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겸은 병원에 두 달 정도 누워있었고, 퇴원하는 날, 난 그를 데리러 왔다. 다시 그 장본인 기사를 만났을 때, 난 중환자실에 있을 때처럼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고, 심지어 담담하게 그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입원한 동안, 성이겸은 많이 야위었다. 눈빛도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원망으로 가득 찼다. 그때 자신감이 넘치던 소년은 결국 이런 무서운 모습으로 변했다.전생의 일은 이미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되었기에, 집으로 돌아온 후, 난 성이겸을 피하기 시작했다. 성이겸은 원래 열등감이 있는 데다가, 내가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고, 화를 더욱 자주 냈다.“내가 병신이 됐으니 이제 날 떠나고 싶은 거야? 아니지, 넌 진작에 내 곁을 떠나고 싶었어. 내가 모를 줄 알아? 넌 네 그 선배와 사이가 아주 좋더라? 이제 잘 됐네, 불구인 날 버리고 그 남자를 찾아갈 수 있으니까!”그가 말한 사람이 바로 내가 대학 동아리에서 안 선배였는데, 이름은 임민수였다.사실 나와 임민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때 동아리 전시회가 없었다면, 우린 아예 서로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 곁에는 처음부터 지금가지 오직 성이겸이란 남자밖에 없었다.내가 정신을 차릴 때, 성이겸은 이미 문을 잠갔다. 그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고, 표정은 전생처럼 험상궂었다. 난 뒤로 물러서며 결국 베란다 난간에 올라갔다. 성이겸은 내 팔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당장이라도 그것을 자르고 싶었다. 난 그의 섬뜩한 눈빛을 바라보았고, 자꾸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니, 이 모든 게 다 잘못된 것이다. 왜 이 일은 앞당겨 발생하고 있고, 또 왜 그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것일까?“하나님,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 저는 결코 이런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예요.”20층에서 추락하는 느낌은 무척 신기했다. 휙휙 지나가는 찬바람은 칼처럼 내 몸을 베고 있었고, 추락한 순간 깨진 유리 조각들은 내 눈을 쿡쿡 찔렀다. 옷도 갈고리에 긁혀서
성이겸을 통해, 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이야기 속의 나와 성이겸은 여전히 완벽한 연인이었고, 그는 어릴 때부터 피카소, 반 고흐처럼 대단한 화가가 되어, 우리 둘만의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그러나 내 기억과 다른 것은, 우리가 결혼하기 3개월 전, 난 아주 큰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그 후로 내 정신에 이상이 생겼단 것이다.난 자주 성이겸이나 나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환상했는데, 심지어 인형 하나를 들고 20층에서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인형이 날 대신해서 죽었으니, 나에게 별일이 없을 거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성이겸은 그런 내가 너무 걱정이 되어 얼른 날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한차례의 검사를 받고 난 후, 난 정신분열증에 걸렸단 진단을 받았다.그 후, 난 병원에 갇혀 강제로 치료를 받았고, 내 생일이 된 그날, 성이겸을 날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난 몰래 도망쳐 나와 고은설을 찾아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내가 환생했다는 거짓말을 하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지어냈다는 것이다. 날 자극시킬까 봐 성이겸은 고은설을 찾아갔다.“그냥 내가 정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말해, 그럼 우리도 다혜를 병원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 다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안전하니까.”그러나 난 또 다른 곳으로 도망칠 줄이야.“다혜야, 널 다시 찾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 없인 나 정말 못 살 것 같단 말이야.”난 멍하니 성이겸이 하는 말을 들었고, 고개를 들어 임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선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성이겸이 건넨 진단서를 확인한 다음, 날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해졌다.“다혜야.”성이겸은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나랑 집에 돌아가자.”부드럽고 다정한 성이겸을 바라보며, 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이때,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내 상상이었으면 좋겠다고.잠시 망설이다, 난 그의 왼손을 꼭 잡았다.성이겸은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러나 난 오히려 불편해졌고, 고개를
성이겸은 멈칫하더니,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난 의지와 비행기표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러나 성이겸은 오히려 날 향해 사진 한 뭉치를 던졌다. 사진 속에는 다정한 두 남녀가 찍혔다. 바닷가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 숲속에서 뜨겁게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 커플 옷을 입고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모습, 심지어 침대를 뒹구는 징그러운 모습까지 있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몇 장의 사진 속에 사람의 파손된 사지가 있었단 것이다.난 바로 사진 속의 여자를 알아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절친 고은설이었다.너무나도 끔찍한 사진에 난 눈앞에 아찔했고, 애써 입을 막으며 토하지 않으려 했다.“너... 은설이 죽였어?”“죽이다니?” 성이겸은 웃으며 대답했다.“은설을 죽였다기보단, 취재라고 하는 게 더 마땅한 것 같은데.”그의 차가운 눈을 바라보며, 난 등골이 오싹해졌다.“왜?”난 벽에 기대어 최대한 진정을 하려 했다.“만약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직접 말하면 되잖아? 왜 굳이 정신분열증 진단서를 위조하면서 날 괴롭히는 거지?”성이겸은 의지를 떼어내며 자신의 오른팔을 드러냈다. 바늘 꿰맨 징그러운 상처를 보니 오른팔은 거의 절단되었다.“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너무 잘나서. 내가 너와 함께 할 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집안도 너보다 못하지, 재능도 너보다 못하지, 심지어 난 운도 더럽게 없어. 그런 내가 널 마주할 때마다 열등감을 느껴야 했어. 피할 방법이 없어 번마다 교통사고를 당해야 하는 그 고통, 넌 알기나 하냐고!”번마다 교통사고를 당해야 한다니, 성이겸도 환생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언제나 날 찾아낼 수 있었고, 그렇게 쉽게 남의 믿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성이겸은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얻을 수 없는 이상, 차라리 널 망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나의 공주님? 네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니, 나 정말 흥분돼서 잠이 안 온다니깐.
임민수는 붕대로 얼굴을 두른 채 병상에 누워 있는 날 바라보며, 조용히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그렇다, 그는 순직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화재에서 날 구해주었다.당시 임민수는 증거를 찾아냈는데, 마침 미션을 수행하다 다쳐 ‘공무로 순직’한 척하며 성이겸이 경계심을 내려놓게 했다.아니나 다를까, 성이겸은 걸려들었고, 고은설의 시체를 처리한 다음, 바로 집으로 가져가 자신의 ‘작품’들 속에 놓았다.임민수는 날 보호하지 못해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 그 화재에서, 나의 얼굴은 심한 화상을 입었고, 성대까지 망가졌다.그러나 난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으니, 난 임민수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임민수도 가볍게 웃었다. 잠시 후, 그는 내가 탁자에 놓은 스케치북을 가리켰다.“이거 네가 그린 거야?”난 고개를 끄덕였다.“네, 심심해서 그린 그림들이에요.”임민수는 스케치북을 뒤적이다, 시선은 한 그림에 떨어졌다. 난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것은 아주 큰 캐슈나무였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캐슈나무로, 가지가 거미줄처럼 촘촘하여 아름다우면서도 괴이했다.“너처럼 연약한 여자아이가 이런 소름 끼치는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다니.”난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그래도 난 화가잖아요.”이때 전화벨이 울리더니, 임민수는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내가 모든 검사를 받고 돌아올 때, 그는 다시 병실에 찾아왔는데, 이번엔 부하들도 같이 들어왔다.임민수의 뒤에는 경찰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서 있었고, 날 보는 눈빛이 많이 차가웠다.그는 영장을 꺼내며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여러 건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니, 심문에 좀 협조해줘.”난 놀라서 입을 막았고, 영문을 몰랐다.“네?”임민수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치과에서 보낸 보고서와 내가 방금 검사를 받은 보고서를 내 침대 위에 던졌다.그 증거들을 보며, 나도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결국 이 사람에게 들켰다니.“넌 세상에서 가장 큰 캐슈나무
하지만 난 결코 신경 쓰지 않았고, 성이겸이 우리 두 사람에게 희망찬 미래를 안겨줄 거라 믿었다.최다혜와 사이가 틀어진 것은, 그녀의 생일 일주일 뒤였다.그날 난 도시락을 들고 성이겸을 찾아갔다. 우리 모두 졸업을 했지만, 그때 성이겸은 집 근처에서 미술학원 알바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주었다.난 최다혜가 아이들과 가장들 앞에서 성이겸을 키스한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심지어 성이겸이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했다.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나는 나의 절친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였다.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날 배신할 수가 있는 것일까?그래서 난 성이겸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그와 한바탕 싸웠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그리고 최다혜가 내 집으로 찾아와서 나에게 사과를 했다.“은설아, 난 단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영감을 찾으려고 그런 것일 뿐이야.”난 화가 나서 최다혜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또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에게 물었다.“넌 정말 이겸을 좋아하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우린 공평하게 경쟁을 할 수 있어.”“그런 거 아니야, 은설아.”그날 이후로 최다혜가 실종되었고,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몰랐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속였지만, 유독 절친인 날 속이지 못했다. 난 낡은 화실에서 최다혜를 찾았다.화실 안, 최다혜는 유화와 스케치를 결합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날 보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은설아, 이것 좀 봐. 이건 이겸이고, 이건 나, 그리고 이건 너야. 우리 세 사람은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놀라운 것은, 화면 속 화상을 입은, 팔이 하나밖에 없는 소년은 확실히 성이겸과 닮았던 것이다. 그리고 시체가 토막 났지만 인형처럼 하나하나 조합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림 속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는 20층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고, 무척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최다혜의 머릿속에 나타난 이야기란 말인가?어쩌면 우리 모두 그녀
성이겸은 나의 죽마고우였다.아주 어릴 때부터, 나와 성이겸은 서로를 가장 완벽한 연인으로 여겼기에, 우리는 평생 함께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난 성이겸을 위해 요리며 빨래를 해주었고, 겨울에는 또 그를 위해 장갑과 스카프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성이겸은 내가 생리 올 때, 생강차를 끓여주었고, 기념일 선물을 빼먹지 않았으며, 언제 어디서든 항상 날 챙겨주었다.우리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고 있으며, 성이겸은 유화를, 난 스케치를 그렸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피카소, 반 고흐와 같은 유명한 화가가 되길 바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나와 성이겸은 감정이 아주 좋았고, 성인이 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다.그러나 뜻밖의 차 사고로, 성이겸은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난 당시 그 차가 성이겸의 팔을 여러 번 밟고 지나갔다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저승사자가 유화 천재를 질투해서, 그의 재능을 빼앗아간 것처럼. 그 후, 성이겸은 성격이 변했고, 말수가 적어지며 툭하면 욱하고 화를 냈다. 심지어 어떨 때는 나에게 손을 대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다.난 이 모든 게 나의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날 내가 밀크티를 마시겠다고 조르지 않았다면, 만약 그날이 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만약 6시 전에 성이겸이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가끔 멍을 때리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묻곤 했다.“내 인생은 이미 망한 게 아닐까?”그럴 때마다 난 울면서 성이겸을 꼭 안아주었다.“네가 죽으면 내 인생이 정말 망한 말이야. 약속해, 꼭 잘 살겠다고. 난 평생 네 곁에 있어줄 거야.”시간이 지날수록, 난 성이겸이 조금 이상해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점점 더 어두운 색깔을 쓰기 좋아했고, 또 탁자 위의 과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눈빛으로 그것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서 베란다로 향하더니, 아래를 바라본 다음, 다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