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유나를 침대에 눕힌 후에, 시후는 비로소 유나의 몸에서 그 기운을 거두었다.그러자 곧 유나는 잠에서 깨어났다.“여보!” 유나는 눈을 뜨더니, 은시후의 얼굴을 보자 미칠 듯이 기뻐하였다. 곧이어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은시후는 “괜찮아요, 유나 씨.. 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당신을 집에 데려왔으니..”“집에 왔어요?”유나는 그제서야 사방을 둘러보았다.자신과 은시후의 침실인 것을 깨달은 그녀는 참지 못하고 “천호진 그 사람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았죠?”라고 물었다“아니에요.” 은시후는 “천호진 부부 모두 이미 사지가 마비되었어요. 그리고 천호건설 전체는 초토화되었고.. 불의를 저지르면 반드시 자멸하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유나는 “어떻게?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친구 몇 명을 불러서 유나 씨를 공장에서 구했단 말이죠. 그런데 천호건설 전체 공장, 사무실 건물들 전부 부실 공사였던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나오자마자 작업장 하나가 폭발해서, 공장 건물 전체가 폭발했어요. 아쉽게도 유나 씨는 그때 잠들어서.. 만약 깨어 있었다면 영화 속 장면처럼 아주 엄청난 걸 볼 수 있었을 텐데!”“그렇게 좋은 공장이.. 작업장 하나가 폭발했다고 전부 초토화됐다고요?”“맞아요.”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엔.. 그렇게 나쁜 짓을 하더니 그 사람들 아마 천벌을 받은 것 같아요!”말을 마치자, 그는 즉시 조용히 안세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러자 안세진은 라고 답했다.몇 분 뒤, 유나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갑자기 네이버 뉴스에서 속보라며 푸시 알람이 여러 개 떴다.그녀는 제목을 한 번 보고는 깜짝 놀라 아연
천호건설이 파산하고 가장 슬퍼한 사람은 신옥희 회장이었다.그렇지 않아도 지금 WS의 자금줄이 막혀 불안한 상황이라, 그녀는 유나가 외상 건으로 천호건설을 설득하기만 하면 일단 잠시동안은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천호건설 전체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다니!지금 신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금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돈을 좀 구할 수 있느냐가 그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유나는 어제 일어났던 상세한 일들을 신 회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장차 WS와 관련된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력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다른 일들은 신 회장이 아무리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절대 손을 대지 않기로..다음 날, 유나는 몸도 마음도 모두 회복되었기에 지체없이 출근했다.오전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온 시후는 장인어른이 답답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버님, 기분이 안 좋으신지요? 누가 또 협박한 건 아니죠? 설마.. 또 골동품을 샀다가 속으신 겁니까?”김상곤은 옥수수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니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 골동품의 ‘골’자도 내 앞에서 꺼내지 마라! 아오! 듣기만 하면 화나니까!”“왜요?” 은시후는 참다못해 물었다. “진짜 또 속으셨어요?”김상곤은 “그게 아니라, 인사가 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경매 행사의 정원(定員) 수 때문에 그러지!”은시후는 “인사가 나아트센터..? 그게 뭔데요?”라며 의아해했다.“하이고.. 이게 말이야, 한국고미술협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고가의 골동품 경매가 열리는데,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좋은 물건들이 나온단 말이지?! 그러다 보니 참여할 수 있는 정원이 정해져 있어.”김상곤은 설명을 하면서, 표정은 이미 경매장에 가 있는 듯했다.그러나 뒤이어 그는 기죽은 채로 말했다. “WS 그룹은 초대장을 한 장 밖에
......김상곤은 유나가 퇴근할 때까지도 기운 빠진 모습으로 저녁 식사를 할 때조차 정신을 못 차렸다.시후는 그가 초대장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저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때 마침 송민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은 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요.. 일을 마무리 짓고 지금 선생님 댁으로 왔습니다. 초대장을 전해 드리려고요.”은시후는 급히 “아 그럼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자신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송민정은 은시후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려 초청장 2장을 건넸다.은시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장인은 여전히 그 일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유나는 화가 난 장인어른 옆에서 그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이 참.. 아빠! 화 좀 풀어요. 할머니가 초대장을 혜준 오빠에게 준 건 이번 기회에 상류사회에서 인맥을 좀 쌓으라는 거잖아요.”장인은 한숨을 쉬며 “휴우, 네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그 자식을 편애했다니까? 나는 예뻐하지도 않고, 늘 네 큰아버지와 혜준이 둘만 귀여워하셨다고!! 근데 아직도 그 성격을 못 고치고 이러시니, 정말이지 내가 화가 나 죽겠어~~!”유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할머니가 그 둘을 편애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난 것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큰아버지에게 더 의지했다.게다가 자신은 여자라 가업을 잇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혜준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가 자신이 은시후와 결혼하게 되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집안을 완전히 무시하는 상황이었다.갑자기 은시후가 다가와 금박을 입힌 초대장 봉투 두 장을 장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님, 그렇게 원하시던 초대장을 제가 얻어왔습니다.”“엥? 뭐야?!!”김상곤은 엉덩이에 용수철을 끼운 듯 껑충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시후가 들고 있던 초대장을 휙
윤우선은 몇 억대 가치가 있는 팔찌를 선물 받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두 눈이 번쩍 뜨였다.“팔찌? 어디 있는데? 보여줘 봐!”은시후는 “어머님, 그 팔찌는 침실에 뒀어요. 하지만 전 다시 돌려줄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돌려준다고?” 윤우선은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제정신이야? 그렇게 비싼 팔찌를 돌려준다고?”은시후는 “제가 봤을 땐 별 일 아닌데, 도와줬다는 이유로 그 정도 비싼 선물을 준 거라..”라고 말했다. “저희에게 그렇게 귀한 물건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안 어울리기는 뭐가 안 어울린단 말이야?!” 윤우선은 “그 사람이 준 거면 우리는 그냥 받으면 되는 거야! 팔찌! 팔찌 어디 있는 거야? 네가 필요 없어도, 난 필요해!”은시후는 장모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팔찌는 사실 유나에게 주려고 한 것인데, 다만 최근 유나에게 말할 적당한 변명거리가 없어 전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장인 어른이란 사람의 입이 너무 가벼워, 이렇게 단번에 사실을 털어놓게 될 줄이야...은시후는 이렇게 비싼 팔찌를 아까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데 어떤 팔찌라도 못 살 것이 있겠는가?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장모가 그렇게 귀중한 물건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억척같은 성격에, 조금이라도 남에게 손해보지 않고자 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그냥 싸구려 팔찌나 끼고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어울렸다.하지만, 장모 윤우선은 이런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비싼 팔찌를 끼면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팔찌는? 어디 있냐고? 어서 꺼내 봐!”옆에 있는 유나 역시 팔찌가 엄마 손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자 유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시후 씨가 이왕이면 돌려주려고 했다고 하니까.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보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주신 분께
김상곤은 몹시 흥분했다. 이런 수준 높은 행사에는 처음 와본 터라 끊임없이 두리번거렸고,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회의장 입구에서 김상곤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초청장을 내밀었다.사실 김상곤은 속으로 은시후가 얻은 두 장의 초청장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금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은 곧바로 그와 은시후를 번갈아 쳐다보다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안으로 모시겠습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시후와 함께 내부로 입장했다.두 사람이 막 경매장으로 들어서자, 화려하게 차려 입은 김혜준도 뒤에서 우쭐거리며 들어왔다.경매장으로 들어선 김혜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은시후와 작은 아버지께서 어떻게 여기 와 있는 거야?!저 루저들이 뭐 때문에 여기 있는 거지? 그리고, WS 그룹으로 전달 된 초청장은 한 장 밖에 없었고, 그 한 장은 자신의 손에 들어 왔는데.. 저 둘은 몰래 들어온 건가?지난 번 은시후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자, 김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는 은시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은시후? 네가 여길 들어와?! 여기가 어딘지 알고 들어오기는 한 거야?”은시후는 갑자기 김혜준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져 얼굴을 찌푸렸다.김상곤은 김혜준을 보자 “아이고, 혜준아 너도 왔구나~”라며 껄껄 웃었다.김혜준은 김상곤뿐만 아니라 은시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 이곳에는 뭐 하러 오셨어요? 초대장은 저에게 있는데, 초대장은 받기나 하신 거예요?”“물론이지!” 김상곤은 곧바로 대답했다.김혜준은 “둘 다 초대장을 받았다는 증거는 있으시고요? 어디서 난 거예요?”라며 거세게 따졌다.은시후는 김혜준을 힐끗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김혜준, 우리가 초대장을 어디서 받았든지 네가 무슨 상관이지?”김혜준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잘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김혜준은 빠르게 그를 잡았지만, 은시후는 가볍게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뒤이어 시후는 다른 손으로 김혜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떻게? 손 다친 건 다 나았나? 상처가 나았으니 이제 아픈 걸 잊었나 본데?”김혜준은 갑자기 강한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속으로 분하고 놀랐다.이 자식? 손아귀 힘이 너무 강한데?!속으로 자신이 은시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혜준은 차갑게 말했다. “아오..씨..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여기서 딱 기다려, 내가 지금 쫓아내 줄 테니까!”김혜준은 고개를 돌려서 바로 옆에 서있던 매니저에게 소리를 쳤다.그러자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빠르게 걸어왔고, 그의 뒤로 경비원 두 명이 함께 따라왔다.이 중년 남성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김혜준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아, 그게요. 여기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초청장을 좀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김혜준은 손가락을 뻗어 은시후를 가리키며 “여기 있는 두 사람의 초대장이 가짜 같습니다만?!”이라고 쏘아붙였다.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초청장은 하객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비밀번호 한 줄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번호를 지정된 사이트에 입력하기만 하면 곧바로 참석자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매니저는 김혜준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그룹의 자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비해 은시후는 그저 평범한 옷차림이었기에 매니저는 경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시후에게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면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비록 그의 태도는 공손하기는 했지만, 눈빛은 일말의 경멸을 머금고 있었다.왜냐하면 은시후의 옷차림이 너무도 평범하여, 겉모습만 보기엔 이런 협회의 행사에 들어올 수 있는 VIP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은시후도 상대방의 눈빛에서 은근한 업신여김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시후는 “싫다면요?”매니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군중들이 길 가운데를 비워 통로를 만들어 비켜주었다. 그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여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몸매도 아름다웠다.밝은 불빛 아래서 그녀의 용모는 더욱 눈부셨고, 고상한 기품에 걷는 자세조차 우아했다.김혜준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잠시 넋을 잃었다.송민정은 회의장에 들어서서 아름다운 눈동자로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앞줄 VIP 존의 두 빈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초청한 VIP 손님 두 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요?”팀장은 하객 명단을 한 번 훑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씀하신 VIP 초청장은 이미 내부에서 확인되었다고 뜨는데.. 어디에 계신 지는 파악이 안 되네요.”이야기를 마친 그는 즉시 옆에 있는 사람을 불러, “매니저를 불러오세요.”라고 분부했다.재빨리 매니저가 팀장 앞으로 와 “팀장님, 혹시 무슨 일이 신지요?”팀장은 VIP존의 빈자리 두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VIP 두 분이 이미 체크를 하셨다고 하는데, 왜 자리에 안 계신 겁니까?”“VIP 손님 두 분이요?” 매니저는 조금 전 자신에게 쫓겨났던 늙은이와 한 젊은 사내가 떠올랐다.‘설마... 아니겠지......?초청장이 있었고 VIP 급이면 왜 확인을 안 받겠다고 한 거야?조금 전 일 때문에 화가 나신 건 아니겠지?아.. 망했다....’팀장은 매니저가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는 모습을 보자 경비원을 힐끗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말해보시죠.”경비원은 숨기지 못하고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재빨리 설명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송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팀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박 팀장님, 그럼 제가 먼저 은 선생님을 찾아오죠. 그럼 팀장님께서는 여기 남아 이 일을 처리해주세요. 그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게요.”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송민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는 그늘진 얼굴로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송 대표님이 친히 초청하신 VI
김혜준은 그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센터 팀장과 좀 친분을 쌓으려 했지만, 팀장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발로 걷어 차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바닥에서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팀장님, 이게 무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들도 모두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의아해했다.“저 사람 WS 그룹의 신옥희 회장의 손자 아냐..? 아트센터에 무슨 미운 털 박혔나?” “WS 그룹이 요즘 좀 뒤쳐지긴 했지.. 그런데 아트센터 팀장이랑 사이가 이렇게 벌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김혜준과 팀장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팀장은 김혜준을 노려보며 “오해? 오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소리를 들은 줄 알기나 해?!”그리고는 겨우 몸을 일으킨 김혜준을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버렸다. 김혜준은 ‘끄악!’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팀장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그의 발로 김혜준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말했다. “어이, 지금 당신이 누굴 화나게 했는지 알기나 해?”`김혜준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팀장님! 저는 아무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팀장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두어 대 후려치고는, “이 병신 같은 놈. 네가 미움을 산 두 분의 VIP 손님들은 바로 송 대표님이 초청한 VVIP라고!!! 정말 너를 죽여 버려도 이 화가 풀리지 않을 거다!”팀장은 즉시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멍청한 놈을 끌고 나가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오시죠.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트센터에서는 아까 쫓겨났던 두 VVIP 외에, 이 김혜준과 WS 그룹 소속은 절대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지시하세요! 만약 누군가 그 사람들을 들여보낸다면, 내가 끝까지 찾아서 응징할 겁니다.”
국장과의 대화는 단 10분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마치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시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차렸다.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곧 처벌인 셈이었다. 그 후에는 시장은 자신이 뉴욕을 위해 공헌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번 일은 비록 제이크 한이 잘못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는 뉴욕 시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결국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찍 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그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약하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동네에서 반평생을 안전을 지킨 경비원이 퇴직을 앞두고 실수로 도둑들을 들여보낸 상황과 비슷할 것이었다. 그런 경비원을 사람들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 한은 뉴욕 시장에게 감탄했다. 비록 시장은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22년 동안 경찰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러한 일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는 제이크 한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일 분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제이크 한을 희생시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제이크 한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었다.이를 알아차린 제이크 한은 결국 무전기를 들고 특전사 팀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즉시 특전사 팀을 페이셔스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특전사 팀의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경찰 대변인이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제이크 한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제이크 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제
국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해결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기면, 결국 누군가는 대신 뒤집어써야 해. 자네가 뉴욕 경찰로 이렇게 오랫동안 일했으니,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가 이 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국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뉴욕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내부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뉴욕 경찰은 다른 인종들에 대한 폭력적인 법집행으로 인해 거센 분노를 샀는데, 처음에는 내부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했다. 이번 배호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역시도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은 대응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봤을 때, 이 사건은 아마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크며, 결국 뉴욕 경찰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제이크 한은 이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퇴직하거나, 강제로 퇴직하거나, 퇴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국 좌절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 "곧 언론과 간단한 만남을 가지도록 하게. 경찰은 정보를 입수해 이 건물에서 용의자가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지만, 수색 결과 용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거네. 이번 작전은 잘못된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이야기해. 그 외의 이야기는 하지 말고."제이크 한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부 회의를
제이크 한은 이때 도박 심리에 휘말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더 승부를 걸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국장이 자신에게 사람들을 철수시키라고 말하자, 그는 즉시 화를 내며 반박했다. "지금 사람들을 철수시키면, 모든 게 완전히 물거품이 될 겁니다!"국장이 반문했다. "이미 전부 수색을 마친 것 아닌가? 언제까지 수색할 건가? 내가 한 달을 줘도, 페이셔스 그룹 본사를 하나하나 부수어 가며 수색해도, 자네는 찾을 수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바로 답했다. "국장님, 특수 부대에 다시 한번 수색을 부탁하시죠. 저는 소이연이 절대 도망쳤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페이셔스 그룹의 구석에 숨어 있을 겁니다!"그러자 국장은 분노하며 말했다. "제이크, 지금 자네가 퇴직 전 마지막으로 이런 큰 사건을 맡게 되어 마음이 안 놓이겠지만, 이제 이 일은 이미 언론과 민중 사이에서 엄청난 불만을 일으킨 상황이야! 인터넷에서는 뉴욕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시장에게도 수많은 비판의 전화가 걸려온다고!"제이크 한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소이연을 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녀에게서 블랙 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끌어내야 합니다!"국장은 욕을 퍼부었다. "제정신인가? 그들이 블랙 드래곤 사람들인지 아닌지 간에, 나는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지금 미국 전역, 심지어 전 세계의 시민들이 이들의 죽음을 환호하고 있고, 그들은 미스터리의 인물들을 영웅으로 보고 있다고! 그리고 뉴욕 시장은 이미 우리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어! 그런데 자네가 시장의 명령을 무시할 셈인가?!"제이크 한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국장님, 수색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그 후에 이 사건은 영원히 덮어 두시는 겁니까?"국장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일은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자네 퇴직까지 1년도 남지 않았어. 내일 일정을 정리하고, 퇴직 전까지는 집에서 쉬도록 하게. 퇴직할 때는 내가 큰 환송회를 열어 줄 테니, 퇴직을
특전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가장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생명 탐지기는 철근 콘크리트도 영향을 줄 수 없으며,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 따라서 소이연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게 숨는다고 하더라도, 이 장비의 탐지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는 수십 마리의 훈련된 경찰견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여러 벽을 사이에 두고 숨어 있어도 경찰견들은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면 소이연이 여전히 페이셔스 그룹 본사에 있을 경우 반드시 발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최첨단 탐지 기술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소이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제이크 한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소이연이 미리 도망쳤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본 후,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행동은 이미 매우 빨랐고, 배유현에게 정보를 흘릴 틈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소이연이 그렇게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그때 뉴욕 경찰서장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이미 신원이 확인되고 승인을 받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보도를 계속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시민들의 뉴욕 경찰에 대한 불만은 보도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모두가 알듯이, 뉴욕 경찰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이유는, 배호영과 같은 쓰레기 같은 범죄자들을 살해한 미스터리의 인물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법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적인 정의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이크 한에게 이 미스터리의 인물들은 아무리 악을 처벌하고 선을 알리는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며, 이러한 범죄자는 반드시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뉴욕 시민들 대다수는 개인적인 정의를 기준으로 사건을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배호영과 같은 범죄자들은 죽
원래 시후는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내일 열릴 고은서의 뉴욕 첫 공연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공연에 가지 않으면, 고은서는 물론이고 아내 유나 역시 매우 실망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직접 공연장을 둘러본 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VIP 박스에서 아내와 함께 고은서의 공연을 관람하면, 노출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지우는 시후의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박스를 요청하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하며 말했다. “네 문제없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지우를 따라 박스로 향했다. 김지우는 문을 열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이 공연장의 VIP 박스는 아주 넓어서 독립 화장실도 있고, 파티를 열 수도 있어요. 필요한 건 직원들이 모두 가져다 드릴 테니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고요. 게다가 유리는 단방향 프라이버시 유리라서 외부 관객은 내부를 볼 수 없어요.”시후는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스는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뉴욕의 최상류층이 모일 만한 장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좋네. 이 방으로 할게.”김지우는 승낙하며 말했다. “만약 최대한 조용히 오시고 싶으시다면, 제가 VIP 통로로 안내해 드릴게요. VIP 박스는 일반 관객석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그 통로로 바로 들어오시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을 거예요.”“좋아!”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정하자. 내일 공연 전에 연결 담당 직원을 하나 지정해주면, 그 사람을 통해 들어 갈게.”김지우는 즉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귀한 손님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다니요. 제가 직접 책임지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내일 분명히 바쁠 텐데, 이런 일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나를 모르는 사람을 하나 정해서, 풍수 전문가라고만 알려주면 돼.”김지우는
김지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늘 공손했다고요.”시후는 농담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무정하다고 욕먹을 때는 아닌가 보네.”김지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죠, 아니죠. 어른이라면 각자 일들을 개별적으로 따져야죠. 은서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는 좀 철없어 보였지만, 다른 방면으로는 정말 훌륭하시잖아요.” 말을 마치며, 김지우는 시후의 약간 찌푸린 표정을 무시하고, 뒤에 있는 거대한 공연장을 가리키며 웃으며 말했다. “보세요, 여기가 뉴욕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이에요. 우리도 한때 걱정했잖아요, 페이셔스 그룹에게 발목 잡혀서 이 공연장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이예요.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지금은 아예 우리 소유처럼 되어버렸네요....” 그녀는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시후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나왔다. 김지우는 특유의 엉뚱함과 발랄함을 가진 사람으로, 말을 할 때는 가끔씩 빈정대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기 드물게 솔직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런 칭찬과 빈정거림이 섞인 말에 시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시후는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그런데, 이 공연장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지? VIP를 위한 공간도 따로 있는 건가?”“있죠.” 김지우가 바로 답한 뒤 물었다. “설마 내일 공연을 VIP 박스에서 보시려는 건가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VIP 박스가 조금 더 조용하잖아.”김지우는 말했다. “조용하긴 한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요. 맨 마지막 줄 꼭대기에 있으니, 은서가 무대에 있으면 아마 잘 안 보일 거예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상황이 좀 특별해서, 이번에는 조용히 보는 게 낫겠어.” 그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외할머니 가족들이 내일 공연을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자신을 본다면, 그들은 자신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김지우는 시후의
제이크 한은 현재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나는 최근 뉴욕에서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조속히 체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절친한 친구 안충주를 도와, 고은서에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밝혀내는 일이었다.현재 페이셔스 그룹 본사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어 소이연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제이크 한은 이 전화를 받고 부하 직원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실망스러웠다. “경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철저히 준비해서 계획을 실행했는데, 그 가게의 CCTV 안에 하드디스크가 없었습니다..”“하드디스크가 없다니?!” 제이크 한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으로 물었다. “왜 하드디스크가 없지? 누군가 미리 가져간 건가?”부하는 답했다. “현장에 갔던 동료가 말하길, 가게 주인이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서 새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했답니다.”“고장 난 하드디스크는? 그 기계 안에 없었나?”“없었습니다. 제가 물어보니, 가게 주인이 하드디스크 슬롯이 비어 있다고 했습니다.”제이크 한은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만약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서 수리할 생각이 없었다면, 굳이 하드디스크를 기기에서 꺼낼 필요가 없지 않나? 이건 마치 컴퓨터 CPU가 고장 나서 방치할 거라고 하면서 굳이 CPU만 따로 빼낸 것과 같지 않나?”“그건....” 부하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 “경감님, 가게 주인에게 뭔가 수상한 점이 있다는 뜻인가요?”“분명 뭔가 있어.” 제이크 한은 냉정히 말했다. “그 가게 주인의 정보를 조사하고, 부하들을 보내 그를 몰래 감시하도록 해. 도망치지 못하게 말이야.” 그러면서 다시 당부했다. “절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알겠습니다!” 부하는 즉시 대답하며 말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현장 책임자가 다가와 말했다. “경감님, 페이셔스 그룹 본사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대피했는데, 아직 소이연을 발견하지 못했습
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당부했다. “대원들이 질서 있게 철수하도록 하세요. 뉴욕 경찰에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성도민은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미 대원들에게 지시해 이곳을 철저히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을 겁니다.”시후는 이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빌린 이 별장은 차라리 돈을 들여 매입해버려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이 뉴욕에서 사용할 거점으로 남겨두도록 하죠.”“예, 알겠습니다!” 성도민은 곧바로 응답하며 말했다. “오늘 바로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보기에 뉴욕은 요즘 불안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인원을 조금 남겨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씨를 도와야 할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배유현 씨가 이제 막 페이셔스 그룹문의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때 내가 그녀 곁에 사람을 두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그런 뒤 시후는 말을 이어갔다. “아 참 이 별장을 매입한 뒤에는,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신분이 가장 깨끗한 몇 명을 뽑아 이곳에 잠시 머무르게 하세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하니까요.”“알겠습니다!” 성도민은 말했다.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성도민은 공손히 말했다. “어떤 일이든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공개했던 그 영상들에서, 희생된 무고한 소녀들을 존중하기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후속 피해자 신원 확인에 영향을 주겠죠. 그래서 익명으로 이 영상의 원본 파일을 뉴욕 경찰에게 보내도록 하십시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이 협력하여 모든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요. 그래야 페
시후가 떠난다는 말을 들은 이중열의 표정은 복잡했다. 비록 시후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후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던 데다, 시후의 인품 역시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 그는 시후에게 매우 친밀한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후가 현재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뛰어난 성과들을 이룬 모습을 보며 그는 진심으로 은서준을 기쁘게 만들 것이라고 느꼈다. 어느 순간, 그는 시후를 위해 일하며 은서준의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은 그저 한인타운에서 십여 년 동안 삼겹살을 팔아온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시후는 이제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정상급 재벌이 되었다. 그러니 자신과 시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클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혜를 갚겠다며 나서려고 하는 것이 그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능력 차이가 너무 크면 자신의 진심 어린 보답의 의지조차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은혜를 빌미로 출세하려는 수작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시후는 자신을 정말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혹시라도 자신이 나서서 돕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중열은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스스로를 추천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그는 시후가 그를 간절히 원했지만, 과거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상태에서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시후의 계획은 먼저 이중열이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후의 성격상,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았기에 그는 이 계획을 이중열에게 알리지 않았다.작별의 순간, 이중열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러자 시후 역시 공손히 말했다. "삼촌, 걱정 마십시오. 저는 잘 지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후는 주머니에서 거풍환 한 알을 꺼내 이중열의 손에 쥐여주며 진지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