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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서준혁의 쉰 목소리가 들렸고 신유리는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

그녀는 그만 떠나고 싶었고 서준혁과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그는 신유리를 꽉 잡은 채 고집스럽게 놓아주지 않았다.

신유리는 마음이 한없이 허탈했다. 서준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이 상황이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가 서준혁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순식간에 하찮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 조롱하는 것 같았다.

신유리는 빤히 앞을 쳐다보았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천천히 붉어졌다.

“서준혁, 우리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너를 어떻게 대할지 모르겠어.”

그녀는 서준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고 억울하게 지낸 지난 몇 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가장 순수하고 깨끗했던 신유리의 감정을 서준혁은 무시하고 짓이겼다.

그는 항상 마음대로 그녀를 판단했고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신유리는 마치 모든 감정이 사라진 듯한 공허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네가 나를 이토록 역겹게 볼 줄은 몰랐어.”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나 때문이야,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서준혁은 신유리의 초점을 잃은 공허한 눈빛에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타들어 갈 것 같은 고통이 심장에서부터 퍼져나갔다. 숨도 못 쉴 정도로 힘들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고통에 휩싸였고 신유리를 잡고 있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신유리는 이내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린 듯 움직이지 못하고 신유리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내 허리를 굽히며 가슴을 움켜잡더니 깊게 숨을 내쉬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절망과 고통에 그는 무기력해진 채 시야조차 흐려졌다.

룸 안에 방금 전까지 남아있던 뜨거운 열기는 무형의 칼날이 되어 서준혁의 마음을 찔렀다.

신유리는 술집을 벗어나 역겨운 공간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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