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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이쯤 되니 간호사는 임유진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명품 하나 걸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잣집 아가씨는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대체 그녀가 뭐라고 강지혁이 무릎 마사지까지 해주고 약까지 떠먹여 주는 걸까?

눈이 제대로 달리 사람이라면 이 여자가 얼마나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한편 임유진은 눈앞에 놓인 약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헤어질 때는 그렇게 잔인하게 통보하듯 얘기했던 남자가 지금은 또 전처럼 세상 다정하게 약을 건네주고 있다.

다정함과 잔인함이 공존할 수 있는 단어였던가?

그녀는 그에게서 약과 물을 건네받은 후 아무 말 없이 약을 먹었다.

그리고 강지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품에 안아 병원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타고 왔던 차량은 어느새 병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

강지혁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준 후 차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임유진은 차에 타지 않고 뒤로 한 발짝 멀어지더니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이에 강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봤다.

임유진은 마치 눈앞에 있는 남자의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와 두 눈을 마주쳐왔다. 그러고는 굳게 닫힌 입을 열어 말했다.

“오늘은 고마워. 하지만 이 이상 나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마.”

“우리가 헤어진 것 때문에?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가 헤어졌어도 나는 너한테...”

강지혁의 말은 그녀의 손에 의해 막혀버렸다.

임유진은 자신의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아버리고는 마치 예전의 그녀로 돌아간 듯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혁아, 아마 이렇게 너를 부르는 것도 마지막일 거야.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속상함도 느껴. 너는 우리 사이를 그저 게임으로밖에 취급 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어. 나는 정말 진심으로 너와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으려고 했어. 예쁜 자식들도 키우면서.”

그녀의 말에는 그 어떠한 원망도, 증오도 없었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마치 제삼자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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