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물 세트는 비즈니스 캐리어의 크기와 비슷하며 전체적으로 블랙과 골드가 적절히 섞여 있어 고급스럽고 차분해 보였다."어떻게 한 세트가 이렇게 클 수 있죠?”"도련님, 제가 선택한 이 선물세트는 저희가 런칭한 브랜드 중에서 가장 비싼 세트입니다. 가격은 300만 원이고요. 안에는 전 라인 제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제품으로는 영양 크림과 아이크림이 있는데, 모두 대용량으로 준비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네요. 고맙습니다.”"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요.”"참, 다음 주에 잠시 출장 겸 용인 쪽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서울 쪽 업무는 부장님과 이화룡 씨에게 맡기고 가려고요. 특히 제 아내 쪽은 반드시 사람을 보내 암암리에 보호해주시길 바라요. 아무래도 오송 그룹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그냥 가만히 놓아 두면 안 되겠죠.”"음.. 도련님, 용인으로 가시려고요?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혹시 그룹 관련 일이신지..?”“아니요, 아직 그룹에 돌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안세진 부장은 의아한 듯 물었다. "도련님,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걸 용서해 주십시오. 일단 이번에 왜 용인에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룹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면 특히 공심 그룹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난 번 공은찬이 수술을 마치고 보름 동안 집에서 누워 쉬었다는데.. 도련님을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벼르고 있다고요?” 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공심그룹이 감히 내 앞에서 짖어 대려고..? 내가 이번에 용인에 가는 것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만약 나를 감히 건드린다면, 나는 반드시 보복할 거고요.”"도련님, 그럼 제가 그룹에 알려드려서 도련님이 편하게 이동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둘까요?”"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번에 제가 이동하는 걸 LCS 그룹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 비밀로 해주세요.”"네 도련님."시후는 고개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한미정 아주머니도 계세요?""물론이지!" 상곤은 헤헤 웃으며 속삭였다. "내 옆에 앉아 있는데, 지금 한자로 된 시구를 어떻게 읽는지 배우고 있어!”"네, 그러셨군요! 하하하! 제대로 잘 배우셨어요?”"하하!! 내가 지금 안진경, 왕희지, 황정견, 구양문 등 중국에서 내로라하던 양반들의 글을 쓰고 배우고 있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세요, 하하!! 그럼 더 열심히 공부하시면 한석봉처럼 되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아 참, 장인 어른! 원하시는 화장품을 이미 얻어서요.. 제가 지금 갖다 드릴까요? 집에 가져가시다가 만약 장모님께 들키면 곤란하지 않으시겠어요?”시후가 안세진 부장에게 화장품 세 세트를 준비하라고 한 이유는 윤우선에게 주는 것 외에 아내 유나에게도 주어야 하고, 김상곤도 한미정에게 한 세트를 선물하고 싶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세트를 모두 집으로 가져가다가 만약 윤우선이 나머지 두 세트를 보게 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이것들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기를 쓰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장인어른이 먼저 한미정에게 선물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침 지금 장인어른이 한미정과 함께 있으니 이 기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아이구, 은 서방! 벌써 화장품을 얻었어?! 아침에 얘기했는데 벌써 처리하다니?? 대단해?!!”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별거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제가 금방 갈게요!"라고 말했다."그래 그래, 그럼 이따가 노인대학 앞에 와서 전화 한 통만 해 줘. 내가 내려 가겠네."“넵 알겠습니다!”10분 후, 시후는 노인대학 입구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그는 장인 상곤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상곤은 뛰쳐나와 차 앞으로 다가와 헤헤 웃었다. "우리 은 서방~ 화장품은 어디에 있나? 헤헤헤!!”시후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선물 상자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아버님 이거 가져가세요!”상곤은 선물상자를 받아 들
시후도 알고 있었다. 장인 어른은 윤우선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노부부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모두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생활하면서 나날이 누적되어 온 것이다. 특히 한미정의 귀국 후 윤우선보다 한미정이 수 만 배 더 낫다는 것을 본 장인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그는 윤우선과 당장이라도 이혼을 하고 싶었지만, 윤우선은 죽어도 이 기회를 주지 않으니 그는 지금 윤우선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시후의 관점에서 고작 화장품 한 세트를 가짜로 만들어 윤우선을 속이는 건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윤우선에게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만약 아내에게 가짜 화장품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줬다는 걸 들키면 아마 아내도 분명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곤에게 말했다. "장인 어른, 이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아주머니께 드리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은 서방 저녁은 안 들어 갈 거야. 내가 마침 노인대학 사람들과 회식이 있어서~”“네 그럼 저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시후는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막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을 때, 아내 유나의 차가 이미 집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유나도 이미 퇴근한 것 같다. 시후는 차를 세우고 화장품 두 세트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윤우선은 거실 소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유나는 방금 채소밭에서 따온 딸기를 씻어서 주방에서 자르고 있었다.시후를 보고 유나는 물었다. "시후 씨, 뭐하고 왔어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던데?”시후는 들고 있던 선물상자 두 개를 흔들며 말했다. "장모님이 말씀하신 화장품 때문에 풍수를 좀 봐주고 오는 길이죠~” 사실 시후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너무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당분간은 그녀에게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래서 두 화장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이제는 가족 앞
유나는 시후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살짝 원망스러운 듯 말했다. “시후 씨, 엄마가 그냥 한 소리에 이렇게 비싼 화장품을 가져오면 어떡해요…! 그것도 300만 원이라니..? 우리 형편에 이런 걸 쓰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하하하하.. 나만의 특별한 루트가 있는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걱정 말아요.“유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걱정이라구요~! 만약 엄마가 알게 되면 항상 당신에게 이렇게 비싼 화장품을 사달라고 할 텐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유나 씨, 장모님께서 지금 많이 자제하고 계신 거 못 봤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내자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앞으로에 대한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윤우선은 이미 사진을 찍어 자신의 카톡 프사와 스토리에 업로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윤우선은 글을 쓰면서 중얼중얼 글을 따라 읽었다.시후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말했다. ”장모님, 이 두 세트 모두 어머님이 쓰시는 건 아닙니다. 하나는 어머님, 나머지 하나는 유나 씨 거예요.“"아? 유나 피부 좀 봐~ 얼마나 좋아~~~ 젊음이 아름다움이라니까?? 우리 유나는 피부 하나는 끝내주게 타고 나서 지금 주름 하나 찾을 수 없는 얼굴인데, 이런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필요 없어~~ 그냥 보습 제품 하나만 쓰면 돼~”그러자 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실 수는 없어요. 원래 계획은 어머님과 유나 씨 각각 한 사람씩 사용하는 거예요. 그러니 장모님께서 무슨 말을 하셔도 혼자 쓰실 수는 없을 거예요.“윤우선은 속으로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지금의 그녀는 감히 시후에게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소 란을 피우기는커녕 말대꾸도 감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은 서방 말대로 할게
유나는 어머니의 말을 본능적으로 믿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가 자신에게 진심인데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자 유나는 윤우선에게 말했다. "엄마,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시후 씨가 바람을 피울 리가 없어요!"“무슨 소리야?? 뭐가 말도 안 되는데?!" 윤우선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따져 물었다. "그럼 은 서방이 왜 화장품을 세 세트 샀는지 말해 봐~ 남은 한 세트는 대체 어디 갔냐 이 말이야!“"친구에게 사줬거나, 친구 대신 사줬을 수도 있죠~“"친구???" 윤우선은 철이 안 든 딸이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휴.. 너 같은 멍청이만 그렇게 믿겠지! 이런 건 분명히 여자한테 사주는 건데, 고아라 어머니도 없고, 이 지방에는 친척도 별로 없는데 다른 여우 같은 년 말고 누구한테 사주겠어?"이 말을 들은 유나의 표정이 살짝 어색해졌다. 그녀 역시도 윤우선의 말이 결코 일리가 없지는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확실히 친척도 없고 여자 친구도 없는데, 나머지 화장품 세트는 대체 누구에게 사준 걸까..? 설마.. 그 이룸 그룹의 송민정 대표인가..? 그녀는 확실히 자기 남편을 좀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나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송민정 대표는 이룸 그룹의 딸이며, 위치와 지위가 매우 높은데 한국 내에서 그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위의 여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인데, 상식적으로 송민정 대표와 같은 여자가 자기 남편과 특별한 관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엄마가 가지고 있는 영수증에는 총 세 세트를 구매한 것이 분명히 적혀 있는데.. 나머지 화장품은 도대체 누구에게 선물한 것일까..?유나가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옆에 있던 윤우선은 급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딸, 엄마한테 말해봐, 너 지금 은 서방이랑 어디까지 진도 나갔어?“유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진도라뇨? 무슨 말이에요~!!”“무슨 진도기는?! 남녀 간에 그런
사실 유나 역시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성격이 워낙 겁이 많고 수줍음이 많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말을 들으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윤우선은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고.. 예전에는 은 서방을 무시하고 늘 쓸데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좀 재주가 있었어~ 지금 얼마나 많은 거물들이 주변을 멤도냐고~ 이게 바로 능력이야! 이 수십 억대 별장을 좀 봐~ 나는 여기 살면 정말 마음이 상쾌하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앞으로 그가 능력이 조금만 더 좋아지면 몰디브의 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그건……." 유나는 어색하게 말했다. "엄마, 하루 종일 헛된 꿈만 꾸지 마세요..!"그러자 윤우선은 정색을 했다. "꿈이란 건 있어야 해야지~! 언제 어디서 갑자기 실현될지 모르잖아!“ 이렇게 말하고 윤우선은 또 다시 급히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너, 최대한 빨리 은 서방이랑 확실히 잠자리를 가지도록 해. 또 기회를 봐서 그 나머지 세트는 대체 누구에게 준 거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야! 알겠어?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약 은 서방이 정말 바람을 피울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을 없애 버리고, 혹시라도 이미 바람을 피웠다면, 마음을 다시 되돌릴 생각을 해야 해!“유나는 비록 긴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시후 씨가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아이구, 정말! 이 엄마 말 들어! 조심하는 건 언제나 좋은 거야!!"유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이구, 말 안 할래요. 그럼 저 먼저 내려갈게요!“윤우선은 황급히 유나를 붙잡고, 영수증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증거 잘 잡아라~ 기회를 봐서 반드시 물어봐!!“유나는 영수증을 움켜쥐고 돌아서서 뛰어나갔다. 시후는 1층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킥복싱 경기에 대한 보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설아는 당연
시후가 TV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나가 시후에게 다가왔다. 시후가 TV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유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시후 씨,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반드시 사실대로 대답해야 해요. 날 속이지 말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뭔데요? 물어봐요~”유나는 손에 든 쇼핑 영수증을 시후에게 내밀며 물었다. "왜, 여기 영수증에 화장품이 세 세트라고 써 있는 거예요? 내가 시후 씨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상황을 좀 설명해줬으면 좋겠어요.“시후는 쇼핑 영수증을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것이 안세진 부장이 제품을 산 후 바로 상자에 넣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윤우선이 오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유나 씨, 그 화장품 세트는 사실 장인 어른이 구해 달라고 한 거예요.”"우리 아빠요?" 유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물었다. "아빠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왜 이런 최고급 화장품 세트를 원하는 거죠??“시후는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하아.. 원래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어쨌든 내 아내니까, 당신을 속일 수는 없겠네요. 하지만 내가 유나 씨에게 사실을 말해주면 절대 장인 어른을 만나서 따지지 않기로 약속해요.“유나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빠한테 따지지 말라고 했는데.. 시후 씨가 나를 속인다면 어떡하죠? 만약 당신이 우리 아빠를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남편인 내가 그런 사람 같아요? 나는 늘 대담하게 행동하는데, 어떻게 아버지께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겠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약속할게요. 말해 줘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오전에 장모님께서 화장품을 갖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내가 아버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아버님께서 한미정 아주머니한테 선물하고 싶다고 한 세트 더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야마모토 가즈키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토 나나코는 스승인 야마모토 가즈키를 만나러 갔다가 오늘 경기에서 진설아에게 패한 호주의 빅토리아도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다나카는 특별히 수소문해서 나나코에게 충격적인 정보를 알려주었다. 빅토리아가 경기 중 진설아에게 팔을 걷어차여 깁스를 했고, 3위 결정전을 기권하고 이토 나나코에게 진 미셸에게 3위 타이틀을 내줬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빅토리아는 이번 대회에서만 물러난 게 아니라, 완전히 은퇴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킥복싱 선수에게 양팔은 굉장히 중요하고, 두 팔이 부러지게 되면 재활 치료를 하더라도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로 운동선수에게 있어 평생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빅토리아는 이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가능성이 컸다.이토 나나코는 이 소식을 접하고 아연실색했다. 그녀는 빅토리아가 경기 중 양팔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빅토리아는 에이스급 킥복싱 선수인데 진설아에게 두 팔을 걷어차였다고 하니, 진설아의 신체 강도와 힘이 정상인과 비교할 수 없다는 증거였다. 이토 나나코는 빅토리아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기교와 경험이 강하더라도 체격은 빅토리아보다 조금 떨어졌다. 그런데 빅토리아도 진설아에게 일격을 당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진설아를 상대하는 것 역시도 위험한 일일 것이다.야마모토 가즈키는 이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나나코, 내 생각에 모레 시합은 기권하는 게 좋을 것 같다..""사부님, 그 게 무슨 말씀이세요? 왜 이럴 때 기권하라고 하시는 거죠? 진정한 강자는 결코 싸우지 않고 항복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셨어요?“"그건 일반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제 너도 봤잖아, 이 진설아의 실력이 매우 강해서, 만약 네가 그녀와 싸우게 된다면, 아주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렇게 되면, 네가 진 것은 한 시합이 아니라, 너의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어!”이토 나나코는 나지막하게 읊조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
시후가 물었다. “그럼 유가휘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있어?”“아직은 없어요.” 변지현이 말했다. “솔직히 우리와 협력한다고 해도,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넘겨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정도일 뿐일 텐데, 이건 그다지 큰 수익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그쪽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니, 저는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그의 기대치를 낮추려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진짜 협상을 시작할 때, 중개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고 했죠.”“그랬구나.”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와 연락해서 협력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고, 홍콩에 비서를 보내 현지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해 줘. 그러니 그가 비서를 잘 접대하라고 하면 돼.”영리한 변지현은 즉시 상황의 본질을 눈치채고 급히 물었다. “시후 오빠, 혹시 내 비서로 가장하고 홍콩에 가서 직접 조사를 하시려는 건 아니죠?!”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조사까지는 아니고, 유가휘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변지현은 걱정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내 상사인데, 어떻게 내 비서로 가장할 수 있겠어요? 이건 좀 부적절하지 않을까....”“괜찮아.”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 이름을 그에게 알려주고, 내가 지현이 너의 비서라고 하면 돼. 그리고 정한 시간에 공항에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해 줘.”“알겠어요....” 변지현은 시후의 계획이 뭔가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지금 미국에 있죠? 언제 홍콩으로 갈 계획이에요? 그에 맞춰 유가휘와 연락할게요.”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그와 연락하면 돼. 이틀 후 도착한다고 전하면 돼.”“알겠어요!” 변지현은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그의 비서에게 전화해 볼게요.”시후는 당부했다. “비서에게는 전화하지 말고, 유가휘에게 전화해. 당당하고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거든. 그가 무척 영광스럽게 여길 정도로.”변지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
“여보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이태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들뜬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었지만, 시후는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시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물었다. “이태리 부회장, 홍콩에 있는 유가휘라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유가휘요?” 이태리는 약간 놀란 듯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유가휘라는 사람은 홍콩에서 매우 유명한 대부호라고 알고 있어요.. 플레이 보이라고도 알려져 있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사람 이야기를 하세요?”시후는 말했다. “그 사람과 얘기할 일이 좀 있는데, 내 본명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요. 홍콩에 가서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없을까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이태리는 말했다. “이사장님, 저희 엠그란드 그룹은 그 사람과는 사업적으로 연관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해운 쪽일 거예요. TS Shipping의 이름을 내걸고 접근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TS Shipping 담당자인 변지현 씨에게 한 번 연락해 보세요.”“알겠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변지현 씨에게 바로 연락해 보죠. 볼일 보세요.”이태리는 시후가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무심코 말했다. “회장님, 잠시만요....”시후가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이태리는 급히 말했다. “아, 저.... 그게.... 예전에 회장님이 제 아버지의 병을 고쳐 주셨잖아요. 부모님께서 아직도 너무 감사해하고 계세요. 그런데 감사 인사를 드릴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죠. 얼마 전 어머니께서 회장님께 집에 오셔서 식사 한 끼 하시라고 꼭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회장님이 미국에 계신다고 전했거든요.. 어머니께서 회장님이 언제 돌아오시는지 물으시더라고요. 혹시 괜찮으시면, 귀국하신 후에 집에 오셔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시면 어떨까요?”시후는 예전에 이태리의 아버지가 독살로 병에 걸렸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의 가족이 여전
시후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 가겠습니다.”성도민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시후가 별장을 나서자, 롱아일랜드 전체는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었기에, 이곳에 사는 부유층들은 밤 일을 마치고 돈과 욕망으로 가득 찬 꿈속에 있을 것이다.시후는 홀로 거리를 걸으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이 미스터리 조직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547을 한 시간 넘게 심문했지만, 여전히 이 조직의 이름조차 알 지 못했다.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부모님이 살아 계셨던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떠한 일로도 찡그리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룹을 떠나 이사를 한 뒤 낡은 주택에 정착했을 때조차, 그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을 정리하고 가구를 마련하며, 늘 삶에 대한 낙관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부모님의 죽음이 이 미스터리 조직의 소행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부모님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셨을까? 만약 감지했다면, 그들은 이 조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오랜 고민 끝에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은 사람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시후는 이 문제를 당분간 내려놓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깊이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중열의 목숨을 노리는 유가휘였다.만약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윤우선이 내일 미국으로 출발할 것이고, 모레쯤에는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다면 모레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콘서트를 본 뒤, 즉시 홍콩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유가휘를 만나려면, 시후는 적합한 신분과 기회를 마련해야 했다. 이 점을 떠올리며 그는 즉시
시후에게 있어서, 영기는 현재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 미스터리 조직은 확실히 강력했으며, 심지어 지나치게 강력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이 죽음의 전사들을 통제하고, 이들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은 시후가 가진 영기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후는 언젠가 반드시 이 미스터리 조직의 모든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547도 시후의 실력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훨씬 초월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20대에 걸친 죽음의 전사들 조차도 대적할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시후 앞에서 손쉽게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가 자신의 조직을 완전히 멸망시키겠다고 말한 것이 단순한 허언이 아닐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에 그는 감격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조직을 제거하신다면, 이 죽음의 전사들은 반드시 기꺼이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 내가 그들을 제거하는 날이 오면 반드시 자유를 돌려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디로 갈지, 그곳에 남을지 떠날지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547은 그 말을 듣고 큰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제가 모든 죽음의 전사, 전사들의 가족들, 그리고 지난 200여 년간 비참하게 죽어간 전사들을 대신해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비록 547이 조금 전 시후의 외가 식구들을 해치려 했지만, 시후는 여전히 이 사내와 다른 죽음의 전사들이 너무나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20 세대에 걸친 사람들이 윗선에 의해 사육 당하며 밝은 해도 볼 수 없는 노예로 살아가는 운명은 과거 백인들에게 노예로 팔려갔던 흑인들의 운명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 그러니 이 죽음의 전사들에게 자유를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선행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시후의 수하로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었다.곧이어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시후의 마음은 점점 더 충격을 받았다. 시후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뒤 다시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약물을 주사 받았고, 깨어나니 이미 뉴욕에 와 있었다고 했지? 그러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건가?”“모릅니다.”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죽음의 전사 캠프에는 그 누구도 날짜와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없으며, 단지 불이 켜지면 일하고, 불이 꺼지면 잠자리에 들 뿐입니다. 제가 몰래 계산해본 결과, 우리 캠프에서의 일상 생활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일부러 하루의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조정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길었고, 어제는 그저께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임무를 통해 외부 시간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면 기록은 왜곡되게 되죠.”시후가 물었다. “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계산했지?”사내는 대답했다. “그릇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고운 모래를 가득 채운 뒤 첫날 기상 벨이 울린 순간부터 모래를 흘려보냈고, 다음 날 벨이 울릴 때까지 걸린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모래를 채워 흘려보냈죠. 그런데 3일째 벨이 울리는 날에 모래가 일찍 다 새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다 새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벨이 울리더군요. 그래서 내부 시간과 외부 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외부가 몇 년도인지, 몇 월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게 몰래 많은 일을 한 건 탈출하려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나?”“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령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죽음의 전사 캠프의 운영 방식을 더 많이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훈련소 내부의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죠. 훈련소를
“안내자...” 시후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물었다. “안내자를 직접 만나본 적 있나?”“없습니다.” 사내는 설명했다. “안내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번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눈을 떠보니 이미 닫힌 차고 안이었거든요. 조직은 그곳에 임무에 필요한 장비와 자료를 남겨두었고, 자료에는 목표와 목표들의 가족 관계, 사회적 관계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 주변의 무술 고수들에 대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술을 잘하는 전문가 몇 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강화된 무기를 특별히 준비해 주었고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과 어떤 전술을 써야 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자료를 숙지할 시간을 주고 출발 명령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안내자가 중계를 통해 적절한 공격 시점을 알려주었습니다.”시후가 물었다. “중계라는 게 무슨 뜻이지?”사내가 대답했다. “조직은 우리와 안내자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내자는 조직 내에서 자신과 연결된 연락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그 연락 담당자가 다시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죠.”시후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의 연락 담당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했나?”사내는 대답했다. “조직에서 제공한 통신 장비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오직 제 장비만 제 연락 담당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시후가 또 물었다. “연락 담당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성 변조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렇다면 내 삼촌의 부인은 당신이 말한 안내자인 것 같군. 그녀가 적절한 공격 시간을 당신의 연락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당신의 연락 담당자가 다시 당신에게 지시를 내린 거겠지.”그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제가 본 바로는, 안에서 끌려 나온 여자가 독약을 먹고 자살한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분명 조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