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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백연신은 한지영의 손을 감싸더니 동요 따위는 없는 얼굴로 얘기했다.

“응, 그 상대가 강지혁이라 할지라도 나는 네가 원하면 할 거야.”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백연신은 그 누구와도 적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

한지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건 사랑이 틀림없다. 한지영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그 어느 감정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와 떨어져 있던 3년간, 처음에는 그 감정이 분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미 그는 그때부터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고 3년이라는 그리움이 더해져 그 사랑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지영아, 네가 원하는 거면 난 뭐든 해.”

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의 눈빛, 그의 목소리가 마치 해일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

다음날, 임유진은 휴대폰 알람 덕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보니 아직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이 숙취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머리맡에는 어젯밤 한지영이 남긴 메모가 있었고 이것으로 임유진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한지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또한, 메모 옆에는 새 옷과 새 신발이 놓여있었는데 이건 한지영이 그녀의 취직 기념으로 선물해 준 것이었다. 선물을 보자 임유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왔다.

과음한 탓인지 두통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서둘러 씻은 후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나니 어젯밤 일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릴앤바를 나선 후 얼핏 강지혁을 만나 이런저런 말을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에게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임유진은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어젯밤 그녀가 뭐라고 했든 간에 이미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었고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되짚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어제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을 테고 앞으로 그런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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