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7화

임유라는 정말 억울한 사람처럼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그의 눈과 마주칠 때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내 여자친구지."

강현수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임유라 쪽으로 다가갔다.

그에 임유라는 또다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믿어주는 건가? 역시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었어!

강현수는 손을 들어 천천히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임유라는 그의 손짓에 순종하는 모습을 하며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삼류 여배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기력이 완전히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억울한 척 가녀린 척하는 건 그녀가 제일 잘하는 연기였다.

"만약 현수 씨도 정말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나 당장 언니한테 사과할게요. 인터넷에서 이보다 더한 비난을 받아도 상관없어요."

임유라는 한 떨기 가녀린 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강현수는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가 왜 당신을 내 여자친구로 허락했는지 알아요?"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유라는 흠칫 놀랐다. 이 질문은 그녀 역시 궁금했었으니까. 연예계에는 임유라보다 예쁜 사람이 널리고 널렸는데 왜 하필 임유라였던 거지?

"이유가 뭐가 됐든 난 현수 씨 여자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임유라는 완벽한 대답이었다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그러자 강현수가 코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것저것 서포트 해주니까?"

"아, 아니에요!"

임유라가 다급하게 부인했다.

"현수 씨가 밀어주지 않아도 나는 상관없어요. 난 현수 씨를 사랑해요."

"난 아니에요."

강현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매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임유라의 얼굴에 슬픔이 돌았다. 물론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직접 그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꿈꿔왔던 아름다운 미래가 한순간에 확 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입술, ‘그 사람’ 입술과 닮았어요. 그래서 여자친구 자리를 준거고. 하지만 이제는 필요 없어졌네? 입술이 닮은 것 빼고는 비슷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