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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시간은 이미 밤 열시가 넘었지만 서준혁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맑았다.

“오늘 정말 기뻤어, 네가 나를 찾아줘서. 유리야 보고 싶어, 많이.”

신유리는 그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난 너 보고 싶지 않은데?”

“나도 알아.”

서준혁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웃더니 호텔 밖의 풍경을 내다보며 계속 말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너한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했어.”

신유리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바람 소리에 호흡이 빨라졌고 눈을 지그시 감고는 말했다.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어.”

서준혁은 그녀의 말을 못 들었는지 자신의 할 말들을 마구 해댔다.

“내가 한 말 다 진짜야, 술에 취해서 그런게 아니고. 난 정말로 너희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리고 나 지금 호텔 밑이야, 유리야. 나...”

신유리는 그의 말을 뚝 잘라버리며 입을 뗐다.

“너 계속 거기 서있으면 우서진 씨는 또 네가 실종이라도 됐다고 생각할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천둥번개소리가 들려왔다. 신유리는 오늘 비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워낙 변덕스러운 날씨라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다.

신유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늘 비가 온댔으니까 유치하게 굴지 말고 돌아가, 서준혁.”

“나 유치하게 군적 없는데?”

서준혁은 목안에 솜 한 덩이가 막혀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이 힘들어보였고 한 자 한자 천천히 대답했다.

“그날 네가 나보고 너를 좀 놔달라고 했지? 어쩌지, 나는 못할 것 같은데.”

“유리야, 난 못해.”

“욕하고 때리고 함부로 막 대해도 되니까 내쫓지만 말아줘, 나를 죽이는 것보다 더 아프니까.”

서준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서 있던 옛날과는 달리 힘없고 맥이 빠진 소리가 났다. 오후에 깨어났을 때 우서진에게 신유리가 떠났다는 말을 듣고 그는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

미친 사람처럼 신유리를 찾았고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이 이제는 다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서준혁은 늘 자신이 통제력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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