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시선이 마주한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몸이, 그의 심장이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듯했다.심장 고동 소리도 더욱더 크게 들려왔다.강현수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지금은 단지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고 그녀의 두 눈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을 뿐이다.그녀의 맑은 두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비쳤다.강현수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와 이윽고 임유진의 앞에 멈춰서더니 그녀를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임유진은 강현수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터라 화들짝 놀란 얼굴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러다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그를 힘껏 밀어내려 했지만 강현수가 힘을 세게 주는 바람에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강현수 씨, 이거 놔요.”임유진이 낮게 경고했다.“안 놔. 안 놓을 거야. 이번에는 절대 안 놓을 거야.”강현수는 나지막이 그렇게 속삭이더니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딱 붙이려는 듯 그녀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이렇게 꼭 끌어안아야만 그녀를 잃을 뻔했던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허했던 마음이 가득 찰 것만 같았다.강현수는 줄곧 그녀를 그저 자신의 상상 속 소녀의 성인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다. 임유진이 그토록 찾아 헤맨 소녀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녀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살아가는 게 무척이나 간단한 일일 줄 알았다. 그녀가 피를 토하고 앞에서 쓰러진다고 해도 모른 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날 저녁 유승호 옆에서 가녀린 몸으로 오랜 시간 서 있으며 심지어 떠날 때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이 욱신거리며 아파 나기 시작했다.그 뒤로 강지혁과 다시 함께 있는 걸 보고 로펌으로 찾아갔다가 마침 그녀가 위험에 처한 걸 봤을 때는 몸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달렸다.그녀의 몸에 아주 조금의 생채기가 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그리고 오늘, CCTV 화면이 더 이상 그녀의 모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강현수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임유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난 이런 일로 농담 같은 안 해.”강현수는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는 두 눈을 마주하고 다시 한번 말했다.“임유진,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설마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강현수의 뒤를 따라온 배여진 역시 임유진과 마찬가지로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아까 보안실에서 강현수는 스튜디오 앞에 잠깐 보였던 차량이 현재 경찰서 앞에 있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차를 몰고 여기로 달려왔다.차에 오를 틈도 주지 않고 가버리는 강현수 때문에 배여진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렇게 달려왔더니 설마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이야.강현수가 임유진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 말을 자신이 아닌 임유진에게 할 수 있지?!그가 사랑해야 하는 여자는 자신이어야 하는데?꽤 많은 사람이 그녀를 강현수의 여자친구로 오해하는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공식적으로 여자친구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배여진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다 임유진 때문인 것처럼, 자신의 누려야 할 것들을 임유진이 일부러 빼앗기라도 한 것처럼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가득 담아 임유진을 노려보았다.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 해서든 갈라놔야 한다!배여진이 그들에게로 달려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 그때 갑자기 그녀 옆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지나가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임유진과 강현수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그 누군가가 강지혁인 걸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강지혁은 여기에 또 어떻게 온 거지?!강지혁이 거의 가까이 다가갈 때쯤 강현수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들어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강현수는 지금 강지혁을 정면에서 보고 있었고 임유진은 등을 지고 있어 아직 강지혁을 발견하지 못했다.“강현수 씨, 방금 그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가 그 상대가 강지혁인 걸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네, 네가 왜 여기 있어?”그녀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이내 스스로도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경찰서까지 온 이상 강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누나는 내가 여기 있는 게 싫어?”강지혁은 방금 임유진의 몸에 닿았던 강현수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그대로 똑같이 그녀를 껴안았다.이에 임유진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내가 분명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강현수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그건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강현수!”강지혁이 위협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강현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에는 건드릴 수 없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너랑 헤어진 마당에 문제 될 게 뭐가 있는데?”강현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바로 대답할 필요 없어.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말 전부 다 진심이야. 강지혁이 줄 수 있는 건 나도 줄 수 있고 강지혁이 줄 수 없는 것도 난 너에게 줄 수 있어.”그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진지해 보였다.임유진은 그이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그의 얼굴에서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진짜야! 내가 너 꼭 찾으러 갈게. 그리고 너 데리고 재밌는 곳도 엄청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고 정말 정말 즐겁게 해줄게!”어린 시절의 그 남자아이는 그녀에게 다짐하듯 이렇게 말했었다.“강현수, 그 입 닫아!”강지혁의 목소리가 임유진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 왔다. 그의 얼굴은 지금 무섭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가 원하는 답변은 영원히 들을 수 없을 테니까.”“과연 그럴까?”강현수가 피식 웃었다.“어디 한번 네 말대로 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나 지켜보든가.”두 남자를 둘러싼 공기가
하지만 진짜일까?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 강지혁이 맞을까?S 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더 힘들다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이 동생이라고 얘기했던 그 ‘동생’과 동일 인물일까?하지만 방금 임유진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은, 강현수를 경계하던 그 모습은 절대 단순한 누나 동생 사이 같지 않았다.그건 임유진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눈이었다.강지혁과 강현수 이 두 남자가 지금 임유진을 두고 싸우는 건가?곽동현은 어쩐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한편 배여진은 어느새 강현수 곁으로 다가와 불쌍한 얼굴로 물었다.“현수 씨... 유진이 사랑한다는 거 진심이에요?”“그래.”강현수는 짤막하게 얘기했다. 배여진이 자신에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는 그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생명의 은인일 뿐 그의 여자는 될 수 없었다. 처음 그녀를 보던 그 순간에도 그에게는 낯선 느낌밖에 들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유진이 옆에는 아직 강지혁 씨가 있잖아요. 헤어졌는데도 둘이 같이 있을 정도면 현수 씨랑은...”“배여진!”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잘라버리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이건 내 일이야. 거기까지 해.”배여진은 그의 모습에 심장이 철렁했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 걸린 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강현수가 곁을 지나쳐 경찰서를 나갈 때야 비로소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따라나섰다.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온 배여진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현수 씨 일에 일부러 간섭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조금 두려운 것뿐이에요!”이 말을 하는 그녀의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었다.그리고 지금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두렵다고 한 건 진심이었다.“두렵다고?”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현수 씨가 유진이랑 잘 되기라도 하면... 그럼 지금처럼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봐...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그래서 두려워요.”배여진은 이제 울먹거리기
“여진아, 앞으로 지나친 스킨십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불필요한 오해 받는 거 싫으니까.”강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자신의 마음을 몰랐을 때는 배여진이 옆에서 여자친구인 척하는 행동을 내버려 둘 수 있었고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에게 배여진은 생명의 은인이라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사랑하는 사람이 임유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 버린 이상 그녀에게 괜한 오해를 받는 행동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배여진은 그의 말에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앞으로는 주의할게요.”불쌍하고 가녀린 목소리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옆에 늘어트린 두 손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부들거렸다.이 모든 게 다 임유진 때문이다.고작 임유진에게 고백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선을 긋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눈에 훤했다.만약 임유진과 강현수가 정말 사귀기라도 한다면 임유진은 무조건 어릴 때의 진실을 그에게 말할 것이고 강현수는 무조건 임유진의 말을 믿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는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잃게 된다.배여진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마을 사람들 모두 그녀가 미래 재벌가 사모님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이대로라면 마을에서 제일 큰 놀림거리가 될 게 뻔했다.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조롱당하는 일만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든 임유진과 강현수가 이어지지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벤틀리 차 안은 지금 지나치게 고요하다.강지혁은 뒷좌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임유진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녀리고 기다란 그녀의 손은 관절이 미세하게 변형되어 있었고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손등 위에 오래된 상처 같은 것들도 있었다.그녀의 손은
그 말에 임유진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드디어 가족이 생긴 줄 알고 무척이나 좋아했었다.하지만 그 좋아했던 마음만큼 지금은 이 순간이 더욱더 잔혹하게 느껴졌다.강지혁은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누구든 단번에 반하게 만들 것 같은 얼굴이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아니면 강현수 때문에 그래? 강현수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내가 이렇게 만지는 것도 싫어졌어?”뜨거운 입김과는 반대로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지금 서늘하기 그지없었다.“강현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래?”강지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말은 강현수를 사랑할 일은 없다는 뜻인 거지?”“내가 사랑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연인이 아니라 누나 동생 사이야. 내가 만약 강현수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임유진은 순간 욱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강지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더니 차 안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이에 임유진은 어쩐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얼굴을 조금 더 그녀와 가까이 밀착시키더니 이윽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고야 말았다.그리고 곧바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곧바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고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강지혁이 지금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마치 분노하는 것 같았다.그의 목소리도 그의 행동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웠지만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만약 이때 그녀가 강현수를 사랑하겠다고 대답한다면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응? 왜 말을 안 해? 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강지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마치 오늘 그녀의 입에서 그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말이다.“나는...”임유진은 바싹 마른 입을 힘겹게 열었다.“그럴 생각 없어.”그녀는 처음부터
“혁아, 우리 관계 언제 끝낼래?”임유진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담담히 물었다.이에 강지혁의 손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그녀가 원룸 방에서 그에게 웃어줬던 것처럼.“누나, 우리 사이에 끝은 없어.”강지혁은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그는 이 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다....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져 임유진은 그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로펌에 도착하자 차 변호사가 그녀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유진 씨 몸은 좀 어때요, 정말 다친 데 없어요?”어제 그녀와 통화하던 중에 전화가 갑자기 끊겼고 다시 걸어보니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다 신고할까도 생각했었다.다행히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임유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얘기해준 뒤에야 그는 한시름을 놓았다.“네, 정말 괜찮아요. 이따 어제 일 물어볼 겸 경찰서에 한번 가보려고요.”“그럴 필요 없어요. 아침 일찍 내가 이미 다녀왔거든요. 어제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남자, 소지혜 팬이더라고요. 전에 두 번이나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것도 전부 그 남자가 꾸민 짓이었어요. 그리고 어제 유진 씨가 얘기해줬던 사건의 단서 말이에요. 그거 경찰서 쪽에 의뢰해 보니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거로 나왔어요.”임유진은 그 말을 듣더니 활짝 웃었다.이렇게 되면 사고 당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소지혜라는 증거가 더 확실해지게 된다!“그런데 그 남자가 저를 두 번이나 해하려 했다고 직접 시인하던가요?”임유진이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 그게 들어보니까 어젯밤에 웬 서류가 경찰서에 보내졌대요. 거기에 그 팬이라는 남자가 인터넷으로 유진 씨를 해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전부 다 들어 있었고요.”“그거 보낸 사람은요? 누구래요?”“그건 경찰 쪽에서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경찰서 쪽에서 모르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의뢰를 받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앞으로 유진 씨에게 작은 사건을 자주 배당해줄게요. 일단 경력을 쌓고 신뢰도를 높이면 앞으로 변호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고마워요, 차 변호사님.”차 변호사가 다시 자리로 돌아간 후 임유진은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곽동현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임유진은 아래로 내려가 곽동현을 데리고 작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멀쩡한 임유진과는 달리 곽동현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를 만나자마자 안절부절못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동현 씨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괜찮으니까 얘기해요.”“여기 오기 전에 재하 사건 관련해서 들었어요. 소지혜 그 여자가 드디어 피고인석에 앉게 된다면서요? 차 변호사님이 오늘 아침 재하 부모님께 전화해서 이 모든 게 유진 씨가 발견한 단서 덕분이라고 하셨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유진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어요.”“동현 씨가 그날 소지혜가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얘기를 해줘서 나도 생각난 거예요.”임유진은 미소를 지었다.“고맙다는 인사는 동현 씨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맞아요.”곽동현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잠시 뒤 또다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참, 예전에 봤던 그 동생분이 바로 어제 경찰서에 왔던 강지혁 대표인 거죠...?”임유진은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역시 그랬군요...”곽동현은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럼 유진 씨는 어쩌다 강지혁 씨의 누나가 된 거예요?”곽동현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 질문에 임유진은 자조하듯 웃었다.그의 말처럼 어쩌다 그녀는 ‘혁이’가 아닌 강지혁의 누나가 됐을까?곽동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서둘러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대답하기 곤란하면 굳이 얘기 안 해줘도 돼요. 난 그냥 어제 강지혁 씨도 그렇고 강현수 씨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