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강지혁 옆에 있는 여자는 또 어떻게 된 거지?!이런 장소는 스캔들이 나기 가장 쉬운 장소였다. 임유진은 자신과 윤이를 향한 이상야릇한 눈빛을 쳐다보며 문득 사람들의 속내를 알 것 같았다.“저기... 이 사람들 뭔가 오해한 것 같아.”그녀가 나지막이 복화술로 강지혁에게 말했다.강지혁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오해? 무슨 오해?”그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강지혁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걸까?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강지혁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도화살 가득한 영롱한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고 맑아 보였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윤이가 우리 아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단 말이야!”“그럼 오해하라고 하지 뭐.”강지혁은 되레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해하게 놔두라니? 이게 말이 돼?“하지만...”“괜찮아. 문제 될 거 없어.”강지혁이 말을 이었다.“어차피 우리도 조만간 아이가 생길 거 아니야. 저 사람들 몇 년 일찍 오해하라고 하지 뭐. 아무 일 아니야.”“...”그의 대답을 들은 임유진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가자, 이만.”그는 탁윤의 다른 한 손을 잡고 안으로 걸어갔다.이 모습에 추측이 난무하던 사람들은 셋의 관계를 더 확신하는 것만 같았다. 두 남녀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니 한 가족 말고 또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그렇지만 강지혁은 외부에 결혼 사실을 알린 적이 없는데 3, 4살 돼 보이는 아이까지 있다니?!설마 비밀결혼? 그것도 아니면 단지 애인일 뿐이라고? 이 아이는 그럼 사생아란 말인가? 문득 많은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길로 임유진을 쳐다봤다.그렇지만 부러움에 휩싸인 눈빛이 절대다수였다. 아들까지 낳아줬는데 안방마님으로 등극할 수 없을까? 설사 강씨 일가에 발을 들이진 못한다 해도 평생 넉넉하게 살 순 있잖아!이 영화감독은 강지혁과 친분이 있다. 전에 시사회 초대장을 나눠줄 때 강지혁이 비서를 시
다만 소찬호 감독은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고주원 씨도 이런 팬분이 있다는 걸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둘은 또 몇 마디 담소를 나누다가 소찬호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임유진도 의외이긴 마찬가지였다. 강지혁이 그녀를 위해 고주원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다니, 덕질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왜 그래?”그는 멍하니 넋 놓은 임유진에게 물었다.“고주원 씨랑 사진 찍고 사인받을 생각에 넋이 나갔어?”“기쁘긴 한데 그런 기쁜 마음이 아니라...”임유진은 말을 더듬거렸다. 기쁘긴 한데 고주원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고 사인받을 기회가 생겨서 기쁜 것보다 강지혁이 무심코 그녈 위해 신경 써준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그녀는 더이상 쓸모없는 년이 아니고, 귀찮게 한 명 더 늘어난 계집애가 아니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찮은 인간이 아닌, 심지어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재수 없는 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소중히 다루어지는 귀한 존재인 것만 같았다.“됐어, 어떤 기쁨이든 다 좋아. 누나 소원이라면 뭐든 다 이뤄줄게.”강지혁이 나지막이 말하며 몸을 기울이더니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조건은 단 하나, 누나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여야 해, 알겠지? 이건 영원히 변할 수 없어.”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 마음을 홀릴 듯한 말들을 내뱉으며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데 이건 단지 그의 다짐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맹세도 원하고 있었다.임유진은 저도 몰래 머리를 끄덕였다.“알겠어.”그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강지혁이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소중히 다뤄진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까.이 세상에 그녀를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존재했다니, 이토록 깊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니, 이 모든 걸 강지혁이 그녀에게 절실히 알려주고 있었다!강지혁은 흡족한 미소를 날렸고 둘 사이에 끼운 탁윤은 턱을 치키고 예쁜 눈동자로 둘을 쳐다봤다.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의아한 눈길로 쳐
이 광경을 본 임유진도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아이가 너무 어려 이런 영화를 지루해할 줄 알았고,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영관을 나가겠다고 떼쓰면 안고 나갈 생각까지 다 했는데 뜻밖의 경사였다!그녀도 드디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이 영화는 캐릭터와 캐스팅 설정이 조화를 이루었고 CG 효과도 예뻤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단조로운 느낌은 안 들었다.고주원도 기존 이미지를 깨고 새로 이미지 변신한 셈인데 이건 또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다.임유진은 고주원의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영화 속 캐릭터를 아주 완벽하게 소화했다.심지어 하이라이트로 접어들 땐 그녀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눈물이 흘러내린 순간 임유진은 제 모습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잘 우는 편이 아니다. 전에 영화 볼 때 옆에서 아무리 대성통곡을 해도 그녀는 딱히 울지 않는다.영화 내용이 아무리 감동적이어도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그랬던 그녀가 이 영화의 감정선에 흠뻑 도취해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영화 속 캐릭터가 그녀와 너무 닮아서 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흐느낀 듯싶다.평범하던 데로부터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갔지만 상상했던 진정한 완벽함을 이루지 못한 채 가장 어두운 곳으로 떨어졌다. 그 뒤로 또다시 본인 노력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 밝은 미래를 맞이했다.영화에서 익살스럽게 이 과정을 연출했지만 그 속에 담긴 아픔은 임유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그 고통을...그녀가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으려 할 때 강지혁이 선뜻 손 내밀어 그녀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울어?”“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라.”임유진이 코를 훌쩍거리며 대답했다.“이렇게 우는 거 보니까 괜히 데려왔나 싶어.”강지혁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울면 강지혁도 속상하니까.영화가 감동돼서 그렇다 해도 그는 여전히 임유진을 울게 하고 싶지 않았다.“영화가 재미있으니까 우는 거지. 웃기
될 수 있다면 그녀가 평생 슬퍼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강지혁은 그녀 얼굴에 묻은 눈물에 조금씩 입 맞췄고 임유진은 온몸이 굳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강지혁이 입 맞췄던 곳은 뜨겁게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영화가 다 끝난 후 임유진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영화의 80퍼센트는 재미있게 잘 봤는데 뒷부분 20퍼센트는 강지혁의 키스 때문에 도저히 집중해서 볼 수가 없었다.그저 엔딩 장면만 머릿속에 남았지만 윤이는 달랐다. 영화가 다 끝난 후에도 아이는 흥이 채 가시지 않는지 계속 나쁜 놈을 때리고 싶어 했다.임유진은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데려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윤이 이따가 이모랑 함께 영화배우들 보러 갈래? 아까 나쁜 놈 때렸던 주인공 말이야.”임유진은 아이에게 물으며 수어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네.”윤이는 어쩌다가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임유진은 너무 기뻤다. 윤이은 앞으로 할 줄 아는 말이 점점 더 많아질 테고 머지않아 보통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겠지.그녀는 아이와 함께 강지혁 따라 스텝들의 안내를 받으며 배우 대기실로 향했다.대기실이라기보단 엄청 큰 룸에 가까웠고 고주원을 비롯한 몇몇 주연 배우들이 휴식하는 중이었다.감독이 미리 고주원에게 말했던 터라 그는 강지혁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사진 찍고 사인하는 걸 알고 있었다.애초에 고주원은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S 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지혁 대표님이 여자친구가 있다고? 게다가 여자친구분이 자기 팬이었다니?! 그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강지혁 같은 인물은 고주원이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유명인사인데 지금 팬 덕분에 가까이에서 보게 된 셈이다.“강지혁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고주원이에요.”고주원이 앞으로 걸어가며 활짝 웃더니 임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감독님께 전해 들었어요. 제 팬이시라고요?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가
연예계에 예쁜 사람은 널렸다.얼굴이 좀 예쁘다 하는 여자들은 심지어 포즈까지 취하며 강지혁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은 임유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한편 고주원은 윤이와도 몇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포토 타임이 끝나자 윤이가 임유진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쉬아... 쉬아..."임유진은 윤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말을 금세 알아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독 화장실이 없었을뿐더러 매 층 제일 끝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그녀가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하려 하자 강지혁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남자 화장실로 들어가야 해서 불편할 거야. 스태프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강지혁은 옆에 서 있는 스태프 한 명에게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갈 것을 요구했다.임유진은 윤이를 향해 말과 함께 수어도 같이 쓰며 스태프 아저씨를 따라가면 된다고 전했고 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수어로 얘기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윤이가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고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탁유미가 인공와우인 걸 티나지 않게 예쁘게 꾸몄던 터라 아마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아이들이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 같은 건 줄 알았을 것이다.한편, 두 사람의 모습에 아까 강지혁의 주의를 끌려고 했던 여배우들은 안타까운 눈길로 임유진을 바라봤다. 강지혁의 사생아를 낳아주면 뭐할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인 이상 강씨 일가의 재산을 물려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스태프는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 얼마 안 가 아까 그 스태프가 다급하게 혼자 달려왔다."윤이는요?"임유진이 물었다."죄... 죄송합니다. 그게 실은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까 아이를 화장실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걸려와서 잠깐 10초 정도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고 보니 아이가 사라졌어요..."스태프는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가 강지혁의 사생아라면 그는 엄청난 실수를
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유괴 아동 뉴스와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의 기사가 스쳐 지나갔다.만약 윤이가 정말 유괴라도 당한 거면 그녀는 아마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이미 제정신이 아닌 그녀는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한시라도 빨리 윤이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당기더니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급해 하지 마."임유진은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그제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어떡해, 윤이가 없어!"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목소리도 울먹거렸다."다 내 탓이야. 내가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야 했는데...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윤이 손을 놓지 않았을 텐데...""아니야. 내 탓이야."강지혁이 말했다."스태프에게 윤이를 보낸 건 나잖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내가 지금 당장 이 건물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풀어서 윤이를 찾아볼게.""하... 하지만 만약 유괴범이 데려간 거면 어떡해? 이미 윤이를 데리고 이 건물을 빠져나갔을지도 모르잖아."임유진은 지금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그럼 S 시 전체를 봉쇄할게."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10분 안에 S 시를 봉쇄할 거야. 아무리 대단한 유괴범이라도 10분 안에 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는 없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낼게."임유진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도시를 봉쇄하겠다니?! 아무리 강지혁이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하나 10분 안에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그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아무리 말이 안 돼 보여도 결국에는 가능한 일이 된다."나 믿어. 내가 S 시를 뒤집어 엎어서라도 찾아올게."강지혁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유는 임유진이 혹시나 죄책감을 가질까 봐서였다. 만약 윤이를 정말 찾지 못하게 되면 그녀는 분명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강지혁이 핸드폰을 꺼내 막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도시를 봉쇄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어딘가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임유진은 윤이가 침묵하자 한 번 더 차근차근 수어로 물었다. 그러자 윤이는 손바닥 위에 있는 인공와우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면 귀에 꽂는 부분을 말이다.윤이의 인공와우가 떨어졌었나?임유진은 수어로 윤이와 한차례 대화를 나눈 후 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아까 화장실에서 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길, 스태프가 통화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윤이는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인공와우를 찾고 있었다.그때 이경빈을 만나게 됐다. 상대는 수어를 할 줄 몰랐지만 똑똑한 윤이가 세면대에 있는 물을 손가락에 적셔 벽에 사람을 찾고 있다는 등 의사 표현을 열심히 한 덕에 이경빈은 그를 데리고 인공와우를 찾은 후 화장실에서 나왔고 그렇게 임유진을 만나게 된 것이다.임유진은 사건의 경과를 전해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착한 사람과 우연히 만나게 돼서 너무 다행이었다. 만약 나쁜 사람을 만났으면 정말 끔찍한 결말을 마주할 뻔했다.그녀는 생각을 마친 후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윤이 옆에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우리 아이 찾아줘서 너무 고맙습니..."임유진은 남자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뭔가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뚫어지게 그를 쳐다봤다."왜요? 혹시 저 알아요?"이경빈은 눈앞에 여자를 향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자신을 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은 그를 알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야 이 남자는 윤이의 아빠이니까! 부자가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임유진은 지금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알죠."그때 강지혁이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는 임유진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웃었다."이경빈 대표님이시죠. 여기서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강지혁입니다.""GH 그룹 강지혁 씨요?"이경빈이 물었다."네."강지혁이 답했다."이거 참 우연이네요
"이 아이는..."이경빈이 물었다."아, 제 친구의 아이입니다."임유진은 일부러 모호하게 답변했다."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이를 여기까지 데려와 주시고.""뭘요."이경빈은 짧게 대답한 후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다리 옆에 있는 자그마한 아이에게 주었다.아까 화장실에서 아이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얼굴에 가득 차 있는 긴장감과 초조함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그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평소에 이런 일에 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눈앞에 있는 아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그렇게 다가가서 물어보니 이 아이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였고 무언가 자신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듯한데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난감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일단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할 때 그는 아이의 다음 행동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글자를 쓸 줄 알았다. 그것도 간단한 글자뿐만이 아니라 조금 복잡한 듯 보이는 단어들까지도 말이다.그는 아이의 똑똑한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똑똑한 아이가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하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그는 아이를 도와 고개 숙여 인공와우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디어 세면대 아래에 놓인 인공와우를 찾고는 먼지를 털어낸 후 건네주자 아이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그는 흠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그러다 이내 피식 웃으며 아이의 얼굴에서 어떻게 그 여자를 떠올릴 수 있냐며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을 찾아 헤맸는데도 끝내 찾지 못했으니까.이경빈은 출소한 여자를 찾는 일이 매우 간단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고 있다...그는 지금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 중 한 명이 강지혁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 보였다. 그때 등 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경빈 씨,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이경빈은 몸을 돌려 여자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일이 조금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