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며칠 후면 또다시 새해가 돌아오기에 신유리는 손에 맡은 업무들을 내려놓고 임아중 일행들과 함께 쇼핑을 즐겼다.모두들 남주시에 같이 왔지만 이신은 업무를 위해 이리저리 바삐 돌았고 임아중은 인터넷에서 말한 유명한 곳들은 하나하나 다 가보며 지치치도 않는 사람처럼 돌아다녔다.신유리가 금방 남주시에 왔을 때는 어디를 가도 낯선 곳이고 사람들도 모르거니와 친구는 더더욱 없어 일에 미쳐사는 사람처럼 일만 해댔다.하지만 그때 당시에도 임신을 하고 있던 그녀이기에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어 가끔 혼자 산책도 나갔었다.가끔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광장에 나가보면 어린 아이들이 보드를 배우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고 또 가끔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울려 춤도 추는 모습을 보았었다.그러나 더 많은 시간은 차를 타고 남주시의 곳곳을 이동하는데 허비했고 이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신유리는 오히려 사람들을 데리고 가이드 역할을 하며 놀러 다닐 수가 있었다.임아중과 곡연은 신이 나게 놀면서 사진을 잔뜩 찍어댔고 밥을 먹을 때에도 앉아서 찍은 사진들을 정교하게 포토샵을 해댔다.그러다가 임아중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을 하고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새해에 스키 타러 가지 않을래? 남주시에 되게 유명한 스키장도 있어, 전에 봤을 때는 수리 중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새해쯤이면 다시 연대!”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고 그러자 임아중은 더욱 신이나 말했다.“그쪽에 별장도 있대, 가서 너랑 자두는 별장 안에서 휴식하고 우리는 나가서 스키 탈게. 다 같이 새해를 보내면 좋잖아 안 그래?”“그리고 박재훈도 요즘 남주시쪽에 있다던데 만약 괜찮으면 내가 걔도 부를게.”신유리는 박재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날 임아중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니나 다를까, 임아중은 바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유리 너도 재훈이랑 친해지면 좋잖아, 애는 되게 착해. 꽤나 좋은 사람이야.”신유리는 임아중의
잔뜩 걱정하고 고민하는 임아중과는 달리 신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주고 있었다.“유리야, 넌 서준혁 씨가 발견하는게 두렵지도 않아?”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임아중이 물었다.타자를 하던 신유리의 손이 임아중의 물음에 문득 멈추더니 대답했다.“지금 돌아가면 더 의심할게 뻔하잖아.”그녀는 서준혁이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지만 실은 속으로 다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지금 그들이 자두를 데리고 황급히 돌아간다면 서준혁의 의심 병이 도질 것도 뻔했고 방금 그와 마주친 신유리는 허둥지둥했었기에 더욱 행동을 조심했어야만 했다.“전에 우서진 씨랑 말했잖아요? 자두가 아중 씨 사생아라고. 왜 무서워해요? 아까 우서진 씨는 자두가 아중 씨 아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옆에 있던 곡연이 흘려보내듯 말을 했고 임아중은 그제야 무릎을 탁 치더니 순간 걱정이 녹아내렸는지 말을 했다.“아, 맞다! 우서진 그 멍청이 같은 *도 있었지.”임아중은 아이의 엄마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에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했다. 왜냐하면 귀엽고 깜찍한데다가 착하기까지 한 자두같은 딸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신유리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의견이 없었고 미안하다는 듯 임아중을 바라보았다.그러지 임아중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신유리를 안심시켰다.“정말 미안하면 나중에 자두가 컸을 때 내가 양로원에 있다면 가끔 찾아와서 나한테 잘 하라고 당부해줘, 내가 걔 두 번째 엄마잖아.”신유리는 임아중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순간 이신과 눈이 마주쳤다.그러자 분위기는 묘하게 어색해져 버렸다.아까 이신의 손에 잡아 끌려갔을 때에는 전혀 몰랐지만 지금 와서야 그에게 잡혔던 손에서 불이 나듯 뜨거워진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다급해져서 핸드폰을 들고 몸을 일으키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는 듯 말했다.“나 나가서 고객이랑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쯧.”신유리가 나가자마자 임아중이 이신을 아니 꼽다는
신유리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는데 순간 서준혁과 눈이 딱 마주치더니 얼굴에 띠던 웃음기가 다 사라져버렸다.이신도 신유리의 시선을 따라 서준혁을 쳐다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신유리를 보호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그가 신유리에게 다가가 앉는 바람에 서준혁은 더는 신유리가 보이지 않았고 신유리는 무의식간에 소파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진 자두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서준혁이 밖에서 즐기고 있는 줄로 알았고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는 당황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신유리는 절대 서준혁이 자두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척 굴었다.신유리가 자두를 낳을 때, 원래는 자연분만으로 낳으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태아의 자세가 바뀌는 바람에 부득불 제왕절개로 바꿀 수밖에 없어 남들보다 두 배는 더 고생을 했었다.게다가 그녀는 흉터가 한번 생기면 잘 내려가지 않는 체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었기에 제왕절개로 인해 생긴 자국은 여태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여자들은 대부분 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신유리는 자신의 배에 남아있는 흉터를 보고는 살짝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자두를 보니 어찌나 귀여 운지 이정도 아쉬움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더욱 더 자두를 열심히 지켜야했고 절대 서준혁에게 들키는 일은 없도록 하고 싶었다.서씨 가문 사람들의 악독함을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신유리기에 자두의 존재를 그들 중 누구한테도 발각되고 싶지 않았다.신유리의 모든 신경은 다 자두에게로 집중되어있어 서준혁이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차가운 냉기를 가득 풍기며 그들의 앞에 멈춰서며 슥 훑어보았다.신유리는 그가 자두를 보려는 줄 알고 옆으로 살짝 옮겨갔는데 서준혁의 입장에서는 지금 그녀가 이신의 뒤로 쏙 숨어 자신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그런지 서준혁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싸늘하게 식어갔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그
신유리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댄 이신의 행동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응, 새해네.”이신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얼른 손을 떼 닦아낸 먼지를 보여주며 멋쩍은 듯 말을 했다.“아까 너도 모르는 새에 묻었나봐.”“괜찮아.”신유리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이신의 스킨십에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임아중이 매일같이 귓가에 대고 남자얘기만 해대는 바람에 그래서 그런지 신유리는 지금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아까 목숨을 내던지며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을 지킨 이신의 행동에 전혀 감동받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해도 거짓말이 뻔했다.그녀는 의사가 가져다준 약을 건네받고 이신에게 발라주려는 참에 이신은 입구앞에 서있는 서준혁을 발견했다.“서 대표님?”그를 발견한 이신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서준혁은 한쪽 손을 주머니에 꽂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고 서준혁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지만 그들은 서준혁과 친구이자 아는 사이기에 신유리는 서준혁도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신유리는 섬세하고 자상하게 이신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고 이신은 그런 그녀를 슥 쳐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서 대표님께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서준혁은 이신의 말에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이신 씨가 치료하는 도중 쓰게 될 모든 치료비는 리승윤 씨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영양제품도 사드시리고 돈도 드릴 겁니다. 앞으로 모든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다 알려주면 되니까... 이렇게 해도 괜찮으십니까?”신유리는 이 일을 빠르게 해결하려는 서준혁의 태도가 화가 나 고개를 들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사과는요? 이신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다쳤는지 사과 한 마디도 없으세요?”재벌들은 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을 신유리는 잘 알기에 그가 미웠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슥 쳐다보더니 말했다.“리승윤 씨는 이미 떠나고 이곳에 없습니다.”
우서진을 일부로 신유리를 들으라는 듯 높은 소리로 말을 했는데 그는 신유리가 뭐라고 자신의 좋은 친구인 서준혁이 이렇게까지 자존심까지 버리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싫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이 다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려고 입을 더 떼려는 순간, 신유리가 먼저 말을 했다.“죄송하다는 말 하나 없는데 이게 어떻게 사과예요?”그녀의 물음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우서진이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러자 신유리가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계속 이런 태도로 나오신다면 저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우서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리승윤은 남주시에서 이름 난 날라리였고 어렸을 적부터 해외에서 지내 더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최근 국내로 돌아와서 차로 사람을 치는 큰 교통사고를 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의 다리를 절단해버린 사이코같은 사람이었다.우서진은 곧 입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신유리에게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신유리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세게 닫아버린 상태였다.그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돼서까지 처음으로 누군가의 앞에서 이리도 민망하게 서있었기에 안색은 어둡다 못해 새까매지고 있었다.신유리가 거실로 돌아왔고 임아중은 얼른 다가와 누가 찾아왔냐고 물었다.그러자 신유리는 아주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우서진 씨가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왔더라고.”“그 인간이 사과를 할 줄도 알아?”임아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믿기지 않아하는 표정을 지었고 신유리는 아무렇지 않아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내가 못 들어오게 돌려보냈어.”갑자기 벌어진 큰 일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계속 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신이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다 놀 흥미를 잃어버렸다.그리고 신유리도 언제까지고 이 산에 있기가 싫었는데 서준혁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자두에 대한 걱정이 눈덩이처럼 쌓아지기 때문이었다.그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신유리는 보내온 돈들을 보고 핸드폰만 쳐다볼 뿐 받지는 않고 있었다.돈은 그다지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십 만원이나 됐고 상대방이 잘 못 보냈다 기에는 꽤나 많았다.2라는 이름을 가진 상대방은 또 다시 신유리에게 문자를 보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신유리는 복잡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며 이 사람을 차단할지 말지를 고민했고 임아중은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보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물었다.“뭐 보고 있어?”신유리는 임아중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2라는 사람과 나눈 문자는 많지 않았기에 단번에 보내온 돈이 눈에 확 띠었고 임아중은 신유리의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말했다.“이 사람 너를 너무 어린 애로 보는거 아니야? 이것만으로 너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그녀는 말을 하며 신유리의 폰을 건네받고는 문자를 입력하더니 바로 보내버렸고 신유리는 임아중이 뭐라고 보냈는지를 확인했다.[제 남자친구가 이거 보면 질투할 것 같아서요, 받지 않겠습니다.]어차피 별로 중요한 사람도 아니니 신유리는 임아중이 대신 보낸 문자를 끝으로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과 게임을 놀 준비를 했다.이 문자를 끝으로 상대방 또한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고 둘의 대화는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설 연휴는 눈 깜빡할 사이에 끝이 나버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리는 서준혁이 화인그룹 본부에 의해 거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신유리는 이신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택시 안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서준혁을 따라다니는 그 시간동안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을 잘 견뎌냈다고 생각했다.그 시간들은 마치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도 같이 잡을 래야 잡을 수 없는 것 들이었다.신유리와 이신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둘 중 누구 한명이 먼저 끝나면 상대방에게로 향해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두 사람의 출근하는 곳은 꽤나 가까웠고 신유리가 도착했을 때,
신유리는 일명 “주최자 그룹”이랑 겨우겨우 힘든 대화를 나누고 빠져나오자 어느새 무도회는 시작되었다.그녀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이신과 함께 입장을 했고 안에는 서준혁, 그리고 그의 옆에 서있는 예쁘장하고 청순한 여자가 보였다.서준혁의 이상형은 아직 바뀌지 않았는지 여전하게도 딱 보면 순수하고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아마 그런 여자들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았다.서준혁 또한 무도회장으로 입장을 한 신유리를 발견했는데 아까와는 달리 외투를 벗어던진 신유리의 모습은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아름다운 몸매로 무도회장 중간에 서서 이신과 천천히 춤을 추고 있었지만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가 아닌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춤에 별 흥취가 없는 신유리지만 사이가 좋고 잘 알고 지냈던 어느 부인의 재촉 하에 어쩔 수없이 이신과 한번 춰야했었다.다시 어깨에 외투를 걸친 신유리는 나가서 임아중에게 전화를 걸어 자두를 일찍 재우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어느 한 직원이 각종 먹을거리들을 들고 걸어오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며 주스를 그만 신유리에게 다 쏟아버렸다.다행히도 신유리는 이신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기에 입고 있는 드레스는 무사했지만 투명하고 얇은 천의 드레스에 주스가 묻는다면 아주 민망했을 것이다.직원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신유리에게 사과를 했고 잔뜩 쏟아진 주스가 묻은 외투를 계속 입을 수 없기에 신유리는 먼저 벗으려고 생각했다.외투에 묻은 주스와 안절부절 해하는 직원을 번갈아보던 신유리는 무도회장에 인파가 많이 몰려 작은 실수라고 인정해주고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유일하게 조금 번거로운 일은 이신의 옷이 더럽혀졌지만 이신은 방금 아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러 떠났다는 점이었다.신유리는 직원에게 옷을 넣을 주머니 하나만 가져다달라는 부탁을 했다.직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신유리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고 그 여자를 힐끔 쳐다본 그녀는 다가온 여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저기... 혹시 잠
이신이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여전히 신유리와 연락하며 어머니의 상황을 전했지만 점점 바빠지다 보니 연락이 뜸해졌다. 작업실 쪽 일은 모두 허경천에게 맡겼다.임아중은 이나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정신 이상으로 의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옥상에서 뛰어내려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신유리는 마음속으로 걱정되었지만 이신에게 묻지 못했다. 그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다만 지금 침착해진 그녀는 장식된 방과 벽에 그려진 큰 하트를 보고 난감해졌다. 생각지도 않고 어린 애들을 따라 했는지 그녀는 급히 청소 회사를 불러 방 안을 청소하도록 했다.삼월, 신유리는 잠시 성남시로 돌아가기로 했다.이신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최근 신유리와 다시 연락했다. 다만 통화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많이 지쳐 보였다.신유리는 성남시로 가려면 자두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자두는 이제 거의 한 살이 되어 신유리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었다.신유리는 그 모습을 녹화해 자신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었다.임아중은 그들을 데리러 공항까지 마중 나왔고 자두를 보자마자 안으려고 달려갔다.“자두야, 언니 좀 안아줘. 사는 게 너무 고달프다.”자두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거부했다.마침 주말이어서 신유리는 임아중에게 자두를 맡기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러 갔다.그러나 갑자기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임아중은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빨리 병원으로 와. 자두가 다쳤어!”임아중도 급하고 화가 난 상황이었다. 원래는 자두를 바로 집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술집 주인이 와서 물건을 가져가라고 했다.전에 술집에 두고 가서 잠깐이면 된다고 생각해 자두를 데리고 술집으로 들어갔다.그러나 뜻밖에 누군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술 취한 사람 두 명이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자두의 이마가 부딪히고 팔에도 상처가 났다.임아중은 몹시 자책하며 신유리를 보자마자 달려가 사과했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자두를 그런 곳에 데려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