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정의 차는 빠르게 아트센터로 향했다.아트센터는 1, 2, 3 본 전시장과 1, 2, 3 특별관 그리고 4, 5, 6 전시장까지 굉장히 큰 대규모의 건물이었다. 이번 경매 행사는 6전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전시는 1, 2, 3 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작년에 새로 지어진 본 건물은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건축 양식으로 건축되었다.은시후는 송민정을 따라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에 현대적 미감이 물씬 풍기는 전시장이 보였다. 그리고 사방의 벽에는 여러 작품들이 걸려있었고, 복도 중간 중간에는 조각들이 서있었다. 그 중에서 고서화가 곳곳에 걸려있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었다.앞쪽 경매대에는 붉은 담요가 깔려 있었다. 테이블 아래는 관람객들과 VIP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해 두었고, 테이블 위에는 고급스러운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다.한 눈에 보아도 지난 번 경매장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났다. 대관장소 마련에만 해도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었다.송민정의 좌석은 맨 앞줄에 있었다. 은시후와 장인 어른은 송민정을 따라 앞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미처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사람들이 뒤에서 밀려와 은시후는 어쩔 수 없이 옆 통로의 빈 곳으로 비켜섰다.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사람들이 밀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들어왔는데, 길을 터 준 사람은 경호원들이었다.“우 선생님 오셨어요??” 송민정은 가볍게 소리치며 고개를 들어 소리 난 쪽을 바라보았다.뒤에서 밀려온 사람들은 모두 경매장에 참가하는 VIP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모두 푸른 도포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남성은 매우 거만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얼굴에 공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은시후는 그를 보더니 말했다. “아.. 저 사람이 바로 그 우은찬 대표군요... 자세가.. 참.. 좋습니다..하하..”우은찬 대표는 몰려든 사람들 틈에서
시후의 옆에 있던 송민정은 “선생님, 마음에 두지 마세요. 우 선생님이 성격이 좀 있으셔서요.”라며 난처해했다.하지만 은시후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송민정에게 “들어가시죠.”라고 말했다.손님들은 순서대로 입장했는데, 사회자는 아트센터의 팀장이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가 인사말을 한 뒤 바로 경매에 들어갔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지난 번 경매가 잠정 취소된 탓에, 이번 경매는 지난 번보다 더 많은 물건들이 나왔고 참관객도 두 배로 늘었다.두 명의 의전 도우미가 작은 수레를 밀고 단상에 올랐다. 첫 번째 물건은, 고풍스러운 은상감 향로였다. 경매사는 “이 물품은 조선시대에 쓰이던 향로로, 앞에 보이시는 것과 같이 두 마리 사슴이 그려져 있습니다. 향로는 예전부터 해충을 쫓거나 실내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썼습니다. 그런데 향로라는 것이 불교적으로는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의미를 지닌 향을 피우는 데 사용된 기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잡귀나 잡념까지 제거한다는 의미로 절이나 각종 제사 의례에서도 사용되었지요. 이 향로는 정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이고 무늬도 우아하여 꽤 값이 나가는 물품입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도우미에게 향을 피워보라고 했다.한복을 차려 입은 도우미들이 은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향을 한 줌 파서 불을 붙였다.새하얀 연기가 향로를 따라 서서히 흘러내렸다. 안개가 피어올라, 아래 쪽이 연기로 가득 차자 사슴이 살아 숨쉬는 듯 마치 안개 속을 뚫고 뛰는 듯했다.옅은 향이 경매장에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 향 때문에 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경매사는 탁자를 두 번 정도 두드리며, “경매 시작가 800만 원! 웃돈이 200만 원입니다!”이 향로는 정교하게 제작되어, 소장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매가도 적당하여 사람들이 잇달아 손을 들었다.이윽고, 향로는 1500만 원의 가격으로 낙찰되었다.이어서 7, 8점의 물건들이 나왔는데, 모두 좋은 품질의 골동품들이었다.회
진동오는 요 며칠을 매우 비참하게 지냈다.엊그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작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뒤 감금까지 당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골동품과 관련된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린다는데 이 천하의 진동오가 놓칠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오늘 심기일전으로 가까스로 탈출해 나왔는데 여기서 은시후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줄곧 은시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그저 작은 아버지가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면으로 은시후에게 도발은 할 수 없었기에, 은시후가 그 목걸이를 낙찰 받으려 하자 계속 값을 높여 불렀다. 별 소용이 없긴 하겠지만 은시후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저 괜찮았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차갑게 고개를 돌리고는 계속 값을 불렀다.“7천만 원!”진동오는 계속 시후의 꽁무니를 바짝 따라오며 값을 높여 불렀다. “8천만 원!”김상곤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시후야, 그만하자~ 됐어. 괜히 다투지 말고~!!”은시후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시지요.”그리고는 손을 들고 말했다. “1억 8천만 원!”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은 8천만 원까지 불렀는데, 갑자기 1억을 더 하다니?진동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1억을 더 부른다고? 왜 일반적인 순서대로 값을 부르지 않는 거야? 내가 9천만원을 불렀으면 많게는 천만 원을 더해서 불러야지?! 이게 무슨..?너는 돈이 많아서 그런 가 보지?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은시후는 진오동을 쳐다보며 눈썹을 들어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진동오 씨, 계속하시죠?!”진동오가 한 마디를 뱉었다. “아니.. 미쳤어? 이 너덜너덜한 목걸이를 1억 8천에 산다고?! 너나 가져~!”진동오는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 진주 목걸이 때문에 1억 8천을 주는 것이 정말 아까웠다.자기가 봤을 때 저 진주는 많아도 7천 정도면 최고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옥은 일정한 영기를 함유하고 있다. 이를 본 은시후는 이 물건이 진원호의 집안에 들어온 살기를 없애는 데 사용하기 알맞다고 생각해 즉시 숫자 패를 들었다.“1억 천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자 익숙한 목소리가 또 울려퍼졌다.“1억 2천만!”은시후는 고개를 돌려 진동오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것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내색 않고 계속 숫자 패를 들었다.“1억 3천만!”“1억 4천만!”진동오와 은시후의 경쟁 때문에 옥의 가격은 짧은 시간 내 이미 많이 올라버렸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진동오가 다시 은시후를 겨냥하기 시작했음을 눈치챘다.모두들 한 번 더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은시후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은시후는 천천히 패를 들며 “5억!”이라며 입을 뗐다.와 대박!!!정말 미쳤다!1억이 5억으로 뛰었어!진동오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이렇게 막 부른다고?자신은 소문난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저 돈을 주고 물건을 사기는 너무 아까웠다......그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어떻게 하지?은시후를 따라 돈을 부르면, 5억을 헛되이 버리게 될 것이다.그렇다고 돈을 부르지 않는다면 분명 은시후가 자신을 비웃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비웃게 될 것이 뻔했다.그리고 조금 전에 이미 체면을 깎았는데, 또 다시 은시후에게 비교당한다면 정말 면목없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진동오는 이를 악물고 “내가 5억 천을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현장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진동오가 천만 원을 더 불렀다!이제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은시후는 빙긋 웃으며 “그럼 전 5억 3천!”“와씨!!!”“미친 거 아냐?!!!”“이 행님들 돈이 장난 아닌가 보네?!!!”현장에 있는 모두가 은시후의 스케일에 놀라버렸다.진동오도 멘붕하기
진동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잠시 망설였지만, 이성은 충동을 이겨냈다.“포기할게요!”“쳇!”“아! 쓰레기 같은 놈..”“쪽팔린다~!”“와..씨 개쪽팔려!”사람들은 진동오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거침없이 비웃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그는 심지어 오늘 감금된 집에서 뛰쳐나온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극도로 창피함을 느끼자, 진동오는 한동안 기가 막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잠시 뒤 시후를 쳐다보았다. 은시후의 가소롭다는 눈빛에 진동오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은시후에게 물었다.“어이, 당신. 왜 대체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야?”은시후는 천천히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아무도 나와 경쟁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맞서 싸운 건 당신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와서 화를 내시는 겁니까?”옆에 있던 송민정도 “진동오 씨, 경매의 룰은 원래 이렇습니다.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십시오.”라고 말했다.진동오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감히 송민정의 미움을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두고 보자!!!” 진동오는 은시후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은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놈이 가문에 있다니....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은시후는 또 다시 블랙카드로 한 번에 결제를 완료했다.어차피 진원호의 돈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쓴다고 해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기에..그나저나.. 진원호가 자신이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것이 죽일 놈의 진동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아마 진동오를 반쯤 죽여 놓아야 한이 풀리지 않을까?정말 재미있는 일이다.한 시간이 지나자 경매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그동안 진동오는 한 번도 가격을 부르지 않았는데, 아마 은시후에게 당한 것 같아 겁을 먹은 것 같아 보였다.바로 그때, 도우미와 경비원들이 작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단상위에 올
군중들이 잇달아 가격을 다투어 대왕 조개의 가격은 순식간에 20억 가까이 올랐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알고 물러났지만, 아직도 이 물건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바로 그때, 우은찬이 일어나 “내가 25억에 가져가지!”라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여러분, 제가 오늘 이 경매에 온 것은 바로 이 대왕조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저에게 양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따가 제가 모두에게 평안부적을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현장에 있던 참관객들은 대부분이 대표나 사장이었기 때문에, 우은찬의 명성을 알고 있어 함부로 반대를 하지도 못했다.만약 잘못해서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집안이 난장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렇게 비싼 평안부를 공짜로 준다고 하니, 적잖은 사람들이 불쾌하긴 했지만 참고 욕심을 억눌렀다.센터 팀장은 우은찬의 태도를 보고 비록 얼굴에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었다.원래 경매는 가격을 높게 부르는 사람이 낙찰 받는 것인데, 지금 우은찬이 오히려 규정을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말 25억으로 그에게 낙찰된다면, 자신이 돈을 좀 덜게 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렇게 불공평하게 경매가 진행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아트센터의 명예는 실추될 것이 뻔했다.그러나 팀장도 우은찬이라는 사람이 매우 잘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수완이 있어서 미움을 사면 잘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우은찬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는 속으로 흥분된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이 대왕조개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아침 일찍부터 서울까지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겨우 25억이라니..사실 이 물건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기만 하면, 25억은 고사하고 틀림없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 뻔하다!게다가, 확실히 조용한 것을 보니 아무도 자신과 감히 경쟁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은찬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그는 국내외에서 명성이 자자하여,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경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 놈이 극성을 부리며 몇 번이나 자신을 헐뜯으니 정말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것이었다.더 심한 것은 감히 자신을 헐뜯는 것이다!이건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거야!!!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대체 저 사람은 무슨 빽이 있기에 저렇게 대담한 거지? 저렇게 풍수에 능한 자라면 그를 죽이는 방법만 해도 수만 가지일 텐데..우은찬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대왕조개를 헐값에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으로 겉으로는 품위를 유지하며 웃음 지었다. “하하핫.. 조금 전 경매장 입구에서 우리 작은 오해가 있었지? 하지만 고작 그런 작은 오해 때문에 나와 경매에서 경쟁을 하는 건 너무 소심하지 않는가?”우은찬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가격에 대왕조개를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은시후에게 강경하게 굴다가는 더 비싼 값을 치를 것이 눈앞에 그려져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결코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라도 은시후가 호가를 거둬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고 있었다.자신을 먼저 25억에 대왕조개를 손에 넣은 후 천천히 그와 담판을 지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은시후는 일찍이 그의 계획을 간파했기에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에게 헛소리 작작 해~ 나도 이 대왕조개가 마음에 들었거든. 그러니 당신이 값을 낼 수 있으면 내고, 못 낼 것 같으면 그냥 여기서 그만 두면 된다고!”“와.. 미쳤다 진짜!”“와..씨!?”“이 형이 지금... 우은찬 선생을 갖고 노는데?”“완전 센스 쩌네???”하지만 우은찬은 돈을 아끼기 위해 계속 은시후를 설득하려 했다. “난 지금 이 대왕조개가 정말 마음에 들어.. 그러니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 두면 안 되겠는가?”은시후가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너! 너!?” 진동오는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 그룹의 돈을 속여서 다 쓰고 있었어?! 이 사기꾼새끼 죽여버려!!!?”우은찬은 고개를 돌려 진동오를 바라보았다. “진동오 씨, 이 사람을 아십니까?”진동오는 “저 새끼가 바로 WS 그룹의 데릴사위예요! 직장도 없이 집에서 마누라에게 얹혀사는.. 최근에 저희 작은 아버지를 속여서 돈이 좀 생겼나 봅니다....”“그래요?” 우은찬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마치 청심환이라도 먹은 듯 편안한 표정으로 그를 비웃었다.“자자.. 젊은이! 너무 기죽지 말게~ 그런데 말이야.. 여기서 그만 두지? 그렇지 않으면 골탕 먹게 되는 건 너지, 내가 너를 깔보는 건 아냐. 그리고 네가 부른 50억? 네가 가지고나 있어?”은시후의 얼굴빛이 차갑게 식었다. “내가 돈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어. 당신은 그냥 돈이 있으면 계속 값을 부르고, 없으면 그냥 닥치고 있는 거야!”우은찬은 참다 못해 “임마! 너 지금 뒤지고 싶어?!”라며 소리를 질렀다.은시후는 “하하!! 내가 죽겠어? 그럼 저 조개는 네가 가지고 가려고? 물건 살 돈도 못 내는데 날 죽일 수나 있겠어? 하하! 멍청인가?”라고 말했다.우은찬은 은시후에게 계속 비웃음을 당하자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어두운 얼굴로 무섭게 말했다. “어이, 거기 적당히 해! 당장 물건을 내 놔!! 그렇지 않으면 네가 목숨을 구걸해도 더 이상은 소용없어!!”그의 말을 듣자, 센터 팀장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이것은 아트센터의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감히 우은찬에게 반박할 수도 없어 속이 쓰리고 괴로웠다.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내 목숨을 원한다면, 당신도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어? 지금 경매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럼 이제 계속 값을 불러야지?!”송민정은 의아했다. 우은찬은 보통 사람이 아니어서 감히 자신의 이룸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
미국 유학생 비자 정책에 따르면, 학교에서 퇴학당한 경우 비자가 자동으로 무효화되는데, 이럴 경우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자면 미국을 떠난 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뉴욕에서 불법 체류 신세가 되었다. 불법 체류자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직업도, 집도 없었기에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매일 한 PC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로 다른 사람들의 게임을 대리 플레이 하여 임시직으로 돈을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대리 플레이를 한 뒤 수입이 부족해지면 다시 일당을 주는 임시직을 찾아 잠시 일했다가, 돈을 벌면 다시 PC방에서 돈이 떨어질 때까지 그 생활을 반복했다. 지금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에 서서 경찰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 불안했다. 그의 비자가 이미 만료되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에게 발각되면 이민국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민국은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강제 추방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불안에 떨던 그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혹시 신분증도 검사 받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다른 구역에 각자 격리되어 있었기에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이때 한 경찰관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같이 가시죠." 젊은이는 경찰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경찰을 따라 회의실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제이크 한을 보았다.제이크 한은 미소를 지으며 앞의 1인용 소파를 가리키고 말했다. "자, 앉으세요." 젊은이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손가락과 종아리가 떨리는 것을 보고 묻는다. "젊은이, 이름이 뭐죠?" 젊은이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기리시 카나드입니다..." "기리시 카나드
경호원의 말에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죽은 사람들은 누구죠?”경호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경호원은 제임스와 더 얘기할 시간이 없다는 듯 서둘러 떠나갔다.제임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배호영이 실종되다니.. 대체 누구의 소행이지? 이가 닌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혹시 그들이 죽은 건가..?’ 제임스는 자신이 고용한 8명의 이가 닌자들이 배호영을 공격할 줄은 전혀 몰랐다. 따라서 그는 배호영이 다른 적들에 의해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제임스는 지금껏 비양심적인 일을 많이 저질러 왔지만, 배호영의 실종 사건만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세상에 대고 맹세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이번 일에 대해서 떳떳했다. 그래서 그는 배호영의 실종을 자신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걱정하는 것은 만약 배호영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신이 임시 거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여전히 자신을 쫓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직접 나서서 대비해야 했다.하지만 곧 제임스는 어차피 지금 자신은 페이셔스 그룹에 머무르고 있고, 요 며칠 아무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아직 안전하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리 배호영이 돌아오든 말든, 자신이 어떻게든 페이셔스 그룹에서 계속 머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배호영이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구성원이 떠난 별장에서 자신을 머무르게 했기 때문에, 별장에만 잘 숨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설령 신경을 쓴다고 해도, 배호영의 친구로서 페이셔스 그룹이 자신을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제임스의 마음은 조금 평온해졌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WF 호텔에서는 뉴욕 경찰이 연회장의 모든 직원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이들 중에 일본 닌자의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
한 경찰관이 곧바로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경고했다. “배한빈 씨, 만약 계속 현장을 떠나지 않고 파손을 지속하신다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릴 수 있나 보자고!”경찰들 역시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가 분노하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제이크 한은 몸을 돌려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배한빈 씨. 그렇게 고집을 부리신다면 여기 그대로 계십시오.”배한빈은 제이크 한이 마침내 한 발 양보하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 오늘 밤 내내 그에게 억압당하고 있던 터라 굉장히 답답했는데, 이제서야 한 번 이긴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는 냉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제이크 한, 이번엔 당신을 현명하다고 인정해 주지!”제이크 한은 그의 거만함에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배한빈 씨..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으니 우리는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잠시 후 여러 언론사들이 이곳에 와서 보도를 할 테니, 그때 가서 기자들과 잘 얘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절대 이곳을 떠나지 마십시오. 잠깐의 기자회견을 준비할 테니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시면 됩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사실 그는 꼭 여기에 머무르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제이크 한이 자신을 내쫓으려 해서 반발심이 생긴 것뿐이었다. 그런데 제이크 한이 여기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다니! 배한빈으로선 세상 사람들에게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런 치욕을 어찌 견디겠는가? 그래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여기서 허송세월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당신이나 기자회견 하시고, 난 아들을 찾으러 가겠어!”제이크 한은 냉소를 지으며 비꼬았다. “뭐죠? 내가 가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하더니, 갑자기 본인이 제 발로 떠나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는 거지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늘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배한빈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한빈의 아버지 배해산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제이크 한은 페이셔스 그룹의 원로인 배원중 회장을 존경했기에, 배해산과 그의 아들 배한빈 부자를 경멸했다.반면, 배한빈이 제이크 한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제이크 한이 워낙 명망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높이 평가 받는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미국 내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특히, 10년 동안 이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 현직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은 인물로, 커뮤니티에서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만약 그가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미국의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배한빈은 제이크 한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고,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 역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제이크 한은 배한빈을 바라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배한빈 씨, 지금 당신의 아들이 실종 상태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늘 벌어진 일들에 있어서 당신의 아들이 무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당신은 똑똑한 사람일 테니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죠. 그냥 단순한 자선 행사인데, 당신의 아들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지 않나요?"배한빈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남을 깔보는 성격이었지만, 그 역시도 똑똑한 편이었다. 그래서 배한빈은 뭔가 아들이 일을 이 정도로 과하게 벌인 것이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장 수상한 점은 제이크 한이 언급한 것뿐만 아니라, 사건의 성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배한빈은 그의 아들 배호영이 평소에 자선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이 자선 행사를 열 때마다 배호영은 참여조차 꺼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