. “네, 은 선생님. 아직 뉴욕에 있습니다. 다행히도 뉴욕에서 몇 년 동안 거래
시후는 제이크 한의 죽음에 대해 다소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블랙 드래곤을 조사하던 중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는 직업적인 이유로 그 일을 한 것뿐이었다. 그는 경찰의 신분으로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으며 평판도 매우 좋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죽으면 등불이 꺼지듯, 일단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시후의 능력으로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냥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재난을 겪을 그의 운명이었을 뿐…하지만 그때, 시후는 문득 제이크 한의 몸에 여전히 미세한 파동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후는 즉시 더 많은 영기를 풀어 상황을 확인했고, 놀랍게도 제이크 한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2~3분이 지나지 않아 뇌가 완전히 산소 부족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이크 한의 강한 생명력 때문에 뇌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의 뇌는 아직 마지막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신체는 이미 거의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고, 시후는 그를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그때 시후는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도 다리 두 개를 절단한 후 시후가 그의 잘려 버린 팔다리를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는데, 절단된 다리가 다시 자라지 않듯이, 완전히 파괴된 다른 장기들도 자연스럽게 재생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현보감》에는 장기를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는 약이 무엇인지 기록되어 있었다. 그 약은 배원단보다 높은 등급의 약이었다. 이 약을 만들면, 이토 유키히코의 절단된 두 다리와 발이 다시 자라나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제이크 한의 몸도 재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이크 한의 신체는 너무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그의 뇌는 이미 몇 분 이내에 죽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지금 몇 분 안에 약을 만들어낼 시간도 없고, 더구나 약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