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 유진아. 내 이름 불러줘...”강지혁이 살짝 잠긴 목소리로 애교 부리듯 달콤하게 속삭였다.“혁아...”그녀가 이름을 부르기 바쁘게 강지혁이 곧바로 그녀의 입술을 탐했고 정열적인 키스를 나눴다.혁이라는 두 글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두 글자이고 강지혁이 평생 간직할 목소리였다....최근 며칠 동안 황씨 일가의 탈세 사건이 언론 매체에 의해 하나하나 까발려졌다. 전에는 뭐라도 가릴 뉘앙스였다면 지금은 가렸던 모든 걸 발가벗긴 느낌이다.동시에 국세청에서도 황씨 일가의 탈세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여 소송 준비에 한창이다.그밖에 황씨 일가는 세금 추징과 과징금 납부로 유동 자금이 빠듯해졌고 그들에게 대출을 해주려는 은행도 거의 없었다.한때 거대한 편의점 체인점을 거느렸던 황씨 일가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언제든지 자산 재편성으로 인수 합병될 위기에 처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황씨 일가가 어떻게 이토록 빨리 무너진 건지 회의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한편 이 바닥 사람들, 특히 그날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이 모든 것이 그날 황인아가 강지혁을 건드린 대가라는 것을. 그녀의 행동으로 황씨 일가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그날 황인아와 함께했던 육지혜와 조유나도 가족들에게 한바탕 훈계를 들었다. 다행히 그녀들 가문의 기업은 살짝 타격만 입었을 뿐 황씨 일가처럼 처참한 지경에 이르진 않았다.육지혜와 조유나도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그날 황인아가 주로 나서서 임유진을 겨냥했고 그녀들은 옆에서 불을 지피긴 했으나 정면으로 임유진을 맞서진 못했다.황씨 일가는 처참한 광경을 이루었다. 황인아의 오빠는 그녀에게 삿대질하며 제 앞으로 차려질 재산이 그녀 때문에 수포가 되었다고 원망했다.황주엽 부부는 이 바닥 친구들을 전부 찾아 헤맸지만 도와주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황인아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임유진을 몇 마디 조롱했다고 집안 전체가 망할 줄은 진짜 예상치 못한
황인아는 천둥이라도 맞은 것만 같았다. 그날 밤 그녀의 행동은 광대나 다름없었다. 임유진을 실컷 꼽준다고만 여겼는데 정작 망신당한 건 그녀 본인이었다. 그날 밤 연회에서 황인아는 모두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임유라는 강현수의 개인 별장 밖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사용인이 그녀에게 말했다.“임유라 씨, 돌아가세요. 도련님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하십니다.”“나라고 얘기 안 했죠?”임유라가 초조하게 물었다. 그날 연회 이후로 그녀는 줄곧 강현수를 만나지 못했다. 매번 찾아올 때마다 그에게 거절당했으니까.어느덧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또다시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도련님께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하시니 임유라 씨도 그 속에 포함됐을 겁니다. 정 그러면 도련님께 전화해보세요. 도련님만 허락하시면 바로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사용인이 공손하게 말했지만 눈가에는 하찮은 기색이 스쳤다.그는 임유라 같은 여자를 수없이 봐왔다. 전에 도련님과 만났던 여자친구들은 어느 하나 도련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결국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지금 앞에 있는 임유라 씨도 야심만 있을 뿐 도련님의 전 여친들과 다를 게 없다. 도련님의 진심을 얻지 못했고 곧 있으면 X로 전락할 것이다.임유라는 이를 악물고 사용인만 빤히 쳐다봤다. 만약 전화로 허락받을 일이었다면 굳이 대문 앞에서 사용인에게 사정할 필요가 있을까?별장 안.강현수는 한창 화실에서 펜을 들고 초상화를 그렸다. 그는 기억 속에 남은 그 소녀의 모습으로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애써 상상해 보았다.그림을 다 그리고 쭉 훑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임유진의 모습이었다.강현수는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다가 수중의 펜을 내려놓았다.‘내가 미쳤지! 어떻게 임유진 씨를 그려? 머릿속엔 오직 어릴 때 그 소녀의 모습이잖아!’임유진은 그해 그 소녀와 닮은 점이 너무 많아서 강현수도 자꾸만 이런 착각이 든다.그리고 이런 착각 때문에 임유진이 더 신경 쓰인다.며칠 동안 그는 눈만 감으면 머릿속에
...임유진은 황씨 일가의 일을 뉴스로 알게 되었다. 비록 황씨 일가의 탈세 사건이 전에도 은밀하게 보도된 적이 있지만 그 집안 실력으로 이 사건 때문에 기업 전체가 무너질 지경은 아니었다.강지혁이 손을 쓰면 모를까, 황씨 일가의 인맥으로 무조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대로 몰락해버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다만 그녀가 이런 식으로 강지혁에게 물었을 때 그는 아주 직설적으로 대답했다.“황인아가 널 그렇게 대했으니 이건 그 집안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이야.”“하지만 그건 황인아의 문제이지 가족들은 무관하잖아...”“그 집안 기업은 원래 문제가 많았어. 단지 내가 미리 문제점들을 폭로했을 뿐이야. 게다가 비즈니스 업계에 있다 보면 다들 하나같이 영악해서 황씨 일가가 무너지기만을 바라고 있어. 그렇게 되면 황씨 일가가 편의점 체인점으로 차지한 시장 보유액을 뒤덮을 수 있거든.”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조금 알아들을 것 같았다.물론 그녀도 강지혁이 왜 황씨 일가에 손을 댔는지 조금은 이해됐다. 그는 그날 황인아가 연회에서 임유진을 겨냥했던 것뿐만 아니라 S 시 상업계에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앞으론 아마 그 누구도 황인아처럼 임유진을 겨냥하고 조롱할 수 없을 테니까. 또 한 번 그런 실수를 범한다면 황씨 일가와 똑같은 처지로 몰락해버릴 것이다.“내가 항상 네 발목을 잡는 것 같아. 네가 날 지켜준 게 벌써 몇 번째야.”임유진이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지난번 진씨 일가의 사건도 그렇고 이번 황인아 사건도 마찬가지였다.“누나 아니면 내가 또 누굴 지켜주겠어? 그리고 난 단 한 번도 누나가 발목 잡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강지혁은 말하면서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졌다.“자꾸 입술 깨물지 마. 누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내게 무한한 영광이야.”그녀가 달갑게 그의 보호를 받는다면 강지혁은 날아갈 듯이 기쁠 텐데. 제발 그 언젠가 강지혁의 보호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나 지금처럼
“아니, 그건 너무 오버야.”일개 배달원이 휴가 한 번 낸다고 S 시 강지혁 도련님을 시켜 대타를 찾게 하다니, 소문이라도 새어나가면 모두가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강지혁은 대체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홀리는 거냐고!임유진은 그에게 흠뻑 빠져버렸다.잘생긴 외모도 한몫한다는 걸 그녀는 비로소 체감하는 바였다.“유진 씨? 유진 씨?!”탁유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임유진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네, 언니, 왜요?”“나야말로 묻고 싶네요. 오늘 대체 왜 이렇게 넋이 나가 있는 거예요? 무슨 일 있어요?”탁유미가 되물었다.“아, 아니요.”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 참, 아주머니 다리는 좀 나으셨어요?”임유진이 물었다.어제 탁유미 엄마가 발을 삐끗하여 넘어지는 바람에 탁유미도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엄마를 병원으로 모셔갔다.“너무 심각한 건 아니고 의사가 내일 작은 수술을 해야 한대요.”탁유미가 대답했다.“내일이요? 근데 내일은 윤이가 학원 가는 날이잖아요.”임유진이 되물었다. 내일 가는 곳은 인공와우를 착용한 아이들이 학교 가서 공부할 때 인공와우에 더 잘 적응하고 서로 다른 발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가르쳐주는 학원이다.즉 다시 말해 수업 시간에 윤이의 듣기와 말하기를 더 빨리 배우도록 적응시켜주는 학원이다.“내일은 아마도 윤이를 학원에 못 보낼 것 같아요. 엄마가 수술하려면 옆에 가족이 있어야 하거든요.”탁유미가 말했다.“그럼 윤이는 내가 학원까지 바래다줄게요.”임유진이 흔쾌히 말했다.“유진 씨가요?”탁유미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네. 어차피 내일 오후에 마침 휴식하니까 내가 윤이 데리고 학원 갈게요. 윤이가 지금 많이 나아졌고 게다가 매일 수업하는 걸 엄청 기대하고 있던데요.”매번 수업 보고 다음 날이 되면 아이는 그녀 앞에서 잔뜩 흥분한 채로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쉬운 단어들을 말하곤 한다.지금 듣기와 말하기가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만 같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맞아. 영화 시사회 보는 거 안 좋아해?”강지혁이 되물었다.“아니, 그게 아니라.”그녀는 힘껏 고개를 내저었다.‘시사회를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현장에 가면 수많은 연예인들을 구경할 수 있을 텐데. 이건 정말...’하지만 임유진은 결국 사욕을 참고 윤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기로 했다.“나 윤이 학원 보내야 해서 시사회는 못 갈 것 같아.”그녀가 말했다.강지혁은 또다시 그녀 옆의 꼬맹이에게 시선을 옮겼다.“왜 누나가 얘 학원 보내줘?”그의 말투 속에 질투가 살짝 섞여 있었다.“유미 언니 어머님이 다리를 상해서 오늘 오후에 수술하신대. 언니는 어머님 간호하러 병원에 갔고 내가 선뜻 윤이 학원 바래다주겠다고 했거든.”“...”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한편 임유진의 옆에 있던 녀석은 그의 눈빛이 조금 불편했는지 임유진에게 몸을 기대며 작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임유진은 아이의 정서 변화를 바로 느끼고 쪼그리고 앉아서 달래주기 시작했다.“윤이야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이 아저씨는 이모 친구야. 이모처럼 윤이를 좋아하게 될 거야.”임유진은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 천천히 말하며 수어도 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강지혁에게 일침했다.“윤이한테 부드럽게 대하고 자주 웃어. 안 그러면 아이가 무서워한단 말이야.”강지혁은 눈썹을 들썩거렸다. 그녀는 이미 아이 대신 강지혁에게 불만을 표했다.하지만 방금 그녀의 말투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말투란 걸 임유진은 모를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지혁은 불쾌했을지 몰라도 그녀이기에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심지어... 이렇게 막 다루는 그녀의 태도가 더 좋았다. 예전에는 조심스러운 말투였을 뿐인데 지금은 마치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누나 요구라면 바로 들어주지.”강지혁이 말하면서 온화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살벌한 압박감을 최대한 자제했다.탁윤은 두 눈을 깜빡이면서 살짝 의아한 눈길
“그럼 충분해. 시사회가 오후 다섯 시에 열리거든. 윤이 학원 끝나고 시사회 보러 가면 돼.”“정말? 그래도 돼?”임유진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사회를 볼 기회가 생기다니, 그녀는 너무 기뻤다.“당연하지.”강지혁이 실소를 터트렸다.“진짜 시간이 없어도 누나만 원하면 내가 시사회 한 번 더 만들어줄 수 있어.”임유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만을 위해 시사회를 열어준단 말인가? 이건...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닐까? 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강지혁이라면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닌 듯싶었다.임유진은 그가 진짜 번거롭게 시사회를 다시 열어주길 바라지 않았지만 말만 들어도 마음이 훈훈해졌다.강지혁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임유진이 아이의 손을 꼭 잡고서 차에서 내렸다. 강지혁도 두 사람과 함께 학원 교실까지 가주었다.이곳에는 인공와우를 착용한 아이들이 꽤 많았는데 다들 학부모와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강지혁은 아이를 교실까지 바래다주고 선생님께 맡기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임유진이 떡하니 윤이의 곁에 앉았다.“여기 수업은 학부모가 함께 도와줘야 해. 너 지루하면 밖에 나가 돌아다닐래? 수업 끝나고 전화할게.”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입술을 앙다물고 의자를 끌어와 아이의 옆에 앉았다.“그럼 나도 함께 남아있어야지.”임유진이 활짝 웃었다.그녀와 강지혁은 처음 이곳에 왔지만 여기 있는 다른 학부모들은 윤이를 일찌감치 알고 있어 하나같이 이상한 눈길로 두 어른을 쳐다봤다. 전에 윤이랑 같이 온 학부모는 두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그중에서도 강지혁이 내뿜는 카리스마와 출중한 외모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윤이의 앞에 앉은 아이의 학부모는 고개 돌려 임유진에게 물었다.“윤이 엄마는 오늘 왜 안 오시고...”“저는 윤이의 이모예요.”임유진이 자기소개했다. 어차피 윤이가 그녀를 이모라고 부르니까 문제 될 건 없다.“그럼 이분은...”학부모의 시선이 또다시 강지혁에게 쏠렸다.유난
그 학부모는 부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렇군요. 남자친구분이 참 좋으시네요. 함께 윤이를 데리고 학원까지 오고 말이에요. 앞으로 두 분 결혼해서 아이 생기면 분명 좋은 아빠가 되실 거예요. 요즘 남자들은 이렇게 인내심 있기가 참 드물어요. 우릴 좀 보세요. 대부분 엄마들만 함께 왔잖아요.”아이가 생긴다고... 임유진의 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 학부모와 얘기를 나눈 후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이고 평평한 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요즘 그녀는 줄곧 약 먹으며 몸조리를 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희망은 생겼다. 적어도 지금 그녀는 ‘아이’문제가 언급돼도 예전처럼 절망적이진 않으니까.문득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중에 우리한테 아이가 생기면 난 꼭 좋은 아빠가 될 거야.”임유진은 흠칫 놀라서 고개를 돌렸는데 강지혁이 어느새 그녀 옆에 바짝 다가와 얼굴을 거의 맞대고 있었다. 결국 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았고 임유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너랑 아이 꼭 잘 지켜줄 거야. 맹세해.”강지혁은 아이에게 어떠한 그늘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부성애를 남김없이 쏟을 테고 그녀 또한 모성애를 아낌없이 줄 것이다.임유진은 그의 엄마처럼 아이를 빌미로 삼다가 목적에 도달할 수 없게 되면 모질게 버리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아직... 아이도 없는데 웬 유난이야.”임유진은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쐐기를 박았다.“누나만 원하면 우린 바로 아이 가질 수 있어!”임유진은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단호한 그의 말투는 마치 그녀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도 전부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둘만의 아이라... 그게 가능하다면 그녀도 너무 갖고 싶었다!“이모...”윤이의 목소리에 임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이는 고개 들어 의아한 눈길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임유진은 얼른 마음을 다잡고 아이에게 괜찮다며 수어로 알려주었
“당연히 되지.”강지혁이 대답했다. 아이 한 명 늘어난다고 그에게 딱히 문제 될 건 없다.“근데 윤이가 정말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임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비록 그 영화가 전체연령 관람가이긴 하지만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대부분의 소리와 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그래도 영화를 보는 건 나름대로 새로운 체험이니 그때 가서 수어로 설명해주거나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면 될 듯싶었다.임유진은 빨리 함께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윤이와 함께 영화 보는 장면이 너무 기대됐다.그녀는 수어로 아이에게 영화 보기 좋아하는지 물었고 아이는 머리를 내저으며 본 적이 없다고 했다.“그럼 이따가 이모랑 함께 영화 보러 갈래?”그녀는 물으면서 아이가 못 알아들을까 봐 수어까지 결부했다.아이는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신나는 표정을 지었다.윤이는 영화라는 단어만 이해하고 있지만 내심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그런 아이의 모습에 임유진은 살짝 유감스러웠다. 오늘 만약 윤이와 함께 만화영화를 봤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하지만... 만약 아이가 영화 보는 걸 좋아하면 다음에 또 함께 만화영화 보러 가면 된다.차는 극장으로 향했지만 정문에 세우지는 않았다. 정문 쪽에는 언론 매체들이 너무 많았고 그녀가 기자들의 주목을 받는 걸 아주 꺼린다는 것을 강지혁은 잘 아니까.게다가 강지혁 본인도 기자들이 매우 싫었다.옆문엔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강지혁의 차를 확인하자마자 공손하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강지혁과 임유진, 탁윤까지 나란히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내부에는 기자들이 딱히 없고 상영관에 축하 화환들과 시사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임유진은 그 사람들을 쭉 둘러봤는데 전부 눈에 익었고 스크린에서 자주 봐왔던 유명한 배우들이었다. 게다가 국내외 유명 감독들도 있었고 평상시 정재계 뉴스로만 봐왔던 유명인사들도 있었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주원이 현재 인지도가 높긴 하나 이 정도까진 아닌데... 또한, 이번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