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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하지만 강지혁의 앞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고이준에 의해 앞길이 막혀버렸다.

“비켜!”

한지영이 고이준을 피해 옆으로 가려고 하자 고이준은 또다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한참을 씩씩거려도 강지혁과 임유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지 못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금 막 차에서 내린 백연신을 향해 외쳤다.

“빨리 이 사람 좀 어떻게 해 봐요!”

그에 백연신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고이준이 아닌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

“강지혁 씨, 내 여자친구가 임유진 씨를 데려가야 해서요. 비서 좀 물려주시죠.”

하지만 강지혁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대꾸도 없이 여전히 품 안에 있는 여인만 바라보았다.

“당신이 뭔데 유진이를 안아? 헤어지자며, 유진이한테 헤어지자며!”

한지영은 예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태도로 강지혁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임유진이 버스 정류장에 혼자 처량하게 앉아 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돈이 많으면 사귀는 것도 마음대로고 헤어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야? 돈 없는 사람은 그걸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해? 강지혁 당신은 이 관계를 게임으로 여겼는지 몰라도 유진이는 아니었어. 당신이 한 번이라도 유진이 생각을 했다면 이래서는 안 됐다고! 소민준 그 자식 때문에 상처받고 억울하게 옥살이한 걸 겨우 이겨낸 애한테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지혁 당신이 칼을 꽂아?!”

한지영은 지난번 강씨 저택에 찾아가 그를 만나지 못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뱉어냈다.

강지혁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져 가자 고이준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근 몇 년을 돌아봐도 강지혁의 바로 앞에 대고 이렇게 할 말을 다 한 여자는 아마 한지영이 처음일 것이다.

고이준은 초조한 마음이 드는 한편 친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한지영이 조금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고 비서, 비켜 서.”

한참이 지나서야 강지혁의 입이 열렸다.

고이준이 물러서자 한지영은 재빠르게 달려가 술에 잔뜩 취해 강지혁의 품에 쓰러진 친구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으으...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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