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은 저녁에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협회의 몇몇 간부들과 노인대학의 몇몇 핵심 간부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상곤이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상곤이 전화를 걸었을 때, 시후는 아내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장모 윤우선은 안티에이징 팩을 붙이고 2인용 소파에 벌렁 드러누운 채 유유히 유튜브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러 온 그 일본 아가씨는 정말 예쁘게 생겼네..“시후는 윤우선이 말한 것이 이토 나나코라는 것을 알고 말을 할 겨를도 없이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그는 장인어른이 전화를 걸어오자 "여보세요, 장인어른~”이라며 전화를 받았다.김상곤은 술에 취한 말투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끄윽.. 아~~이고.. 우리 은 서바아아앙!! 혹시 나.. 장인 어르은.. 좀.. 데리러 오겠나~~?“시후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네, 아버님 곧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시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장모님, 유나 씨, 장인 어른 좀 모시고 오겠습니다. 협회 사람들과 술을 좀 마셨다고 하셔서요.“유나는 이때 일어나 "시후 씨, 내가 같이 아버지를 모시러 가요.”라고 말했다.시후는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유나 씨 차를 들고 가면 되겠네요~“윤우선은 김상곤이 밖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자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늙은 망나니 같은 인간이?!! 날이 갈 수록 건방지고 있어?!! 은 서방 그 인간 데리러 가지 말고, 혼자 기어 들어오라고 해! 들어오면 내가 대문을 잠그고,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다음 정원에서 하룻밤 자라고 할 테니까!!“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장모님, 장인 어른과 그렇게 말다툼을 하시면 서로 기분이 언짢지 않으시겠어요? 사실 모두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아무리 별거 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이좋게 지내시는 게 좋잖아요~“윤우선은 영리해서 시후가 지금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어 한다
그는 시후에게 "은 서방, 나는 여태껏 왜 자네가 이렇게 훌륭한지 몰랐지?"라고 말했다.시후가 웃음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우선의 지금 상태라면 아마도 한 달에 200만 원이라도 받게 된다면 집안이 평화로울 것이다. 그 때, 윤우선은 시후에게 아부할 생각만 하고 있었고, 일부러 유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유나야!!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은 서방과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니 너희도 아이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니?!! 우리 네 식구가 지금 이렇게 큰 별장에 살고 있는데, 정말 좀 썰렁한 것 같아~ 만약 아이가 뛰어다니면 시끌벅적하고 얼마나 좋겠어!!!"시후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좋아요! 역시 우리 장모님은 정말 돈만 보면 눈이 뒤집히는 군!!‘ 보아하니 그녀는 지금 이미 완전히 자신의 돈에 머리를 숙인 것 같아 보였다..! 예전에 윤우선은 유나가 절대 자신과 잠자리를 가지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은 이 여편네가 아침 일찍 자신과 유나의 침실로 뛰어들어왔는데, 유나와 시후가 잠자리를 갖는 꿈을 꾸고서는 놀라서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또 한 번은 권여빈이 아내와 함께 온천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윤우선이 그 말을 듣고 꼭 시후와 방을 나눠서 자도록 당부하기도 했다.이런 장모의 태도가 이렇게 돈 몇 푼 쥐어줬더니 180도 바뀔 줄이야..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하하.. 장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이 집에는 아이가 부족하죠.“ 윤우선은 옆에서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래~ 호호호!! 요즘에 아이들을 그렇게 안 낳는다더라~ 그래도 집안이 복도 많고 하려면 아이들이 3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때가 되면 내가 애들을 정성껏 키워 줄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어휴.. 장모님, 그럼 그때 너무 고생 하실 걸요..?“"아이구, 은 서방 이 장모한테 뭘 사양해, 내가 손자를 봐 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붉어진 유나
유나는 시후가 어머니에게 돈 공세를 벌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돈 공세의 효과가 정말 좋아 보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그녀는 부끄러워서 몰래 방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이때 윤우선은 유나가 말을 하지 않자 옆에서 끊임없이 그녀를 부추겼다. ”유나야, 내일 내가 너를 데리고 그 한의사를 찾아가 한약을 지어 줄게!!“유나는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어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엄마, 여기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요!!“그러자 윤우선은 정색을 하고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나도 빨리 외손자를 안고 싶어!!”유나는 자신이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엄마가 분명히 끝없이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시후의 등을 떠밀었다. “시후 씨 어서가요. 아빠 데리러.“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장인 어른을 모시러 가고, 쌍둥이 얘기는 나중에 하죠?”그러자 윤우선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래,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유나는 어쩔 수 없이 시후를 밀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유나는 일부러 화가 난 표정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씨, 왜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여기서 그 이야기 하려고 이렇게 서둘러 나온 거예요?“유나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내가 시후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요! 그리고 레벨 업하고 싶으면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올라가야지, 엄마를 설득해서 바로 그렇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말라고요!!”"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단지 장인 장모님도 나이가 많으셔서 틀림없이 빨리 외손자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유나는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보긴 뭘 봐요! 어서 빨리 가서 운전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나의 BMW를 꺼내 함께 장인 어른을 모시러 갔다. 두 사람은 헤븐 스프링스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노인 몇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장인 어른은 한미정
시후와 유나는 차 안에 있고, 무리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정이 아들 폴을 통해 상곤에게 답례를 준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선물을 교환하는 것을 지켜보던 유나는 더욱 답답해했다. "아빠와 아주머니를 보세요. 저건 결코 평범한 친구의 표현이 아니라고요. 그냥 사랑에 빠진 중장년 커플이라니까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두 사람 사이에 아직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다. 게다가 한미정이 폴에게 한상곤이라는 한국어 이름까지 지어준 것을 보면, 그녀는 줄곧 마음속에서 상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상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오랫동안 윤우선에게 압박당하고 살면서 얼마나 한미정을 그리워하고 갈망했는지 모른다. 만약 윤우선이 자신의 은행 카드를 훔쳤을 때, 자신이 직접 그녀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면 지금쯤 상곤은 벌써 한미정과 재혼했을 것이다. 이때 유나는 보다 못해 시후에게 말했다. “어서 경적을 울려서 아빠를 불러요. 그렇지 않으면 30분 더 얘기할 것 같은데..“시후가 고개를 끄덕이고 경적을 울리자 김상곤은 소리를 듣고 두리번거린 뒤 유나의 차를 알아보고 자신을 데리러 온 줄 알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아쉬운 듯 미정에게 말했다. "아이구 미정아, 마침 사위가 데리러 왔으니 먼저 돌아가야겠어..”미정은 싱긋 웃으며 "집에 도착하면 걱정 안 하게 얘기해 줘.”라 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알겠어." 김상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유나는 김상곤이 미정에게 얼굴을 돌린 틈을 타 시후에게 “아빠가 내가 온 줄 몰랐을 텐데 뒷줄에 앉아 있을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내려서 뒷좌석에 앉았다. 그녀는 상곤이 차를 타는 습관을 알고 있었는데, 상곤은 조수석에 앉는 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으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뒷자리에 숨어 있는 이유는 김상곤이 술을 좀
김상곤은 차 안에 자신과 시후 두 사람만 있고, 시후는 자신의 사위일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은 서방에 대해 거짓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미정과의 일 역시 시후가 알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선물의 포장을 뜯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은 서방.. 미정이가 지금 노인대학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몰라.. 그녀를 좋아하는 30~40대 중년부터 60~70대 노인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니까..?! 내가 더 서두르지 않으면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시후는 난처한 듯 허허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버님, 저녁에 술 많이 드시지 않으셨어요? 말씀 그만 하시고 이제 좀 쉬세요.“"그게 뭐 어때서~ 놔.. 놔는 괜찮아~~ 미정이 나한테 뭘 선물했는지 아직 못 봤다아~~?“ 그렇게 말하면서, 김상곤은 겉의 포장지를 다 뜯었다. 안에 있는 상자를 보고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에에?!! 롤렉스??!"시후는 장인 어른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한 번 슬쩍 옆을 봤는데 상자 안에 정말 롤렉스 시계가 있었다.김상곤은 조심스럽게 시계를 들어 올려다보더니 "이거 유행하는 제품인가..?“라고 물었다.시후는 이를 보고 웃었다. "아버님, 이건 롤렉스 중에서도 금으로 만든 제품으로 ‘첼리니’라는 제품 같네요. 하하하..”“머어?? 첼..첼로?? 나는 원래 시계에 대해 전혀 몰라. 그래서 이게 얼마인데?““음.. 최근에 롤렉스가 값이 많이 올라서요.. 아마 저 라인이라면.. 4000만 원 정도 할 것 같은데요..?”“으억!! 뭐라고?!! 그렇게 비싸?? 400만 원도 비싸서 무서운데 4000만 원짜리 시계를 나에게 사줬다고?“ 그러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음.. 아버님 아주머니께 선물한 화장품은 300만 원 정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죠. 반면 이 시계는 잘 관리하면 수십 년을 쓰는 것이 가능해요. 그리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오
시후는 오른손을 뻗어 이마를 짚으며 얼굴의 절반 정도를 가리고 있었는데, 그는 정말 바보 같은 늙은 장인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자 김상곤은 버튼을 누르고는 유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유나야아~~ 이지 시후와 함께 돌아간다아아~”그러자 뒷좌석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정말 실망했어요!!”김상곤은 깜짝 놀라 “아이고!!”하고 소리를 질렀고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주울 겨를도 없이 놀라며 유나를 바라보았다. “너.. 네가 왜 여기 차에 있냐아?"유나는 화를 내며 물었다. "왜요? 제가 차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내가 차에 없었으면 아빠가 이렇게 다른 여자랑 바람 피운 줄도 난 몰랐을 거야!"그러자 김상곤은 마치 꼬리를 밟힌 듯 소스라치게 놀랐고 마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아이고.. 유나야.. 너 함부로 말하지 마, 내가 언제 바람을 피웠다고 그러니?”"아빠랑 그 아주머니랑 이렇게 비싼 선물을 주고받을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엄마 몰래 데이트도 하고 식사도 하고.. 이게 바람 피우는 게 아니면 뭐하는 건데요?”김상곤은 다급히 변명했다. "아니야~~ 이건 바람 피우는 게 아니다. 나와 미정이는 서로 존경해,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다.. 게다가 나와 네 엄마는 이미 별거하는 상태에다 정도 없어!! 나는 조만간 네 엄마랑 이혼을 할 거다.. 그리고 유나가 네가 나에게 바람을 피운다고 말 하더라도, 이건 바람을 피운다고 할 수 없어! 그저 이 아버지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일 뿐이다!!”"흐윽.. 아빠.. 대체.. 흑흑.." 유나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나는 항상 아빠가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우리 엄마에게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과격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엄마랑 같이 살아온 것도 20년이 넘었는데, 그 시간은 아빠에게 아무것도 아닌 거
유나는 입을 딱 벌리고 잠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상곤은 억울함으로 가득 차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다. "그 당시에, 나는 네 엄마와 아무런 감정적 연결고리가 없었어..!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날 밤 술에 취하기 전에, 말도 몇 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아마 너도 알고 있을 걸?? 미정이의 모든 조건이 네 엄마보다 훨씬 더 낫다는 걸 말이다. 어떤 남자를 데려와도 미정이를 포기하고 네 엄마를 선택할 수는 없었을 걸?? 그리고 네 엄마와 결혼한 건 순전히 네 엄마의 강요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김상곤은 또 다시 슬픈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했다. “그 때 네 엄마와 그런 일이 있기 전 나는 미정이와 굉장히 깊게 사랑하는 사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졸업 후에 어떻게 할 지도 인생 계획을 모두 짜두었었지.... 우리 둘은 졸업 후 함께 미국에 가서 공부하려고 했어. 유나 너도 알 거다. 이 아빠가 대학을 다닐 때는 유난히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이 유행했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해외로 유학 가던 시절이었으니까.. 우리 둘은 만약 미국에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 그곳에서 결혼하여 정착하고 이민까지 갈 생각이 있었어!!! 즉 우리는 몇 년간의 인생 계획을 완벽하게 짜 둔 거지..!!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겠냐..??? 내가 파티에서 술을 많이 마셨을 때, 네 엄마는 그 틈을 타서 미정이를 쫓아내고, 내 일생의 행복을 파괴하고 내 인생 계획을 모두 다 망쳐버렸어!!!! 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의욕도 없고 종일 집에 처박혀 있었는 줄 아니?? 왜 내가 명문대 졸업생이었음에도 그런 총명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 줄 아냐고??? 그때 네 엄마가 내 인생의 모든 계획을 다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난 그 때 나침반을 잃고 항해하는 하나의 조각배 같았어!! 크흡..!!” 이렇게 말하고 김상곤은 더 이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흐느꼈다."
"알겠어 알겠어~~” 그는 감격에 겨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집에 있으면 절대 이 시계를 안 낄 거다!”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시후는 비록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안도감이 들었다.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사실 장인 어른이 윤우선을 이렇게 오랫동안 참은 것도 바로 유나 때문일 것이다. 자기 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윤우선을 계속 참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장인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적어도 유나에 대한 그의 부성애는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유나에게 늘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는 지난 20년 동안의 억울함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으니.. 결국 유나를 향한 상곤의 사랑은 굉장히 크고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시후는 차를 몰고 동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토 나나코가 마스크를 쓴 채 동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시후는 그녀의 몸매와 헤어스타일, 분위기로 이토 나나코가 맞다고 생각했다.이토 나나코는 자신이 차를 몰고 접근하자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다가왔다가 차 안에 있던 김상곤과 유나를 보았는지 이내 걸음을 멈추었다.시후는 아내와 장인이 모두 차에 타고 있었기에 차를 세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 없어서 나중에 핑계를 대며 다시 나와볼 생각이었다. 차는 별장 차고로 들어갔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김상곤은 이미 미정이 보낸 시계를 넣었다. 차가 완전히 멈춘 후, 그는 황급히 문을 밀고 내려서 시계를 자신의 BMW에 숨겼다.유나는 이를 보고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말했다. "갑자기 아빠가 불쌍하게 느껴져요.. 지난 몇 년 동안 얼마나 억울했을 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유나 씨가 자라온 시절 만큼 고통을 참고 억눌렀어요..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무너졌을지도요..”유나는 시후에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