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갰다...“음...”임유진은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입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피해지지 않았다. 서서히 꿈에서 깨고 의식이 돌아올 때쯤 누군가가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당황한 임유진이 눈을 번쩍 떠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시야가 새까맸다.아니, 이건 누군가의 큰손이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가벼웠던 입맞춤은 어느새 키스로 변했고 점점 더 짙어져 갔다.‘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그 순간 임유진을 덮친 생각은 두려움이었다.있는 힘껏 발버둥 쳐도 매번 절대적인 힘으로 제압당해 뿌리치지도 못하고 피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때 익숙한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졌고 이에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이건... 강지혁?!불과 얼마 전까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이라 그녀는 그의 숨결을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익숙한 느낌은 강지혁이 틀림없었다.하지만 대체 왜 강지혁은 이 시간에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키스를 퍼붓는 거지?‘싫어. 이런 건 싫어!’임유진이 그의 혀를 힘껏 깨물자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돌았고 그의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더 거센 키스가 몰아쳤고 임유진은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놔... 이거... 놔...”다시 한번 발버둥 치며 눈을 가리고 있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렇게 간신히 방안의 불빛이 비춰들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 강지혁은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내리쳤고 임유진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강지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 쓰러진 그녀를 바라봤다.방금 하마터면 이성이 끊어질 뻔했다.은은한 불빛 아래 그의 입꼬리 쪽에서 아까 임유진이 힘껏 깨문 피의 흔적이 새어 나왔다.강지혁은 손가락으로 피를 가볍게 닦아냈다. 그러고는 마치 그녀가 준 이 고통마저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유진은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몸을 일으키니 머리가 약간 무거웠고 목덜미 쪽에는 옅은 통증이 일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목덜미를 매만지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자신의 월세방을 쭉 훑어보았다.방안은 어제와 다를 건 없었고 그녀의 잠옷도 단추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아무 문제도 없는 듯했다.어젯밤 자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키스를 당했고 상대의 얼굴을 보려는 순간 기절해버렸다. 그 누군가의 얼굴을 결국 보지는 못했지만 키스할 때의 느낌으로 봐서는... 강지혁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어제 발버둥을 치고 난동을 부린 것치고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설마 그게 모두 꿈이었던 건가...? 아직 진정으로 그를 잊은 게 아니라서 그런 꿈까지 꾸는 걸까?임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대체 언제쯤 강지혁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한때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 남자를 대체 언제쯤 잊어버릴 수 있을까?마음속에서 강지혁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는 한 아마 새로운 시작은 영원히 못 하게 되겠지...임유진은 화장실로 들어와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짠 다음 거울을 보며 양치를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목에 남겨진 붉은색 흔적을 보고 온몸이 굳어졌다.‘이게 뭐야... 설마...!’그녀는 손에 들린 칫솔을 내려놓고 조금은 복잡한 얼굴로 붉게 물든 자국을 매만졌다.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금방 잠에서 깬 모습에 목에 남겨진 붉은 자국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조금은 야릇해 보였다.역시 어젯밤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건가?늦은 저녁, 강지혁이 방으로 들어와 그녀의 입에 키스하고 목에 자국까지 남겨 놓은 걸까?하지만 임유진은 곧바로 그건 말도 안 된다며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강지혁이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그답지 않은 행동이다. 헤어지자고 한 상대에게 굳이 야밤에 집에까지 들어와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하지만... 목에 새겨진 이 자국은 누가 봐도 키스 마크였고
“뭘요.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니도 나를 도와줬을 거잖아요.”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탁유미도 그녀를 향해 웃었다.“참, 나 G 시로 이사하려고요.”“G 시요?”G 시는 S 시에서 너무 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니까.그곳은 경치가 아름답고 여행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너무 높지 않아 대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자주 이주하는 곳이다.“언제요?”임유진이 물었다.“아마 9월쯤에 갈 것 같아요. 일단 거처부터 정하고 윤이 유치원도 알아보려고요. 윤이가 이제는 보통 애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내 욕심으로는 일반 유치원에 다니게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장애가 있는 아이라면 특수학교(유치원 부)에 가는 것이 마땅하나 지금 윤이가 일반 아이들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보고 탁유미는 아들이 일반 유치원에 들어가기를 바랐다.윤이에게는 못 해준 게 많아 아이의 앞으로의 인생만큼은 순탄하기를 바랐다.인공와우 수술을 받게 해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청력이라는 건 아직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술도 없기에 아마 윤이는 평생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달고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윤이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예요. 똑똑한 아이잖아요. 저번에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걸 보니 일반 아이들과 아무런 다른 점이 없더라고요. 일반 유치원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윤이라면 분명히 금방 통과될 거예요.”“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윤이를 받아주는 유치원이 있을 때까지 일단은 꾸준히 연락을 넣어볼 예정이에요. 그러다 보면 분명히 한곳쯤은 받아주는 곳이 있겠죠!”바로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탁유미 엄마가 윤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이는 탁유미를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가 안겼다. 하지만 이내 엄마가 복부를 다쳐서 입원까지 했다는 외할머니의 말이 떠올라 얼른 품에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 혹시 아직도 아파요?”윤
윤이는 바로 임유진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윤이야, 이모랑 이번 주 일요일에 놀이공원 갈까?”임유진의 말에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이번 주 일요일은 내가 윤이 데리고 있을게요.”임유진이 탁유미를 향해 말했다.“유진 씨 피곤하지 않겠어요?”“피곤이라죠. 나는 윤이랑 노는 거 좋아요.”만약 탁유미가 G 시로 이사하게 되면 그때는 윤이를 마음껏 볼 수 없을 테니 지금 실컷 추억을 쌓고 싶었다.“그리고 일요일이면 의사 선생님이 정기검진 받으러 오라고 하신 날이잖아요. 두 분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시고 병원에 가세요. 윤이는 제가 잘 돌볼게요.”“그럼... 부탁할게요.”탁유미가 조금 미안한 얼굴을 했다.“우리 엄청 재밌게 놀 거지, 그치? 윤이야.”임유진은 고개를 숙여 품속에 있는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그러자 윤이가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탁유미는 오랜만에 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이 평화를 꼭 지켜야 한다. 특히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윤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경빈 씨, 경빈 씨?”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이경빈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잡념에서 빠져나와 공수진을 보며 물었다.“응, 왜?”“이 드레스 어떠냐고요.”공수진은 순백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경빈의 시선이 자기 쪽에 머무르지 않자 일부러 턴까지 돌며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이경빈은 예쁘게 흔들리는 드레스와 공수진의 모습을 보며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또 한 명의 여자가 지금처럼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눈앞에서 예쁘게 웃었다.그때 그 여자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말했었다.“나 탁유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이경빈뿐이야! 경빈아,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너는 어떤 이름을 지어줄 거야? 경빈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서 나는 너무 행복해...”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파노라마
물론 이경빈이 자신에게 이것저것 잘해주려 한다는 건 느껴지지만 가장 중요한 뭔가가 빠진 듯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탁유미가 감옥에 들어가기만 하면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려나 했지만, 그는 항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혼식 얘기를 언급하는 것조차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니 공수진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경빈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이것도... 해줄 거예요?”공수진은 입술을 깨문 채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봤다.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이경빈이 S 시에서 탁유미를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공수진은 매일매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S 시에서 조금 더 머물겠다고 한 것도 아마 탁유미 때문일 테지...다만 그가 왜 예정일보다 일찍 돌아왔는지는 몰랐다. 전에는 말끝마다 탁유미에게 복수하려 찾는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그녀를 찾은 지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돌아온 이경빈을 보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 같았다.그리고 탁유미에 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공수진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 그의 행적을 조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들켜버리기라도 하면 오히려 그의 반감만 살 것 같아 이렇게 옆에서 기분을 살필 수밖에 없다.이경빈은 공수진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공수진은 그의 눈빛이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해줄게.”기나긴 침묵이 끝이 나고 이경빈의 입에서 짤막한 세글자가 흘러나왔다.“정말... 나와 결혼할 거예요?”“2주 뒤 파티에서 결혼 날짜를 아예 공표하는 건 어때? 내가 좋은 날 받아 올 테니까 최종 날짜는 네가 선택해.”이경빈은 이 말을 꺼냈을 때 탁유미가 유리 조각으로 제 배를 찌른 장면이 떠올랐다.그 장면은 마치 악몽처럼 며칠 동안이나 그의 꿈속에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더 이상 그 여자 생각은 하지 마!이경빈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듯 외치고는 눈앞의 공수진을 보며 이 여자야말로 내가 평생 지켜주고 아껴줘야 할
요 며칠 곽동현이 보이지 않아 드디어 생각 정리를 마친 줄 알았는데... 지금 그의 눈빛을 보니 아직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았다...“어쩌죠? 오늘은 내가 친한 언니네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가기로 해서요. 지금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동현 씨가 말하려는 단서는...”임유진은 조금 곤란해졌다.지금 약속을 취소하면 윤이가 실망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르는 그를 이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단서가 많아지면 이재하 사건을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끌어갈 수 있을 테니까.그리고 무엇보다 임유진은 진심으로 이재하를 도와주고 싶었다.“그럼 아이 데리러 가는 길에서만이라도 내 얘기 들어줄래요?”곽동현의 제안에 임유진은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 그의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곽동현은 차를 몰면서 임유진에게 사고 당시의 디테일한 부분을 전했다.그때 이재하의 차와 충돌한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모두 같은 쪽에서 내렸다.그 말에 임유진이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그녀가 봤던 경찰 조서에 의하면 한 사람은 운전석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있었다고 적혀있었다. 만약 곽동현의 말대로 두 사람이 같은 쪽에서 내렸다면 한 사람은 운전석 다른 한 사람은 바로 그 뒷좌석에 앉아있었던 게 된다.가해자가 굳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은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애초부터 가해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던가...“틀림없어요?”임유진이 물었다.“네, 틀림없어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을 때 경찰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 이제까지 까먹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제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당시 상황이 떠올랐어요. 디테일한 부분이긴 하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유진 씨를 찾아온 거고요.”임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사건 기록을 되짚어 보면 교통사고가 났던 곳에 CCTV가 없는 바람에 해당 사건은 모두 당시 현장 상황과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결론이 났다고
마치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것 같은 곽동현과 눈을 반짝이는 윤이를 보며 임유진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고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세 사람은 놀이공원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곽동현은 적극적으로 아이와 소통했다.가장 의외였던 것은 역시 윤이였다. 아이는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고 곽동현이 추억의 장난감에 대한 주제를 꺼냈을 때는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들었다.놀이공원에 도착한 후 세 사람은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다.윤이는 신기한 듯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옆에 줄에 있던 한 또래의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활짝 웃는 것을 발견했다.임유진은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는 윤이를 발견하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봤다.윤이는 어릴 때부터 탁유미와 외할머니 손에 컸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한번 만나긴 했지만 그게 아버지인 것도 모를 테니 아마 아이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꽤 낯설고 그리운 존재일 것이다.그러니 지금처럼 아버지가 아이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행동도 무척이나 부러울 테고...임유진은 그의 시선을 돌리려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곽동현이 다가와 윤이와 눈을 맞추더니 자상한 얼굴로 말했다.“아저씨가 윤이 목마 태워줘도 될까?”그러고는 아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윤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앉혔다.곽동현 이 남자는 생각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었다. 윤이가 맞은 편에 있는 여자아이를 부러워한다는 걸 빠르게 알아채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 분명했으니까.“이모, 나 이제 이모보다 더 커요!”윤이의 신난 목소리에 임유진의 시선이 다시 아이에게로 향했다. 윤이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오늘 곽동현과 함께 놀이공원을 온 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해가 질 때쯤에야 다시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는 길, 윤이는 임유진의 품속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오늘 고마워요.”임유진이 고마움을 전했다.곽동현은 오늘 잠시였지만 윤이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었다.
“동현 씨라면 충분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나한테...”임유진은 이미 상처가 너덜너덜해져서 그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없었다.곽동현은 윤이 식당 앞에 차를 세워두고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누군가가 이미 마음속에 들어왔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앞으로 유진 씨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요.”임유진은 그에게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라... 강지혁과 사귀게 되었을 때 그녀라고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정신없이 몰아치는 강지혁의 애정 세례에 임유진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의 곁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고 그녀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윤이를 데려다준 후 곽동현은 임유진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유진 씨, 괜한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나도 사람이라 유진 씨가 몇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는 나도 포기할게요.”곽동현의 말에는 임유진을 향한 배려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자신의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가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임유진은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로 침대에 뛰어들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하지만 곧바로 방 소파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때문에 몸이 굳어버렸다.강지혁!강지혁이 그녀의 월세방에 나타난 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다. 그는 마치 이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당당했다.“왔어?”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그 예쁜 눈동자에 그녀를 담았다.그의 매혹적인 눈동자는 단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임유진은 제자리에 선 채 고고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검은색 정장이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모델 같은 그의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게다가 잘생긴 얼굴은 오늘따라 더 빛이 났고 오뚝한 콧날과 탐스러운 입술은 여전히 섹시하고 매력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