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은 빠르게 그를 잡았지만, 은시후는 가볍게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뒤이어 시후는 다른 손으로 김혜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떻게? 손 다친 건 다 나았나? 상처가 나았으니 이제 아픈 걸 잊었나 본데?”김혜준은 갑자기 강한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속으로 분하고 놀랐다.이 자식? 손아귀 힘이 너무 강한데?!속으로 자신이 은시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혜준은 차갑게 말했다. “아오..씨..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여기서 딱 기다려, 내가 지금 쫓아내 줄 테니까!”김혜준은 고개를 돌려서 바로 옆에 서있던 매니저에게 소리를 쳤다.그러자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빠르게 걸어왔고, 그의 뒤로 경비원 두 명이 함께 따라왔다.이 중년 남성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김혜준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아, 그게요. 여기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초청장을 좀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김혜준은 손가락을 뻗어 은시후를 가리키며 “여기 있는 두 사람의 초대장이 가짜 같습니다만?!”이라고 쏘아붙였다.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초청장은 하객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비밀번호 한 줄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번호를 지정된 사이트에 입력하기만 하면 곧바로 참석자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매니저는 김혜준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그룹의 자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비해 은시후는 그저 평범한 옷차림이었기에 매니저는 경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시후에게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면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비록 그의 태도는 공손하기는 했지만, 눈빛은 일말의 경멸을 머금고 있었다.왜냐하면 은시후의 옷차림이 너무도 평범하여, 겉모습만 보기엔 이런 협회의 행사에 들어올 수 있는 VIP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은시후도 상대방의 눈빛에서 은근한 업신여김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시후는 “싫다면요?”매니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군중들이 길 가운데를 비워 통로를 만들어 비켜주었다. 그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여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몸매도 아름다웠다.밝은 불빛 아래서 그녀의 용모는 더욱 눈부셨고, 고상한 기품에 걷는 자세조차 우아했다.김혜준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잠시 넋을 잃었다.송민정은 회의장에 들어서서 아름다운 눈동자로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앞줄 VIP 존의 두 빈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초청한 VIP 손님 두 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요?”팀장은 하객 명단을 한 번 훑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씀하신 VIP 초청장은 이미 내부에서 확인되었다고 뜨는데.. 어디에 계신 지는 파악이 안 되네요.”이야기를 마친 그는 즉시 옆에 있는 사람을 불러, “매니저를 불러오세요.”라고 분부했다.재빨리 매니저가 팀장 앞으로 와 “팀장님, 혹시 무슨 일이 신지요?”팀장은 VIP존의 빈자리 두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VIP 두 분이 이미 체크를 하셨다고 하는데, 왜 자리에 안 계신 겁니까?”“VIP 손님 두 분이요?” 매니저는 조금 전 자신에게 쫓겨났던 늙은이와 한 젊은 사내가 떠올랐다.‘설마... 아니겠지......?초청장이 있었고 VIP 급이면 왜 확인을 안 받겠다고 한 거야?조금 전 일 때문에 화가 나신 건 아니겠지?아.. 망했다....’팀장은 매니저가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는 모습을 보자 경비원을 힐끗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말해보시죠.”경비원은 숨기지 못하고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재빨리 설명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송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팀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박 팀장님, 그럼 제가 먼저 은 선생님을 찾아오죠. 그럼 팀장님께서는 여기 남아 이 일을 처리해주세요. 그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게요.”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송민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는 그늘진 얼굴로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송 대표님이 친히 초청하신 VI
김혜준은 그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센터 팀장과 좀 친분을 쌓으려 했지만, 팀장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발로 걷어 차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바닥에서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팀장님, 이게 무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들도 모두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의아해했다.“저 사람 WS 그룹의 신옥희 회장의 손자 아냐..? 아트센터에 무슨 미운 털 박혔나?” “WS 그룹이 요즘 좀 뒤쳐지긴 했지.. 그런데 아트센터 팀장이랑 사이가 이렇게 벌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김혜준과 팀장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팀장은 김혜준을 노려보며 “오해? 오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소리를 들은 줄 알기나 해?!”그리고는 겨우 몸을 일으킨 김혜준을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버렸다. 김혜준은 ‘끄악!’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팀장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그의 발로 김혜준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말했다. “어이, 지금 당신이 누굴 화나게 했는지 알기나 해?”`김혜준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팀장님! 저는 아무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팀장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두어 대 후려치고는, “이 병신 같은 놈. 네가 미움을 산 두 분의 VIP 손님들은 바로 송 대표님이 초청한 VVIP라고!!! 정말 너를 죽여 버려도 이 화가 풀리지 않을 거다!”팀장은 즉시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멍청한 놈을 끌고 나가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오시죠.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트센터에서는 아까 쫓겨났던 두 VVIP 외에, 이 김혜준과 WS 그룹 소속은 절대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지시하세요! 만약 누군가 그 사람들을 들여보낸다면, 내가 끝까지 찾아서 응징할 겁니다.”
은시후는 “아.. 송 대표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행사장에 있었던 인간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요.. 경매장에 다시가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러니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다시 이야기하시죠.”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갑자기 차에서 나무상자를 하나 꺼내 은시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생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사과의 뜻으로 받아주세요..”은시후가 나무상자를 손에 쥐는 순간, 그 안에서 뭔가 기운이 느껴 졌기에 그는 사양하지 않았다.은시후가 선물을 받자, 송민정은 “그럼, 오늘 경매는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팀장에게 아트센터의 직원 교육을 다시 한 번 잘 시키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니 팀장이 정비를 끝낸 후에, 다시 한 번 경매 행사를 개최할 테니, 그때 다시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김상곤은 이 상황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저 여자는 바로 지난 번 예인당에서 자신이 실수로 골동품을 깨뜨린 후에 마지막에 등장한 이룸 그룹의 막내딸 아냐?자신의 사위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데다가, 심지어 경매까지 중단하고 다시 개최한다니?설마 저번에 그 병을 고쳤다고?오.. 앞으로 우리 사위를 잘 대해야겠어..송민정의 성의를 알아본 시후도 “그럼 재개될 때 저희가 다시 참석하지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인은 “그럼요 그럼요, 꼭 가겠습니다.”라고 급히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그럼 두 분은 먼저 돌아가세요.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송민정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나서야,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송민정이 돌아가자 장인은 급히 은시후의 손에 든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사위, 자네에게 준 그 상자는 무엇인가? 어서 열어보게!”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상자를 열었다.갑자기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시후는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에? 이게 뭐야?” 김상곤은 고개를 내밀고 상자 속을 다시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의아하
두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 있던 유나와 장모 모두 집에 없었다.장모 윤우선은 친구를 만나러 카페에 갔고, 유나도 아직 퇴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은시후는 먼저 침실로 들어와, 나무상자를 다시 꺼냈다.짙은 영기가 나무에서 흘러나왔다.은시후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무를 손바닥에 얹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구현보감』에 쓰여 있던 영기를 수련법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영기를 자신의 몸 속으로 흡수시켰다.시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운이 강해진 것을 느꼈다.손에 들었던 나무 토막은 색이 조금 바란 것처럼 어두워졌다.비록 색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무가 품고 있는 영기는 아직 남아있었다.만약 다른 이 나무를 보조할 만한 물건을 얻기만 한다면, 시후는 지금 당장 이 영기를 더 수련하여 기운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을 터였다.방에서 나왔을 때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거실에 도착하자, 은시후는 장모님이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밥도 안 한다 이거야? 내가 와서 거들어 주기까지 기다린 거지?”은시후는 멋쩍은 듯 웃으며 장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머님, 제가 오후에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지 뭡니까?”“어휴, 경매장에 간다더니 기 빨리던? 아니면 그 김혜준 놈이 너를 괴롭히기라도 했어?” 윤우선은 퉁명스럽게 툴툴거렸다.은시후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전 별 말 안 했는데..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윤우선은 “당연히 시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셔서 다 들은 거지! 창피하게 만드는 것도 유분수지, 김혜준까지 그 행사장에서 너 때문에 쫓겨났다고 하잖아. 그래서 어머님께서 전화를 거셔서 나를 얼마나 들들 볶은 줄 알아? 내가 말하는데, 능력이 없으면, 밖에서 좀 쥐 죽은 듯 조용히 다니면 안 되겠어? 내 속을 얼마나 썩이려고 그래?!!”그 말을 들은 유나가 옆에서 시후의 편을 들었다. “엄마!! 그건 김혜준이
유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은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쏜살같이 현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유나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문 뒤에서 있는 사람들에게 “절 찾으시나요?” 라고 차갑게 말했다.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시후를 보고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은시후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트센터의 신임 센터장입니다. 오늘 오후에 막 부임했습니다. 오전에 귀하가 아트센터를 떠나게 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저희는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특별히 제가 이 선물을 드리며 직접 사과하는 방안으로 결론지었지요.”은시후는 의아한 듯 함께 온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아트센터?”시후의 뒤에 서 있던 유나도 함께 놀라 벙쪘다.신임 센터장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선생님께서 행사장에서 퇴출된 것에 대해 팀장이 매우 큰 자책감을 느꼈으며, 그 자리에서 문제를 일으킨 김혜준을 처리하고 경매 행사도 중지시켰습니다. 저희 아트센터의 대접이 본의 아니게 소홀했던 것은 저희 측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 주시고, 부디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센터장은 말을 마치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그러자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들이 갑자기 재빨리 선물을 들고 와서 문 앞에 내려놓았다.은시후는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았는데도, 선물이 매우 많아 보였다.산수도 10폭 병풍, 단원 김홍도의 화조도, 그리고 18세기 백자호까지..?이 선물들의 가치는 모두 합치면 거의 억 대가 되어 보였다!“은 선생님, 이번 일은 명백히 아트센터 측의 실수입니다. 따라서 팀장이 지금 송 대표님과 함께 새롭게 행사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어 제가 대표로 찾아와 직접 사과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직접 다시 찾아와 사과드리겠다고 전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센터장은 말을 마치
윤우선은 이런 귀한 선물들을 보고는 너무 감격에 겨웠다!이게 다 돈이야 도온~~~!윤우선은 골동품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했지만, 병풍도와 화조도, 백자호는 아무래도 분명 비싸 보였다.‘이런 건 사양할 필요가 없어~ 사양할 필요가 없다고!!’자신의 손에 쥐어 진 두 장의 VVIP 카드를 보며, 그녀는 남편 앞에서 그들이 얻게 된 것들에 대해 자랑을 해댔다.유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재물에 눈이 멀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외쳤다. “엄마...!!!”윤우선이 그녀를 째려보았다. “뭐가?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인데, 왜 못 받아?”그 말을 들은 유나는 “제 말은 받아서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왜 이런 걸 받을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큰 선물들을 받느냐는 거죠!”라고 말했다.이 때 은시후가 끼어들었다. “이건 사과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니 받겠습니다.”센터장은 이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이 센터를 나오기 전 송민정은 만약 은시후가 이 선물들을 모두 받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분부했기 때문이었다.은시후가 돌아서자 윤우선이 벌써 빙그레 웃으며, 한 쌍의 골동품 화병을 받아 드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불빛 아래에서 화병을 바라보며 또 만지작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센터장에게 “그럼 돌아가셔도 되겠어요.”라고 말했다.“네. 그럼 전 다시 센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푹 쉬십시오!”은시후가 현관 문을 닫고 돌아서자 가족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왜 저만 쳐다보시는 거예요?”장모 윤우선이 헛기침을 하면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위, 언제 저 아트센터와 인맥이 생긴 거야?? 어떻게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 사과까지 할 정도야?”은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님, 오해입니다. 센터가 저 같은 사람하고 인맥이 있다니요? 저 분이 사과하러 오신 건 원래 아트센터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니까.. 직원들이 조금만 손님에게 잘못을 저질러도 이렇게 보상을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이, 마치 지독한 공포 속에 있는 것 같았다.은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혹시.. 옥이 깨진 겁니까?”라고 차분하게 물었다.“아.. 선생님 정말 또 한 번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진원호의 목소리는 엄숙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저희는 선생님 말씀을 따라 그 옥을 봉해두고 몸가짐도 조심하면서 피를 볼 일도 없게 조심조심 생활했었지요.”“제 조카 동오가 가족들 몰래 닭고기를 먹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놈이 닭을 만지다 실수로 피를 옥에 묻혀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금세 옥이 쩍 갈라졌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재빨리 동오를 한 대 치고 집안에 가두었습니다만..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은시후는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라며 눈살을 찌푸렸다.진원호는 조금 뒤 황급히 말했다. “어젯밤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천둥이 쳤고요.. 그 천둥 때문에 정원에 있던 오래된 소나무가 검게 그을렸지 뭡니까? 그뿐 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모시던 조상님 묘지에도 비석이 쪼개지지 않나.. 이건 너무 불길한 징조 아닙니까?”은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풍수적으로 생각하면 정원에 있던 나무는 부귀를 뜻하는 길상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나무가 천둥에 맞아 쓰러졌다는 것은 집안이 무너질 것을 예견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조상의 묘비가 깨졌다는 것! 이건 분명 집안이 망할 수도 있다는 징조가 틀림없다.생각보다 옥의 살기가 굉장히 강한 것 같았다. 지난 번 은시후가 절대 피를 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으나, 그 진동오의 실수 때문에 옥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 퍼져 나가고 있었다.은시후의 대답을 바로 듣지 못한 진원호는 속으로 불안해하며 자신을 도와 달라고 애원했다. “저희는 그저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을 뿐입니다.. 남에게 피해 한 번 준 적이 없고요.. 제발 선생님께서 아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저희를 좀 살려주십시오~~!! 지난 번에도 이렇게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