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곽동현은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소지혜의 반지 얘기를 꺼냈을 때 임유진이 뭔가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설마 그 여자 찾으러 다시 들어간 건가?”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기에 서둘러 다시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소지혜는 한창 촬영하고 있었다. 그때 곽동현이 안으로 난입해 그녀를 향해 다급하게 물었다.“소지혜 씨, 혹시 유진 씨 못 봤어요? 임유진 씨, 방금 나랑 같이 온 여자요.”이쪽으로 오는 길 임유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는 더 불안해졌다.하지만 아무런 양해도 없이 촬영장에 난입하는 바람에 곧바로 경비원들에게 잡혔다.제작팀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도끼눈을 뜨며 그를 비난했고 소지혜는 큰소리로 화를 냈다.“그 여자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화가 단단히 난 감독은 경비원에게 빨리 곽동현을 끌어내라며 소리쳤다.“소지혜 씨, 정말 유진 씨 여기 안 왔어요? 정말 유진 씨 어디 갔는지 몰라요? 여기로 온 게 아니면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잖아요! 휴대폰도 안 받고.”곽동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소지혜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경비원에게 빨리 끌어내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경비원은 그녀의 지시대로 곽동현을 힘으로 밀어붙여 내보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의 손이 경비원을 넘어 곽동현의 어깨를 잡고 초조함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임유진이 뭐가 어쨌다고요?”남자의 등장에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지금 다급하게 묻고 있는 이 남자는 바로 연예의 황태자 강현수였다. 언제나 침착한 얼굴로 모든 것에 냉소적이던 남자가 지금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곽동현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강현수라면 평소 뉴스와 기사에 자주 이름이 도배되는 사람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유진 씨를 아세요?”“임유진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그, 그게... 사라졌어요.”다급해 보이는 강현수의 모습에 곽동현도 덩달아 마음
강현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바로 소지혜의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임유진 지금 어디 있지?”“저는 정말 몰라요. 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요...”소지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대체 왜 강현수가 임유진이라는 여자의 행방을 묻는지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작 변호사 비서일 뿐인 여자의 일에 대체 왜 이토록 초조해하는 거지?소지혜뿐만 아니라 주변 스태프들도 강현수가 지금 애타게 찾고 있는 임유진이라는 여자가 대체 누군지 궁금해했다.“현수 씨, 유진이가 잠깐 급한 일이라도 생겨서 사라졌나 보죠. 유진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요.”그때 줄곧 그의 옆에 있던 배여진이 한마디 얹었다.오늘 그녀는 촬영을 마치고 일부러 강현수를 데리고 이 세트장에 들렀다. 이곳 감독이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전해 듣고 강현수에게 부탁해 배역을 따내려 했던 것이었다.하지만 감독과 얘기하기도 전에 어떤 남자가 세트장에 난입해 임유진에 관해 묻더니 강현수마저 혈색을 바꾸고 덩달아 다급해졌다.배여진은 지금 후회가 돼 미칠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다면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왜 그녀가 있는 곳에 항상 임유진이 있는 걸까!이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강현수가 더 이상 임유진에게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현수 씨,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배여진은 강현수의 팔을 잡으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임유진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려 했다.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현수가 그녀가 잡은 손을 들어 올리더니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소지혜의 목을 졸랐다.“임유진 어디 있어?”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소지혜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눈앞에 이 남자가 정말 강현수가 맞나?평소 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사진 속의 남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진심으로 누구를 죽일 것 같은 표정 같은 거 사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소지혜의 눈에 비친 강현수는 지금 저승사자와 다를 것 없었
강현수 옆에 서 있던 배여진의 몸이 티 나게 굳었다.강현수는 지금 모든 신경이 전부 임유진에게 가 있어 그녀의 말 같은 건 들리지도 않는 듯했다.섬뜩한 소리를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할 만큼 화가 난 것도 전부 임유진 때문이었다.배여진은 만약 소지혜가 이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 강현수가 정말 임유진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대체 왜!임유진이 뭐라고!그토록 찾던 어릴 적 소녀를 눈앞에 두고 대체 왜 자꾸 임유진에게 신경을 쓰는 거지? 자신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맞지 않나?!소지혜는 지금 죽음이라는 공포에 몸이 점점 더 세게 떨려왔다. 전에 악역을 맡았을 때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는 신을 찍어본 경험이 있지만 이러한 느낌은 아니었다. 남자배우가 연기에 몰입해 진짜 그녀의 목을 세게 졸랐을 때도 그저 호흡만 딸릴 뿐이었지 이런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목을 조르는 손은 강철이라도 되는 건지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해봐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목 졸림 당하는 게 이토록 무서운 느낌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소지혜는 임유진의 뒤에 강현수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목을 졸리기 전에 실토할 것 그랬다며 이제 와서 의미 없는 후회를 했다.그때,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귓가에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마지막으로 말할 기회 줄 테니까 말해. 임유진 지금 어디 있지?”“저, 정말 모르겠어요. 아까 저 보러 온 팬한테 그 여자 얘기를 한 적은 있어요... 하, 하지만 그 뒤로는 정말 몰라요...”소지혜는 말을 더듬거리며 답했다.“마지막으로 그 팬을 본 게 어디지? 시간은? 그리고 그 팬 성별은?”“화, 화장실 쪽에서요. 아마... 15분 전이었을 거예요. 성별은 남자예요.”말을 마치자 강현수는 그녀의 목을 조르던 손을 갑자기 놔버렸다. 그 탓에 소지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지고 말았다.강현수는 서둘러 휴
연예계란 원래 가십이 넘쳐나는 곳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제 멋대로 추측을 했다.한편 곽동현은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어벙벙한 표정이었다.강현수와 임유진은 대체 무슨 사이인 걸까?강현수의 방금 그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한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사랑하는 사람?!곽동현은 무의식 속에 떠오른 단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사랑하는 사람이라니. 허구한 날 여자친구를 바꾸는 강현수가, 눈앞에서 사람 하나 죽어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을 것처럼 냉정한 남자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강현수이 보안실에 도착했을 때 그가 원하는 CCTV 영상이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영상을 보니 소지혜는 화장실앞에서 확실히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와 30초가량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소지혜가 세트장으로 들어간 다음 검은색 티셔츠 남자는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때 임유진의 모습이 보이고 남자는 화장실에서 나와 임유진과 곽동현의 뒤를 따라갔다.정황상 이남자가 뭔짓을 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강현수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행적을 따라가려는데 임유진과 곽동현 그리고 그 검은색 티셔츠 남자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 버렸다.“이 앞에는 CCTV가 없어 그 다음의 상황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으로부터 3분 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입구에 멈췄다가 다시 금방 떠나버렸습니다.”보안실 팀장은 시간을 3분 앞으로 감아 차량이 보이는 장면을 띄웠다.강현수는 차량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옆에 있는 보안실 팀장에게 말했다.“경찰 쪽에 연락해서 먼저 신고하고 이 차량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와.”이 차량 안에 임유진이 있는 걸까?강현수는 지금 이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녀가 불한당에게 납치당해 차에서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임유진이 다치는 상상같은 건 감히 할 수가 없었다.“어떡해... 설마 유진이가 납치라도 당한 걸까요?”강현수를 따라와 줄곧 화면을 보고 있던 배여진이 걱정하는 척 물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배여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컵을 억지로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강현수의 손으로 넘어간 물컵은 거세게 흔들리더니 곧 물이 절반이나 바닥에 쏟아져버렸다.강현수는 물컵을 제대로 쥐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컵은 더 세게 떨렸다.컵이 떨리는 것이 아닌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이었다.강현수는 컵을 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는 여태껏 이토록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 지금은 그의 몸뚱어리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임유진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듯했다....곽동현은 뜻밖에도 경찰서에서 임유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어디 다친 건 아닌가 걱정했었지만 그녀는 다행히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미안해요. 걱정했죠.”임유진은 그를 보고 제일 먼저 사과부터 했다.“휴대폰이 고장 나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어요. 동현 씨 번호를 모르니까 유심을 꺼내 다른 휴대폰에 꽂고 전화해야 해서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곽동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동현 씨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단서가 생각났거든요. 그때 갑자기 이 남자가 뒤에서 나타나 나한테 스프레이를 뿌리려고 했어요. 마침... 길을 지나가던 시민 두 명이 금방 제압해줘서 그대로 경찰서로 데려왔어요.”임유진은 도움을 받은 시민에 대해 얘기할 때 조금 뜸을 들였다.사실 그녀도 아까 기습 공격을 받을 때 두 명의 남자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단숨에 범인을 제압해줄 줄은 몰랐다. 그때 화들짝 놀라 손에 든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뒷걸음치다가 발로 밟아버렸다.범인을 제압한 후 두 명의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들은 강지혁이 붙여준 경호원이라고 얘기해주었다.강지혁이 자신에게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은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렇게도 자세히 알 수 없었을 테니까.그리고 오늘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니 확실해졌다.임유진은 경호원들이 범인을 차에 태우고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자 같이 따라나섰
그녀와 시선이 마주한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몸이, 그의 심장이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듯했다.심장 고동 소리도 더욱더 크게 들려왔다.강현수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지금은 단지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고 그녀의 두 눈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을 뿐이다.그녀의 맑은 두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비쳤다.강현수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와 이윽고 임유진의 앞에 멈춰서더니 그녀를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임유진은 강현수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터라 화들짝 놀란 얼굴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러다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그를 힘껏 밀어내려 했지만 강현수가 힘을 세게 주는 바람에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강현수 씨, 이거 놔요.”임유진이 낮게 경고했다.“안 놔. 안 놓을 거야. 이번에는 절대 안 놓을 거야.”강현수는 나지막이 그렇게 속삭이더니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딱 붙이려는 듯 그녀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이렇게 꼭 끌어안아야만 그녀를 잃을 뻔했던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허했던 마음이 가득 찰 것만 같았다.강현수는 줄곧 그녀를 그저 자신의 상상 속 소녀의 성인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다. 임유진이 그토록 찾아 헤맨 소녀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녀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살아가는 게 무척이나 간단한 일일 줄 알았다. 그녀가 피를 토하고 앞에서 쓰러진다고 해도 모른 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날 저녁 유승호 옆에서 가녀린 몸으로 오랜 시간 서 있으며 심지어 떠날 때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이 욱신거리며 아파 나기 시작했다.그 뒤로 강지혁과 다시 함께 있는 걸 보고 로펌으로 찾아갔다가 마침 그녀가 위험에 처한 걸 봤을 때는 몸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달렸다.그녀의 몸에 아주 조금의 생채기가 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그리고 오늘, CCTV 화면이 더 이상 그녀의 모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강현수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임유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난 이런 일로 농담 같은 안 해.”강현수는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는 두 눈을 마주하고 다시 한번 말했다.“임유진,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설마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강현수의 뒤를 따라온 배여진 역시 임유진과 마찬가지로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아까 보안실에서 강현수는 스튜디오 앞에 잠깐 보였던 차량이 현재 경찰서 앞에 있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차를 몰고 여기로 달려왔다.차에 오를 틈도 주지 않고 가버리는 강현수 때문에 배여진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렇게 달려왔더니 설마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이야.강현수가 임유진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 말을 자신이 아닌 임유진에게 할 수 있지?!그가 사랑해야 하는 여자는 자신이어야 하는데?꽤 많은 사람이 그녀를 강현수의 여자친구로 오해하는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공식적으로 여자친구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배여진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다 임유진 때문인 것처럼, 자신의 누려야 할 것들을 임유진이 일부러 빼앗기라도 한 것처럼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가득 담아 임유진을 노려보았다.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 해서든 갈라놔야 한다!배여진이 그들에게로 달려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 그때 갑자기 그녀 옆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지나가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임유진과 강현수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그 누군가가 강지혁인 걸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강지혁은 여기에 또 어떻게 온 거지?!강지혁이 거의 가까이 다가갈 때쯤 강현수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들어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강현수는 지금 강지혁을 정면에서 보고 있었고 임유진은 등을 지고 있어 아직 강지혁을 발견하지 못했다.“강현수 씨, 방금 그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가 그 상대가 강지혁인 걸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네, 네가 왜 여기 있어?”그녀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이내 스스로도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경찰서까지 온 이상 강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누나는 내가 여기 있는 게 싫어?”강지혁은 방금 임유진의 몸에 닿았던 강현수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그대로 똑같이 그녀를 껴안았다.이에 임유진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내가 분명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강현수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그건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강현수!”강지혁이 위협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강현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에는 건드릴 수 없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너랑 헤어진 마당에 문제 될 게 뭐가 있는데?”강현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바로 대답할 필요 없어.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말 전부 다 진심이야. 강지혁이 줄 수 있는 건 나도 줄 수 있고 강지혁이 줄 수 없는 것도 난 너에게 줄 수 있어.”그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진지해 보였다.임유진은 그이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그의 얼굴에서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진짜야! 내가 너 꼭 찾으러 갈게. 그리고 너 데리고 재밌는 곳도 엄청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고 정말 정말 즐겁게 해줄게!”어린 시절의 그 남자아이는 그녀에게 다짐하듯 이렇게 말했었다.“강현수, 그 입 닫아!”강지혁의 목소리가 임유진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 왔다. 그의 얼굴은 지금 무섭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가 원하는 답변은 영원히 들을 수 없을 테니까.”“과연 그럴까?”강현수가 피식 웃었다.“어디 한번 네 말대로 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나 지켜보든가.”두 남자를 둘러싼 공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