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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

임유진과 곽동현은 지금 병원 근처에 있는 한 백반집에서 식사하고 있다.

오늘 임유진은 이재하의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에 왔다가 또 곽동현과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료수집을 하는 동안 곽동현은 그녀 옆에서 자잘한 심부름도 도맡아 하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썼다.

임유진도 곽동현이 아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지 않은 것쯤은 눈치챘지만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최대한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쉴 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1시를 가리켰고 임유진은 그제야 너무 바쁜 나머지 점심 식사도 못 했다는 걸 알아챘다.

물론 곽동현도 그녀를 도와주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다.

“오늘은 도와줘서 고마워요. 점심은 내가 살게요.”

임유진이 먼저 얘기를 꺼내자 곽동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는 남자인 내가 사는 게 맞죠.”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요. 나중에 내가 도움이 되면 그때 동현 씨가 사주는 거로 해요.”

곽동현은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근처에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보다는 백반집이나 분식집들이 많았다. 두 사람은 제일 가까이 있는 한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곽동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무슨 일이세요? 휴...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러니까 약속 잡은 거 빨리 취소해주세요.”

반찬을 집으려던 임유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어머니가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소개팅이라도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곽동현은 방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거절을 했다.

‘설마... 그게 나는 아니겠지?’

임유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져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녀는 곽동현이 말한 좋아한다는 여자가 자신이 아니길 간절하게 바랐다.

사랑에 다쳐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이 상황에 누군가의 호감은 그저 부담으로만 다가올 뿐이었다.

곽동현은 통화를 마친 후 조금 민망한 듯 임유진을 바라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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