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진은 옅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이경빈 씨 약혼녀 공수진이라고 합니다.""그럼 강지혁 씨, 저희는 이만 일이 있어서 가야 할 것 같네요. 다음에 다시 봅시다."이경빈이 말했다."그러죠."강지혁은 그를 향해 대답했다.이경빈과 공수진이 떠난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윤이도 찾았는데 왜 아직도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어?""아까 그 사람 이경빈이잖아."임유진이 말했다."그렇지. 근데 그게 왜?"강지혁이 덤덤하게 물었다."윤이를 앞에 두고 이경빈 씨는 자기 자식인 것도 몰랐어."임유진의 말투에는 씁쓸함이 묻어있었다.사실 아까 임유진은 윤이와 이경빈의 얼굴을 몰래 번갈아 쳐다봤었는데 두 사람은 닮은 부분이 꽤 많았다."됐어. 어차피 다른 사람 일이야. 누나가 신경 쓸 필요 없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윤이를 쳐다봤다. 다행히 아까 인공와우가 떨어진 탓에 윤이는 지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세 사람은 룸으로 돌아와 고주원과 인사를 한 후 옆문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인공와우를 꽂는 방법을 몰랐기에 임유진은 일단 떨어진 인공와우를 윤이 대신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뭐 먹고 싶은 거 있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그제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윤이는 더 배고팠을 테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그들 옆에서 걷고 있었다."미안해, 윤이 배고프지? 이모랑 저녁 먹으러 가자."임유진은 수어로 윤이에게 말을 전했고 아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 근처에 유명한 키즈 레스토랑이 있는 걸 떠올리고는 강지혁에게 말했다."여기 근처에 있는 키즈 레스토랑으로 가는 게 어때?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더라고.""그래."강지혁이 흔쾌히 동의하자 임유진은 맵을 켜고 키즈 레스토랑 주소를 찍었다. 거리도 마침 300m 정도밖에 안 됐기에 세 사람은 도보를 택했다.레스토랑에 도착하자 키즈라는 단어가 붙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공간이 펼쳐졌다. 마치 미니
임유진은 블로그에서 추천한 대로 세트 메뉴를 시켰다.음식이 올라오자 아이들 세트에만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세트도 귀엽게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다만...임유진은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올 슈트 차림에 머리까지 올린 강지혁은 금방이라도 파티나 중요한 콘퍼런스에 참석해야 할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임유진은 그런 그의 앞에 귀여운 메뉴가 놓여 있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풉’ 하고 소리 내 웃었다."뭐가 그렇게 재밌어?"강지혁이 물었다."아니, 그냥... 음, 네가 이런 귀여운 세트 메뉴를 먹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참 네 음식 위에 그려져 있는 그 캐릭터 짱구야."임유진은 설명까지 해줬다.그에 강지혁도 이런 식사는 처음인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어릴 적 부모님과 같이 레스토랑에 갔을 때 이런 어린이 세트 메뉴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꽤 가격이 비쌌기에 선뜻 주문할 수 없었다.그러다 이런 메뉴도 마음껏 주문할 수 있을 때는 이미 커버려서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늘도 만약 임유진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임유진은 윤이에게 턱받이를 해주었다. 평소 윤이는 스스로 밥을 먹을 줄 알았기에 그녀도 굳이 떠먹여 주지 않고 윤이가 혼자 먹을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윤이는 조그마한 포크로 채소와 고기들을 짚어 오물오물하며 먹었다.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다고는 하나 아직 어렸기에 깨끗하게 먹지는 못했다. 얼마 후 윤이의 턱받이와 책상 위에는 음식물 잔해들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임유진은 윤이의 옷에 음식물이 묻지 않게 밥 먹는 틈틈이 아이의 옷을 정리해 주고는 입가에 묻은 것들도 정리해 주었다.어느 정도 배가 불러온 윤이는 예쁜 눈을 반짝이며 놀이 구역을 바라보았다.임유진은 피식 웃더니 아이의 목에 있는 턱받이를 풀어준 후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나 윤이 데리고 놀다 올게.""그래."강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윤이를 데리고 미끄럼틀부터 탔다. 아이는 신이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반 시간 정도 흘렀을까, 임유진은 시계를 보더니 이제 슬슬 윤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의 손을 잡고 강지혁 앞으로 다가갔다."잘 놀았어?"강지혁이 물었다."응, 이제 슬슬 윤이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언니가 걱정할 거야."임유진은 신이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윤이를 보며 수어로 물었다."윤이 여기 좋아?"그러자 아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모가 다음에 또 데리고 와줄게."임유진의 말에 아이는 기쁜 듯 활짝 웃더니 손을 들어 임유진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는 그녀의 배에 얼굴을 비비적댔다.그 모습에 강지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아이를 그녀에게서 떨어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얘기했다."그럼 가자."역시 임유진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임유진은 아이 같은 강지혁의 모습에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차에 올라탄 후 윤이는 많이 피곤했는지 하품을 몇 번 하더니 금세 임유진의 팔에 기대 잠이 들었다. 그녀는 아기천사 같은 윤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윤이는 너무 귀여운 것 같아. 청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귀엽나?강지혁은 잠든 탁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의 눈에는 어린아이가 다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윤이 이렇게 자면 많이 불편할 거야. 혁아 나 좀 도와줄래?"임유진은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내가 상체를 잡을 테니까 네가 하체를 잡아줘."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잠시 그녀를 보더니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그녀의 지휘를 따랐다.이 세상에서 강지혁을 이렇게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임유진뿐일 것이다."아, 좀 살살 해. 윤이 깨겠다."임유진의 말에 운전기사는 하마터면 운전대를 잡은 손이 미끄러질 뻔했다.천하의 강지혁을 이렇게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
그러다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강지혁에게서 아들을 받아들었다."고마워요. 유진 씨, 나 일단 윤이 눕히고 올게요."탁유미는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을 본 임유진은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나 잠시 언니랑 얘기 좀 하다 올게. 여기서 기다려."그러고는 바로 탁유미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들어갔을 때 탁유미는 마침 윤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유진 씨, 오늘 우리 윤이 봐줘서 정말 고마워요."탁유미가 임유진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한편 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뜸을 들이더니 곧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언니, 나 오늘 이경빈 씨 만났어요."이경빈이라는 세 글자에 탁유미의 몸은 눈에 띄게 굳었고 얼굴은 단번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사람..."그러고는 그 사람이라는 세 글자를 내뱉은 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탁유미의 눈동자에 두려움과 초조함이 잔뜩 서려 있는 모습을 본 임유진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냥 우연히 만난 것뿐이에요. 윤이 인공와우가 떨어졌었는데 혼자 열심히 찾다가 이경빈 씨를 만났나 봐요."그녀는 아까 챙겨두었던 윤이의 인공와우를 탁유미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경빈 씨는... 윤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어요."탁유미는 그 말에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더니 놀란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윤이가 누구 아들인지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어떻게 알았어요?"탁유미가 물었다."사실은 얼마 전 혁이한테서 이경빈 씨 이름을 들었어요. 그러다 변호사로 있었을 때 언니 사건 파일을 본 기억이 있어서 대충 추측한 거예요. 윤이... 이경빈 씨하고 꽤 닮았더라고요."임유진은 말을 하다가 이내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사과했다."미안해요..."이건 탁유미 사생활이라 임유진이 이렇게 마음대로 얘기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그러자 탁유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뭐가 미안해요. 그러고 보니 유진 씨 전에 변호사였댔죠? 아까 사건 파일도 본 적이
임유진이 떠난 후 탁유미는 깊이 잠든 자기 아들을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말랑한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그러다 문득 전에 아이가 수어로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었던 게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정말 최악의 거짓말을 했었다. 하늘에 있다고 말이다.언제까지 이 거짓말로 아이를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어디 있는지 도저히 윤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어떻게 말해야 할까? 처음부터 너희 아버지는 나쁜 마음을 먹고 나한테 접근한 거라고 그렇게 말해야 할까?생각해보면 탁유미는 이경빈에게 이런 말도 했었다."내가 만약 네 아이를 뱄다고 하면?"그러자 이경빈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너는 내 아이를 밸 자격이 없어."윤이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윤이라는 생명을 바란 적이 없었다.이경빈은 그녀를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었다. 3년 전 탁유미는 어리석고 또 멍청했다. 그녀는 이경빈이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감동을 주려고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감옥에서 윤이마저 없었으면 탁유미는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윤이는 오늘 자신의 생부를 만났다. 탁유미는 그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이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 도시로 이사 온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다행인 건 이경빈이 윤이를 못 알아봤다는 것이다.그때 윤이가 몸을 뒤척이더니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예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탁유미는 아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그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이경빈 세글자를 검색했다. 그러자 그의 최근 소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이경빈이 이번 투자 때문에 S 시에 장기간 머무를 수도 있다는 소식을 봐버렸기 때문이다.기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짧게는 아마 1, 2주일 것이고 길면 아마 몇 개월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같은 도시에 있으면 아무래도 만날 확률이 커진다.그녀는 이제부터 최대한 이
마치 사진 속 두 사람이 뭘 어떻게 사랑하든 그녀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말이다.이제는 그녀도 이경빈을 향한 마음을 확실하게 접은 것 같다.탁유미는 지금은 그저 자기 아들을 지키고 이 가족을 지킬 생각뿐이다....임유진은 윤이 식당을 떠난 후 여전히 잔뜩 가라앉은 표정을 지우지 않았고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강지혁은 강씨 저택으로 돌아온 후 그녀에게 물었다."아직도 그 꼬맹이 생각해?"그러자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유미 언니는 이경빈 씨가 자기를 찾아내는 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이제까지 윤이에게 아빠가 하늘에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던 거고. 그리고... 나도 이경빈씨가 유미 언니를 찾아내고 윤이와 만나는 게 좋다고는 생각 안 해. 이경빈 씨 옆에는 현재 다른 여성이 있기도 하고... 만약 나라면 언니보다 더 멀리 도망가서 영원히 마주칠 일 없게 할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마 그녀는 별다른 의도 없이 내뱉은 말이겠지만 듣는 강지혁은 달랐다."이경빈 씨가 탁유미 씨를 감옥에 보내버려서...?"강지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을 했지만,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응."임유진의 간단하기 그지없는 대답에 강지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만약 그게 나라면... 누나는 그래도 멀리 도망쳐서 영원히 나와 마주치지 않을 거야?""너?"임유진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해오는 강지혁을 의문스럽게 쳐다봤다."너는 이경빈 씨가 아닌데 나더러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야.""그래서 만약에라는 거야. 누나 전에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용서해준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만약.. 내가 이경빈과 똑같은 짓을 했다고 하면 누나는 날 용서해 줄 거야?"임유진은 진지하게 물어보는 강지혁에 똑같이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아마 용서 못할 거야. 세상에는 쉽게 용서가 되는 일이 있고 그럴 수 없는 일이 있어."그래서 ‘무슨 짓을 하든’이라는 데에도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강지혁은 그녀의 대답에 마치 심장에 구멍이 뚫린
"약속할게. 너한테서 멀리 도망가지 않을게."다정한 그녀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퍼지더니 불안해하는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인 후 그녀를 똑바로 마주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이지?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그럼 정말이지."임유진은 이토록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뿜어내는 강지혁이 자신을 상처 주는 일을 할 리가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이경빈이 아니니까, 임유진은 그들 사이가 절대 이경빈과 탁유미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그럼 날 사랑한다고 말해. 날 하루라도 안 보면 미칠 것 같다고 말해."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임유진을 향한 갈망이 잔뜩 어려 있었다.가끔 그의 눈빛은 임유진을 압도했고 그녀를 놀라게 했다. 지금처럼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볼 때면 임유진은 마치 강지혁의 세상에 자신밖에 없다고 착각하게 될 것 같았다.그는 대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 거지?임유진은 두 사람이 막 연인이 됐을 때 그의 사랑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확신할 수 있다."사랑해."임유진은 손으로 그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강지혁이 대체 왜 이토록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혹시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이러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그녀는 그의 두려움을 없애 주고 싶었다."널 하루라도 안 보면 미칠 것 같아."그녀의 말이 끝나자 강지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따뜻한 그녀의 입술에 반해 그의 입술은 차가웠다.차가울수록 따뜻함을 더욱더 갈망하게 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강지혁은 자신의 숨결과 체온 그리고 그의 모든 걸 지금 그녀에게 각인시키려고 하고 있다.임유진은 그의 키스에 정신을 못차렸다. 그때 강지혁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침대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두 손으로 그녀를 가두더니 욕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다 그녀의 손을 들더니 자신의 볼로
"나한테는 소중한 일자리야. 내가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씩 하고 웃었다."데려다줄게."그러고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한 다음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아!"임유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스킨십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직도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지혁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왜, 싫어?"그는 걸어가다 말고 다시 몸을 돌리고는 자신의 두 팔로 그녀를 가두어 버렸다.옴짝달싹할 수도 없이 그에게 갇혀버리고 만 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 바로 앞에 강지혁이 있었기에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도 몰랐다."좀... 민망해.""뭐가 민망해."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만지게 했다."여기, 어제 누나가 다 보고 만진 곳이잖아. 누나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누나를 사랑해. 그러니까 누나가 나를 바라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야. 아니면 내가 누나한테 썩 매력적이지 않다거나.""그렇지 않아!"임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러고는 또다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물론 그녀가 한 말은 모두 진심이지만 여전히 너무 쑥스러웠다.그녀의 손끝에서 그의 체온이 느껴진다."다행이네. 그럼 나 좀 더 봐봐. 난 누나가 날 봐주는 게 좋아."그는 이제 애교까지 부렸다. 그리고 그녀는 강지혁의 목소리에 마치 홀린 듯 시선을 그에게서 뗄 수 없었다.그는 정말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다.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강지혁은 씩 웃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또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하고 있었다.임유진은 계속 눈을 맞춰오는 그의 시선에 차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없었다.그렇게 강지혁이 옷을 전부 갈아입었을 때 임유진의 얼굴을 빨갛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옷장으로 가서 그녀의 옷을 가져오더니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혀 주기 시작했다."내, 내가 할게."임유진이 당황한 듯 말했다."내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