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몇 억대 가치가 있는 팔찌를 선물 받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두 눈이 번쩍 뜨였다.“팔찌? 어디 있는데? 보여줘 봐!”은시후는 “어머님, 그 팔찌는 침실에 뒀어요. 하지만 전 다시 돌려줄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돌려준다고?” 윤우선은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제정신이야? 그렇게 비싼 팔찌를 돌려준다고?”은시후는 “제가 봤을 땐 별 일 아닌데, 도와줬다는 이유로 그 정도 비싼 선물을 준 거라..”라고 말했다. “저희에게 그렇게 귀한 물건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안 어울리기는 뭐가 안 어울린단 말이야?!” 윤우선은 “그 사람이 준 거면 우리는 그냥 받으면 되는 거야! 팔찌! 팔찌 어디 있는 거야? 네가 필요 없어도, 난 필요해!”은시후는 장모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팔찌는 사실 유나에게 주려고 한 것인데, 다만 최근 유나에게 말할 적당한 변명거리가 없어 전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장인 어른이란 사람의 입이 너무 가벼워, 이렇게 단번에 사실을 털어놓게 될 줄이야...은시후는 이렇게 비싼 팔찌를 아까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데 어떤 팔찌라도 못 살 것이 있겠는가?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장모가 그렇게 귀중한 물건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억척같은 성격에, 조금이라도 남에게 손해보지 않고자 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그냥 싸구려 팔찌나 끼고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어울렸다.하지만, 장모 윤우선은 이런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비싼 팔찌를 끼면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팔찌는? 어디 있냐고? 어서 꺼내 봐!”옆에 있는 유나 역시 팔찌가 엄마 손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자 유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시후 씨가 이왕이면 돌려주려고 했다고 하니까.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보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주신 분께
김상곤은 몹시 흥분했다. 이런 수준 높은 행사에는 처음 와본 터라 끊임없이 두리번거렸고,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회의장 입구에서 김상곤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초청장을 내밀었다.사실 김상곤은 속으로 은시후가 얻은 두 장의 초청장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금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은 곧바로 그와 은시후를 번갈아 쳐다보다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안으로 모시겠습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시후와 함께 내부로 입장했다.두 사람이 막 경매장으로 들어서자, 화려하게 차려 입은 김혜준도 뒤에서 우쭐거리며 들어왔다.경매장으로 들어선 김혜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은시후와 작은 아버지께서 어떻게 여기 와 있는 거야?!저 루저들이 뭐 때문에 여기 있는 거지? 그리고, WS 그룹으로 전달 된 초청장은 한 장 밖에 없었고, 그 한 장은 자신의 손에 들어 왔는데.. 저 둘은 몰래 들어온 건가?지난 번 은시후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자, 김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는 은시후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은시후? 네가 여길 들어와?! 여기가 어딘지 알고 들어오기는 한 거야?”은시후는 갑자기 김혜준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져 얼굴을 찌푸렸다.김상곤은 김혜준을 보자 “아이고, 혜준아 너도 왔구나~”라며 껄껄 웃었다.김혜준은 김상곤뿐만 아니라 은시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 이곳에는 뭐 하러 오셨어요? 초대장은 저에게 있는데, 초대장은 받기나 하신 거예요?”“물론이지!” 김상곤은 곧바로 대답했다.김혜준은 “둘 다 초대장을 받았다는 증거는 있으시고요? 어디서 난 거예요?”라며 거세게 따졌다.은시후는 김혜준을 힐끗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김혜준, 우리가 초대장을 어디서 받았든지 네가 무슨 상관이지?”김혜준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잘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김혜준은 빠르게 그를 잡았지만, 은시후는 가볍게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뒤이어 시후는 다른 손으로 김혜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떻게? 손 다친 건 다 나았나? 상처가 나았으니 이제 아픈 걸 잊었나 본데?”김혜준은 갑자기 강한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속으로 분하고 놀랐다.이 자식? 손아귀 힘이 너무 강한데?!속으로 자신이 은시후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김혜준은 차갑게 말했다. “아오..씨..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여기서 딱 기다려, 내가 지금 쫓아내 줄 테니까!”김혜준은 고개를 돌려서 바로 옆에 서있던 매니저에게 소리를 쳤다.그러자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빠르게 걸어왔고, 그의 뒤로 경비원 두 명이 함께 따라왔다.이 중년 남성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김혜준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아, 그게요. 여기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초청장을 좀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김혜준은 손가락을 뻗어 은시후를 가리키며 “여기 있는 두 사람의 초대장이 가짜 같습니다만?!”이라고 쏘아붙였다.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초청장은 하객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비밀번호 한 줄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번호를 지정된 사이트에 입력하기만 하면 곧바로 참석자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매니저는 김혜준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그가 그룹의 자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비해 은시후는 그저 평범한 옷차림이었기에 매니저는 경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시후에게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면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비록 그의 태도는 공손하기는 했지만, 눈빛은 일말의 경멸을 머금고 있었다.왜냐하면 은시후의 옷차림이 너무도 평범하여, 겉모습만 보기엔 이런 협회의 행사에 들어올 수 있는 VIP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은시후도 상대방의 눈빛에서 은근한 업신여김을 느꼈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시후는 “싫다면요?”매니저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군중들이 길 가운데를 비워 통로를 만들어 비켜주었다. 그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여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몸매도 아름다웠다.밝은 불빛 아래서 그녀의 용모는 더욱 눈부셨고, 고상한 기품에 걷는 자세조차 우아했다.김혜준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잠시 넋을 잃었다.송민정은 회의장에 들어서서 아름다운 눈동자로 주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앞줄 VIP 존의 두 빈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초청한 VIP 손님 두 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요?”팀장은 하객 명단을 한 번 훑어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말씀하신 VIP 초청장은 이미 내부에서 확인되었다고 뜨는데.. 어디에 계신 지는 파악이 안 되네요.”이야기를 마친 그는 즉시 옆에 있는 사람을 불러, “매니저를 불러오세요.”라고 분부했다.재빨리 매니저가 팀장 앞으로 와 “팀장님, 혹시 무슨 일이 신지요?”팀장은 VIP존의 빈자리 두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VIP 두 분이 이미 체크를 하셨다고 하는데, 왜 자리에 안 계신 겁니까?”“VIP 손님 두 분이요?” 매니저는 조금 전 자신에게 쫓겨났던 늙은이와 한 젊은 사내가 떠올랐다.‘설마... 아니겠지......?초청장이 있었고 VIP 급이면 왜 확인을 안 받겠다고 한 거야?조금 전 일 때문에 화가 나신 건 아니겠지?아.. 망했다....’팀장은 매니저가 당황하며 우물쭈물 대는 모습을 보자 경비원을 힐끗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말해보시죠.”경비원은 숨기지 못하고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재빨리 설명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송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팀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박 팀장님, 그럼 제가 먼저 은 선생님을 찾아오죠. 그럼 팀장님께서는 여기 남아 이 일을 처리해주세요. 그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게요.”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송민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는 그늘진 얼굴로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송 대표님이 친히 초청하신 VI
김혜준은 그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센터 팀장과 좀 친분을 쌓으려 했지만, 팀장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발로 걷어 차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바닥에서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섰다. “팀장님, 이게 무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들도 모두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의아해했다.“저 사람 WS 그룹의 신옥희 회장의 손자 아냐..? 아트센터에 무슨 미운 털 박혔나?” “WS 그룹이 요즘 좀 뒤쳐지긴 했지.. 그런데 아트센터 팀장이랑 사이가 이렇게 벌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으로, 김혜준과 팀장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팀장은 김혜준을 노려보며 “오해? 오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당신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소리를 들은 줄 알기나 해?!”그리고는 겨우 몸을 일으킨 김혜준을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버렸다. 김혜준은 ‘끄악!’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팀장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그의 발로 김혜준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말했다. “어이, 지금 당신이 누굴 화나게 했는지 알기나 해?”`김혜준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팀장님! 저는 아무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팀장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두어 대 후려치고는, “이 병신 같은 놈. 네가 미움을 산 두 분의 VIP 손님들은 바로 송 대표님이 초청한 VVIP라고!!! 정말 너를 죽여 버려도 이 화가 풀리지 않을 거다!”팀장은 즉시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멍청한 놈을 끌고 나가서 정신교육 좀 시키고 오시죠.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트센터에서는 아까 쫓겨났던 두 VVIP 외에, 이 김혜준과 WS 그룹 소속은 절대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지시하세요! 만약 누군가 그 사람들을 들여보낸다면, 내가 끝까지 찾아서 응징할 겁니다.”
은시후는 “아.. 송 대표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행사장에 있었던 인간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요.. 경매장에 다시가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러니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다시 이야기하시죠.”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갑자기 차에서 나무상자를 하나 꺼내 은시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선생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사과의 뜻으로 받아주세요..”은시후가 나무상자를 손에 쥐는 순간, 그 안에서 뭔가 기운이 느껴 졌기에 그는 사양하지 않았다.은시후가 선물을 받자, 송민정은 “그럼, 오늘 경매는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팀장에게 아트센터의 직원 교육을 다시 한 번 잘 시키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니 팀장이 정비를 끝낸 후에, 다시 한 번 경매 행사를 개최할 테니, 그때 다시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김상곤은 이 상황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저 여자는 바로 지난 번 예인당에서 자신이 실수로 골동품을 깨뜨린 후에 마지막에 등장한 이룸 그룹의 막내딸 아냐?자신의 사위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데다가, 심지어 경매까지 중단하고 다시 개최한다니?설마 저번에 그 병을 고쳤다고?오.. 앞으로 우리 사위를 잘 대해야겠어..송민정의 성의를 알아본 시후도 “그럼 재개될 때 저희가 다시 참석하지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인은 “그럼요 그럼요, 꼭 가겠습니다.”라고 급히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그럼 두 분은 먼저 돌아가세요.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송민정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나서야,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송민정이 돌아가자 장인은 급히 은시후의 손에 든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사위, 자네에게 준 그 상자는 무엇인가? 어서 열어보게!”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상자를 열었다.갑자기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시후는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에? 이게 뭐야?” 김상곤은 고개를 내밀고 상자 속을 다시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의아하
두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에 있던 유나와 장모 모두 집에 없었다.장모 윤우선은 친구를 만나러 카페에 갔고, 유나도 아직 퇴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은시후는 먼저 침실로 들어와, 나무상자를 다시 꺼냈다.짙은 영기가 나무에서 흘러나왔다.은시후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무를 손바닥에 얹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구현보감』에 쓰여 있던 영기를 수련법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영기를 자신의 몸 속으로 흡수시켰다.시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운이 강해진 것을 느꼈다.손에 들었던 나무 토막은 색이 조금 바란 것처럼 어두워졌다.비록 색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무가 품고 있는 영기는 아직 남아있었다.만약 다른 이 나무를 보조할 만한 물건을 얻기만 한다면, 시후는 지금 당장 이 영기를 더 수련하여 기운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을 터였다.방에서 나왔을 때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저녁이 되었다.거실에 도착하자, 은시후는 장모님이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밥도 안 한다 이거야? 내가 와서 거들어 주기까지 기다린 거지?”은시후는 멋쩍은 듯 웃으며 장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머님, 제가 오후에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지 뭡니까?”“어휴, 경매장에 간다더니 기 빨리던? 아니면 그 김혜준 놈이 너를 괴롭히기라도 했어?” 윤우선은 퉁명스럽게 툴툴거렸다.은시후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전 별 말 안 했는데..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윤우선은 “당연히 시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셔서 다 들은 거지! 창피하게 만드는 것도 유분수지, 김혜준까지 그 행사장에서 너 때문에 쫓겨났다고 하잖아. 그래서 어머님께서 전화를 거셔서 나를 얼마나 들들 볶은 줄 알아? 내가 말하는데, 능력이 없으면, 밖에서 좀 쥐 죽은 듯 조용히 다니면 안 되겠어? 내 속을 얼마나 썩이려고 그래?!!”그 말을 들은 유나가 옆에서 시후의 편을 들었다. “엄마!! 그건 김혜준이
유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며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은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쏜살같이 현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유나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문 뒤에서 있는 사람들에게 “절 찾으시나요?” 라고 차갑게 말했다.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한 중년 남성이 시후를 보고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은시후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트센터의 신임 센터장입니다. 오늘 오후에 막 부임했습니다. 오전에 귀하가 아트센터를 떠나게 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저희는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특별히 제가 이 선물을 드리며 직접 사과하는 방안으로 결론지었지요.”은시후는 의아한 듯 함께 온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아트센터?”시후의 뒤에 서 있던 유나도 함께 놀라 벙쪘다.신임 센터장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선생님께서 행사장에서 퇴출된 것에 대해 팀장이 매우 큰 자책감을 느꼈으며, 그 자리에서 문제를 일으킨 김혜준을 처리하고 경매 행사도 중지시켰습니다. 저희 아트센터의 대접이 본의 아니게 소홀했던 것은 저희 측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 주시고, 부디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센터장은 말을 마치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그러자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들이 갑자기 재빨리 선물을 들고 와서 문 앞에 내려놓았다.은시후는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았는데도, 선물이 매우 많아 보였다.산수도 10폭 병풍, 단원 김홍도의 화조도, 그리고 18세기 백자호까지..?이 선물들의 가치는 모두 합치면 거의 억 대가 되어 보였다!“은 선생님, 이번 일은 명백히 아트센터 측의 실수입니다. 따라서 팀장이 지금 송 대표님과 함께 새롭게 행사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어 제가 대표로 찾아와 직접 사과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직접 다시 찾아와 사과드리겠다고 전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센터장은 말을 마치
그리고 현장에는 두 개의 VIP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시후와 배유현을 위한 자리였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 유가휘는 술잔을 들고 일어나, 큰 감사를 표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모든 일은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입니다. 제 마음속의 감사한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감사를 표하기 위해 먼저 한 잔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시후가 대답할 틈도 없이 술잔을 단숨에 원샷하여 비웠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오늘 일에 대해 유 회장님은 만족하십니까?” “만족하고 말고요 굉장히 만족합니다!”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오늘 선생님의 계획에 백 번, 천 번, 만 번 만족했습니다! 아니, 만족이 아니라 감사가 중요하지요, 저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족하신다면 다행입니다. 이 일은 이제 모두 해결된 것입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급히 대답했다. “네, 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더 이상 변수는 없을 겁니다!” 이때, 이중열이 술잔을 들고 일어나며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제가 홍콩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도련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그럼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유가휘처럼 술을 한 번에 원샷했다. 시후는 먼저 유가휘에게 말했다. “유 회장님, 제가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유가휘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무엇이든 말씀하시면, 그 어떠한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요!” 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은 아니고요, 다만 앞으로 이중열 삼촌의 가족들을 잘 돌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실 두 가족들이 이렇게 가까이 살게 되었으니, 서로 더 교류가 많게 되었으니까요.” 유가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중열 씨의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를 던졌고, 그 말 한 마디는 현장의 모든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기자들은 배유현이 아마도 유가휘와 아는 사이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들은 배유현이 이렇게 유가휘에게 큰 의미를 두고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미국의 재벌가 기업의 회장으로서 이곳에 참석하는 것만 해도 유가휘에게는 큰 영광이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유가휘의 초청을 받아 이런 집들이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유가휘의 체면을 굉장히 세워준 일이었다. 알다시피 유가휘의 자산은 페이셔스 그룹과 비교하면 겨우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유가휘는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누구나 체면을 중요시하는 법이지만, 이 순간 유가휘는 자신이 이렇게 체면을 세운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배유현이 등장하자, 유가휘를 조롱하고 싶었던 기자들은 점차 사생활을 추궁하는 평소의 태도를 버리고, 행사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유현은 그녀의 훌륭한 말솜씨와 개인적인 매력을 통해, 이 행사에서 시후가 표현하기를 원했던 말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녀가 유가휘와 이중열이 오해를 풀고 화해한 행동을 보고 매우 감명 받았다고 말하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갑자기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이제 기자들은 유가휘와 이중열을 볼 때 더 이상 이전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고방식 대신 정말로 20년 만에 서로에 대한 원한을 접고 웃어넘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마치 세기의 명장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배유현의 도움으로 이번 행사는 인도주의 정신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고, 현장의 기자들이 이 상황을 본부로 전송하자, 홍콩의 많은 미디어들이 즉시 긍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한동안, 홍콩 전체는 이 두 사람이 20년 만에 화해한 사건에 감동을 받았다. 이것은 유가휘에게 최고의 탈출구를 제공해 주었고,
하지만 그때, 유가휘는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히고 있었기 때문에, 배유현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때는 우현당의 우은일 선생이 행사를 주관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현장에서는 우은일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는 원래 우은일이 큰 정성을 들여 준비한 의식을 치르는 제단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그는 급히 비서 아민을 불러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은일 선생은 어디 갔지?! 왜 보이지 않아?!"아민은 그의 귀에 대고 설명했다. "유 회장님, 우은일 선생에게 큰일이 일어나서... 자신이 기른 곤충에게 물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꽤 심각한 것 같았고, 조금 전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뭐라고?!" 유가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그럼 오늘 행사를 누가 맡은 거야?!"아민은 급히 대답했다. "유 회장님, 걱정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 배유현 회장님이 오늘의 행사를 주관하도록 하셨습니다."유가휘는 놀라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이 주관한다고? 진짜인가? 농담하는 거 아니지?""아닙니다." 아민은 서둘러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은 지금 옆에서 준비 중입니다. 곧 시작할 거예요."그때, 무대 아래의 기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누군가는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유 회장님, 갑자기 G7의 별장을 사서 이중열 선생님에게 선물한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예전에 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더불어 삼각관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오늘 이렇게 갑자기 화해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맞습니다, 유 회장님!" 또 다른 기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예전부터 유 회장님께서 이중열 선생님의 생명의 위협을 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중열 선생님이 이번에 다시 홍콩에 돌아왔는데, 왜 두 분이 갑자기 화해한 거죠? 혹시 압박을 받으신 겁니까? 혹은 방가흔 씨가 자살을 하겠다고 위협하신 건 아닙
유미경의 호의를 시후는 거절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지금 나는 자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조금 더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과거에 틈틈이 책을 읽으려 했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유나와 결혼한 초반 몇 년 동안에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하루 종일 앞치마를 두르고 살았고, 또 그를 독려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유미경이 직접 나서서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시후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러자 유미경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합의한 거죠! 은 선생님이 시간 되시면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드세요. 제가 책을 골라서 전자책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면, 제가 이메일로 문제를 보내 드릴 테니까 최대한 시간을 내서 답변해 주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미경 선생님."유미경은 시후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웃으며 말했다.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건 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시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당신의 첫 번째 제자가 되는 건가요?"유미경은 웃으며 물었다. "내가 진짜 선생님이 되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정식 교사로요.""당연하죠."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먼저 학문적으로 성취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미경 선생님이 완벽히 충족하죠.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러면서 그는 탄식하며 덧붙였다. "요즘 국내외의 많은 교사들은 점점 교육자로서의 초심을 잃고 명예와 이익만을 쫓고 있지만, 미경이라면 결코 그들과 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교사가 된
시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감회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은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계신 거죠?”시후는 순간 놀라며 뒤돌아보았고, 유미경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 방심한 나머지, 유미경 같은 일반인이 다가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만약 그 순간 적이 접근했다면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유미경에게 말했다. “옛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물었다. “미경은 언제 온 거죠?”“조금 전에 왔어요.” 유미경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 옆으로 다가와 아래의 북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계셨나요?”“네...” 시후는 부정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벌써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그립네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유미경 역시 시후와 거의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다가가 시후의 손을 잡고, 그의 손바닥을 꼭 쥐었다. 마치 이런 방식으로 위로와 걱정을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그러나 유미경은 시후가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우려해 화제를 바꾸었다. “이중열 선생님의 상태가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네요.”“맞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삼촌은 마치 자신의 혼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 그러면서 그는 이중열이 자신의 노모를 직접 차에서 부축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다시 말했다. “아니, 단순히 혼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반까지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네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혼과 백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시후는 순간 멈칫하며 반문했다. “당신도 알고 있나요?”“물론이죠...
시후가 홀로 저택 3층의 테라스로 올라섰을 때, 이미 유가휘와 이중열 일가가 탄 차량의 행렬이 하나둘씩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기자들은 차량 행렬을 따라 몰려들었고, 홍콩의 라이언 댄스 공연단이 마치 두 마리의 살아 있는 듯한 사자를 흉내 내며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어 현장은 더욱 열기로 가득했다.시후는 원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니 마음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폭죽이 터지며 피어오르는 짙은 연기와 진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화약 냄새는, 그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어릴 적, 시후는 생일 케이크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폭죽이 다 타고 남은 연한 화약 냄새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한국 내에서 폭죽 판매가 줄어 들면서 시후는 이 익숙한 냄새를 맡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늘 경사스러운 일이나 명절 때면 불꽃놀이와 폭죽을 즐겨 사용하여 화학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시후는 가끔 이 냄새를 맡을 때 가족들이 모여 기쁜 일을 맞이하던 순간들이 떠오르곤 했다. 특히 시후가 어릴 적에는 가족들의 생일이 되면 부모님이 시간을 내어 함께 케이크를 먹고 작은 폭죽을 터뜨려 주곤 했다. 그때의 시후는 좋은 일이 있으면 매일같이 폭죽을 터뜨리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화약 냄새가 시후의 어린 시절의 특별한 행복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시후는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그러다 시후는 문득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강인한 사람이었고, 웬만한 일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설령 삶이 아무리 큰 시련을 주더라도, 그는 오히려 미소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부모님을 그리워할 때만큼은 그의 마음속 가장 연약한 부분이 본의 아니게 드러나곤 했다. 시후의 성격은 튼튼한 갑옷을 두른 고슴도치와 같았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들은 그가 가진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배와 같은 존재였다.이제 시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량
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홍콩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열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유가휘 씨가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느냐 아니냐는 상관이 없습니다.”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 방금 제가 계산을 잘못한 것 같아요. 이번 거래를 따져보면, 결국 유가휘 씨가 손해를 본 셈이네요.”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왜 갑자기 관점을 바꾼 거죠?” 배유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에는 미경 씨를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죠. 유가휘 씨는 페이셔스 그룹의 신뢰를 얻었지만, 미경 씨를 잃은 거나 다름없어요. 결국, 손해를 본 건 그 쪽이겠네요?”시후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미경 씨에게 뭔가 한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그녀를 단순히 친구로서 좀 더 높이 평가하는 것뿐이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요. 그러니 유가휘 씨가 그녀를 ‘잃었다’고 말하는 건 좀 어폐가 있죠.”배유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뭔가 실제로 벌어지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시후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배유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농담이에요, 은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택 마당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징과 북, 그리고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라이언 댄스 공연이 시작된 듯했다.바로 그때, 아민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차량 행렬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들어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우은일 씨가 준비했던 것들은 다 치웠나요?”아민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선생님 말씀대로 모두 철거했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행사는 배유현 씨가 진행할 겁니다.” 그러고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우은일을 저택에서 급히 이송해 갔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 충격에 빠졌고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유가휘의 비서인 아민은 우은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분명 좋지 않은 것을 키우다가 이런 끔찍한 결과를 맞았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은일의 생사를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곧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유가휘와 이중열의 가족들이 저택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었다. 절차에 따르면, 그들이 저택에 도착하면 성대한 입주식이 열려야 했다. 입구에서는 라이언 댄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은일이 주관하는 풍수 의식이었다. 아직 입주할 가족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행사를 주관할 풍수사가 괴이한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 가버렸으니, 앞으로의 진행이 막막하기만 했다.그래서 아민은 결국 시후를 찾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선생님... 유 회장님과 이중열 선생님이 몇 분 후면 도착하십니다. 그런데 우은일 씨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저 축하하는 자리일 뿐인데, 우은일 씨가 없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 않나요?”아민은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잘 모르시는 겁니다... 유 회장님께서는 오늘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그래서 홍콩 전역에서 유명한 언론사들을 초청했고, 지금 입구에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은일 씨가 없으면, 행사를 진행할 사람이 없게 되지요... 괜히 실수라도 하면 큰 망신을 당할까 걱정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아민에게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의식을 위한 제단부터 철거하세요. 우은일 씨가 없는 이상, 굳이 풍수 의식을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우은일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채 시후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내... 내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셨단 말입니까?!”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는 너처럼 이상한 모기들을 기르는 걸 좋아했지. 그리고 선봉연 역시도 사람의 뇌를 갉아먹는 기이한 기생충을 키우는 취미가 있었어.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놈들은 그냥 지옥으로 보내기로 했지.”“뭐라고요?! 선봉연 선생도...?” 우은일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시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직감에 따르면 시후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시후를 증오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원할 뿐이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다시는...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죽기 싫지? 내가 구급차를 불러줄 수 있어. 게다가 조금 전에 해독제를 삼켰으니, 당장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그는 곧 말투를 바꿔 담담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니, 독이 이미 뇌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 같군. 아마 곧 혼수상태에 빠질 거고, 그러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겠지.”우은일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당신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분이시잖아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종류의 일은 남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했지. 사실 오늘 난 당신과 엮일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도 계속 날 도발했고, 결국엔 이런 사악한 방법까지 써서 나를 공격했지. 그래서 나는 그저 똑같이 돌려준 것뿐이야.”우은일은 흐느끼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 아직... 아직 23살 밖에 안 됐어요... 저는...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