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시후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서 늘 자신의 정체를 캐려고 시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므로, 굳이 직접 정체를 밝혀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사실을 끝까지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는 그녀가 권여빈을 특별 대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내 유나를 봐서 절친인 그녀를 구해준 것일 뿐이었으니까.자신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자, 권여빈은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평소 남들에게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었기에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자 권여빈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귓가에 걸걸하게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입고 있는 바지를 벗어.”권여빈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를 낀 남성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갑자기 수치심이 느껴졌다.아니.. 겨우겨우 호랑이 굴에서 벗어났더니, 여우 굴에 들어간 셈이 아닌가..?여기는 인적이 드문 곳인 데다가, 상대방의 덩치가 꽤 커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권여빈은 또 다시 절망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내 몸의 털 끝 하나 건드릴 수 없어. 내가 조금 전에 얼마나 힘들게 도망친 건데!! 지금 나에게 딴짓을 하려는 거면, 그냥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은시후는 당황하며 손을 들어 그녀의 다리를 가리켰다. “당신은 이미 상처 때문에 힘줄을 다쳤고, 상처가 대동맥이랑 가까이 붙어 있어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를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지혈이 안 되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 때가 되면 병원에 간다고 해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뭐 어떻게 하란 겁니까?”권여빈은 토끼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볼이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
권여빈은 다리를 감싼 채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새어 나오는 것을 보며 그가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하지만 낯선 남자 앞에서 바지를 벗어야 한다니.. 그녀는 속으로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었다.삶과 죽음 앞에서 권여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타협을 선택했다.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도 않았고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권여빈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온몸이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그리고는 마침내 입을 열어, “알겠어요. 부탁드립니다..”라고 속삭였다.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그녀의 바지를 잡고 힘껏 찢었다.권여빈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몹시 뜨거워졌고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감히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볼 수조차 없었다.그의 눈빛은 차분했다. 칼자국은 왼쪽 허벅지에 있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을 상처 옆에 두고 강하게 압박했다.한 줄기 영기가 그의 손가락에서 상처로 스며들었다.은시후의 눈은 줄곧 상처에만 있었고, 다른 곳은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의 손놀림이 상처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여빈의 상처의 피도 점차 멎었다.『구현보감』에 기록된 의술에 따라 치료한다면 그는 권여빈의 부상을 완전히 아물게 하며, 상처까지 즉석에서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지만 은시후는 상대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손가락을 바늘 삼아, 잠시 지혈한 뒤 잠시 상처가 아물자 손을 뗐다. 아마 병원에서 붕대로 감고 나머지 치료를 받으면 저절로 낫게 될 것이었다.권여빈은 혼란스러웠다. 손으로 몇 번 누르자 통증이 덜해졌고 피도 멎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서양 의학보다 더 현실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효과적이라고?“됐습니다.” 마스크 쓴 사내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한번 일어나 보시죠.”권
이 돌멩이를 그 사람이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은데..?권여빈은 갑자기 엄청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조약돌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만약 앞으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면, 이 돌멩이야 말로 그가 남긴 유일한 증표이니까..권여빈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부상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담당의는 그녀가 응급 처치를 한 것을 알지 못했기에 이 정도 부상에도 끄떡없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했다.그녀의 다리에 난 이 상처는 운이 좋으면 힘줄만 절단되는 걸로 끝나지만, 심하면 다리를 쓸 수 없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처를 보면 피부와 살갗의 상처를 제외하고 내부의 힘줄과 근막은 놀랍게도 온전했는데 이건 마치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근막은 오히려 더 탄탄해 보였다.의사는 그녀에게 “며칠만 쉬면 원래 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처를 입고 멀쩡하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 다쳤을 때 특수 치료 같은 걸 받았나요??”권여빈은 속으로 마스크 낀 사내를 떠올리면서 입으로는 “특별히 처리한 게 없어요.”라고 답했다.의사는 “정말 신기하네요..”라며 감탄했다. “참, 이미 경찰에 신고를 해둬서, 곧 형사들이 도착할 겁니다. 그럼 그분들과 만나서 직접 상세하게 이야기 나누시면 될 거예요.”권여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경찰이 빨리 오네.번화가에서 칼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하고, 게다가 엠그란드 그룹의 고위급 임원을 다치게 했으니 그들이 저지른 일은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권여빈을 만나러 온 경찰 중에서는 WS 그룹과 인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권여빈이 혜준과 만났던 것을 알고 WS 그룹에 이 사실을 알렸다.이 때의 WS 그룹의 별장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 것인지 토론이 한창이었다.조금 전 김혜준이 차를 타고 도망쳐 와 다급하게 권여빈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고
김혜준은 질투로 인해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만 들렸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자신은 권여빈의 몸에 털끝 하나 손대지 못했는데, 그저 길을 가던 낯선 남자가 그녀의 바지를 벗길 줄이야...이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어?!김혜준은 지금 권여빈이 자신에게 이미 실망한 것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질투심에 불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내가 생각할 때, 그 놈은 널 구하려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다친 틈을 타 그냥 널 추행하려 한 거야!!!”김혜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회장을 포함한 WS 그룹 식구들의 시선이 모두 권여빈에게 쏠렸다. 사실, 그들도 그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사실, 권여빈처럼 아리따운 외모의 여성이 옷을 풀어헤치고 낯선 남자의 앞에 누워서,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도록 내버려둔다면 이건 분명 뭔가 있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권여빈은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김혜준에게 너무나도 실망했다.그는 그녀를 밀치고 먼저 도망쳤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악의적으로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워 주변 사람들의 눈을 가려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찌 이렇게 파렴치하고 뻔뻔하단 말인가!권여빈은 “김혜준! 날 구해준 사람에게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분은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어. 그리고 바지도 내가 직접 벗었으니 너와는 상관없고!” 그리고 그녀는 화가 나 이를 갈며 김혜준에게 소리쳤다. “야, 김혜준.. 자꾸 네가 진실을 왜곡하려고 하니까 말인데.. 오늘 밤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네가 원인이라는 건 왜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는 거야?!! 너 때문에 그 깡패가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널 찾을 때, 넌 그냥 쫄아서 날 밀치고 도망가 버렸잖아!? 그래서 그 사람이 화가 나서 나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 거라고!! 그런데 지금 날 구해준 은인에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정말.. 염치라는 게 있기는 한 거야? 쪽팔리지도 않아
신 회장과의 통화를 종료한 유나는 평소와 다르게 속상해했다.은시후는 참다못해 유나에게 물었다. “유나 씨, 무슨 일인데요?”유나는 상황을 대충 남편에게 설명해주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엠그란드 그룹에 먼저 공사대금을 선불로 지급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유나는 다급히 말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우리가 엠그란드와 합작하게 된 것도 이미 과분한데.. 만약 공사 대금까지 선불로 받는다면 WS는 분명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당하고 말 거예요..”순간 은시후는 엠그란드 그룹이 모두 당신 남편의 것이라고, 그깟 돈이 뭐라고? 누가 감히 당신을 깔보겠느냐고 말할 뻔했다.그러나 유나는 그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럼.. 먼저 제가 천호건설의 회장님을 한 번 만나 봬야겠어요.”시후는 “그럼 나와 같이 가요.”“그건 안 돼요.” 유나가 말했다. “누가 자기 남편을 데리고 가서 영업을 하겠어요? 그리고 그건 프로페셔널 하지도 않고요.”“시후 씨는 그냥 집에 있어요. 그래도 정말 심심하면 나가서 좀 돌아다니고요. 어쨌든 집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은시후는 유나의 태도가 단호한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는 유나가 독립적이며, 많은 일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 그녀였기에 한 번 도전해보라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만약 유나가 직접 해결할 수 없다면 자신이 은밀하게 그녀를 도울 테니까.******아침을 먹고 나서 유나는 천호건설의 회장 천호진과 미팅을 잡은 후, 혼자 차를 몰아 천호건설로 갔다. 천호건설은 한국에서 가장 큰 건축 자재 회사 중 하나로, 주로 각종 알루미늄 합금 건축 자재를 전문으로 다루며,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재 공급원이었다.천호진 회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운이 좋은 편이었다. 부잣집 아내를 만나 그
천호진 회장은 유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갔고, 사무실 문을 닫는 순간 그의 눈빛은 뜨거운 욕망이 불타올랐다.그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사무실 문을 잠근 뒤 유나를 소파로 안내했다.유나는 쭈뼛대며 자신의 손을 포갠 뒤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천호진 회장은 “김 이사님, 이번에 절 찾아온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 때문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려는 겁니까?”라고 물었다.유나는 면목 없어 하며 말했다. “회장님을 속이지는 않겠습니다. 최근 저희 WS 그룹의 자금줄이 조금 막혀서요.. 혹시 건축 자재를 외상으로 대줄 수 없으신지 여쭤보러 온 겁니다.”“외상이요?” 천호진 회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천호건설은.. 김 이사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텐데.. 외상을 하지 않아서요. 먼저 대금을 받은 후에 자재를 공급합니다.”“저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김유나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저도 사실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회장님을 뵈러 온 것입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저희가 합작하고 있는 기업은 엠그란드 그룹이며, 엠그란드는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입니다. 분명 우리 공사 대금을 지불할 것이니, 그때 가서 돈을 받기만 하면 즉시 대금을 지불하겠습니다!”천회장은 피식 웃으며,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 이사님.. 제가 이사님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 제가 일절 외상을 안 하는 규칙을 정했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김유나는 고개를 저었다.천호진 회장은 “저도 한 때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하면서 고객들이 먼저 물건을 받은 후에 결제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기도 해야 했고, 고객들도 계속 유지해야 했으니 저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던 거죠. 그렇게 결제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요? 천억이 넘는 대금을 지금까지도 못 받았어요! 안 돌아왔다고요!”“그렇게 많은 금액을요?”유나 역시도 큰 액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WS 그룹 전체의 모든 자산을 합쳐도 천억대가 되려나?!그런데 천 회
그녀의 그 쓸모없는 남편이, 얼마나 잘 났겠는가?이런 생각을 하니, 천호진 회장의 마음은 수많은 개미들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질간질했다.그는 여러 해 동안 바람을 피울 기회가 없었던 데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를 만날 일조차 없었다.하지만, 바로 오늘! 김유나 이사를 만난 것은 자신의 운명이라고 느꼈다.그래, 맞아!!이렇게 생각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유나 이사님! 이사님께서 그렇게 원하시니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나 천호진 회장은 이사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김유나는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해 급히 앉았다. “회장님! 그럼 저희 WS에 자재를 외상으로 주시려고 하는 건가요?”라고 기뻐하며 물었다.천호진 회장은 일부러 말을 얼버무리며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 같으면 이 자리에서 단칼에 거절했겠습니다만.. 김 이사님 말이라면 제가 또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사실 저희와 엠그란드 그룹의 프로젝트는 현재 굉장히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회장님이 건축 자재를 외상으로만 주신다면, 아마 엠그란드에서 처음으로 받은 대금으로 자재비용을 바로 지불할 수도 있고요.”천호진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사님 흥분을 좀 가라 앉히시고, 천천히 얘기하시죠.”그는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잔을 하나 꺼냈다.김유나에게 등을 돌렸을 때, 그는 유리잔에 물을 따르면서 수면제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냈다.이 수면제는 그가 평소에 복용하는 것으로, 최근 불면증으로 인해 의사에게 처방 받은 강력한 수면제였다. 한 알을 복용하면 하루 종일 편히 잘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컸다.천호진 회장은 유리잔에 수면제의 캡슐을 열어 가루로 된 내용물만 쏟아 넣었다.이렇게 되면, 김유나가 물을 마셨을 때 수면제 한 알을 먹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었다.그럼 약 기운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녀를 자신의 마음대로 할
김유나가 물을 거의 다 마시자 천호진 회장은 곧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이제 약효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김유나는 물을 마신 후,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머리가 좀 어지럽고, 무거워졌기 때문이다!이게 무슨 일이지??그녀는 속으로 너무나 놀랐다.설마.. 지금 천호진 회장이 물에 약을 탄 것인가?!이런 생각이 들자, 김유나는 깜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힘을 주었지만, 이미 약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두 다리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보아하니, 그녀는 혼자서 이곳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그녀는 아직 자신의 의식이 흐려지지 않은 틈을 타, 조용히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시후와의 카톡 채팅방을 찾았다. 그리고는 음성 메시지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버튼을 누른 동시에, 천호진 회장에게 말했다. “음.. 회장님.. 제가 지금 좀 어지러운 것 같아요.. 이 물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천호진 회장은 “김 이사님, 별 문제 없을 텐데.. 이건 그냥 녹차 우린 물이라.. 혹시 한 잔 더 드릴까요?”“아뇨 회장님.. 더 안 마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혹시.. 밖으로 좀 데려다 주시겠어요?”김유나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천호진 회장은 느끼하게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그리고는 불안해하는 김유나를 훑어보며 천호진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김 이사님, 다들 이사님이 정말 아리땁다고 이야기 하던데.. 과연 오늘 만나 뵈니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하..”김유나는 그가 자신의 옆에 바싹 붙는 것을 보고,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저와 좀 떨어져 주시겠어요?”천호진 회장은, “아이.. 왜 이래요 김 이사? 우린 이제 사업 파트너니까.. 좀 친밀해지는 것이 더 괜찮지 않겠어요?”천호진 회장의 몸이 다시 김유나에게로 기울었다.김유나는 더 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