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6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31 17:32:54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가 그 상대가 강지혁인 걸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녀는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이내 스스로도 멍청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경찰서까지 온 이상 강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누나는 내가 여기 있는 게 싫어?”

강지혁은 방금 임유진의 몸에 닿았던 강현수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그대로 똑같이 그녀를 껴안았다.

이에 임유진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강현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분명히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강현수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강현수!”

강지혁이 위협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현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는 건드릴 수 없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너랑 헤어진 마당에 문제 될 게 뭐가 있는데?”

강현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바로 대답할 필요 없어. 그리고 오늘 내가 했던 말 전부 다 진심이야. 강지혁이 줄 수 있는 건 나도 줄 수 있고 강지혁이 줄 수 없는 것도 난 너에게 줄 수 있어.”

그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진지해 보였다.

임유진은 그이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그의 얼굴에서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진짜야! 내가 너 꼭 찾으러 갈게. 그리고 너 데리고 재밌는 곳도 엄청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고 정말 정말 즐겁게 해줄게!”

어린 시절의 그 남자아이는 그녀에게 다짐하듯 이렇게 말했었다.

“강현수, 그 입 닫아!”

강지혁의 목소리가 임유진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 왔다. 그의 얼굴은 지금 무섭게 가라앉았고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원하는 답변은 영원히 들을 수 없을 테니까.”

“과연 그럴까?”

강현수가 피식 웃었다.

“어디 한번 네 말대로 되나 내가 원하는 대로 되나 지켜보든가.”

두 남자를 둘러싼 공기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7화

    하지만 진짜일까?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 강지혁이 맞을까?S 시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더 힘들다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이 동생이라고 얘기했던 그 ‘동생’과 동일 인물일까?하지만 방금 임유진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은, 강현수를 경계하던 그 모습은 절대 단순한 누나 동생 사이 같지 않았다.그건 임유진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눈이었다.강지혁과 강현수 이 두 남자가 지금 임유진을 두고 싸우는 건가?곽동현은 어쩐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한편 배여진은 어느새 강현수 곁으로 다가와 불쌍한 얼굴로 물었다.“현수 씨... 유진이 사랑한다는 거 진심이에요?”“그래.”강현수는 짤막하게 얘기했다. 배여진이 자신에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는 그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생명의 은인일 뿐 그의 여자는 될 수 없었다. 처음 그녀를 보던 그 순간에도 그에게는 낯선 느낌밖에 들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유진이 옆에는 아직 강지혁 씨가 있잖아요. 헤어졌는데도 둘이 같이 있을 정도면 현수 씨랑은...”“배여진!”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잘라버리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이건 내 일이야. 거기까지 해.”배여진은 그의 모습에 심장이 철렁했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 걸린 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강현수가 곁을 지나쳐 경찰서를 나갈 때야 비로소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따라나섰다.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온 배여진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현수 씨 일에 일부러 간섭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조금 두려운 것뿐이에요!”이 말을 하는 그녀의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었다.그리고 지금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두렵다고 한 건 진심이었다.“두렵다고?”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현수 씨가 유진이랑 잘 되기라도 하면... 그럼 지금처럼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봐...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그래서 두려워요.”배여진은 이제 울먹거리기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8화

    “여진아, 앞으로 지나친 스킨십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불필요한 오해 받는 거 싫으니까.”강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자신의 마음을 몰랐을 때는 배여진이 옆에서 여자친구인 척하는 행동을 내버려 둘 수 있었고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에게 배여진은 생명의 은인이라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사랑하는 사람이 임유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 버린 이상 그녀에게 괜한 오해를 받는 행동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배여진은 그의 말에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앞으로는 주의할게요.”불쌍하고 가녀린 목소리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옆에 늘어트린 두 손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부들거렸다.이 모든 게 다 임유진 때문이다.고작 임유진에게 고백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선을 긋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눈에 훤했다.만약 임유진과 강현수가 정말 사귀기라도 한다면 임유진은 무조건 어릴 때의 진실을 그에게 말할 것이고 강현수는 무조건 임유진의 말을 믿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녀는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잃게 된다.배여진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마을 사람들 모두 그녀가 미래 재벌가 사모님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이대로라면 마을에서 제일 큰 놀림거리가 될 게 뻔했다.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조롱당하는 일만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든 임유진과 강현수가 이어지지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벤틀리 차 안은 지금 지나치게 고요하다.강지혁은 뒷좌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임유진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녀리고 기다란 그녀의 손은 관절이 미세하게 변형되어 있었고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손등 위에 오래된 상처 같은 것들도 있었다.그녀의 손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9화

    그 말에 임유진은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드디어 가족이 생긴 줄 알고 무척이나 좋아했었다.하지만 그 좋아했던 마음만큼 지금은 이 순간이 더욱더 잔혹하게 느껴졌다.강지혁은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누구든 단번에 반하게 만들 것 같은 얼굴이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아니면 강현수 때문에 그래? 강현수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내가 이렇게 만지는 것도 싫어졌어?”뜨거운 입김과는 반대로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지금 서늘하기 그지없었다.“강현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래?”강지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말은 강현수를 사랑할 일은 없다는 뜻인 거지?”“내가 사랑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연인이 아니라 누나 동생 사이야. 내가 만약 강현수를 정말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임유진은 순간 욱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강지혁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더니 차 안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변해버렸다.이에 임유진은 어쩐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지혁은 얼굴을 조금 더 그녀와 가까이 밀착시키더니 이윽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고야 말았다.그리고 곧바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곧바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고 등 뒤로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강지혁이 지금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마치 분노하는 것 같았다.그의 목소리도 그의 행동도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웠지만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만약 이때 그녀가 강현수를 사랑하겠다고 대답한다면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응? 왜 말을 안 해? 정말 강현수를 사랑할 거야?”강지혁은 다시 한번 물었다. 마치 오늘 그녀의 입에서 그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듯이 말이다.“나는...”임유진은 바싹 마른 입을 힘겹게 열었다.“그럴 생각 없어.”그녀는 처음부터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80화

    “혁아, 우리 관계 언제 끝낼래?”임유진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담담히 물었다.이에 강지혁의 손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그녀가 원룸 방에서 그에게 웃어줬던 것처럼.“누나, 우리 사이에 끝은 없어.”강지혁은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그는 이 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다....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져 임유진은 그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로펌에 도착하자 차 변호사가 그녀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유진 씨 몸은 좀 어때요, 정말 다친 데 없어요?”어제 그녀와 통화하던 중에 전화가 갑자기 끊겼고 다시 걸어보니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그는 발을 동동 구르다 신고할까도 생각했었다.다행히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임유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얘기해준 뒤에야 그는 한시름을 놓았다.“네, 정말 괜찮아요. 이따 어제 일 물어볼 겸 경찰서에 한번 가보려고요.”“그럴 필요 없어요. 아침 일찍 내가 이미 다녀왔거든요. 어제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남자, 소지혜 팬이더라고요. 전에 두 번이나 유진 씨 해하려고 했던 것도 전부 그 남자가 꾸민 짓이었어요. 그리고 어제 유진 씨가 얘기해줬던 사건의 단서 말이에요. 그거 경찰서 쪽에 의뢰해 보니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거로 나왔어요.”임유진은 그 말을 듣더니 활짝 웃었다.이렇게 되면 사고 당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소지혜라는 증거가 더 확실해지게 된다!“그런데 그 남자가 저를 두 번이나 해하려 했다고 직접 시인하던가요?”임유진이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 그게 들어보니까 어젯밤에 웬 서류가 경찰서에 보내졌대요. 거기에 그 팬이라는 남자가 인터넷으로 유진 씨를 해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전부 다 들어 있었고요.”“그거 보낸 사람은요? 누구래요?”“그건 경찰 쪽에서 얘기를 안 해주더라고요.”임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경찰서 쪽에서 모르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81화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의뢰를 받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앞으로 유진 씨에게 작은 사건을 자주 배당해줄게요. 일단 경력을 쌓고 신뢰도를 높이면 앞으로 변호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고마워요, 차 변호사님.”차 변호사가 다시 자리로 돌아간 후 임유진은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곽동현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임유진은 아래로 내려가 곽동현을 데리고 작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멀쩡한 임유진과는 달리 곽동현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를 만나자마자 안절부절못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동현 씨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괜찮으니까 얘기해요.”“여기 오기 전에 재하 사건 관련해서 들었어요. 소지혜 그 여자가 드디어 피고인석에 앉게 된다면서요? 차 변호사님이 오늘 아침 재하 부모님께 전화해서 이 모든 게 유진 씨가 발견한 단서 덕분이라고 하셨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유진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어요.”“동현 씨가 그날 소지혜가 루비 반지를 끼고 있던 얘기를 해줘서 나도 생각난 거예요.”임유진은 미소를 지었다.“고맙다는 인사는 동현 씨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 맞아요.”곽동현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잠시 뒤 또다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참, 예전에 봤던 그 동생분이 바로 어제 경찰서에 왔던 강지혁 대표인 거죠...?”임유진은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역시 그랬군요...”곽동현은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럼 유진 씨는 어쩌다 강지혁 씨의 누나가 된 거예요?”곽동현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 질문에 임유진은 자조하듯 웃었다.그의 말처럼 어쩌다 그녀는 ‘혁이’가 아닌 강지혁의 누나가 됐을까?곽동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서둘러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대답하기 곤란하면 굳이 얘기 안 해줘도 돼요. 난 그냥 어제 강지혁 씨도 그렇고 강현수 씨도 그렇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82화

    그에게는 그녀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있었으니까.하지만 강현수는 잃을 게 많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임유진 때문에 극단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고 마치 임유진이 전부인 사람처럼 행동했다.곽동현이 떠난 뒤 임유진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방금 그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강현수가 그녀를 찾겠다고 하마터면 소지혜를 죽일 뻔했다고?설마 그럴 리가.강현수가 전에 그녀에게 신경 썼던 건 그녀가 어렸을 때 소녀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배여진이 곁에 있는데 대체 왜...임유진은 어제 경찰서에서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릴 때의 강현수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꼭 찾으러 가겠다고 얘기한 것처럼 그의 진지한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퇴근 시간이 되고 임유진이 빌딩에서 나오자 강현수가 바로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요? 할 얘기 있잖아요, 우리.”임유진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를 보고 있으니 문득 아까 곽동현이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이 남자가 정말 어제 하마터면 살인할 뻔했다는 건가?솔직히 당시 그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그는 언제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으니까.“아니면 이곳에서 얘기할 거예요?”강현수가 다시 물었다.임유진은 그제야 꽤 많은 사람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현수는 그의 사회적 지위나 이런 게 아니더라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남자였다.그리고 지금 몰려드는 사람들 틈에는 로펌 직원들도 있었다.아마 내일이면 사무실 안에서 강현수와 그녀에 관한 가십거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자리를 옮기죠.”이대로 사람들 구경거리가 되는 건 사양이었다.그녀는 원래 얘기나 하게 카페 같은 곳을 가려고 했지만 강현수가 배고프다며 기어이 식사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임유진은 결국 그를 데리고 월세방 근처 백반집으로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83화

    가게 안에는 그들을 제외하고도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성들의 시선이 강현수에게 향하는 순간 임유진은 그를 데리고 이곳에 온 걸 후회했다.룸이 있는 음식점으로 가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음식을 시킨 후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나 찾으려고 고생했다면서요. 고마워요.”“크게 도움이 된 건 없었죠.”“뭐가 됐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임유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어제 현수 씨가 한 고백에 대한 대답 지금 할게요. 나는 현수 씨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괜한 곳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강현수는 그 말에 미간을 꿈틀거렸다.생각해보면 그를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거절한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사람을 착각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 확실히 감정을 깨달았을 때도 그렇고 임유진은 언제나 거절하지만 했다.“강지혁 때문이에요?”강현수는 전혀 타격 없는듯한 얼굴로 물었다.“아니요.”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강지혁이 어제 그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강현수를 거절했을 것이다.그녀에게는 아직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만한 여유도, 시간도, 마음도 없었으니까.“그러면 혹시 나한테 여자친구가 많았던 게 신경 쓰여요?”“확실히 현수 씨는 여자친구가 많았었죠. 그리고 하나같이 예쁘고 끼도 많고 능력도 있었고요. 그런데 왜 하필 나예요?”임유라만 해도 그랬다. 그녀도 얼굴이 예뻤기에 그의 여자친구 자리를 꿰차고 그의 서포트를 받으며 꾸준하게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강현수는 자조하듯 웃었다.“유진 씨도 알 텐데요. 내가 그 여자들을 곁에 둔 건 어릴 때 그 아이를 그리워해 그 아이와 비슷한 외모의 여자를 둔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요.”그는 말을 하면서 줄곧 임유진과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유진 씨가 그때 그랬죠? 누군가를 정말 그리워한다면 아무리 비슷한 사람을 옆에 둬도 소용없다고요. 그 말이 맞았어요. 실제로 그럴수록 그리움만 더 켜졌으니까요.”임유진은 그와 시선을 마주한 순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84화

    강현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임유진이 화들짝 놀라 손을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강현수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 손을 자신의 심장 쪽으로 끌어당겼다.“느껴져? 평소보다 더 빨리 뛰는 거?”그의 눈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어제 CCTV를 보다가 그 남자가 널 뒤쫓아 가고 이윽고 네가 화면에서 사라졌을 때 여기가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알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호흡이 가빠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고 손이 떨려 물컵 하나 제대로 쥐지 못했어.”강현수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마치 어린애가 속상함을 털어놓듯, 사라진 그녀를 질책하듯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 뱉어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이래도 너를 향한 내 감정이 착각 같아 보여?”강현수는 그녀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그녀는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그녀는 강현수가 이런 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의 심장에 닿은 손이 점점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현수 씨...”그녀는 입을 열어 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유진아.”강현수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다른 건 다 의심해도 상관없지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만큼은 의심하지 마.”초라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남자는 몸을 기울인 채 여자의 오른손을 꽉 잡고 그의 왼쪽 가슴에 대고 있었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당혹감도 그리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서려 있었다.이 순간, 두 남녀는 마치 자신들만의 세계에 들어간 것처럼 주위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듯했다.옆에서 식사 중이던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은 휴대폰를 들어 몰래 그 장면을 찍기도 했다.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나머지 검은색 승용차 여러 대가 어느새 음식점 밖에 주차된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최신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0화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줘도 너도 똑같이 나 안 볼 거야? 내가 아무리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나 용서 안 해줄 거야?”강지혁은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이에 임유진은 몸을 돌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혁아, 너 대체 왜 그래? 요즘 따라 너무 불안해 보여. 무슨 일 있는 거야?”강지혁은 자신의 불안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확실히 그는 요 며칠 줄곧 불안해하고 있었다.탁유미와 이경빈의 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과 임유진의 결말도 그들과 똑같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혹시 방금 내가 한 말이 널 불안하게 만들었어? 혁아, 내가 언니를 이해한다고 했던 건 소민준과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던 거야. 네가 괜한 생각을 할 게 아니라고. 네가 나한테 상처 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임유진은 손을 들어 조금 우울해 보이는 강지혁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전에 내가 말했잖아. 네가 정말 나한테 미안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해도 울면 봐주겠다고.”그녀는 강지혁의 눈에 담긴 우울함이 사라질 수 있게 일부러 환히 웃으며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의 눈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유진아, 너를 향한 내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일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강지혁은 임유진의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에 가져갔다.“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임유진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탁유미와의 대화에서 사람의 감정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감정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있다.소민준과의 관계에서 질릴 대로 질려 그에게 모든 감정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고 그와 영원히 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응, 영원히 너만 사랑할게. 절대 변하지 않을게. 약속해.”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그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9화

    임유진은 한지영이 정신을 차린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녀가 활기를 되찾아줘서 참으로 고마웠다.한지영은 백연신과 그렇게 헤어진 후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며 회복에 힘썼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까지 했다.“고작 남자랑 헤어진 것뿐인데 뭐. 연애가 다 이런 거 아니겠어? 사랑했다가 또 헤어졌다가. 그래서 결혼까지 가는 게 기적이라는 말도 있잖아. 열렬히 사랑했으니 그거로 난 됐어. 혹시 알아? 퇴원한 뒤에 진정한 내 운명이 나를 찾아올지.”“다행이네요.”탁유미는 한지영의 말을 전해 듣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유진 씨랑 지영 씨는 나처럼 이러지 말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대화를 나누던 임유진과 탁유미는 병실 밖의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는 것을 몰랐다....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인사한 후 강지혁과 함께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강지혁이 뒤에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왜 그래?”갑작스러운 포옹에 임유진이 물었다.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지혁은 오늘따라 말수가 무척이나 적었고 시선은 거의 창밖에 고정하다시피 했다.그 모습에 임유진이 몇 번이나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물었지만 강지혁은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다.“그냥... 갑자기 안고 싶어져서.”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며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이경빈을 따라 탁유미의 병실 앞으로 왔다가 비스듬히 열린 문틈 사이로 임유진과 탁유미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탁유미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은 다시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 이경빈은 휘청하며 그대로 주저앉았고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그 순간만큼은 우는 것조차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맨날 안으면서 아직도 부족해?”임유진이 실소하며 물었다.“응. 부족해.”강지혁에게는 어쩌면 평생 부족할지도 모른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8화

    그리고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그 언젠가 임유진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그를 떠나면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해서 일지도 모른다....탁유미는 이틀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모든 수치가 안정된 후 바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다만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만 했다.탁유미는 간호사가 들어와 약을 갈아줄 때마다 보이는 수술 자국을 보면서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그녀가 아무리 원치 않았다고 해도 지금 그녀의 몸 안에 있는 간은 이경빈의 간이었다.어쩌면 하늘이 조금은 그녀를 가엽게 여겨준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살게 된 건지도 모른다.윤이와 김수영은 요 며칠 거의 탁유미 곁에서 떨어지지 않다시피 했고 임유진도 자주 탁유미를 보러 병원에 왔다.“유진 씨,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힘들게 왔다 갔다 하고...”탁유미는 미안한 얼굴로 임유진의 큰 배를 바라보았다.지금쯤 집에서 태교나 들으며 휴식을 취해도 모자란 데 괜히 자신 때문에 임유진이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가 나였으면 안 이랬을까요?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요.”임유진은 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나 윤이 데리고 나갈 테니까 둘이서 얘기하고 있어.”김수영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윤이를 안아 들며 보호자가 쉴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임유진은 두 사람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탁유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혁이가 그러는데 이경빈 씨도 며칠 전부터는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대요. 그런데... 언니 병실까지 왔다가 매번 들어오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가나 봐요.”그 말에 탁유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이경빈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에요. 어차피 이경빈도 몸이 다 나아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고 나는 계속 여기서 살게 되겠죠. 물론 나랑은 끝이라도 윤이랑은 부자간의 정이 있으니까 둘이서는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이경빈 씨와는 정말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거예요?”임유진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7화

    다시 눈을 뜬 이경빈이 보게 된 건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강지혁이었다.마취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통증 같은 건 없었다.“유미는... 어떻게 됐습니까?”이경빈이 힘겹게 입을 열며 물었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탁유미 시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이틀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대요.”그의 말에 대답해준 건 강지혁이었다.이경빈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니 된 거다.앞으로 두 번 다시 탁유미 곁에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몸 안에 그의 일부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그녀가 죽을 때까지 줄곧 함께하게 될 거니까 그것으로 됐다.그리고 그녀가 준 골수도 평생 그와 함께 할 테니 그 역시 이것으로 그녀와 평생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이경빈은 탁유미의 상태 외에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몸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의사가 수술 후 주의사항과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에 관해 설명해주는데도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침묵만 고수할 뿐이었다.강지혁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의사와 간호사가 전부 다 나간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탁유미 씨 사건을 뒤엎으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이강 그룹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어쩌면 판결 결과에 따라 이경빈 씨는 감방살이하게 될지도 모르고요.”“알고 있어요.”이경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자신의 결정으로 그룹에 어떤 파문이 일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가 받아야 할 벌이다.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매몰돼 공수진의 말만 믿고 거짓 증언한 그의 업보다.탁유미가 형을 살게 된 것에 제일 큰 공헌을 한 건 바로 그의 증언이었다.그러니 그녀를 감옥으로 보낸 건 그나 다름없었다.“정말 앞으로는 탁유미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입니까?”강지혁이 물었다.“내가 유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유미가 그걸 원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들어줄 수밖에요.”그 소원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6화

    “임유진 씨한테 맡기려고 했는데 너를 설득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너와 직접 얘기하려고 들어왔어. 내 얼굴 보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내 간이 너한테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이경빈은 주먹을 꽉 말아쥐더니 탁유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수술은 받아줘. 네가 수술을 받으면 그때는 두 번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게.”이경빈은 지금 오직 그녀가 살기만을 바랐다.그녀만 살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탁유미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나한테 간을 기증해주면 수술 후에 후유증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평온한 그녀의 말투에 이경빈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수, 수술받으려고?!”“...응.”윤이와 김수영을 위해 그녀는 한번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간을 기증해주는 대신에 뭐 바라는 거 있으면 지금 여기서 확실하게 얘기해. 너한테 빚지는 건 싫으니까. 물론 내가 수술대 위에서 죽게 되면 그때는 네가 바라는 게 뭐든 간에 들어줄 수 없게 되겠지만.”“아니! 넌 죽지 않아!”이경빈이 흥분해서 외쳤다.“분명히 괜찮을 거야. 네 골수를 이식받았을 때 나는 아무런 거부반응도 없었어.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주는 것도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이경빈은 확신에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조건은? 그것부터 말해.”탁유미의 말에 이경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조건이라니, 그녀에게 간을 기증해주는 대신 바라는 게 있다고 하면 그녀가 멀쩡히 살아 숨 쉬는 것밖에 없다.그녀가 살 수 있다면 간 따위 몇 번이고 더 기증해줄 수 있다.“바라는 거 없어. 그리고 나한테 빚진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지금은 내가 너한테 빚진 걸 갚는 거니까. 너도 그때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잖아.”“그래? 그럼 서로 빚진 게 없는 거네? 알았어. 수술 무사히 끝나면... 우리 더는 보지 말자. 나는 더 이상 너랑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5화

    “유진 씨? 유진 씨가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탁유미가 깜짝 놀라며 임유진에게 물었다.“이경빈 씨 전화를 받고 왔어요.”임유진은 탁유미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언니, 수술해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예요. 이 기회를 포기하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어져요.”“유진 씨!”탁유미는 갑작스러운 임유진의 말에 당황해하며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고는 서둘러 윤이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윤이가 바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기에 태연한 표정이었다.“언니가 남은 시간을 편히 보내고 싶은 건 알겠어요. 그리고 수술 결과가 안 좋으면 그 남은 시간마저 사라지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알겠고요. 하지만 언니... 만약 수술에 성공하면 그때는 윤이가 어른이 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요.”임유진은 말을 하며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었다.“언니, 만약 그때 내가 배 속의 아이를 한 명 지우는 걸 택했으면 어쩌면 아이들이나 나나 조금 더 안전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랬으면 결코 지금 같은 행복감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나는 그때 의사 선생님들의 권고에도, 혁이의 반대에도 결국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이겨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언니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쉽게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이도 언니가 그러기를 바랄 거예요. 세상에 엄마를 일찍 보내고 싶어 하는 자식은 없으니까요. 윤이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아줘요.”탁유미는 그 말에 몸을 움찔하더니 시선을 돌려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들을 바라보았다.윤이는 임유진의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본능적으로 알아들었다.“엄마, 윤이는 엄마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윤이랑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윤이가 키도 크고 힘도 세지면 그때는 윤이가 엄마를 지켜줄게요!”탁유미는 그 말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윤이는 서둘러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앙증맞은 손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그때 병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