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가 물을 거의 다 마시자 천호진 회장은 곧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이제 약효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김유나는 물을 마신 후,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머리가 좀 어지럽고, 무거워졌기 때문이다!이게 무슨 일이지??그녀는 속으로 너무나 놀랐다.설마.. 지금 천호진 회장이 물에 약을 탄 것인가?!이런 생각이 들자, 김유나는 깜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힘을 주었지만, 이미 약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두 다리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보아하니, 그녀는 혼자서 이곳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그녀는 아직 자신의 의식이 흐려지지 않은 틈을 타, 조용히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시후와의 카톡 채팅방을 찾았다. 그리고는 음성 메시지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버튼을 누른 동시에, 천호진 회장에게 말했다. “음.. 회장님.. 제가 지금 좀 어지러운 것 같아요.. 이 물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천호진 회장은 “김 이사님, 별 문제 없을 텐데.. 이건 그냥 녹차 우린 물이라.. 혹시 한 잔 더 드릴까요?”“아뇨 회장님.. 더 안 마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혹시.. 밖으로 좀 데려다 주시겠어요?”김유나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천호진 회장은 느끼하게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그리고는 불안해하는 김유나를 훑어보며 천호진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김 이사님, 다들 이사님이 정말 아리땁다고 이야기 하던데.. 과연 오늘 만나 뵈니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하..”김유나는 그가 자신의 옆에 바싹 붙는 것을 보고,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저와 좀 떨어져 주시겠어요?”천호진 회장은, “아이.. 왜 이래요 김 이사? 우린 이제 사업 파트너니까.. 좀 친밀해지는 것이 더 괜찮지 않겠어요?”천호진 회장의 몸이 다시 김유나에게로 기울었다.김유나는 더 피하
“알겠습니다!”******통화를 끊고 잠시 후, 큰 덩치의 검은 벤 한 대가 은시후를 데리러 왔다.벤 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열 명 남짓한 사내들과 안세진이 함께 타고 있었다.안세진의 표정은 몹시 안 좋았다. 감히 겁도 없이 사모님께 손을 대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게 아닌가?!은시후는 곧장 벤에 올라탔고, 타자 마자 안세진에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천호건설로 갑시다!”라고 외쳤다.******지금 이 시각 천호건설.천호진 회장은 이미 힘이 다 빠진 김유나를 보고 설레는 듯 껄껄 웃으며, 즉시 두 손을 뻗어 김유나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바로 그 때, 누군가에 의해 사무실 문이 갑자기 ‘쾅’하고 열렸다. 추하게 생겼고 문 앞에서 씩씩대고 있는 여자가 보였고, 경호원처럼 생긴 남자 몇 사람이 천호진 회장을 향해 달려들었다!천호진 회장이 김유나의 옷을 벗기려 하는 것을 본 그녀는 “천호진! 감히 날 두고 다른 여자를 먹으려고 해?!”천호진 회장은 놀라 당황했다!집사람이 갑자기 왜 이곳을 찾은 거지?천호진 회장이 어찌 알았겠는가? 자신의 아내가 그의 주변 사람을 다 포섭해서 자신이 매일 어디에 갔는지, 누가 찾아왔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처음에 김유나가 천호진 회장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난 그녀는, 금세 경계심이 생겼다.왜냐하면 김유나는 아름다운 미모로 업계에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못 생겼기 때문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성들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마침 김유나가 회사로 왔다는 말을 듣고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허튼 수작을 부리면 죽여버리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역시!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장면이란.. 이 늙어 빠진 남편이 김유나의 옷을 벗기고 있는 장면이라니!천호진 회장은 겁에 질렸다. “여보! 여보~~ 내 설명 좀 들어봐요! 저 여자가 꼬신 거야!”그 누런 얼굴의 아내는 김유나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천 회장의 아내가 김유나의 얼굴을 후려치자, 유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얼굴을 감싸쥔 채 앞에 있는 흉악한 여인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당신 누구야,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내가 뭘 하려는 걸로 보여? 더러운 불륜녀를 때려 죽이려고 하는 거지!”그러자 그는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칼은? 이리 줘! 나 이 년을 베어 버리겠어. 더러운 년!”“예, 아가씨!”그 경호원은 즉시 날카로운 칼을 꺼내더니, “여기 있습니다. 그냥 손을 더럽히지 마시지요. 제가 하겠습니다.”천 회장의 아내는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리며, 그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욕을 퍼부었다. “지금 나에게 말대꾸하는 거야?”경호원은 즉시 무릎을 꿇고 겁에 질려,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하십시오.”라고 말했다.“저리 가!”그리고 그녀는 칼만 들고 와서 유나의 얼굴을 짓이기려 했다.유나는 겁에 질려 몸부림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경호원에 의해 붙잡혀 꼼짝할 수 없었고 약에 취해 몸도 나른했기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바로 이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당장, 그 칼 내려!”천 회장의 아내가 뒤를 돌아서자 젊은 남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을 데리고 자신에게 달려들었다!“누구야? 감히 내 일에 참견하는 거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은시후는 이를 악물며 “네가 누군지 모르겠고!” 그는 즉시 달려들어 한 발로 그 여자를 걷어 차 날려 버렸다.은시후를 본 유나는 무너져 내리며 눈물을 흘렸다. “여보, 살려줘....”은시후는 『구현보감』에서 본 것을 떠올리며 몸 안의 영기를 모두 주먹으로 모았다. 그리고 그는 아내를 붙잡고 있는 경호원 두 명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퍽!!”두 사람은 순식간에 날아서, 벽에 부딪혀 인사불성이 되었다.유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손에 붙잡히지는 않았으나, 다리가 후들거려 곧 땅바닥으로 넘어질 것 같았다.은시후는 얼른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 유나의 얼굴에 손바
옆에 있던 천호진의 아내가 침착하게 말했다. “내가 먼저 말해 줄게 있는데! 내 이름은 박초롱이라고 한다! 해성 그룹의 딸이지! 해성 그룹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우리는 LCS 그룹의 자회사라고! 만약 네가 날 건드린다면, 아무리 좋은 백이 있다해도 우리 해성 그룹에서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LCS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걸?”이라고 말했다.“뭐?” 은시후는 냉소적으로 박초롱을 향해 소리쳤다. “잘 들어, 내가 그 LCS 그룹의 도련님이다! 내가 바로 네 주인이라고! 내 이름은! 은! 시! 후! 다.”‘콰쾅!!!’이 말을 들은 박초롱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그녀는 귀신을 본 듯 눈을 부릅뜨고 은시후를 바라보았다.“너.. 너.. 당.. 신이.. LCS 그룹 도련님이라고? 그럴 리가! LCS 그룹의 도련님이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이때 갑자기 안세진이 다가와 “박초롱! 네가 죽어도 그렇게 고집을 부릴 거냐? 저분이 바로 LCS 그룹의 도련님 은시후 님이다!”박초롱은 그제서야 안세진을 보았다!안세진?!저... 사람은 LCS 그룹의 대변인인데?!안세진도 우리 아빠가 늘 최선을 다해 잘 보이고 싶어하던 사람이잖아?!이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설마... 설마...설마 저 사람이 정.... 정말 LCS 그룹의... 도련님이라고?!?!“도련님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용서해 주세요, 전 정말 도련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만약 저 분이 도련님의 아내인 줄 알았더라면 제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했을 텐데요.. 도련님!”천호진도 덩달아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그는 털썩 무릎을 꿇은 뒤 눈물을 흘리며 “제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은시후는 “내 아내에게 그런 짓거리를 하고도 살아 남기를 바라고 있어?”라며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는 은시후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에게 “이 자식을 총으로 쏴!”라고 소리쳤다.“탕탕!”그들은 망설임 없이 머리에 총을 쏘았다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박초롱의 척추도 부러지고 말았다!이제 부부 모두가 사지 마비가 되었다!이제 영원히 그 둘은 회복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안세진은 “회장님, 부탁하신 중형 굴착기들이 도착했습니다. 한마디만 하시면, 즉시 천호건설을 엎어버리겠습니다.”“그래요!”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 그럼 10분 안에 철수할 수 있도록 다 밀어주세요!!!”천호진과 박초롱은 혼비백산했다.평생 심혈을 기울여 발전시켜온 회사가, 지금 이렇게 끝나는 거야?사람도 산송장이 되었으니, 돈이 없으면 자신들을 누가 돌봐 주겠는가?하지만, 은시후는 그들을 상관하지 않는다.그는 사람을 시켜 비상벨을 울리게 했다. 공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즉시 대피하기 시작했다.뒤이어 은시후는 깊이 잠든 유나를 끌어안고, 검은 정장의 사내들 몇 명에게 사지마비가 된 천호진 회장과 박초롱을 들게 했다.그들이 공장을 나올 때는 이미 공장 전체가 거의 다 부셔져 있었다.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큰불이 나자 모두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왔다.그 때 수 십대의 굴착기가 이미 공장을 에워싸고 있었다.안세진이 불러모은 사람들은 모두 공장 외곽에서 뿔뿔이 흩어져 일을 하고 있었다.은시후는 천호진과 박초롱에게 “자, 직접 볼 수 있도록 도와주지. 당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장이 지금 어떻게 되는지 잘 봐. 이젠 잿더미가 될 거니까!”그리고 시후는 “굴착기를 들여보내, 다 부셔버려요!”라고 외쳤다.굴삭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부로 들어왔다.굴삭기의 버켓과 오거드릴에서는 엄청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마치 수십 대의 탱크가 몰려온 것처럼 공장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초토화되어 버렸다. 원래 공장이 있던 곳은 건물의 잔해들만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천호진과 박초롱은 절망에 몸부림쳤다.이것들은 모두 다 두 사람의 피, 땀, 눈물이었다!이 공장을 지탱하고 있던 벽돌, 기와, 기둥 하나 하나가 모두 그들이 반평생 노력해 만들어 온 결실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유나를 침대에 눕힌 후에, 시후는 비로소 유나의 몸에서 그 기운을 거두었다.그러자 곧 유나는 잠에서 깨어났다.“여보!” 유나는 눈을 뜨더니, 은시후의 얼굴을 보자 미칠 듯이 기뻐하였다. 곧이어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은시후는 “괜찮아요, 유나 씨.. 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당신을 집에 데려왔으니..”“집에 왔어요?”유나는 그제서야 사방을 둘러보았다.자신과 은시후의 침실인 것을 깨달은 그녀는 참지 못하고 “천호진 그 사람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았죠?”라고 물었다“아니에요.” 은시후는 “천호진 부부 모두 이미 사지가 마비되었어요. 그리고 천호건설 전체는 초토화되었고.. 불의를 저지르면 반드시 자멸하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유나는 “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친구 몇 명을 불러서 유나 씨를 공장에서 구했단 말이죠. 그런데 천호건설 전체 공장, 사무실 건물들 전부 부실 공사였던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나오자마자 작업장 하나가 폭발해서, 공장 건물 전체가 폭발했어요. 아쉽게도 유나 씨는 그때 잠들어서.. 만약 깨어 있었다면 영화 속 장면처럼 아주 엄청난 걸 볼 수 있었을 텐데!”“그렇게 좋은 공장이.. 작업장 하나가 폭발했다고 전부 초토화됐다고요?”“맞아요.”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엔.. 그렇게 나쁜 짓을 하더니 그 사람들 아마 천벌을 받은 것 같아요!”말을 마치자, 그는 즉시 조용히 안세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러자 안세진은 라고 답했다.몇 분 뒤, 유나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갑자기 네이버 뉴스에서 속보라며 푸시 알람이 여러 개 떴다.그녀는 제목을 한 번 보고는 깜짝 놀라 아연
천호건설이 파산하고 가장 슬퍼한 사람은 신옥희 회장이었다.그렇지 않아도 지금 WS의 자금줄이 막혀 불안한 상황이라, 그녀는 유나가 외상 건으로 천호건설을 설득하기만 하면 일단 잠시동안은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천호건설 전체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다니!지금 신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금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돈을 좀 구할 수 있느냐가 그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유나는 어제 일어났던 상세한 일들을 신 회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장차 WS와 관련된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력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다른 일들은 신 회장이 아무리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절대 손을 대지 않기로..다음 날, 유나는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었기에 지체없이 출근했다.오전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온 시후는 장인어른이 답답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버님, 기분이 안 좋으신지요? 누가 또 협박한 건 아니죠? 설마.. 또 골동품을 샀다가 속으신 겁니까?”김상곤은 옥수수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니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 골동품의 ‘골’자도 내 앞에서 꺼내지 마라! 아오! 듣기만 하면 화나니까!”“왜요?” 은시후는 참다못해 물었다. “진짜 또 속으셨어요?”김상곤은 “그게 아니라, 인사가 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경매 행사의 정원(定員) 수 때문에 그러지!”은시후는 “인사가 나아트센터..? 그게 뭔데요?”라며 의아해했다.“하이고.. 이게 말이야, 한국고미술협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고가의 골동품 경매가 열리는데,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좋은 물건들이 나온단 말이지?! 그러다 보니 참여할 수 있는 정원이 정해져 있어.”김상곤은 설명을 하면서, 표정은 이미 경매장에 가 있는 듯했다.그러나 뒤이어 그는 기죽은 채로 말했다. “WS 그룹은 초대장을 한 장 밖에
......김상곤은 유나가 퇴근할 때까지도 기운 빠진 모습으로 저녁 식사를 할 때조차 정신을 못 차렸다.시후는 그가 초대장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저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때 마침 송민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은 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요.. 일을 마무리 짓고 지금 선생님 댁으로 왔습니다. 초대장을 전해 드리려고요.”은시후는 급히 “아 그럼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자신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송민정은 은시후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려 초청장 2장을 건넸다.은시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장인은 여전히 그 일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유나는 화가 난 장인어른 옆에서 그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이 참.. 아빠! 화 좀 풀어요. 할머니가 초대장을 혜준 오빠에게 준 건 이번 기회에 상류사회에서 인맥을 좀 쌓으라는 거잖아요.”장인은 한숨을 쉬며 “휴우, 네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그 자식을 편애했다니까? 나는 예뻐하지도 않고, 늘 네 큰아버지와 혜준이 둘만 귀여워하셨다고!! 근데 아직도 그 성격을 못 고치고 이러시니, 정말이지 내가 화가 나 죽겠어~~!”유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할머니가 그 둘을 편애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난 것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큰아버지에게 더 의지했다.게다가 자신은 여자라 가업을 잇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혜준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가 자신이 은시후와 결혼하게 되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집안을 완전히 무시하는 상황이었다.갑자기 은시후가 다가와 금박을 입힌 초대장 봉투 두 장을 장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님, 그렇게 원하시던 초대장을 제가 얻어왔습니다.”“엥? 뭐야?!!”김상곤은 엉덩이에 용수철을 끼운 듯 껑충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시후가 들고 있던 초대장을 휙
국장과의 대화는 단 10분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마치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시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차렸다.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곧 처벌인 셈이었다. 그 후에는 시장은 자신이 뉴욕을 위해 공헌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번 일은 비록 제이크 한이 잘못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는 뉴욕 시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결국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찍 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그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약하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동네에서 반평생을 안전을 지킨 경비원이 퇴직을 앞두고 실수로 도둑들을 들여보낸 상황과 비슷할 것이었다. 그런 경비원을 사람들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 한은 뉴욕 시장에게 감탄했다. 비록 시장은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22년 동안 경찰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러한 일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는 제이크 한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일 분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제이크 한을 희생시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제이크 한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었다.이를 알아차린 제이크 한은 결국 무전기를 들고 특전사 팀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즉시 특전사 팀을 페이셔스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특전사 팀의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경찰 대변인이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제이크 한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제이크 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제
국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해결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기면, 결국 누군가는 대신 뒤집어써야 해. 자네가 뉴욕 경찰로 이렇게 오랫동안 일했으니,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가 이 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국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뉴욕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내부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뉴욕 경찰은 다른 인종들에 대한 폭력적인 법집행으로 인해 거센 분노를 샀는데, 처음에는 내부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했다. 이번 배호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역시도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은 대응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봤을 때, 이 사건은 아마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크며, 결국 뉴욕 경찰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제이크 한은 이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퇴직하거나, 강제로 퇴직하거나, 퇴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국 좌절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 "곧 언론과 간단한 만남을 가지도록 하게. 경찰은 정보를 입수해 이 건물에서 용의자가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지만, 수색 결과 용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거네. 이번 작전은 잘못된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이야기해. 그 외의 이야기는 하지 말고."제이크 한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부 회의를
제이크 한은 이때 도박 심리에 휘말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더 승부를 걸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국장이 자신에게 사람들을 철수시키라고 말하자, 그는 즉시 화를 내며 반박했다. "지금 사람들을 철수시키면, 모든 게 완전히 물거품이 될 겁니다!"국장이 반문했다. "이미 전부 수색을 마친 것 아닌가? 언제까지 수색할 건가? 내가 한 달을 줘도, 페이셔스 그룹 본사를 하나하나 부수어 가며 수색해도, 자네는 찾을 수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바로 답했다. "국장님, 특수 부대에 다시 한번 수색을 부탁하시죠. 저는 소이연이 절대 도망쳤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페이셔스 그룹의 구석에 숨어 있을 겁니다!"그러자 국장은 분노하며 말했다. "제이크, 지금 자네가 퇴직 전 마지막으로 이런 큰 사건을 맡게 되어 마음이 안 놓이겠지만, 이제 이 일은 이미 언론과 민중 사이에서 엄청난 불만을 일으킨 상황이야! 인터넷에서는 뉴욕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시장에게도 수많은 비판의 전화가 걸려온다고!"제이크 한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소이연을 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녀에게서 블랙 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끌어내야 합니다!"국장은 욕을 퍼부었다. "제정신인가? 그들이 블랙 드래곤 사람들인지 아닌지 간에, 나는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지금 미국 전역, 심지어 전 세계의 시민들이 이들의 죽음을 환호하고 있고, 그들은 미스터리의 인물들을 영웅으로 보고 있다고! 그리고 뉴욕 시장은 이미 우리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어! 그런데 자네가 시장의 명령을 무시할 셈인가?!"제이크 한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국장님, 수색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그 후에 이 사건은 영원히 덮어 두시는 겁니까?"국장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일은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자네 퇴직까지 1년도 남지 않았어. 내일 일정을 정리하고, 퇴직 전까지는 집에서 쉬도록 하게. 퇴직할 때는 내가 큰 환송회를 열어 줄 테니, 퇴직을
특전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가장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생명 탐지기는 철근 콘크리트도 영향을 줄 수 없으며,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 따라서 소이연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게 숨는다고 하더라도, 이 장비의 탐지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는 수십 마리의 훈련된 경찰견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여러 벽을 사이에 두고 숨어 있어도 경찰견들은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면 소이연이 여전히 페이셔스 그룹 본사에 있을 경우 반드시 발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최첨단 탐지 기술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소이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제이크 한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소이연이 미리 도망쳤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본 후,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행동은 이미 매우 빨랐고, 배유현에게 정보를 흘릴 틈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소이연이 그렇게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그때 뉴욕 경찰서장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이미 신원이 확인되고 승인을 받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보도를 계속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시민들의 뉴욕 경찰에 대한 불만은 보도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모두가 알듯이, 뉴욕 경찰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이유는, 배호영과 같은 쓰레기 같은 범죄자들을 살해한 미스터리의 인물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법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적인 정의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이크 한에게 이 미스터리의 인물들은 아무리 악을 처벌하고 선을 알리는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며, 이러한 범죄자는 반드시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뉴욕 시민들 대다수는 개인적인 정의를 기준으로 사건을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배호영과 같은 범죄자들은 죽
원래 시후는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내일 열릴 고은서의 뉴욕 첫 공연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공연에 가지 않으면, 고은서는 물론이고 아내 유나 역시 매우 실망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직접 공연장을 둘러본 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VIP 박스에서 아내와 함께 고은서의 공연을 관람하면, 노출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지우는 시후의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박스를 요청하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하며 말했다. “네 문제없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지우를 따라 박스로 향했다. 김지우는 문을 열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이 공연장의 VIP 박스는 아주 넓어서 독립 화장실도 있고, 파티를 열 수도 있어요. 필요한 건 직원들이 모두 가져다 드릴 테니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고요. 게다가 유리는 단방향 프라이버시 유리라서 외부 관객은 내부를 볼 수 없어요.”시후는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스는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뉴욕의 최상류층이 모일 만한 장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좋네. 이 방으로 할게.”김지우는 승낙하며 말했다. “만약 최대한 조용히 오시고 싶으시다면, 제가 VIP 통로로 안내해 드릴게요. VIP 박스는 일반 관객석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그 통로로 바로 들어오시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을 거예요.”“좋아!”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정하자. 내일 공연 전에 연결 담당 직원을 하나 지정해주면, 그 사람을 통해 들어 갈게.”김지우는 즉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귀한 손님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다니요. 제가 직접 책임지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내일 분명히 바쁠 텐데, 이런 일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나를 모르는 사람을 하나 정해서, 풍수 전문가라고만 알려주면 돼.”김지우는
김지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늘 공손했다고요.”시후는 농담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무정하다고 욕먹을 때는 아닌가 보네.”김지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죠, 아니죠. 어른이라면 각자 일들을 개별적으로 따져야죠. 은서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는 좀 철없어 보였지만, 다른 방면으로는 정말 훌륭하시잖아요.” 말을 마치며, 김지우는 시후의 약간 찌푸린 표정을 무시하고, 뒤에 있는 거대한 공연장을 가리키며 웃으며 말했다. “보세요, 여기가 뉴욕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이에요. 우리도 한때 걱정했잖아요, 페이셔스 그룹에게 발목 잡혀서 이 공연장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이예요.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지금은 아예 우리 소유처럼 되어버렸네요....” 그녀는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시후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나왔다. 김지우는 특유의 엉뚱함과 발랄함을 가진 사람으로, 말을 할 때는 가끔씩 빈정대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기 드물게 솔직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런 칭찬과 빈정거림이 섞인 말에 시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시후는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그런데, 이 공연장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지? VIP를 위한 공간도 따로 있는 건가?”“있죠.” 김지우가 바로 답한 뒤 물었다. “설마 내일 공연을 VIP 박스에서 보시려는 건가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VIP 박스가 조금 더 조용하잖아.”김지우는 말했다. “조용하긴 한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요. 맨 마지막 줄 꼭대기에 있으니, 은서가 무대에 있으면 아마 잘 안 보일 거예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상황이 좀 특별해서, 이번에는 조용히 보는 게 낫겠어.” 그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외할머니 가족들이 내일 공연을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자신을 본다면, 그들은 자신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김지우는 시후의
제이크 한은 현재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나는 최근 뉴욕에서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조속히 체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절친한 친구 안충주를 도와, 고은서에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밝혀내는 일이었다.현재 페이셔스 그룹 본사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어 소이연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제이크 한은 이 전화를 받고 부하 직원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실망스러웠다. “경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철저히 준비해서 계획을 실행했는데, 그 가게의 CCTV 안에 하드디스크가 없었습니다..”“하드디스크가 없다니?!” 제이크 한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으로 물었다. “왜 하드디스크가 없지? 누군가 미리 가져간 건가?”부하는 답했다. “현장에 갔던 동료가 말하길, 가게 주인이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서 새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했답니다.”“고장 난 하드디스크는? 그 기계 안에 없었나?”“없었습니다. 제가 물어보니, 가게 주인이 하드디스크 슬롯이 비어 있다고 했습니다.”제이크 한은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만약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서 수리할 생각이 없었다면, 굳이 하드디스크를 기기에서 꺼낼 필요가 없지 않나? 이건 마치 컴퓨터 CPU가 고장 나서 방치할 거라고 하면서 굳이 CPU만 따로 빼낸 것과 같지 않나?”“그건....” 부하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 “경감님, 가게 주인에게 뭔가 수상한 점이 있다는 뜻인가요?”“분명 뭔가 있어.” 제이크 한은 냉정히 말했다. “그 가게 주인의 정보를 조사하고, 부하들을 보내 그를 몰래 감시하도록 해. 도망치지 못하게 말이야.” 그러면서 다시 당부했다. “절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알겠습니다!” 부하는 즉시 대답하며 말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현장 책임자가 다가와 말했다. “경감님, 페이셔스 그룹 본사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대피했는데, 아직 소이연을 발견하지 못했습
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당부했다. “대원들이 질서 있게 철수하도록 하세요. 뉴욕 경찰에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성도민은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미 대원들에게 지시해 이곳을 철저히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을 겁니다.”시후는 이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빌린 이 별장은 차라리 돈을 들여 매입해버려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이 뉴욕에서 사용할 거점으로 남겨두도록 하죠.”“예, 알겠습니다!” 성도민은 곧바로 응답하며 말했다. “오늘 바로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보기에 뉴욕은 요즘 불안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인원을 조금 남겨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씨를 도와야 할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배유현 씨가 이제 막 페이셔스 그룹문의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때 내가 그녀 곁에 사람을 두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그런 뒤 시후는 말을 이어갔다. “아 참 이 별장을 매입한 뒤에는,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신분이 가장 깨끗한 몇 명을 뽑아 이곳에 잠시 머무르게 하세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하니까요.”“알겠습니다!” 성도민은 말했다.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성도민은 공손히 말했다. “어떤 일이든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공개했던 그 영상들에서, 희생된 무고한 소녀들을 존중하기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후속 피해자 신원 확인에 영향을 주겠죠. 그래서 익명으로 이 영상의 원본 파일을 뉴욕 경찰에게 보내도록 하십시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이 협력하여 모든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요. 그래야 페
시후가 떠난다는 말을 들은 이중열의 표정은 복잡했다. 비록 시후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후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던 데다, 시후의 인품 역시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 그는 시후에게 매우 친밀한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후가 현재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뛰어난 성과들을 이룬 모습을 보며 그는 진심으로 은서준을 기쁘게 만들 것이라고 느꼈다. 어느 순간, 그는 시후를 위해 일하며 은서준의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그저 한인타운에서 십여 년 동안 삼겹살을 팔아온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시후는 이제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정상급 재벌이 되었다. 그러니 자신과 시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클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혜를 갚겠다며 나서려고 하는 것이 그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능력 차이가 너무 크면 자신의 진심 어린 보답의 의지조차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은혜를 빌미로 출세하려는 수작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시후는 자신을 정말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혹시라도 자신이 나서서 돕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중열은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스스로를 추천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그는 시후가 그를 간절히 원했지만, 과거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상태에서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시후의 계획은 먼저 이중열이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후의 성격상,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았기에 그는 이 계획을 이중열에게 알리지 않았다.작별의 순간, 이중열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러자 시후 역시 공손히 말했다. "삼촌, 걱정 마십시오. 저는 잘 지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후는 주머니에서 거풍환 한 알을 꺼내 이중열의 손에 쥐여주며 진지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