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아, 앞으로 지나친 스킨십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불필요한 오해 받는 거 싫으니까.”강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자신의 마음을 몰랐을 때는 배여진이 옆에서 여자친구인 척하는 행동을 내버려 둘 수 있었고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에게 배여진은 생명의 은인이라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사랑하는 사람이 임유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 버린 이상 그녀에게 괜한 오해를 받는 행동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배여진은 그의 말에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앞으로는 주의할게요.”불쌍하고 가녀린 목소리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옆에 늘어트린 두 손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부들거렸다.이 모든 게 다 임유진 때문이다.고작 임유진에게 고백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선을 긋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눈에 훤했다.만약 임유진과 강현수가 정말 사귀기라도 한다면 임유진은 무조건 어릴 때의 진실을 그에게 말할 것이고 강현수는 무조건 임유진의 말을 믿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는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잃게 된다.배여진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마을 사람들 모두 그녀가 미래 재벌가 사모님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이대로라면 마을에서 제일 큰 놀림거리가 될 게 뻔했다.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조롱당하는 일만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든 임유진과 강현수가 이어지지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벤틀리 차 안은 지금 지나치게 고요하다.강지혁은 뒷좌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임유진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녀리고 기다란 그녀의 손은 관절이 미세하게 변형되어 있었고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손등 위에 오래된 상처 같은 것들도 있었다.그녀의 손은
그 말에 임유진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드디어 가족이 생긴 줄 알고 무척이나 좋아했었다.하지만 그 좋아했던 마음만큼 지금은 이 순간이 더욱더 잔혹하게 느껴졌다.강지혁은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누구든 단번에 반하게 만들 것 같은 얼굴이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아니면 강현수 때문에 그래? 강현수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내가 이렇게 만지는 것도 싫어졌어?”뜨거운 입김과는 반대로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지금 서늘하기 그지없었다.“강현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래?”강지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말은 강현수를 사랑할 일은 없다는 뜻인 거지?”“내가 사랑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연인이 아니라 누나 동생 사이야. 내가 만약 강현수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임유진은 순간 욱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강지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더니 차 안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이에 임유진은 어쩐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얼굴을 조금 더 그녀와 가까이 밀착시키더니 이윽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고야 말았다.그리고 곧바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곧바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고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강지혁이 지금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마치 분노하는 것 같았다.그의 목소리도 그의 행동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웠지만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만약 이때 그녀가 강현수를 사랑하겠다고 대답한다면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응? 왜 말을 안 해? 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강지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마치 오늘 그녀의 입에서 그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말이다.“나는...”임유진은 바싹 마른 입을 힘겹게 열었다.“그럴 생각 없어.”그녀는 처음부터
“혁아, 우리 관계 언제 끝낼래?”임유진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담담히 물었다.이에 강지혁의 손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그녀가 원룸 방에서 그에게 웃어줬던 것처럼.“누나, 우리 사이에 끝은 없어.”강지혁은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그는 이 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다....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져 임유진은 그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로펌에 도착하자 차 변호사가 그녀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유진 씨 몸은 좀 어때요, 정말 다친 데 없어요?”어제 그녀와 통화하던 중에 전화가 갑자기 끊겼고 다시 걸어보니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다 신고할까도 생각했었다.다행히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임유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얘기해준 뒤에야 그는 한시름을 놓았다.“네, 정말 괜찮아요. 이따 어제 일 물어볼 겸 경찰서에 한번 가보려고요.”“그럴 필요 없어요. 아침 일찍 내가 이미 다녀왔거든요. 어제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남자, 소지혜 팬이더라고요. 전에 두 번이나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것도 전부 그 남자가 꾸민 짓이었어요. 그리고 어제 유진 씨가 얘기해줬던 사건의 단서 말이에요. 그거 경찰서 쪽에 의뢰해 보니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거로 나왔어요.”임유진은 그 말을 듣더니 활짝 웃었다.이렇게 되면 사고 당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소지혜라는 증거가 더 확실해지게 된다!“그런데 그 남자가 저를 두 번이나 해하려 했다고 직접 시인하던가요?”임유진이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 그게 들어보니까 어젯밤에 웬 서류가 경찰서에 보내졌대요. 거기에 그 팬이라는 남자가 인터넷으로 유진 씨를 해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전부 다 들어 있었고요.”“그거 보낸 사람은요? 누구래요?”“그건 경찰 쪽에서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경찰서 쪽에서 모르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의뢰를 받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앞으로 유진 씨에게 작은 사건을 자주 배당해줄게요. 일단 경력을 쌓고 신뢰도를 높이면 앞으로 변호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고마워요, 차 변호사님.”차 변호사가 다시 자리로 돌아간 후 임유진은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곽동현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임유진은 아래로 내려가 곽동현을 데리고 작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멀쩡한 임유진과는 달리 곽동현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를 만나자마자 안절부절못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동현 씨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괜찮으니까 얘기해요.”“여기 오기 전에 재하 사건 관련해서 들었어요. 소지혜 그 여자가 드디어 피고인석에 앉게 된다면서요? 차 변호사님이 오늘 아침 재하 부모님께 전화해서 이 모든 게 유진 씨가 발견한 단서 덕분이라고 하셨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유진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어요.”“동현 씨가 그날 소지혜가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얘기를 해줘서 나도 생각난 거예요.”임유진은 미소를 지었다.“고맙다는 인사는 동현 씨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맞아요.”곽동현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잠시 뒤 또다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참, 예전에 봤던 그 동생분이 바로 어제 경찰서에 왔던 강지혁 대표인 거죠...?”임유진은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역시 그랬군요...”곽동현은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럼 유진 씨는 어쩌다 강지혁 씨의 누나가 된 거예요?”곽동현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 질문에 임유진은 자조하듯 웃었다.그의 말처럼 어쩌다 그녀는 ‘혁이’가 아닌 강지혁의 누나가 됐을까?곽동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서둘러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대답하기 곤란하면 굳이 얘기 안 해줘도 돼요. 난 그냥 어제 강지혁 씨도 그렇고 강현수 씨도 그렇고..
그에게는 그녀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있었으니까.하지만 강현수는 잃을 게 많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임유진 때문에 극단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고 마치 임유진이 전부인 사람처럼 행동했다.곽동현이 떠난 뒤 임유진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방금 그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강현수가 그녀를 찾겠다고 하마터면 소지혜를 죽일 뻔했다고?설마 그럴 리가.강현수가 전에 그녀에게 신경 썼던 건 그녀가 어렸을 때 소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배여진이 곁에 있는데 대체 왜...임유진은 어제 경찰서에서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릴 때의 강현수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꼭 찾으러 가겠다고 얘기한 것처럼 그의 진지한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퇴근 시간이 되고 임유진이 빌딩에서 나오자 강현수가 바로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요? 할 얘기 있잖아요, 우리.”임유진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를 보고 있으니 문득 아까 곽동현이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이 남자가 정말 어제 하마터면 살인할 뻔했다는 건가?솔직히 당시 그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그는 언제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으니까.“아니면 이곳에서 얘기할 거예요?”강현수가 다시 물었다.임유진은 그제야 꽤 많은 사람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현수는 그의 사회적 지위나 이런 게 아니더라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남자였다.그리고 지금 몰려드는 사람들 틈에는 로펌 직원들도 있었다.아마 내일이면 사무실 안에서 강현수와 그녀에 관한 가십거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자리를 옮기죠.”이대로 사람들 구경거리가 되는 건 사양이었다.그녀는 원래 얘기나 하게 카페 같은 곳을 가려고 했지만 강현수가 배고프다며 기어이 식사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임유진은 결국 그를 데리고 월세방 근처 백반집으로
가게 안에는 그들을 제외하고도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성들의 시선이 강현수에게 향하는 순간 임유진은 그를 데리고 이곳에 온 걸 후회했다.룸이 있는 음식점으로 가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음식을 시킨 후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나 찾으려고 고생했다면서요. 고마워요.”“크게 도움이 된 건 없었죠.”“뭐가 됐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임유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어제 현수 씨가 한 고백에 대한 대답 지금 할게요. 나는 현수 씨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괜한 곳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강현수는 그 말에 미간을 꿈틀거렸다.생각해보면 그를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거절한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사람을 착각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 확실히 감정을 깨달았을 때도 그렇고 임유진은 언제나 거절하지만 했다.“강지혁 때문이에요?”강현수는 전혀 타격 없는듯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강지혁이 어제 그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강현수를 거절했을 것이다.그녀에게는 아직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만한 여유도, 시간도, 마음도 없었으니까.“그러면 혹시 나한테 여자친구가 많았던 게 신경 쓰여요?”“확실히 현수 씨는 여자친구가 많았었죠. 그리고 하나같이 예쁘고 끼도 많고 능력도 있었고요. 그런데 왜 하필 나예요?”임유라만 해도 그랬다. 그녀도 얼굴이 예뻤기에 그의 여자친구 자리를 꿰차고 그의 서포트를 받으며 꾸준하게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강현수는 자조하듯 웃었다.“유진 씨도 알 텐데요. 내가 그 여자들을 곁에 둔 건 어릴 때 그 아이를 그리워해 그 아이와 비슷한 외모의 여자를 둔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요.”그는 말을 하면서 줄곧 임유진과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유진 씨가 그때 그랬죠? 누군가를 정말 그리워한다면 아무리 비슷한 사람을 옆에 둬도 소용없다고요. 그 말이 맞았어요. 실제로 그럴수록 그리움만 더 켜졌으니까요.”임유진은 그와 시선을 마주한 순
강현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임유진이 화들짝 놀라 손을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강현수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 손을 자신의 심장 쪽으로 끌어당겼다.“느껴져? 평소보다 더 빨리 뛰는 거?”그의 눈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어제 CCTV를 보다가 그 남자가 널 뒤쫓아 가고 이윽고 네가 화면에서 사라졌을 때 여기가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알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호흡이 가빠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고 손이 떨려 물컵 하나 제대로 쥐지 못했어.”강현수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마치 어린애가 속상함을 털어놓듯, 사라진 그녀를 질책하듯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 뱉어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이래도 너를 향한 내 감정이 착각 같아 보여?”강현수는 그녀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그녀는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그녀는 강현수가 이런 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의 심장에 닿은 손이 점점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현수 씨...”그녀는 입을 열어 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유진아.”강현수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다른 건 다 의심해도 상관없지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만큼은 의심하지 마.”초라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남자는 몸을 기울인 채 여자의 오른손을 꽉 잡고 그의 왼쪽 가슴에 대고 있었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당혹감도 그리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서려 있었다.이 순간, 두 남녀는 마치 자신들만의 세계에 들어간 것처럼 주위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듯했다.옆에서 식사 중이던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은 휴대폰를 들어 몰래 그 장면을 찍기도 했다.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나머지 검은색 승용차 여러 대가 어느새 음식점 밖에 주차된
경호원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더니 음식값은 모두 계산한다는 말을 하며 손님들을 내쫓기 시작했다.자리에서 버티고 있던 사람들은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줄지어 들어오자 결국 고분고분 가게를 떠났다.어수선한 분위기에 강현수와 임유진도 드디어 입구 쪽에 멈춰 있던 강지혁을 발견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이곳에 있는 것에 조금 놀란 얼굴이었지만 강현수는 마치 그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태연한 얼굴이었다.“너도 들어와서 같이 식사하지 그래?”강현수는 강지혁을 보며 말했다.“같이 식사할 거면 지금 추가 주문하고. 우리가 주문한 음식도 아직 안 왔거든.”강지혁은 이를 꽉 깨물더니 천천히 그들이 있는 작은 테이블로 다가왔다.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강현수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지는 않았다.“사장님.”강현수는 카운터에서 넋 놓고 있는 사장을 불렀다.사장은 갑자기 꿈에서 깨기라도 한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답했다.“네, 손님!”그러고는 마침 나온 그들의 주문 음식을 들고 다가갔다.“추가 주문할게요.”강현수는 메뉴판을 훑어보고는 두 가지 음식을 추가 주문했다.“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사장은 서둘러 주방장에게로 달려가 주문을 넣었다. 그러고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주방에 박혀있었다.이로써 홀에는 강현수와 임유진 그리고 강지혁 이렇게 세 사람만 남았다.작은 테이블에 삥 둘러 서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불편해 보였다.임유진은 지금 어찌할 바를 몰라 애꿎은 테이블만 건드렸고 강지혁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강현수를 보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이라면 분명히 강현수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는 “그러지.”라는 긍정적인 말이 튀어나왔다.그러고는 이내 의자에 앉았다.임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정말 같이 식사하려는 걸까?“왜? 나랑 같이 밥 먹기 싫어?”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아직 멍한 얼굴의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