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이, 마치 지독한 공포 속에 있는 것 같았다.은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혹시.. 옥이 깨진 겁니까?”라고 차분하게 물었다.“아.. 선생님 정말 또 한 번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진원호의 목소리는 엄숙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저희는 선생님 말씀을 따라 그 옥을 봉해두고 몸가짐도 조심하면서 피를 볼 일도 없게 조심조심 생활했었지요.”“제 조카 동오가 가족들 몰래 닭고기를 먹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놈이 닭을 만지다 실수로 피를 옥에 묻혀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금세 옥이 쩍 갈라졌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재빨리 동오를 한 대 치고 집안에 가두었습니다만..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은시후는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라며 눈살을 찌푸렸다.진원호는 조금 뒤 황급히 말했다. “어젯밤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천둥이 쳤고요.. 그 천둥 때문에 정원에 있던 오래된 소나무가 검게 그을렸지 뭡니까? 그뿐 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모시던 조상님 묘지에도 비석이 쪼개지지 않나.. 이건 너무 불길한 징조 아닙니까?”은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풍수적으로 생각하면 정원에 있던 나무는 부귀를 뜻하는 길상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나무가 천둥에 맞아 쓰러졌다는 것은 집안이 무너질 것을 예견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조상의 묘비가 깨졌다는 것! 이건 분명 집안이 망할 수도 있다는 징조가 틀림없다.생각보다 옥의 살기가 굉장히 강한 것 같았다. 지난 번 은시후가 절대 피를 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으나, 그 진동오의 실수 때문에 옥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 퍼져 나가고 있었다.은시후의 대답을 바로 듣지 못한 진원호는 속으로 불안해하며 자신을 도와 달라고 애원했다. “저희는 그저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을 뿐입니다.. 남에게 피해 한 번 준 적이 없고요.. 제발 선생님께서 아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저희를 좀 살려주십시오~~!! 지난 번에도 이렇게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다음 날, 진원호는 아침 일찍 은시후의 집으로 찾아왔다.은시후가 장을 보러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그는, 은시후를 마주치자 검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진원호의 말에 따르면, 이 카드에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문을 구하기만 한다면, 은시후가 돈을 다 써도 무방하다고 말하는 그였다.그의 옆에는 진설아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 번 골동품 거리에서 보았던 그 오만한 모습이 아니었고, 그저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진동오가 옥을 사오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는데, 이번에도 또 불운을 만나게 되었다. 진원호는 아무런 이유 없이 건강이 계속 나빠지는 것을 느꼈고 숨도 턱턱 막히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진설아는 이제 자신의 가족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은시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원호는 은시후에게 카드를 건네 준 후, 은시후 앞에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은 선생님! 아무쪼록 저의 집안을 좀 구해 주십시오.. 저는 뭐 죽어도 상관없지만 저희 딸은 아직 어립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진설아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함께 울면서 “선생님.. 제발 저희 가족들을 좀 살려주세요. 정말 제 목숨까지 걸어서라도 제 아버지를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진원호는 “너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냐!”라며 그녀를 꾸짖었다.은시후는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어 두 사람을 차례로 부축하여 일으켰다. 먼저 진원호를 일으켜 세운 뒤 진설아를 일으켜 세우자, 그녀의 보드라운 작은 손의 촉감이 느껴졌다.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자, 진설아는 두 뺨이 조금 붉어지며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은시후는 “안심하십시오. 이렇게까지 하시니.. 저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이 무사히 이 재앙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원호와 진설아는 그의 말에 감동하여 또 다시 무릎을 꿇으려 하자, 은시후가 가로막았다. “됐습니다. 이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은시후는 경매장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진원호의 일 때문에, 김상곤은 또 다시 거실에서 밤을 지새며 걱정을 해댔고, 그에게 연신 당부를 했다.은시후는 장인 어른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몇 마디 얼버무린 뒤 물었다. “아버님! 이번 경매에서 정말 압권이라고 할 만한 보물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아버님도 들어 보셨습니까?”“그래, 맞다.” 김상곤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은 듯이, “나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꽤 가치 있는 보물이라고 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다는 그런 보물이라고 하더군..”그는 말을 마치자, 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더니 순간 은시후를 잡아 끌며 “사위, 제발 그 보물을 살 생각은 하지도 마! 그런 보물이 경매장에 나온다고 치면 가격이 얼마나 되겠어?? 제발.. 우리는 그냥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사위!”은시후는 자신의 장인어른이 진원호의 카드를 함부로 써서 이후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님 말이 맞습니다. 그냥 보기만 하고, 함부로 구매하려 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그럼 다행이군.” 김상곤은 그가 단념하지 않을까 봐 마음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자네가 사고 싶다고 해도 자네의 몫은 없을 거야.”라고 덧붙였다.“왜요?”“어제 내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아봤는데 이번 경매장에 우현당의 우 대표도 참여한다고 하더군.. 그 보물을 가지고 오는 곳이지.”“우현당에서 이 경매에 참석한다는 말입니까?.”이 우현당이라는 곳은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바닥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우현당의 대표는 우은찬으로, 전국에서 유명한 풍수의 대가였다!전국의 유명 연예인, 대기업 총수들은 비싼 돈을 주고 오랫동안 기다려 운세를 보러 왔다. 우은찬은 그 유명세로 인해 최근TV 강연까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이 풍수 거장에게 관상을 한 번 봐 달라고 하기만 하면, 1회 방문 비용이 적게는 수 천만 원
송민정의 차는 빠르게 아트센터로 향했다.아트센터는 1, 2, 3 본 전시장과 1, 2, 3 특별관 그리고 4, 5, 6 전시장까지 굉장히 큰 대규모의 건물이었다. 이번 경매 행사는 6전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전시는 1, 2, 3 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작년에 새로 지어진 본 건물은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건축 양식으로 건축되었다.은시후는 송민정을 따라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에 현대적 미감이 물씬 풍기는 전시장이 보였다. 그리고 사방의 벽에는 여러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복도 중간 중간에는 조각들이 서있었다. 그 중에서 고서화가 곳곳에 걸려있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었다.앞쪽 경매대에는 붉은 담요가 깔려 있었다. 테이블 아래는 관람객들과 VIP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해 두었고, 테이블 위에는 고급스러운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다.한 눈에 보아도 지난 번 경매장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났다. 대관장소 마련에만 해도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었다.송민정의 좌석은 맨 앞줄에 있었다. 은시후와 장인 어른은 송민정을 따라 앞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미처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사람들이 뒤에서 밀려와 은시후는 어쩔 수 없이 옆 통로의 빈 곳으로 비켜섰다.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사람들이 밀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들어왔는데, 길을 터 준 사람은 경호원들이었다.“우 선생님 오셨어요??” 송민정은 가볍게 소리치며 고개를 들어 소리 난 쪽을 바라보았다.뒤에서 밀려온 사람들은 모두 경매장에 참가하는 VIP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모두 푸른 도포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남성은 매우 거만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얼굴에 공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은시후는 그를 보더니 말했다. “아.. 저 사람이 바로 그 우은찬 대표군요... 자세가.. 참.. 좋습니다..하하..”우은찬 대표는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시후의 옆에 있던 송민정은 “선생님, 마음에 두지 마세요. 우 선생님이 성격이 좀 있으셔서요.”라며 난처해했다.하지만 은시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송민정에게 “들어가시죠.”라고 말했다.손님들은 순서대로 입장했는데, 사회자는 아트센터의 팀장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가 인사말을 한 뒤 바로 경매에 들어갔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지난 번 경매가 잠정 취소된 탓에, 이번 경매는 지난 번보다 더 많은 물건들이 나왔고 참관객도 두 배로 늘었다.두 명의 의전 도우미가 작은 수레를 밀고 단상에 올랐다. 첫 번째 물건은, 고풍스러운 은상감 향로였다. 경매사는 “이 물품은 조선시대에 쓰이던 향로로, 앞에 보이시는 것과 같이 두 마리 사슴이 그려져 있습니다. 향로는 예전부터 해충을 쫓거나 실내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썼습니다. 그런데 향로라는 것이 불교적으로는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의미를 지닌 향을 피우는 데 사용된 기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잡귀나 잡념까지 제거한다는 의미로 절이나 각종 제사 의례에서도 사용되었지요. 이 향로는 정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이고 무늬도 우아하여 꽤 값이 나가는 물품입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도우미에게 향을 피워보라고 했다.한복을 차려 입은 도우미들이 은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향을 한 줌 파서 불을 붙였다.새하얀 연기가 향로를 따라 서서히 흘러내렸다. 안개가 피어올라, 아래 쪽이 연기로 가득 차자 사슴이 살아 숨쉬는 듯 마치 안개 속을 뚫고 뛰는 듯했다.옅은 향이 경매장에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 향 때문에 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경매사는 탁자를 두 번 정도 두드리며, “경매 시작가 800만 원! 웃돈이 200만 원입니다!”이 향로는 정교하게 제작되어, 소장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매가도 적당하여 사람들이 잇달아 손을 들었다.이윽고, 향로는 1500만 원의 가격으로 낙찰되었다.이어서 7, 8점의 물건들이 나왔는데, 모두 좋은 품질의 골동품들이었다.회
진동오는 요 며칠을 매우 비참하게 지냈다.엊그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작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뒤 감금까지 당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골동품과 관련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린다는데 이 천하의 진동오가 놓칠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오늘 심기일전으로 가까스로 탈출해 나왔는데 여기서 은시후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줄곧 은시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그저 작은 아버지가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면으로 은시후에게 도발은 할 수 없었기에, 은시후가 그 목걸이를 낙찰 받으려 하자 계속 값을 높여 불렀다. 별 소용이 없긴 하겠지만 은시후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저 괜찮았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는 계속 값을 불렀다.“7천만 원!”진동오는 계속 시후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오며 값을 높여 불렀다. “8천만 원!”김상곤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시후야, 그만하자~ 됐어. 괜히 다투지 말고~!!”은시후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시지요.”그리고는 손을 들고 말했다. “1억 8천만 원!”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은 8천만 원까지 불렀는데, 갑자기 1억을 더 하다니?진동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1억을 더 부른다고? 왜 일반적인 순서대로 값을 부르지 않는 거야? 내가 9천만원을 불렀으면 많게는 천만 원을 더해서 불러야지?! 이게 무슨..?너는 돈이 많아서 그런 가 보지?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은시후는 진오동을 쳐다보며 눈썹을 들어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진동오 씨, 계속하시죠?!”진동오가 한 마디를 뱉었다. “아니.. 미쳤어? 이 너덜너덜한 목걸이를 1억 8천에 산다고?! 너나 가져~!”진동오는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 진주 목걸이 때문에 1억 8천을 주는 것이 정말 아까웠다.자기가 봤을 때 저 진주는 많아도 7천 정도면 최고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옥은 일정한 영기를 함유하고 있다. 이를 본 은시후는 이 물건이 진원호의 집안에 들어온 살기를 없애는 데 사용하기 알맞다고 생각해 즉시 숫자 패를 들었다.“1억 천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익숙한 목소리가 또 울려퍼졌다.“1억 2천만!”은시후는 고개를 돌려 진동오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것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내색 않고 계속 숫자 패를 들었다.“1억 3천만!”“1억 4천만!”진동오와 은시후의 경쟁 때문에 옥의 가격은 짧은 시간 내 이미 많이 올라버렸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진동오가 다시 은시후를 겨냥하기 시작했음을 눈치챘다.모두들 한 번 더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은시후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은시후는 천천히 패를 들며 “5억!”이라며 입을 뗐다.와 대박!!!정말 미쳤다!1억이 5억으로 뛰었어!진동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이렇게 막 부른다고?자신은 소문난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저 돈을 주고 물건을 사기는 너무 아까웠다......그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어떻게 하지?은시후를 따라 돈을 부르면, 5억을 헛되이 버리게 될 것이다.그렇다고 돈을 부르지 않는다면 분명 은시후가 자신을 비웃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비웃게 될 것이 뻔했다.그리고 조금 전에 이미 체면을 깎았는데, 또 다시 은시후에게 비교당한다면 정말 면목없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진동오는 이를 악물고 “내가 5억 천을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현장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진동오가 천만 원을 더 불렀다!이제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은시후는 빙긋 웃으며 “그럼 전 5억 3천!”“와씨!!!”“미친 거 아냐?!!!”“이 행님들 돈이 장난 아닌가 보네?!!!”현장에 있는 모두가 은시후의 스케일에 놀라버렸다.진동오도 멘붕하기
진동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잠시 망설였지만, 이성은 충동을 이겨냈다.“포기할게요!”“쳇!”“아! 쓰레기 같은 놈..”“쪽팔린다~!”“와..씨 개쪽팔려!”사람들은 진동오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거침없이 비웃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그는 심지어 오늘 감금된 집에서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극도로 창피함을 느끼자, 진동오는 한동안 기가 막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잠시 뒤 시후를 쳐다보았다. 은시후의 가소롭다는 눈빛에 진동오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은시후에게 물었다.“어이, 당신. 왜 대체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야?”은시후는 천천히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아무도 나와 경쟁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맞서 싸운 건 당신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와서 화를 내시는 겁니까?”옆에 있던 송민정도 “진동오 씨, 경매의 룰은 원래 이렇습니다.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십시오.”라고 말했다.진동오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감히 송민정의 미움을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두고 보자!!!” 진동오는 은시후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은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놈이 가문에 있다니....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은시후는 또 다시 블랙카드로 한 번에 결제를 완료했다.어차피 진원호의 돈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쓴다고 해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기에..그나저나.. 진원호가 자신이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것이 죽일 놈의 진동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아마 진동오를 반쯤 죽여 놓아야 한이 풀리지 않을까?정말 재미있는 일이다.한 시간이 지나자 경매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그동안 진동오는 한 번도 가격을 부르지 않았는데, 아마 은시후에게 당한 것 같아 겁을 먹은 것 같아 보였다.바로 그때, 도우미와 경비원들이 작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단상위에 올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