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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신유리는 임아중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끄고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금장 부산시에 왔을 동안 그녀는 이곳의 날씨, 환경, 입맛, 그리고 낯선 억양 등 모든 것이 어색했다.

허경천과 그녀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데다 두 사람은 별로 친하지 않아 주로 이메일과 카톡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평소에는 얼굴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다른 친구도 없어 신유리는 거의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 역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고 친구도 없는 데다가 꼭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얼마 전에 한 번 나갔다가 눈에 띄는 화인 그룹의 거대한 홍보 포스터를 봤다.

화인 그룹 본사는 금융뿐만 아니라 실물 자산도 다루고 있어서 지사와는 다르게 더 넓은 범위였다.

그녀를 밖으로 나가게 한 건 부산시에 드물게 맑은 날이었을 때였다. 그녀는 빨래를 널다가 실수로 거울에 부딪혔다.

전신 거울이 흔들리며 신유리의 전체 모습을 비췄다.

창백한 얼굴, 가느다란 목, 이전에는 잘 맞았던 옷이 지금은 헐렁하게 느껴졌다.

신유리는 거울 속에 비친 여위고 눈빛이 공허한 여자를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무의식 간에 손을 뻗어 거울 속의 자신을 쓰다듬었다.

‘이게 나야?’

‘어떻게 이렇게 엉망일 수가...’

‘어떻게 내가 이렇게 엉망일 수 있지?’

‘분명히 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신유리의 마음속에 큰 파도가 일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오랫동안 서서 자신을 바라봤다.

임아중이 전화를 걸어올 때까지.

“뭐 하고 있어? 오늘 나가 놀았어? 오늘 부산 날씨 좋다던데.”

신유리는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집에 있었어.”

“또 집에만 있었어? 내가 전화할 때마다 집에만 있더라. 거의 반달이나 됐어.”

임아중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병원 가서 검진받는 거 잊지 않았지?”

“응.”

“다행이네.”

임아중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이번 주말에 주언이 부산 간다고 했어. 걔한테 물건 좀 맡겼으니까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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