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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나 학창 시절 때 누가 반에서 돈을 훔쳤던 일이 있었어요. 당신 그 범인으로 내가 지목됐죠. 선생님은 앞장서서 내가 범인이라고 단정을 지어버렸고 부모님마저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저 딸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에 급급했죠.”

그 상황이 떠올랐는지 한지영의 코가 시큰해졌다.

“그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이 가요? 내가 믿어왔던 세상에 배신당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내가 아니라고 계속 얘기를 했는데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날 믿어준 게 유진이었어요. 나를 도와 돈을 훔쳐 간 애를 잡아주기도 했죠.”

한지영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걸렸다.

“그때 알았어요. 내 평생 친구는 유진이뿐이라고요!”

백연신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조금 다른 감정이 들었다.

고작... 어릴 때 있었던 그 작은 일 때문에 임유진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물론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사생아인 탓에 서로 모함하고 음해가 판을 치는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런 성장 과정에서 백연신이 깨달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억울한 상황에서는 열심히 결백을 얻을 게 아니라 조용히 힘을 길러서 그대로 갚아 주는 것이다.

마치 지금 적기에 백씨 가문 실세가 되어 그를 음해했던 여자와 그 두 아들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유진 씨가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준 거야?”

백연신이 물었다.

“네, 내가 아는 유진이는 절대 남을 해칠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유진이가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닌 거예요. 그리고 친구니까 이 정도의 믿음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

한지영의 말에 백연신은 그만 말 문이 막혔다.

세상에는 모르는 사람보다 바로 그 친구라는 관계에서 배신당해 서로 죽네 사네하는 일이 많았다. 하여 단지 임유진이 어릴 적 그녀를 도와줬다는 이유 하나로 무모한 짓까지 자처하는 모습은 백연신의 눈에는 바보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바보’ 같은 모습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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