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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한지영은 숨도 쉬지 않고 서둘러 임유진과 곽동현의 얘기를 전했다. 그러고는 말을 마친 후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백연신을 향해 물었다.

“유진이를 좋아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사건 조사로 만나는 것 뿐인데 매번 집까지 데려다줄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번에 물어보니까 집도 반대 방향이래요.”

백연신은 한지영이 다른 남자에게 반한 것은 아닌 듯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사귀게 됐음에도 그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말괄량이 같은 한지영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몰랐고 남자 얼굴에 홀려 그를 화나게 만든 전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까.

“그 남자가 정말 유진 씨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유진 씨 의견도 들어봐야지. 저번에 보니 당분간 연애할 생각은 없어 보이던데.”

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무룩해졌다.

“그렇겠죠? 이게 다 강지혁 때문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둘이 잘 되기 전에 아예 만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건데.”

한지영은 두 사람이 사귀게 됐을 당시 잘됐다며 축하까지 해준 자신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괜히 옆에서 조급해하지 마. 진짜 인연이라면, 그 남자가 정말 임유진 씨를 좋아하는 거라면 유진 씨도 몇 년 뒤에 마음을 열지 않겠어?”

한지영은 그의 말에 조금 머뭇거렸다.

“몇 년이요...? 그건 너무 긴데...”

이제 2년 뒷면 임유진은 30대에 진입하게 된다. 30대가 늦은 건 아니지만 20대만이 할 수 있는 사랑도 있는 법이다.

“너무 길다고?”

백연신이 옅게 웃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그깟 몇 년이 긴 것 같아? 10년 아니 20년 혹은 그 이상도 기다릴 수 있어. 그 정도도 못 하면 그건 사랑이 그만큼 깊지 않다는 것뿐이고.”

한지영은 진지한 백연신의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 사람을 좋아하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 상대가 백연신이라서 일까?

“그럼 연신 씨도 나 그렇게 기다릴 수 있어요?”

이건 자기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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