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지로는 넓은 벤츠에 얌전한 이토 나나코를 태우고 병원 주차장을 나섰다.병원 문을 나서자 나나코는 "지로 씨, 말씀하신 한의사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이제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코 씨, 이 한의사는 최제천이라는 분으로 한국 전역에서 유명한 고수예요.. 얼마 전 의학사에서 치유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전신 마비 환자를 치료했습니다."나나코는 그동안 건강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의학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최제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지로의 말을 듣자 가슴이 두근댔다. "그럼 어디서 그 분을 찾을 수 있습니까?"고바야시 지로는 "이 한의사는 현지에 제세당이라는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격이 좀 괴팍하고 일본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승님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그럼 돈을 많이 드리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 까요?”“돈으로 해결되었으면 제 형님도 서울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겠죠..”이토 나나코는 물었다. "지로 씨,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형님이 한의사에게 당한 거예요?""아니요, 아니요.. 형의 죽음은 그와 관련이 있지만, 그에게 살해 당한 것은 아닙니다.."이 말을 하면서 지로는 ‘형은 사실 내가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거다. 형을 죽인 건 은시후 본인이 아니더라도, 분명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고.. 그나저나 애당초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은 결국 형이 최제천 선생의 약을 노렸기 때문이었는데, 그는 신약을 훔쳐서 보물을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제천과 은시후에게 당하여 아버지를 독살하게 되었지.. 이 일을 생각하면 분하기도 하고,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고.. 심지어 약간의 기쁨도 있었다..’라고 생각했다.나나코는 지로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어찌 알고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지로에게 물었다. "그 한의원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이토 나나코는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지로 씨, 여기 한의사 선생님과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라고 물었다."아니, 아니요..” 고바야시 지로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이 한의사와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형이 살아있을 때 이 선생님에게 미움을 산 적이 있어서요.. 그가 우리 이치로 그룹에 대해 불만이 많을까 봐 걱정되어서 나나코 씨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제 이름을 밝히지 말고 다나카라고 부르라는 거예요.”"아~ 그랬군요.." 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대문을 들어서며 문을 두드렸다.직원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한의원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안녕하세요? 저희 선생님께서는 오늘 이미 휴진하셨습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일 다시 와 주십시오.”이토 나나코는 다급히 소리쳤다. "원장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환자가 있어서요~~!! 만약 치료만 해 주실 수 있다면 1000만 달러라도 기꺼이 진찰비로 낼 수 있습니다!!”마침 카운터를 정리하고 있던 소희가 이 말을 듣고 즉시 입을 열었다. "실례합니다만... 제 외할아버지께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만약 돈을 많이 줘서 우리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에요! 당장 돌아가세요!”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즉시 사과를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는 그만큼 성의를 최대한 표시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사부님께서는 전신의 경맥이 끊어졌고 신경이 끊어져 이미 식물인간 상태가 되셨어요.. 그런데 우연히 원장 선생님께서 전신 마비 환자를 치료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서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온몸의 경맥이 끊어졌다고요..?” 소희는 이토 나나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확실히 경맥이 끊어진 것이고, 다른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소희가 놀란 이유는 경맥의 개념을 대부분의 일반인
이토 나나코는 그 은시후라는 젊은이가 이 천재 의사 최제천 선생에게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째서 이렇게 나이 많은 한의사가 한 젊은이 이토록 존경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시후가 최제천에게 끼친 영향이 최제천의 인식을 뒤집었다는 걸 그녀는 당연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시후가 보여준 의술과 약을 정제하는 능력으로 볼 때, 최제천 선생에게 시후는 그야말로 평생 보지 못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엄청난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나이가 많은 의사임에도 시후를 존경하고 따르게 된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는 시후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고, 치료제와 회춘단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큰 은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갚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이토 나나코는 최제천의 태도가 분노로 변한 것을 보며 급히 겸허한 표정으로 애원하였다. "선생님.. 제발.. 제 은사님께서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분을 화나게 만든 것은 순간적인 잠시 충동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죄가 선생님께 직접 미치는 것은 아니니 자비를 베풀어 꼭 도와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애원하겠습니다..”그러나 최제천은 손을 크게 저으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내 목숨은 모두 은 선생님이 구해주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남아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고 있는 것도 전적으로 은 선생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요. 그러니 은 선생님을 화나게 한 사람은 모두 나의 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보니 예의를 잘 차리는 것 같으니 당신에게 악담을 퍼붓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더욱이 당신을 문밖으로 내쫓고 싶지도 않으니, 스스로 떠나 주기를 바랍니다!"이토 나나코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발.. 의사로써 죽음을 외면하시려는 건가요? 제발 거부하지 말아 주세요..”최제천은 그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
"은시후..요..?!" 고바야시 지로는 온 몸의 털이 모두 서는 것을 느끼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나나코 씨,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 은시후라는 사람은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아요. 위험하니까요! 결코 그와 많이 접촉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지로는 "또한 야마모토 가즈키 선생의 조언을 믿고 그 은시후를 스승으로 모셔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은시후라는 인간은 일본인에게 매우 비우호적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가즈키 선생이 그를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하게 그의 이마에 글자를 새기지는 않았을 테니까요?”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은시후 씨가 절 제자로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그가 제 은사님을 치료하기 위해 손을 쓰거나 최제천 선생님께서 제 은사를 치료하도록 말 한 마디만 잘해 주기를 바랄 뿐이에요..”고바야시 지로는 물었다. "그럼 다른 날 은시후를 찾아갈 생각인가요?""아니요, 오늘이요.”"오늘이요?! 벌써 저녁인데.. 설마.. 지금 은시후를 만나러 갈 겁니까?”"맞아요! 지금 당장 가려고요!" 이토 나나코는 결연한 얼굴로 고바야시 지로에게 말했다. "제가 알아봤는데, 그는 서울에서 가장 좋은 별장에 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청년재라고 하는데.. 지로 씨, 그럼 부탁드려요!”"에에?? 은시후의 집에 가서 그를 만나겠다고요? 절대 안 됩니다!!" 고바야시 지로는 얼른 손을 내저었다. 그는 은시후를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매우 다루기 어렵고 나나코가 그를 찾아가더라도 어떤 혜택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은시후를 화나게 하고 심지어 은시후에게 상처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나나코 씨, 은시후의 정체를 모르면서 이렇게 찾아가면 분명 손해를 볼 거예요!"라고 말했다.이토 나나코는 "저는 그와 싸움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에요. 제 실력이 그의 앞에서 개미만도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고
시후는 확실히 야마모토 가즈키에게 매우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토 나나코에 대한 인상은 꽤 좋았다. 이토 나나코는 여러 해 동안 무술을 단련했다고 하지만, 성격은 부드럽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확실히 철이 들었고 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최제천은 그의 말을 듣고 즉시 말했다. "알겠습니다. 만약 그녀가 다음에 다시 온다면 손님 대접은 하겠습니다.”"네,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럼 선생님, 제가 집에 거의 다 와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하시죠.”"네, 은 선생님."최제천과의 통화를 끊고, 시후는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막 자기 집 앞에 다다르기 전, 시후는 차의 속도를 점차 늦추었다. 그때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시후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이건 이토 나나코가 아닌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나나코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이토 나나코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으니, 그녀가 자신이 청년재에 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시후가 궁금한 건, 그녀가 자신을 왜 찾은 것이지..?이토 나나코는 시후가 몰고 있는 BMW의 바로 앞을 가로막고, 말없이 겸손한 얼굴로 그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시후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나코 씨, 여기서 뭐 하세요?"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들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다가 잠시 머뭇거린 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은 선생님, 제발 제 스승님을 살려주세요!""살려 달라고요..? 하하.. 온몸의 경맥이 끊기고 신경이 끊어졌는데, 무슨 근거로 내가 그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제 판단을 믿습니다. 저는 당신이 제 스승님을 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물론 잘못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잘못을 한 건 아니잖아요?!”시후는 냉소했다. “그가 모욕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라는 걸 알
이토 나나코는 얼굴을 찡그렸다. "선생님 그럼 말씀해 주십시오!"시후는 설명해주었다. "우선 무술이라는 것은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다스리고, 그 후에 무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즉 정신력이 체력과 무술 실력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종격투기를 하든, 킥복싱을 하든, 아니면 태권도, 가라테, 영춘권, 태극권 무엇을 하든 사실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인 거예요!”이토 나나코는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어떻다는 거예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콧방귀를 뀌며 "당신의 마음은 자비로 가득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열린 마음도, 평온함도 없으며, 늑대와 같은 야생성도 없어요.”"야생성?!" 이토 나나코는 굳은 표정으로 "무슨 뜻이에요? 야생성이란 게 무슨 뜻이죠..?”라고 물었다."야생성이란 강인함과 독기죠. 늑대는 동료가 사냥꾼에게 잡히면 그저 구하려고만 할 뿐, 사냥꾼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늑대는 동료가 다치면 동료 옆에 엎드려 오열하지 않고, 송곳니를 드러내어 복수를 하고, 이길 수 있다면 싸우고, 이길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다시 싸울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찾는 겁니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늑대는 어떤 경우에도 결코 적 앞에서 꼬리를 흔들지 않습니다! 즉, 허스키가 아무리 몸집이 크고 힘이 세도 늑대의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진정한 무술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토 나나코는 "무슨 근거로 나를 불합격이라고 하는 거죠?!”라고 화를 냈다."당신이 불합격이라고 말하는 건 세 가지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승복할 기개가 부족합니다. 당신의 사부는 나와 공평하게 내기를 했고, 승패는 모두 자신이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부 자신도 패배를 승복하고 패배를 받아들였는데 당신은 제자임에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나에게 와서 부탁하고 있잖아요? 만약 당신이 내기에
시후의 말은, 이토 나나코에게 충격을 주었다. 결국 자신은 무술인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무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여 세계 최고의 젊은 무술 고수라고 알려 졌음에도 무술의 근본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녀가 비를 맞으며 울자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미안해요. 하지만 전 당신이 진정한 무도에 대해 이해하고 깨닫기를 바랍니다!"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들고, 새빨간 눈동자로 시후를 쳐다보면서 여전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저는 그래도 은 선생님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은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시후는 나나코를 돕기 위해 손을 뻗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진정한 무술인이란, 실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강약에서 차이가 나는 겁니다..! 내면이 굳건하고 강하다면, 비록 무술을 겨루어 폐인이 되더라도 무도 정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스승은 비록 거만하지만, 적어도 실패의 결과는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당신보다는 낫네요!""제 사부님은 오늘 혀를 깨물고 자결하려고 하셨는데, 아마도 손을 쓸 수 있었다면 할복하셨을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무술 실력은 형편없지만, 내면은 굉장히 강하다는 증거이겠죠.. 내면은 그가 무술인의 정체성에 부응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시후는 이렇게 말하고 이토 나나코를 힐끗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현재로서는 당신은 확실히 무술인의 길을 걷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충고 하나 더 할 게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가 대학에 잘 다녀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대학원 진학을 계속하거나, 하루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이토 나나코는 눈시울을 붉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정말 무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포기하기 싫으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은 선
그러자 나나코는 황급히 두 손을 땅에 짚고 고개를 조아렸다. "은 선생님, 나나코는 한국인을 해쳤던 모든 일본인들을 대신해 당신과 한국인들에게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나나코는 남은 생에 최선을 다해 일본의 빚을 갚겠다..”시후는 손을 내저었다. "됐어요. 이 빚은 영원히 계산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사과할 마음이 있어서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는 이토 나나코를 부축하며 "앞으로 두 경기가 남았으니 빨리 돌아가서 준비를 하세요. 그래야 다음 4강전에서 잘할 수 있죠. 결승에 올라야 설아와 만날 수 있도록요.”"네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 나나코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진설아 선수와 결승전에서 만날 것입니다!" 나나코는 단호하게 말했다."좋아요." 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서야 시후는 돌아서서 유나의 BMW로 돌아갔고 다시 차를 몰고 돌아갔다.이토 나나코는 한참 동안 차의 뒤를 바라보다가 시후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10여 분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갑자기 시후에 대한 열렬한 숭배의 감정이 솟아올랐다. 시후 같은 사내야 말로 진정한 무술 고수였구나.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둘을 대조했다. 시후에 비해 자신의 스승님은 실력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의 실력과 성격은 은시후보다는 훨씬 뒤떨어졌다. 특히 사부님은 이전의 오만불손하고 맹목적인 자신감으로 인해 자신이 이미 무술에 있어서는 최고 고수라고 여기며 은시후를 도발했다. 즉, 사부님의 마음가짐이 이미 은시후에 비해 부족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은시후의 실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 않았기에 손을 쓰기 전에는 그 누구도 은시후의 실력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자신의 스승은 은시후의 눈에는 그야말로 광대와 다름없었다. 조금 전 은시후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사부님이 이런 결말을 얻게 된 건 자신의 오만함 때문이었다.그 순간.. 나나코의 마음 속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