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도 알고 있었다. 장인 어른은 윤우선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노부부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모두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생활하면서 나날이 누적되어 온 것이다. 특히 한미정의 귀국 후 윤우선보다 한미정이 수 만 배 더 낫다는 것을 본 장인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그는 윤우선과 당장이라도 이혼을 하고 싶었지만, 윤우선은 죽어도 이 기회를 주지 않으니 그는 지금 윤우선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시후의 관점에서 고작 화장품 한 세트를 가짜로 만들어 윤우선을 속이는 건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윤우선에게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만약 아내에게 가짜 화장품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줬다는 걸 들키면 아마 아내도 분명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곤에게 말했다. "장인 어른, 이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아주머니께 드리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은 서방 저녁은 안 들어 갈 거야. 내가 마침 노인대학 사람들과 회식이 있어서~”“네 그럼 저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시후는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막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을 때, 아내 유나의 차가 이미 집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유나도 이미 퇴근한 것 같다. 시후는 차를 세우고 화장품 두 세트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윤우선은 거실 소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유나는 방금 채소밭에서 따온 딸기를 씻어서 주방에서 자르고 있었다.시후를 보고 유나는 물었다. "시후 씨, 뭐하고 왔어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던데?”시후는 들고 있던 선물상자 두 개를 흔들며 말했다. "장모님이 말씀하신 화장품 때문에 풍수를 좀 봐주고 오는 길이죠~” 사실 시후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너무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당분간은 그녀에게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래서 두 화장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이제는 가족 앞
유나는 시후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살짝 원망스러운 듯 말했다. “시후 씨, 엄마가 그냥 한 소리에 이렇게 비싼 화장품을 가져오면 어떡해요…! 그것도 300만 원이라니..? 우리 형편에 이런 걸 쓰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하하하하.. 나만의 특별한 루트가 있는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걱정 말아요.“유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걱정이라구요~! 만약 엄마가 알게 되면 항상 당신에게 이렇게 비싼 화장품을 사달라고 할 텐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유나 씨, 장모님께서 지금 많이 자제하고 계신 거 못 봤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내자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앞으로에 대한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윤우선은 이미 사진을 찍어 자신의 카톡 프사와 스토리에 업로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윤우선은 글을 쓰면서 중얼중얼 글을 따라 읽었다.시후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말했다. ”장모님, 이 두 세트 모두 어머님이 쓰시는 건 아닙니다. 하나는 어머님, 나머지 하나는 유나 씨 거예요.“"아? 유나 피부 좀 봐~ 얼마나 좋아~~~ 젊음이 아름다움이라니까?? 우리 유나는 피부 하나는 끝내주게 타고 나서 지금 주름 하나 찾을 수 없는 얼굴인데, 이런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필요 없어~~ 그냥 보습 제품 하나만 쓰면 돼~”그러자 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실 수는 없어요. 원래 계획은 어머님과 유나 씨 각각 한 사람씩 사용하는 거예요. 그러니 장모님께서 무슨 말을 하셔도 혼자 쓰실 수는 없을 거예요.“윤우선은 속으로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지금의 그녀는 감히 시후에게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소 란을 피우기는커녕 말대꾸도 감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은 서방 말대로 할게
유나는 어머니의 말을 본능적으로 믿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가 자신에게 진심인데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자 유나는 윤우선에게 말했다. "엄마,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시후 씨가 바람을 피울 리가 없어요!"“무슨 소리야?? 뭐가 말도 안 되는데?!" 윤우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따져 물었다. "그럼 은 서방이 왜 화장품을 세 세트 샀는지 말해 봐~ 남은 한 세트는 대체 어디 갔냐 이 말이야!“"친구에게 사줬거나, 친구 대신 사줬을 수도 있죠~“"친구???" 윤우선은 철이 안 든 딸이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휴.. 너 같은 멍청이만 그렇게 믿겠지! 이런 건 분명히 여자한테 사주는 건데, 고아라 어머니도 없고, 이 지방에는 친척도 별로 없는데 다른 여우 같은 년 말고 누구한테 사주겠어?"이 말을 들은 유나의 표정이 살짝 어색해졌다. 그녀 역시도 윤우선의 말이 결코 일리가 없지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확실히 친척도 없고 여자 친구도 없는데, 나머지 화장품 세트는 대체 누구에게 사준 걸까..? 설마.. 그 이룸 그룹의 송민정 대표인가..? 그녀는 확실히 자기 남편을 좀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나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송민정 대표는 이룸 그룹의 딸이며, 위치와 지위가 매우 높은데 한국 내에서 그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위의 여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인데, 상식적으로 송민정 대표와 같은 여자가 자기 남편과 특별한 관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엄마가 가지고 있는 영수증에는 총 세 세트를 구매한 것이 분명히 적혀 있는데.. 나머지 화장품은 도대체 누구에게 선물한 것일까..?유나가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옆에 있던 윤우선은 급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딸, 엄마한테 말해봐, 너 지금 은 서방이랑 어디까지 진도 나갔어?“유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진도라뇨? 무슨 말이에요~!!”“무슨 진도기는?! 남녀 간에 그런
사실 유나 역시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성격이 워낙 겁이 많고 수줍음이 많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말을 들으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윤우선은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고.. 예전에는 은 서방을 무시하고 늘 쓸데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좀 재주가 있었어~ 지금 얼마나 많은 거물들이 주변을 멤도냐고~ 이게 바로 능력이야! 이 수십 억대 별장을 좀 봐~ 나는 여기 살면 정말 마음이 상쾌하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앞으로 그가 능력이 조금만 더 좋아지면 몰디브의 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그건……." 유나는 어색하게 말했다. "엄마, 하루 종일 헛된 꿈만 꾸지 마세요..!"그러자 윤우선은 정색을 했다. "꿈이란 건 있어야 해야지~! 언제 어디서 갑자기 실현될지 모르잖아!“ 이렇게 말하고 윤우선은 또 다시 급히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너, 최대한 빨리 은 서방이랑 확실히 잠자리를 가지도록 해. 또 기회를 봐서 그 나머지 세트는 대체 누구에게 준 거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야! 알겠어?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약 은 서방이 정말 바람을 피울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을 없애 버리고, 혹시라도 이미 바람을 피웠다면, 마음을 다시 되돌릴 생각을 해야 해!“유나는 비록 긴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시후 씨가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아이구, 정말! 이 엄마 말 들어! 조심하는 건 언제나 좋은 거야!!"유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이구, 말 안 할래요. 그럼 저 먼저 내려갈게요!“윤우선은 황급히 유나를 붙잡고, 영수증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증거 잘 잡아라~ 기회를 봐서 반드시 물어봐!!“유나는 영수증을 움켜쥐고 돌아서서 뛰어나갔다. 시후는 1층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킥복싱 경기에 대한 보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설아는 당연
시후가 TV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나가 시후에게 다가왔다. 시후가 TV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유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시후 씨,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반드시 사실대로 대답해야 해요. 날 속이지 말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뭔데요? 물어봐요~”유나는 손에 든 쇼핑 영수증을 시후에게 내밀며 물었다. "왜, 여기 영수증에 화장품이 세 세트라고 써 있는 거예요? 내가 시후 씨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상황을 좀 설명해줬으면 좋겠어요.“시후는 쇼핑 영수증을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것이 안세진 부장이 제품을 산 후 바로 상자에 넣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윤우선이 오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유나 씨, 그 화장품 세트는 사실 장인 어른이 구해 달라고 한 거예요.”"우리 아빠요?" 유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물었다. "아빠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왜 이런 최고급 화장품 세트를 원하는 거죠??“시후는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하아.. 원래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어쨌든 내 아내니까, 당신을 속일 수는 없겠네요. 하지만 내가 유나 씨에게 사실을 말해주면 절대 장인 어른을 만나서 따지지 않기로 약속해요.“유나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빠한테 따지지 말라고 했는데.. 시후 씨가 나를 속인다면 어떡하죠? 만약 당신이 우리 아빠를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남편인 내가 그런 사람 같아요? 나는 늘 대담하게 행동하는데, 어떻게 아버지께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겠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약속할게요. 말해 줘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오전에 장모님께서 화장품을 갖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내가 아버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아버님께서 한미정 아주머니한테 선물하고 싶다고 한 세트 더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야마모토 가즈키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토 나나코는 스승인 야마모토 가즈키를 만나러 갔다가 오늘 경기에서 진설아에게 패한 호주의 빅토리아도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다나카는 특별히 수소문해서 나나코에게 충격적인 정보를 알려주었다. 빅토리아가 경기 중 진설아에게 팔을 걷어차여 깁스를 했고, 3위 결정전을 기권하고 이토 나나코에게 진 미셸에게 3위 타이틀을 내줬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빅토리아는 이번 대회에서만 물러난 게 아니라, 완전히 은퇴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킥복싱 선수에게 양팔은 굉장히 중요하고, 두 팔이 부러지게 되면 재활 치료를 하더라도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로 운동선수에게 있어 평생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빅토리아는 이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가능성이 컸다.이토 나나코는 이 소식을 접하고 아연실색했다. 그녀는 빅토리아가 경기 중 양팔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빅토리아는 에이스급 킥복싱 선수인데 진설아에게 두 팔을 걷어차였다고 하니, 진설아의 신체 강도와 힘이 정상인과 비교할 수 없다는 증거였다. 이토 나나코는 빅토리아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기교와 경험이 강하더라도 체격은 빅토리아보다 조금 떨어졌다. 그런데 빅토리아도 진설아에게 일격을 당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진설아를 상대하는 것 역시도 위험한 일일 것이다.야마모토 가즈키는 이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나나코, 내 생각에 모레 시합은 기권하는 게 좋을 것 같다..""사부님, 그 게 무슨 말씀이세요? 왜 이럴 때 기권하라고 하시는 거죠? 진정한 강자는 결코 싸우지 않고 항복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셨어요?“"그건 일반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제 너도 봤잖아, 이 진설아의 실력이 매우 강해서, 만약 네가 그녀와 싸우게 된다면, 아주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렇게 되면, 네가 진 것은 한 시합이 아니라, 너의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어!”이토 나나코는 나지막하게 읊조
김상곤은 저녁에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협회의 몇몇 간부들과 노인대학의 몇몇 핵심 간부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상곤이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상곤이 전화를 걸었을 때, 시후는 아내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장모 윤우선은 안티에이징 팩을 붙이고 2인용 소파에 벌렁 드러누운 채 유유히 유튜브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러 온 그 일본 아가씨는 정말 예쁘게 생겼네..“시후는 윤우선이 말한 것이 이토 나나코라는 것을 알고 말을 할 겨를도 없이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그는 장인어른이 전화를 걸어오자 "여보세요, 장인어른~”이라며 전화를 받았다.김상곤은 술에 취한 말투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끄윽.. 아~~이고.. 우리 은 서바아아앙!! 혹시 나.. 장인 어르은.. 좀.. 데리러 오겠나~~?“시후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네, 아버님 곧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시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장모님, 유나 씨, 장인 어른 좀 모시고 오겠습니다. 협회 사람들과 술을 좀 마셨다고 하셔서요.“유나는 이때 일어나 "시후 씨, 내가 같이 아버지를 모시러 가요.”라고 말했다.시후는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유나 씨 차를 들고 가면 되겠네요~“윤우선은 김상곤이 밖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자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늙은 망나니 같은 인간이?!! 날이 갈 수록 건방지고 있어?!! 은 서방 그 인간 데리러 가지 말고, 혼자 기어 들어오라고 해! 들어오면 내가 대문을 잠그고,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다음 정원에서 하룻밤 자라고 할 테니까!!“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장모님, 장인 어른과 그렇게 말다툼을 하시면 서로 기분이 언짢지 않으시겠어요? 사실 모두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아무리 별거 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이좋게 지내시는 게 좋잖아요~“윤우선은 영리해서 시후가 지금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어 한다
그는 시후에게 "은 서방, 나는 여태껏 왜 자네가 이렇게 훌륭한지 몰랐지?"라고 말했다.시후가 웃음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우선의 지금 상태라면 아마도 한 달에 200만 원이라도 받게 된다면 집안이 평화로울 것이다. 그 때, 윤우선은 시후에게 아부할 생각만 하고 있었고, 일부러 유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유나야!!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은 서방과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니 너희도 아이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니?!! 우리 네 식구가 지금 이렇게 큰 별장에 살고 있는데, 정말 좀 썰렁한 것 같아~ 만약 아이가 뛰어다니면 시끌벅적하고 얼마나 좋겠어!!!"시후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좋아요! 역시 우리 장모님은 정말 돈만 보면 눈이 뒤집히는 군!!‘ 보아하니 그녀는 지금 이미 완전히 자신의 돈에 머리를 숙인 것 같아 보였다..! 예전에 윤우선은 유나가 절대 자신과 잠자리를 가지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은 이 여편네가 아침 일찍 자신과 유나의 침실로 뛰어들어왔는데, 유나와 시후가 잠자리를 갖는 꿈을 꾸고서는 놀라서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또 한 번은 권여빈이 아내와 함께 온천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윤우선이 그 말을 듣고 꼭 시후와 방을 나눠서 자도록 당부하기도 했다.이런 장모의 태도가 이렇게 돈 몇 푼 쥐어줬더니 180도 바뀔 줄이야..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하하.. 장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이 집에는 아이가 부족하죠.“ 윤우선은 옆에서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래~ 호호호!! 요즘에 아이들을 그렇게 안 낳는다더라~ 그래도 집안이 복도 많고 하려면 아이들이 3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때가 되면 내가 애들을 정성껏 키워 줄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어휴.. 장모님, 그럼 그때 너무 고생 하실 걸요..?“"아이구, 은 서방 이 장모한테 뭘 사양해, 내가 손자를 봐 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붉어진 유나
그리고 현장에는 두 개의 VIP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시후와 배유현을 위한 자리였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 유가휘는 술잔을 들고 일어나, 큰 감사를 표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모든 일은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입니다. 제 마음속의 감사한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감사를 표하기 위해 먼저 한 잔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시후가 대답할 틈도 없이 술잔을 단숨에 원샷하여 비웠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오늘 일에 대해 유 회장님은 만족하십니까?” “만족하고 말고요 굉장히 만족합니다!”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계획에 백 번, 천 번, 만 번 만족했습니다! 아니, 만족이 아니라 감사가 중요하지요, 저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족하신다면 다행입니다. 이 일은 이제 모두 해결된 것입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급히 대답했다. “네, 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더 이상 변수는 없을 겁니다!” 이때, 이중열이 술잔을 들고 일어나며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제가 홍콩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도련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그럼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유가휘처럼 술을 한 번에 원샷했다. 시후는 먼저 유가휘에게 말했다. “유 회장님, 제가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무엇이든 말씀하시면, 그 어떠한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요!” 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은 아니고요, 다만 앞으로 이중열 삼촌의 가족들을 잘 돌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실 두 가족들이 이렇게 가까이 살게 되었으니, 서로 더 교류가 많게 되었으니까요.” 유가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중열 씨의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를 던졌고, 그 말 한 마디는 현장의 모든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기자들은 배유현이 아마도 유가휘와 아는 사이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들은 배유현이 이렇게 유가휘에게 큰 의미를 두고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미국의 재벌가 기업의 회장으로서 이곳에 참석하는 것만 해도 유가휘에게는 큰 영광이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유가휘의 초청을 받아 이런 집들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유가휘의 체면을 굉장히 세워준 일이었다. 알다시피 유가휘의 자산은 페이셔스 그룹과 비교하면 겨우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유가휘는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누구나 체면을 중요시하는 법이지만, 이 순간 유가휘는 자신이 이렇게 체면을 세운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배유현이 등장하자, 유가휘를 조롱하고 싶었던 기자들은 점차 사생활을 추궁하는 평소의 태도를 버리고, 행사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유현은 그녀의 훌륭한 말솜씨와 개인적인 매력을 통해, 이 행사에서 시후가 표현하기를 원했던 말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녀가 유가휘와 이중열이 오해를 풀고 화해한 행동을 보고 매우 감명 받았다고 말하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갑자기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이제 기자들은 유가휘와 이중열을 볼 때 더 이상 이전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고방식 대신 정말로 20년 만에 서로에 대한 원한을 접고 웃어넘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마치 세기의 명장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배유현의 도움으로 이번 행사는 인도주의 정신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고, 현장의 기자들이 이 상황을 본부로 전송하자, 홍콩의 많은 미디어들이 즉시 긍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한동안, 홍콩 전체는 이 두 사람이 20년 만에 화해한 사건에 감동을 받았다. 이것은 유가휘에게 최고의 탈출구를 제공해 주었고,
하지만 그때, 유가휘는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히고 있었기 때문에, 배유현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때는 우현당의 우은일 선생이 행사를 주관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현장에서는 우은일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는 원래 우은일이 큰 정성을 들여 준비한 의식을 치르는 제단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그는 급히 비서 아민을 불러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은일 선생은 어디 갔지?! 왜 보이지 않아?!"아민은 그의 귀에 대고 설명했다. "유 회장님, 우은일 선생에게 큰일이 일어나서... 자신이 기른 곤충에게 물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꽤 심각한 것 같았고, 조금 전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뭐라고?!" 유가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그럼 오늘 행사를 누가 맡은 거야?!"아민은 급히 대답했다. "유 회장님, 걱정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 배유현 회장님이 오늘의 행사를 주관하도록 하셨습니다."유가휘는 놀라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이 주관한다고? 진짜인가? 농담하는 거 아니지?""아닙니다." 아민은 서둘러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은 지금 옆에서 준비 중입니다. 곧 시작할 거예요."그때, 무대 아래의 기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누군가는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유 회장님, 갑자기 G7의 별장을 사서 이중열 선생님에게 선물한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예전에 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더불어 삼각관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오늘 이렇게 갑자기 화해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맞습니다, 유 회장님!" 또 다른 기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예전부터 유 회장님께서 이중열 선생님의 생명의 위협을 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중열 선생님이 이번에 다시 홍콩에 돌아왔는데, 왜 두 분이 갑자기 화해한 거죠? 혹시 압박을 받으신 겁니까? 혹은 방가흔 씨가 자살을 하겠다고 위협하신 건 아닙
유미경의 호의를 시후는 거절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지금 나는 자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조금 더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과거에 틈틈이 책을 읽으려 했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유나와 결혼한 초반 몇 년 동안에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하루 종일 앞치마를 두르고 살았고, 또 그를 독려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유미경이 직접 나서서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시후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러자 유미경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합의한 거죠! 은 선생님이 시간 되시면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드세요. 제가 책을 골라서 전자책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면, 제가 이메일로 문제를 보내 드릴 테니까 최대한 시간을 내서 답변해 주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미경 선생님."유미경은 시후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웃으며 말했다.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건 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시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당신의 첫 번째 제자가 되는 건가요?"유미경은 웃으며 물었다. "내가 진짜 선생님이 되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정식 교사로요.""당연하죠."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먼저 학문적으로 성취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미경 선생님이 완벽히 충족하죠.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러면서 그는 탄식하며 덧붙였다. "요즘 국내외의 많은 교사들은 점점 교육자로서의 초심을 잃고 명예와 이익만을 쫓고 있지만, 미경이라면 결코 그들과 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교사가 된
시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감회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은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계신 거죠?”시후는 순간 놀라며 뒤돌아보았고, 유미경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 방심한 나머지, 유미경 같은 일반인이 다가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만약 그 순간 적이 접근했다면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유미경에게 말했다. “옛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물었다. “미경은 언제 온 거죠?”“조금 전에 왔어요.” 유미경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 옆으로 다가와 아래의 북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계셨나요?”“네...” 시후는 부정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그립네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유미경 역시 시후와 거의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다가가 시후의 손을 잡고, 그의 손바닥을 꼭 쥐었다. 마치 이런 방식으로 위로와 걱정을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그러나 유미경은 시후가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우려해 화제를 바꾸었다. “이중열 선생님의 상태가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네요.”“맞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삼촌은 마치 자신의 혼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 그러면서 그는 이중열이 자신의 노모를 직접 차에서 부축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다시 말했다. “아니, 단순히 혼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반까지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혼과 백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시후는 순간 멈칫하며 반문했다. “당신도 알고 있나요?”“물론이죠...
시후가 홀로 저택 3층의 테라스로 올라섰을 때, 이미 유가휘와 이중열 일가가 탄 차량의 행렬이 하나둘씩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기자들은 차량 행렬을 따라 몰려들었고, 홍콩의 라이언 댄스 공연단이 마치 두 마리의 살아 있는 듯한 사자를 흉내 내며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어 현장은 더욱 열기로 가득했다.시후는 원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니 마음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폭죽이 터지며 피어오르는 짙은 연기와 진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화약 냄새는, 그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어릴 적, 시후는 생일 케이크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폭죽이 다 타고 남은 연한 화약 냄새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한국 내에서 폭죽 판매가 줄어 들면서 시후는 이 익숙한 냄새를 맡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늘 경사스러운 일이나 명절 때면 불꽃놀이와 폭죽을 즐겨 사용하여 화학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시후는 가끔 이 냄새를 맡을 때 가족들이 모여 기쁜 일을 맞이하던 순간들이 떠오르곤 했다. 특히 시후가 어릴 적에는 가족들의 생일이 되면 부모님이 시간을 내어 함께 케이크를 먹고 작은 폭죽을 터뜨려 주곤 했다. 그때의 시후는 좋은 일이 있으면 매일같이 폭죽을 터뜨리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화약 냄새가 시후의 어린 시절의 특별한 행복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시후는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그러다 시후는 문득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강인한 사람이었고, 웬만한 일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설령 삶이 아무리 큰 시련을 주더라도, 그는 오히려 미소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부모님을 그리워할 때만큼은 그의 마음속 가장 연약한 부분이 본의 아니게 드러나곤 했다. 시후의 성격은 튼튼한 갑옷을 두른 고슴도치와 같았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들은 그가 가진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배와 같은 존재였다.이제 시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량
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홍콩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열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유가휘 씨가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느냐 아니냐는 상관이 없습니다.”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 방금 제가 계산을 잘못한 것 같아요. 이번 거래를 따져보면, 결국 유가휘 씨가 손해를 본 셈이네요.”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왜 갑자기 관점을 바꾼 거죠?” 배유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에는 미경 씨를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죠. 유가휘 씨는 페이셔스 그룹의 신뢰를 얻었지만, 미경 씨를 잃은 거나 다름없어요. 결국, 손해를 본 건 그 쪽이겠네요?”시후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미경 씨에게 뭔가 한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그녀를 단순히 친구로서 좀 더 높이 평가하는 것뿐이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요. 그러니 유가휘 씨가 그녀를 ‘잃었다’고 말하는 건 좀 어폐가 있죠.”배유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뭔가 실제로 벌어지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시후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배유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에요, 은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택 마당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징과 북, 그리고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라이언 댄스 공연이 시작된 듯했다.바로 그때, 아민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차량 행렬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들어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우은일 씨가 준비했던 것들은 다 치웠나요?”아민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선생님 말씀대로 모두 철거했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행사는 배유현 씨가 진행할 겁니다.” 그러고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우은일을 저택에서 급히 이송해 갔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 충격에 빠졌고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유가휘의 비서인 아민은 우은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분명 좋지 않은 것을 키우다가 이런 끔찍한 결과를 맞았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은일의 생사를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곧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유가휘와 이중열의 가족들이 저택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었다. 절차에 따르면, 그들이 저택에 도착하면 성대한 입주식이 열려야 했다. 입구에서는 라이언 댄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은일이 주관하는 풍수 의식이었다. 아직 입주할 가족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행사를 주관할 풍수사가 괴이한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 가버렸으니, 앞으로의 진행이 막막하기만 했다.그래서 아민은 결국 시후를 찾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선생님... 유 회장님과 이중열 선생님이 몇 분 후면 도착하십니다. 그런데 우은일 씨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저 축하하는 자리일 뿐인데, 우은일 씨가 없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 않나요?”아민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잘 모르시는 겁니다... 유 회장님께서는 오늘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그래서 홍콩 전역에서 유명한 언론사들을 초청했고, 지금 입구에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은일 씨가 없으면, 행사를 진행할 사람이 없게 되지요... 괜히 실수라도 하면 큰 망신을 당할까 걱정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아민에게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의식을 위한 제단부터 철거하세요. 우은일 씨가 없는 이상, 굳이 풍수 의식을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우은일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채 시후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 내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셨단 말입니까?!”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는 너처럼 이상한 모기들을 기르는 걸 좋아했지. 그리고 선봉연 역시도 사람의 뇌를 갉아먹는 기이한 기생충을 키우는 취미가 있었어.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놈들은 그냥 지옥으로 보내기로 했지.”“뭐라고요?! 선봉연 선생도...?” 우은일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시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직감에 따르면 시후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시후를 증오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원할 뿐이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다시는...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죽기 싫지? 내가 구급차를 불러줄 수 있어. 게다가 조금 전에 해독제를 삼켰으니, 당장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그는 곧 말투를 바꿔 담담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니, 독이 이미 뇌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군. 아마 곧 혼수상태에 빠질 거고, 그러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겠지.”우은일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당신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분이시잖아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종류의 일은 남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했지. 사실 오늘 난 당신과 엮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도 계속 날 도발했고, 결국엔 이런 사악한 방법까지 써서 나를 공격했지. 그래서 나는 그저 똑같이 돌려준 것뿐이야.”우은일은 흐느끼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 아직... 아직 23살 밖에 안 됐어요... 저는...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