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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그 말에 임유진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드디어 가족이 생긴 줄 알고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좋아했던 마음만큼 지금은 이 순간이 더욱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강지혁은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누구든 단번에 반하게 만들 것 같은 얼굴이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면 강현수 때문에 그래? 강현수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내가 이렇게 만지는 것도 싫어졌어?”

뜨거운 입김과는 반대로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지금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강현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래?”

강지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말은 강현수를 사랑할 일은 없다는 뜻인 거지?”

“내가 사랑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연인이 아니라 누나 동생 사이야. 내가 만약 강현수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임유진은 순간 욱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강지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더니 차 안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이에 임유진은 어쩐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은 얼굴을 조금 더 그녀와 가까이 밀착시키더니 이윽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고야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

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곧바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고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강지혁이 지금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마치 분노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도 그의 행동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웠지만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만약 이때 그녀가 강현수를 사랑하겠다고 대답한다면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응? 왜 말을 안 해? 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

강지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마치 오늘 그녀의 입에서 그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임유진은 바싹 마른 입을 힘겹게 열었다.

“그럴 생각 없어.”

그녀는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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