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신은 한지영의 손을 감싸더니 동요 따위는 없는 얼굴로 얘기했다.“응, 그 상대가 강지혁이라 할지라도 나는 네가 원하면 할 거야.”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백연신은 그 누구와도 적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한지영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이건 사랑이 틀림없다. 한지영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그 어느 감정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그녀와 떨어져 있던 3년간, 처음에는 그 감정이 분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미 그는 그때부터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고 3년이라는 그리움이 더해져 그 사랑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지영아, 네가 원하는 거면 난 뭐든 해.”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의 눈빛, 그의 목소리가 마치 해일처럼 그녀를 덮쳐왔다....다음날, 임유진은 휴대폰 알람 덕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보니 아직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이 숙취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머리맡에는 어젯밤 한지영이 남긴 메모가 있었고 이것으로 임유진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한지영이라는 걸 알게 됐다.또한, 메모 옆에는 새 옷과 새 신발이 놓여있었는데 이건 한지영이 그녀의 취직 기념으로 선물해 준 것이었다. 선물을 보자 임유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왔다.과음한 탓인지 두통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서둘러 씻은 후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버스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나니 어젯밤 일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릴앤바를 나선 후 얼핏 강지혁을 만나 이런저런 말을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에게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임유진은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어젯밤 그녀가 뭐라고 했든 간에 이미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었고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되짚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어제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을 테고 앞으로 그런 우연
지금 시대에 신데렐라처럼 능력 있고 돈 많은 남자친구를 만난 여자들이 남자친구의 돈을 쓰는 것을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고달픈 생활을 계속해나가는 예도 많지 않은가?이 여자 동료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방금 동료들 몇이 모여서도 어제 누가 계산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아니에요.”임유진이 부정했다. 과거에는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네? 아니에요?”그 여자 동료는 임유진이 그렇게 단호하게 부정하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나 씨가 말했었는데...”“한나 씨가 내 남자친구가 누구라고 말하면 내 남자친구가 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임유진이 반문했다. 상대방은 그 말에 당황하여 말문이 막혔다. 임유진은 물을 가득 채운 컵을 들고 탕비실에서 나온 뒤, 자리로 돌아가 그녀에게 맡겨진 일을 시작했다. 그녀에게 사사로운 감정은 이미 과거일 뿐이고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일하면서 이 도시에서... 다시 한번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었다!한지영은 오전 내내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백연신의 얼굴과 그가 한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녀의 수중에 있는 칼이 될 수 있다고, 심지어 그녀가 대적하고 싶은 상대가 강지혁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고. 남자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부류의 말들은 그저 달콤한 속삭임이 아닐까! 정말로 강지혁과 대적하려면 아마도 백선 그룹 전체를 다 걸어야 할 텐데,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손해 보는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연신이 이런 말을 할 때... 그녀는 이 말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백연신이 그녀를 위해 그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어렵게 얻은 백선 그룹을 기꺼이 걸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용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남자가 한
기껏해야 몇 개 주거지용 토지의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택가의 집들이나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지영 씨, 저기 안에 들어가서는 정신을 딴 데 팔면 안 돼. 오늘 만날 분들은 다 부동산 회사의 고위 인사들이야.”소장은 한지영에게 당부했다.“알겠어요.” 한지영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일행이 로비로 들어섰을 때, 한지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로비 안에 있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바로 진세령이었다! 유진을 감옥에서 고생하게 만든 바로 그 여자, 진 씨 가문의 둘째 딸인 진세령을 한지영은 몹시 증오하고 있었다.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더라도 가문 덕분에 진세령은 여전히 진화 그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부잣집 딸로 돌아갈 수 있었다.지금 진세령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고급스러운 옷들을 입고 있었고 어깨 위로 떨어지는 긴 웨이브 머리와 섬세한 메이크업이 한껏 눈부셔 보였다. 그녀 주변에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한지영 곁에 서 있던 소장도 웃음을 띠며 진세령에게 다가가 열정적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제야 한지영은 진세령이 오늘 진 씨 가문 산하의 부동산 회사를 대표하여 경매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세령과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은 많은 이들이 아부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만약 진 씨 가문이 경매에서 성공한 다음 그 프로젝트를 따낼 수만 있다면 그 디자인 스튜디오의 입장에서는 올 한해가 걱정 없을 큰 일거리가 될 것이다!한지영은 평소 사무실에서 엄격한 모습의 소장이 연신 웃으며 진세령에게 아부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그녀는 진 씨 가문이 이번 경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지를 반드시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소장님 스튜디오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협력할 기회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진세령의 말투가 바뀌면서 시선이 한지영에게로 향했다.“소장님 스튜디오에서 저와 거래를 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제 취향은
“어떻게 뻔뻔하게 이런 말을 하지? 나가라고 하면 또 어쩔 건데?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진세령 쪽에서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녀를 위해 나섰다.“나가라고? 어느 법에서 내가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나더러 나가라고?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당신의 행동에 대해 고소할 수 있어!”한지영은 완강하게 말했다“고소한다고? 좋아, 네가 나를 어떻게 고소할지 한번 보자고!”말하며 상대방은 자신의 곁에 있는 두 명의 건장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사람을 당장 쫓아내 버려, 괜히 세령 씨를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두 명의 건장한 부하가 다가와서 각각 한지영의 두 팔을 잡고 한지영의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동 소장과 다른 동료들은 아무도 감히 한지영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진세령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띠었고 시선은 조롱하듯 한지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결국 나가줘야겠네. 임유진은 보호자가 있지만, 그게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나는 당신을 내쫓을 거야.”한지영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하지만 이런 장소에서 그녀는 진세령에게 맞서 싸울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자신을 더욱 굴욕적이고 창피하게 만들 뿐이다.왜... 진세령과 같은 사람들은 좋은 가정 배경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대로 굴욕을 주고 괴롭혀도 되는 것일까?마치 옛날에 그녀가 임유진의 손톱을 하나하나 뽑아냈던 것처럼.그녀도 진세령에게 이렇게 굴욕을 당하고 그저 참아야만 하는 걸까? 단지 상대가 거대한 진 씨 가문의 딸이기 때문에?한지영이 저항하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제 여자친구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 마음대로 드나들어야 하는지 몰랐네요.”한지영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 목소리는...이윽고 긴 실루엣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백연신이다!한지영은 눈앞에 나타난 이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백연신이 일부러 여유롭게 손을 털면서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은 사과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요. 여자친구가 이런 모욕을 당했는데 남자친구로서 당연히 기분을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보고 웃지 않겠어요?”남자는 지금 맞아서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는데 방금 주먹에 맞은 부위가 너무 아파서 말을 할 겨를이 없었다.백연신은 다시 진세령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요? 진 씨 가문의 둘째 따님, 당신은 사과할 생각이 있어요?”겉보기에는 예의 바르게 물어보는 것 같지만 그 말투는 위험성이 다분했다. 심지어 진세령은 만약 자신이 거절한다면 아마 이미 맞아서 바닥에 쓰러진 그 남자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느꼈다.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절대 여자라고 봐주지 않을 것이다. 진세령은 이미 눈앞의 이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백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로서 자리에 오른 지 이제 반년이 넘은 백연신이였다. 사생아의 신분으로 백씨 가문을 손에 넣은 사람이니 그 수단과 계략은 더 말할 것 없이 독한 사람일 것이다.백씨 가문은 현재 기세가 등등하여 적극적으로 S시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진 씨 가문은 최근 몇 년간 발전이 그리 좋지 못했고 손에 있는 몇 개 큰 프로젝트에서도 손실을 보았다. 얼마 전 아버지도 몇 개 프로젝트를 백씨 가문과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씀했었다. 하지만 백연신의 여자친구가... 바로 임유진의 그 친구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진세령은 낯빛이 어두워지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이 세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작다고 느꼈다. “사과 안 하려는 겁니까?”백연신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진세령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아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분께...” “한지영, 제 여자친구의 이름은 한지영입니다.”백연신이 말했다.“한지영 씨, 실례가 많았습니다.”말을 마치고 진세령은 하이힐을 밟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한지영은 아직도 정신이 채 돌아오지 않았다. 백연신이 나타
“그냥 한번 생각해본 거예요.”한지영은 어깨를 으쓱했다.“건축 설계사로서 꿈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백연신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리고 경매가 시작될 때, 백연신은 한지영이 언급한 그 인기 있는 토지 경매에 바로 참여했다. “백 대표님.”곁에 있던 현장 매니저가 놀랐다. 사실 그들의 경매 목표에는 그 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 땅은 인기가 많으므로 경매가 매우 치열할 것이고 최종 경매 가격도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지막에 그 땅을 성공적으로 획득하더라도 그저 명성을 얻는 것이지, 많은 이익은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백연신은 이렇게 말했다. “낙찰받죠. 이 땅으로 백 씨 가문에게 명성을 얻어주는 것으로 합시다.”현장 매니저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시선은 저도 모르게 과일주스를 마시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 여자 쪽으로 향했다. 백 대표님이 이 여자의 말 한마디 때문에 그 땅의 경매에 참여하기로 한 건가?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수천억의 자금이 고작 한마디 말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된다.룸 안에 앉아 있는 진세령은 스크린에서 쉼 없이 날뛰는 숫자를 보고 있었다. 백씨 가문도... 그녀와 함께 그 인기 많은 토지의 경매에 참여했다.그녀가 알고 있던 정보에 따르면 백선 그룹은 그 땅에 관심이 없었고 경매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 역시 그 땅을 차지할 실력이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만만했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백선 그룹이 끼어들었다! 진세령은 이를 세게 악물었다.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이 현재는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한지영이라는 여자 때문인 걸까? 백연신이 그 여자의 복수를 하기 위해 진 씨 가문과 그 땅을 두고 경쟁하기로 한 것일까?! 보아하니 지금은 임유진뿐만 아니라 그녀가 아무 존재감이 없게 여겼던 임유진의 친구까지도 그녀의 방해물이 되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나 진세령은 그들이 함부로 대해도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
“괜찮아요. 당분간은 바꿀 생각 없어요. 나중에 좀 더 실질적인 성과가 생기고 이력서가 더 완벽해지면 그때 이직하죠.”그녀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너에게 그렇게 대한 건 개의치 않는 거야?”“개의치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지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것도 어른들의 무력함이라고 해두죠. 나라도 그 사람들과 지내는 게 그다지 즐겁지는 않지만,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들은... 음, 그때 나를 괴롭힌 건 진 씨 가문의 둘째 딸 진세령이었어요. 만약 그들이 나를 도왔다면 그건 곧 진세령과 적대한다는 의미였어요. 그들과 나 사이에 무슨 깊은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나를 위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죠. 안 그래요?”백연신은 조금 놀랐다. 이 점에 대해 그녀가 이렇게 너그럽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말을 하고서 그녀는 온몸이 굳어지는 듯하며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야?”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고파요. 뭐 좀 먹고 싶어요.”“그래.”백연신이 웃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백연신은 한지영을 최근에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로 데려갔다. 관심 있는 디저트를 주문했지만, 한지영은 마음이 여기에 없는 듯하며 눈길은 자꾸 백연신을 향했다. 그녀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을 그는 당연히 느꼈지만... 그렇게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늘 왜 그래, 나를 보는 게 그렇게 좋아?”백연신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물었다. 한지영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누구든 이익을 추구하고 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료들과 소장은 진세령과 적대하고 싶지 않아서 그녀와 진세령 사이의 일에 개입하지 않았던 것을 그녀는 이해한다.하지만 그녀와 강지혁이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백연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지영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감정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확실하게 백연신한테 설레고 있다면 그녀는 이렇게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3년 전에 이미 한번 놓쳤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 지금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미세한 모습까지도 눈에 담으려는 듯했다.“정말로 나랑 진지하게 사귀고 싶어?” 그의 목소리가 약간 잠긴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이번에 진짜로 사귀게 된다면 앞으로는 함부로 나를 떠날 수 없을 거야. 지난번에는 네가 갑자기 사라져도 너를 탓하지 않았었지만, 만약 앞으로 다시 그런 일을 한다면 네가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어.” 백연신이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게 최후의 경고를 날리는 것 같았다. 한지영은 몸이 떨렸고 그녀의 치아가 빨간 입술에 이빨 자국을 남겼다.“아니, 말없이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너에게는 헤어질 권리가 없을 거야.”백연신이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그녀의 마음을 얻은 이후에 다시 그녀를 놓아줄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떠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미래에 그녀가 그를 더는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그를 싫어하게 된다 해도 그는 결코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한지영은 놀란 표정으로 백연신을 바라보았고 입술에 남긴 이빨 자국이 더욱 깊어졌다. “만약 미래에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된다고 할 때, 네가 울고 소리치고 무릎 꿇고 애원하더라도 나는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나랑 사귀겠어?”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물었다. 청아한 그의 목소리는 첼로의 낮은 음표처럼 아름답게 들렸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내용은 무척 무거웠다. 한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힌 것을 느꼈다.아마도 그녀는 백연신에게 고백을 하면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