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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누가 누굴 도와요?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요? 역겨워서 정말!”

임유진이 말했다.

한편 주변 사람들도 전부 변호사 전공이지 바보가 아닌지라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금방 알아챘다. 저마다 의아한 눈길로 정한나를 쳐다봤는데 이것 하나만은 명확히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정한나가 전에 쌓아온 이미지가 지금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원래 오늘 임유진에게 꼽줄 생각이었다. 지난번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때 임유진 앞에서 망신 당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 오늘 제대로 분풀이할 참이었는데 결국 또다시 본인만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

정한나는 방금 마신 차 한 잔 들고 오더니 서슴없이 임유진에게 뿌렸다.

임유진도 미리 경계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얼굴 대신 상의에 정곡으로 맞았다.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다 보니 그녀는 위에 흰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왔는데 찻물이 튀어 셔츠가 흠뻑 젖었다.

주변 동료들도 정한나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고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다.

임유진이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리려고 할 때 얇은 정장 외투가 그녀 몸을 뒤덮었다.

“입어요!”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임유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목소리는... 고개 돌려 보니 잘생긴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지은 강현수가 뒤에 서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분노가 어린 그의 두 눈을 본 순간 임유진은 살짝 의외였다. 그는 원래 주위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무관심한 태도인데 지금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주며 초라한 모습을 커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강현수 옆에는 로펌 대표님과 두 변호사까지 서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이전에 임유진이 로펌에 있을 때 그녀를 책임지고 가르쳤던 변호사였다.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상대의 눈빛에 복잡한 기운이 스쳤다.

“어떻게 된 일이죠?”

로펌 대표가 싸늘하게 물었다. 로펌을 찾아온 중요한 바이어 앞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다니, 참으로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정한나는 좀 전까지 씩씩거리더니 금세 겁에 질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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