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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갰다...

“음...”

임유진은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입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피해지지 않았다. 서서히 꿈에서 깨고 의식이 돌아올 때쯤 누군가가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한 임유진이 눈을 번쩍 떠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시야가 새까맸다.

아니, 이건 누군가의 큰손이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벼웠던 입맞춤은 어느새 키스로 변했고 점점 더 짙어져 갔다.

‘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그 순간 임유진을 덮친 생각은 두려움이었다.

있는 힘껏 발버둥 쳐도 매번 절대적인 힘으로 제압당해 뿌리치지도 못하고 피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때 익숙한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졌고 이에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

이건... 강지혁?!

불과 얼마 전까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이라 그녀는 그의 숨결을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익숙한 느낌은 강지혁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대체 왜 강지혁은 이 시간에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키스를 퍼붓는 거지?

‘싫어. 이런 건 싫어!’

임유진이 그의 혀를 힘껏 깨물자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돌았고 그의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더 거센 키스가 몰아쳤고 임유진은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놔... 이거... 놔...”

다시 한번 발버둥 치며 눈을 가리고 있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렇게 간신히 방안의 불빛이 비춰들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 강지혁은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내리쳤고 임유진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강지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 쓰러진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 하마터면 이성이 끊어질 뻔했다.

은은한 불빛 아래 그의 입꼬리 쪽에서 아까 임유진이 힘껏 깨문 피의 흔적이 새어 나왔다.

강지혁은 손가락으로 피를 가볍게 닦아냈다. 그러고는 마치 그녀가 준 이 고통마저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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