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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임유진은 안내 데스크 직원을 찾아와 노란 장미꽃을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데스크 직원은 그 많은 장미를 한 송이 한 송이 나눈 후 로펌 전 직원들에게 건넸다. 일하는 와중 갑자기 받은 꽃이라 그런지 많은 직원이 즐거워하는 한편 유독 정한나만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했다.

‘정말 헤어진 게 아니라고? 저번에 계산을 대신에 해준 것도 그렇고 이제는 꽃?’

하지만 헤어진 게 아니라고 하기에는 임유진의 옷들은 평범함을 넘어서 언뜻 후줄근해 보이기도 했고 출근 가방도 유행이 지난 거라 많이 낡아 보였다.

혼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정한나는 문득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몇 분 뒤 임유진은 차 변호사 사무실로 불려갔다.

“유진 씨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차 변호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애초에 변호사 비서직 공고에는 남자친구 있는 여성과 가정이 있는 여성은 예외였으니까.

“없습니다.”

임유진이 대답했다.

“그럼 그 꽃은...”

“유승호 씨가 보낸 겁니다. 전에 사인 부탁드리러 찾아갔을 때 유승호 씨의 개인 사정으로 제가 많이 기다리게 됐거든요. 그 일로 사과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좀 의외의 답변이긴 했지만, 유승호라고 확실히 이름을 댄 이상 거짓말은 아닐 거로 생각해 차 변호사는 더는 추궁하지 않고 대신 옆에 있던 서류를 건네주었다.

“교통사고 소송 건이 들어왔어요. 당사자를 만나보고 증언과 증거를 수집해오세요.”

임유진은 서류를 건네받고 간단히 훑어보았다.

차량이 심각하게 들이받은 사건으로 현재 피해자는 병원에서 혼미 상태라고 적혀있었다. 가해자는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고 있어 피해자 가족들이 소송을 의뢰한 것이었다.

임유진이 해야 할 일은 바로 해당 안건의 사건 발생 경위와 증거자료 수집이다.

그녀는 알겠다고 한 뒤 사무실을 나왔다. 나와보니 정한나가 머리를 기웃거리며 자신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또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할애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에 그대로 무시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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