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은 유나가 퇴근할 때까지도 기운 빠진 모습으로 저녁 식사를 할 때조차 정신을 못 차렸다.시후는 그가 초대장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 저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때 마침 송민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은 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요.. 일을 마무리 짓고 지금 선생님 댁으로 왔습니다. 초대장을 전해 드리려고요.”은시후는 급히 “아 그럼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자신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송민정은 은시후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차에서 내려 초청장 2장을 건넸다.은시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장인은 여전히 그 일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유나는 화가 난 장인어른 옆에서 그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이 참.. 아빠! 화 좀 풀어요. 할머니가 초대장을 혜준 오빠에게 준 건 이번 기회에 상류사회에서 인맥을 좀 쌓으라는 거잖아요.”장인은 한숨을 쉬며 “휴우, 네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그 자식을 편애했다니까? 나는 예뻐하지도 않고, 늘 네 큰아버지와 혜준이 둘만 귀여워하셨다고!! 근데 아직도 그 성격을 못 고치고 이러시니, 정말이지 내가 화가 나 죽겠어~~!”유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할머니가 그 둘을 편애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할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난 것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큰아버지에게 더 의지했다.게다가 자신은 여자라 가업을 잇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혜준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가 자신이 은시후와 결혼하게 되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집안을 완전히 무시하는 상황이었다.갑자기 은시후가 다가와 금박을 입힌 초대장 봉투 두 장을 장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버님, 그렇게 원하시던 초대장을 제가 얻어왔습니다.”“엥? 뭐야?!!”김상곤은 엉덩이에 용수철을 끼운 듯 껑충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시후가 들고 있던 초대장을 휙
윤우선은 몇 억대 가치가 있는 팔찌를 선물 받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두 눈이 번쩍 뜨였다.“팔찌? 어디 있는데? 보여줘 봐!”은시후는 “어머님, 그 팔찌는 침실에 뒀어요. 하지만 전 다시 돌려줄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돌려준다고?” 윤우선은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제정신이야? 그렇게 비싼 팔찌를 돌려준다고?”은시후는 “제가 봤을 땐 별 일 아닌데, 도와줬다는 이유로 그 정도 비싼 선물을 준 거라..”라고 말했다. “저희에게 그렇게 귀한 물건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안 어울리기는 뭐가 안 어울린단 말이야?!” 윤우선은 “그 사람이 준 거면 우리는 그냥 받으면 되는 거야! 팔찌! 팔찌 어디 있는 거야? 네가 필요 없어도, 난 필요해!”은시후는 장모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팔찌는 사실 유나에게 주려고 한 것인데, 다만 최근 유나에게 말할 적당한 변명거리가 없어 전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장인 어른이란 사람의 입이 너무 가벼워, 이렇게 단번에 사실을 털어놓게 될 줄이야...은시후는 이렇게 비싼 팔찌를 아까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데 어떤 팔찌라도 못 살 것이 있겠는가?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장모가 그렇게 귀중한 물건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억척같은 성격에, 조금이라도 남에게 손해보지 않고자 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그냥 싸구려 팔찌나 끼고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어울렸다.하지만, 장모 윤우선은 이런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비싼 팔찌를 끼면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팔찌는? 어디 있냐고? 어서 꺼내 봐!”옆에 있는 유나 역시 팔찌가 엄마 손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자 유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시후 씨가 이왕이면 돌려주려고 했다고 하니까.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보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주신 분께
김상곤은 몹시 흥분했다. 이런 수준 높은 행사에는 처음 와본 터라 끊임없이 두리번거렸고,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회의장 입구에서 김상곤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초청장을 내밀었다.사실 김상곤은 속으로 은시후가 얻은 두 장의 초청장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금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은 곧바로 그와 은시후를 번갈아 쳐다보다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안으로 모시겠습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시후와 함께 내부로 입장했다.두 사람이 막 경매장으로 들어서자, 화려하게 차려 입은 김혜준도 뒤에서 우쭐거리며 들어왔다.경매장으로 들어선 김혜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은시후와 작은 아버지께서 어떻게 여기 와 있는 거야?!저 루저들이 뭐 때문에 여기 있는 거지? 그리고, WS 그룹으로 전달 된 초청장은 한 장 밖에 없었고, 그 한 장은 자신의 손에 들어 왔는데.. 저 둘은 몰래 들어온 건가?지난 번 은시후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자, 김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는 은시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은시후? 네가 여길 들어와?! 여기가 어딘지 알고 들어오기는 한 거야?”은시후는 갑자기 김혜준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져 얼굴을 찌푸렸다.김상곤은 김혜준을 보자 “아이고, 혜준아 너도 왔구나~”라며 껄껄 웃었다.김혜준은 김상곤뿐만 아니라 은시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 이곳에는 뭐 하러 오셨어요? 초대장은 저에게 있는데, 초대장은 받기나 하신 거예요?”“물론이지!” 김상곤은 곧바로 대답했다.김혜준은 “둘 다 초대장을 받았다는 증거는 있으시고요? 어디서 난 거예요?”라며 거세게 따졌다.은시후는 김혜준을 힐끗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김혜준, 우리가 초대장을 어디서 받았든지 네가 무슨 상관이지?”김혜준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잘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김혜준은 빠르게 그를 잡았지만, 은시후는 가볍게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뒤이어 시후는 다른 손으로 김혜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떻게? 손 다친 건 다 나았나? 상처가 나았으니 이제 아픈 걸 잊었나 본데?”김혜준은 갑자기 강한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속으로 분하고 놀랐다.이 자식? 손아귀 힘이 너무 강한데?!속으로 자신이 은시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혜준은 차갑게 말했다. “아오..씨..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여기서 딱 기다려, 내가 지금 쫓아내 줄 테니까!”김혜준은 고개를 돌려서 바로 옆에 서있던 매니저에게 소리를 쳤다.그러자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빠르게 걸어왔고, 그의 뒤로 경비원 두 명이 함께 따라왔다.이 중년 남성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김혜준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아, 그게요. 여기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초청장을 좀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김혜준은 손가락을 뻗어 은시후를 가리키며 “여기 있는 두 사람의 초대장이 가짜 같습니다만?!”이라고 쏘아붙였다.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초청장은 하객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비밀번호 한 줄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번호를 지정된 사이트에 입력하기만 하면 곧바로 참석자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매니저는 김혜준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그룹의 자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비해 은시후는 그저 평범한 옷차림이었기에 매니저는 경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시후에게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면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비록 그의 태도는 공손하기는 했지만, 눈빛은 일말의 경멸을 머금고 있었다.왜냐하면 은시후의 옷차림이 너무도 평범하여, 겉모습만 보기엔 이런 협회의 행사에 들어올 수 있는 VIP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은시후도 상대방의 눈빛에서 은근한 업신여김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시후는 “싫다면요?”매니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군중들이 길 가운데를 비워 통로를 만들어 비켜주었다. 그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여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몸매도 아름다웠다.밝은 불빛 아래서 그녀의 용모는 더욱 눈부셨고, 고상한 기품에 걷는 자세조차 우아했다.김혜준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잠시 넋을 잃었다.송민정은 회의장에 들어서서 아름다운 눈동자로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앞줄 VIP 존의 두 빈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초청한 VIP 손님 두 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요?”팀장은 하객 명단을 한 번 훑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씀하신 VIP 초청장은 이미 내부에서 확인되었다고 뜨는데.. 어디에 계신 지는 파악이 안 되네요.”이야기를 마친 그는 즉시 옆에 있는 사람을 불러, “매니저를 불러오세요.”라고 분부했다.재빨리 매니저가 팀장 앞으로 와 “팀장님, 혹시 무슨 일이 신지요?”팀장은 VIP존의 빈자리 두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VIP 두 분이 이미 체크를 하셨다고 하는데, 왜 자리에 안 계신 겁니까?”“VIP 손님 두 분이요?” 매니저는 조금 전 자신에게 쫓겨났던 늙은이와 한 젊은 사내가 떠올랐다.‘설마... 아니겠지......?초청장이 있었고 VIP 급이면 왜 확인을 안 받겠다고 한 거야?조금 전 일 때문에 화가 나신 건 아니겠지?아.. 망했다....’팀장은 매니저가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는 모습을 보자 경비원을 힐끗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말해보시죠.”경비원은 숨기지 못하고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재빨리 설명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송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팀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박 팀장님, 그럼 제가 먼저 은 선생님을 찾아오죠. 그럼 팀장님께서는 여기 남아 이 일을 처리해주세요. 그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게요.”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송민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는 그늘진 얼굴로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송 대표님이 친히 초청하신 VI
김혜준은 그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센터 팀장과 좀 친분을 쌓으려 했지만, 팀장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발로 걷어 차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바닥에서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팀장님, 이게 무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들도 모두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의아해했다.“저 사람 WS 그룹의 신옥희 회장의 손자 아냐..? 아트센터에 무슨 미운 털 박혔나?” “WS 그룹이 요즘 좀 뒤쳐지긴 했지.. 그런데 아트센터 팀장이랑 사이가 이렇게 벌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김혜준과 팀장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팀장은 김혜준을 노려보며 “오해? 오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소리를 들은 줄 알기나 해?!”그리고는 겨우 몸을 일으킨 김혜준을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버렸다. 김혜준은 ‘끄악!’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팀장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그의 발로 김혜준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말했다. “어이, 지금 당신이 누굴 화나게 했는지 알기나 해?”`김혜준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팀장님! 저는 아무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팀장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두어 대 후려치고는, “이 병신 같은 놈. 네가 미움을 산 두 분의 VIP 손님들은 바로 송 대표님이 초청한 VVIP라고!!! 정말 너를 죽여 버려도 이 화가 풀리지 않을 거다!”팀장은 즉시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멍청한 놈을 끌고 나가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오시죠.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트센터에서는 아까 쫓겨났던 두 VVIP 외에, 이 김혜준과 WS 그룹 소속은 절대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지시하세요! 만약 누군가 그 사람들을 들여보낸다면, 내가 끝까지 찾아서 응징할 겁니다.”
은시후는 “아.. 송 대표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행사장에 있었던 인간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요.. 경매장에 다시가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러니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다시 이야기하시죠.”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갑자기 차에서 나무상자를 하나 꺼내 은시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생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사과의 뜻으로 받아주세요..”은시후가 나무상자를 손에 쥐는 순간, 그 안에서 뭔가 기운이 느껴 졌기에 그는 사양하지 않았다.은시후가 선물을 받자, 송민정은 “그럼, 오늘 경매는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팀장에게 아트센터의 직원 교육을 다시 한 번 잘 시키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니 팀장이 정비를 끝낸 후에, 다시 한 번 경매 행사를 개최할 테니, 그때 다시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김상곤은 이 상황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저 여자는 바로 지난 번 예인당에서 자신이 실수로 골동품을 깨뜨린 후에 마지막에 등장한 이룸 그룹의 막내딸 아냐?자신의 사위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데다가, 심지어 경매까지 중단하고 다시 개최한다니?설마 저번에 그 병을 고쳤다고?오.. 앞으로 우리 사위를 잘 대해야겠어..송민정의 성의를 알아본 시후도 “그럼 재개될 때 저희가 다시 참석하지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인은 “그럼요 그럼요, 꼭 가겠습니다.”라고 급히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그럼 두 분은 먼저 돌아가세요.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송민정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나서야,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송민정이 돌아가자 장인은 급히 은시후의 손에 든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사위, 자네에게 준 그 상자는 무엇인가? 어서 열어보게!”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상자를 열었다.갑자기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시후는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에? 이게 뭐야?” 김상곤은 고개를 내밀고 상자 속을 다시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의아하
두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 있던 유나와 장모 모두 집에 없었다.장모 윤우선은 친구를 만나러 카페에 갔고, 유나도 아직 퇴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은시후는 먼저 침실로 들어와, 나무상자를 다시 꺼냈다.짙은 영기가 나무에서 흘러나왔다.은시후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무를 손바닥에 얹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구현보감』에 쓰여 있던 영기를 수련법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영기를 자신의 몸 속으로 흡수시켰다.시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운이 강해진 것을 느꼈다.손에 들었던 나무 토막은 색이 조금 바란 것처럼 어두워졌다.비록 색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무가 품고 있는 영기는 아직 남아있었다.만약 다른 이 나무를 보조할 만한 물건을 얻기만 한다면, 시후는 지금 당장 이 영기를 더 수련하여 기운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을 터였다.방에서 나왔을 때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거실에 도착하자, 은시후는 장모님이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밥도 안 한다 이거야? 내가 와서 거들어 주기까지 기다린 거지?”은시후는 멋쩍은 듯 웃으며 장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머님, 제가 오후에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지 뭡니까?”“어휴, 경매장에 간다더니 기 빨리던? 아니면 그 김혜준 놈이 너를 괴롭히기라도 했어?” 윤우선은 퉁명스럽게 툴툴거렸다.은시후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전 별 말 안 했는데..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윤우선은 “당연히 시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셔서 다 들은 거지! 창피하게 만드는 것도 유분수지, 김혜준까지 그 행사장에서 너 때문에 쫓겨났다고 하잖아. 그래서 어머님께서 전화를 거셔서 나를 얼마나 들들 볶은 줄 알아? 내가 말하는데, 능력이 없으면, 밖에서 좀 쥐 죽은 듯 조용히 다니면 안 되겠어? 내 속을 얼마나 썩이려고 그래?!!”그 말을 들은 유나가 옆에서 시후의 편을 들었다. “엄마!! 그건 김혜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