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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승소한다고 해도 배상금을 얻지 못하면 이재하의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점심이 될 때쯤 곽동현이 전화를 걸어왔다.

“유진 씨, 혹시 그 소지혜라는 여배우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건 왜요?”

“재하 일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을 바꾸고 자기가 운전한 거라고 인정할 수도 있잖아요.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재하가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돈을 먼저 주려고 할 수도 있고요.”

곽동현은 재판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더 노력해보고 싶었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자신의 돈으로 직원인 이재하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제 막 창립한 회사라 도움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여러 번이나 이재하에게 자금적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도움을 줘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여배우인 소지혜는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연예인이고 얼마 전에는 거액을 들여 건물도 사들였다고 하니 이재하의 병원비 정도는 충분히 대줄 수 있을 것이다.

임유진은 그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소지혜가 가해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판사를 설득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지금은 어쩌면 소지혜의 양심과 동정심에 걸어보는 게 가치가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알겠어요. 그럼 나도 같이 가요.”

임유진은 줄곧 소지혜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지금쯤 그녀가 어느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중인지 다 꿰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이따 데리러 갈게요.”

“알겠어요.”

임유진을 전화를 끊고 서류들을 정리해 서랍에 넣었다. 그러고는 몇 분 뒤 곽동현이 도착하자 그와 함께 바로 A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곽동현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임유진은 그 말에 조금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그가 어느 날을 말하는 건지 눈치챘다.

“네, 별일 없었어요.”

“그 사람 대체 누구예요? 혹시 남자친구예요?”

곽동현이 핸들을 꽉 잡으며 물었다.

남자친구...

임유진은 그 질문에 쓰게 웃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니에요. 지금은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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