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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14 18:00:00
게다가 강지혁 옆에 있는 여자는 또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장소는 스캔들이 나기 가장 쉬운 장소였다. 임유진은 자신과 윤이를 향한 이상야릇한 눈빛을 쳐다보며 문득 사람들의 속내를 알 것 같았다.

“저기... 이 사람들 뭔가 오해한 것 같아.”

그녀가 나지막이 복화술로 강지혁에게 말했다.

강지혁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해? 무슨 오해?”

그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강지혁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걸까?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강지혁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도화살 가득한 영롱한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고 맑아 보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윤이가 우리 아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럼 오해하라고 하지 뭐.”

강지혁은 되레 담담하게 말했다.

뭐라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해하게 놔두라니? 이게 말이 돼?

“하지만...”

“괜찮아. 문제 될 거 없어.”

강지혁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도 조만간 아이가 생길 거 아니야. 저 사람들 몇 년 일찍 오해하라고 하지 뭐. 아무 일 아니야.”

“...”

그의 대답을 들은 임유진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자, 이만.”

그는 탁윤의 다른 한 손을 잡고 안으로 걸어갔다.

이 모습에 추측이 난무하던 사람들은 셋의 관계를 더 확신하는 것만 같았다. 두 남녀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니 한 가족 말고 또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강지혁은 외부에 결혼 사실을 알린 적이 없는데 3, 4살 돼 보이는 아이까지 있다니?!

설마 비밀결혼? 그것도 아니면 단지 애인일 뿐이라고? 이 아이는 그럼 사생아란 말인가? 문득 많은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길로 임유진을 쳐다봤다.

그렇지만 부러움에 휩싸인 눈빛이 절대다수였다. 아들까지 낳아줬는데 안방마님으로 등극할 수 없을까? 설사 강씨 일가에 발을 들이진 못한다 해도 평생 넉넉하게 살 순 있잖아!

이 영화감독은 강지혁과 친분이 있다. 전에 시사회 초대장을 나눠줄 때 강지혁이 비서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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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소찬호 감독은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고주원 씨도 이런 팬분이 있다는 걸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둘은 또 몇 마디 담소를 나누다가 소찬호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임유진도 의외이긴 마찬가지였다. 강지혁이 그녀를 위해 고주원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다니, 덕질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왜 그래?”그는 멍하니 넋 놓은 임유진에게 물었다.“고주원 씨랑 사진 찍고 사인받을 생각에 넋이 나갔어?”“기쁘긴 한데 그런 기쁜 마음이 아니라...”임유진은 말을 더듬거렸다. 기쁘긴 한데 고주원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고 사인받을 기회가 생겨서 기쁜 것보다 강지혁이 무심코 그녈 위해 신경 써준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그녀는 더이상 쓸모없는 년이 아니고, 귀찮게 한 명 더 늘어난 계집애가 아니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찮은 인간이 아닌, 심지어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재수 없는 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소중히 다루어지는 귀한 존재인 것만 같았다.“됐어, 어떤 기쁨이든 다 좋아. 누나 소원이라면 뭐든 다 이뤄줄게.”강지혁이 나지막이 말하며 몸을 기울이더니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조건은 단 하나, 누나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여야 해, 알겠지? 이건 영원히 변할 수 없어.”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 마음을 홀릴 듯한 말들을 내뱉으며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데 이건 단지 그의 다짐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맹세도 원하고 있었다.임유진은 저도 몰래 머리를 끄덕였다.“알겠어.”그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강지혁이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소중히 다뤄진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까.이 세상에 그녀를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존재했다니, 이토록 깊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니, 이 모든 걸 강지혁이 그녀에게 절실히 알려주고 있었다!강지혁은 흡족한 미소를 날렸고 둘 사이에 끼운 탁윤은 턱을 치키고 예쁜 눈동자로 둘을 쳐다봤다.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의아한 눈길로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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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수 있다면 그녀가 평생 슬퍼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강지혁은 그녀 얼굴에 묻은 눈물에 조금씩 입 맞췄고 임유진은 온몸이 굳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강지혁이 입 맞췄던 곳은 뜨겁게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영화가 다 끝난 후 임유진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영화의 80퍼센트는 재미있게 잘 봤는데 뒷부분 20퍼센트는 강지혁의 키스 때문에 도저히 집중해서 볼 수가 없었다.그저 엔딩 장면만 머릿속에 남았지만 윤이는 달랐다. 영화가 다 끝난 후에도 아이는 흥이 채 가시지 않는지 계속 나쁜 놈을 때리고 싶어 했다.임유진은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데려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윤이 이따가 이모랑 함께 영화배우들 보러 갈래? 아까 나쁜 놈 때렸던 주인공 말이야.”임유진은 아이에게 물으며 수어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네.”윤이는 어쩌다가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임유진은 너무 기뻤다. 윤이은 앞으로 할 줄 아는 말이 점점 더 많아질 테고 머지않아 보통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겠지.그녀는 아이와 함께 강지혁 따라 스텝들의 안내를 받으며 배우 대기실로 향했다.대기실이라기보단 엄청 큰 룸에 가까웠고 고주원을 비롯한 몇몇 주연 배우들이 휴식하는 중이었다.감독이 미리 고주원에게 말했던 터라 그는 강지혁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사진 찍고 사인하는 걸 알고 있었다.애초에 고주원은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S 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지혁 대표님이 여자친구가 있다고? 게다가 여자친구분이 자기 팬이었다니?! 그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강지혁 같은 인물은 고주원이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유명인사인데 지금 팬 덕분에 가까이에서 보게 된 셈이다.“강지혁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고주원이에요.”고주원이 앞으로 걸어가며 활짝 웃더니 임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감독님께 전해 들었어요. 제 팬이시라고요?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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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계에 예쁜 사람은 널렸다.얼굴이 좀 예쁘다 하는 여자들은 심지어 포즈까지 취하며 강지혁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은 임유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한편 고주원은 윤이와도 몇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포토 타임이 끝나자 윤이가 임유진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쉬아... 쉬아..."임유진은 윤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말을 금세 알아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독 화장실이 없었을뿐더러 매 층 제일 끝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그녀가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하려 하자 강지혁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남자 화장실로 들어가야 해서 불편할 거야. 스태프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강지혁은 옆에 서 있는 스태프 한 명에게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갈 것을 요구했다.임유진은 윤이를 향해 말과 함께 수어도 같이 쓰며 스태프 아저씨를 따라가면 된다고 전했고 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수어로 얘기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윤이가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고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탁유미가 인공와우인 걸 티나지 않게 예쁘게 꾸몄던 터라 아마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아이들이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 같은 건 줄 알았을 것이다.한편, 두 사람의 모습에 아까 강지혁의 주의를 끌려고 했던 여배우들은 안타까운 눈길로 임유진을 바라봤다. 강지혁의 사생아를 낳아주면 뭐할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인 이상 강씨 일가의 재산을 물려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스태프는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 얼마 안 가 아까 그 스태프가 다급하게 혼자 달려왔다."윤이는요?"임유진이 물었다."죄... 죄송합니다. 그게 실은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까 아이를 화장실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걸려와서 잠깐 10초 정도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고 보니 아이가 사라졌어요..."스태프는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가 강지혁의 사생아라면 그는 엄청난 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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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유괴 아동 뉴스와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의 기사가 스쳐 지나갔다.만약 윤이가 정말 유괴라도 당한 거면 그녀는 아마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이미 제정신이 아닌 그녀는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한시라도 빨리 윤이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당기더니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급해 하지 마."임유진은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그제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어떡해, 윤이가 없어!"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목소리도 울먹거렸다."다 내 탓이야. 내가 윤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야 했는데...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윤이 손을 놓지 않았을 텐데...""아니야. 내 탓이야."강지혁이 말했다."스태프에게 윤이를 보낸 건 나잖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내가 지금 당장 이 건물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풀어서 윤이를 찾아볼게.""하... 하지만 만약 유괴범이 데려간 거면 어떡해? 이미 윤이를 데리고 이 건물을 빠져나갔을지도 모르잖아."임유진은 지금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그럼 S 시 전체를 봉쇄할게."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10분 안에 S 시를 봉쇄할 거야. 아무리 대단한 유괴범이라도 10분 안에 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는 없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찾아낼게."임유진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도시를 봉쇄하겠다니?! 아무리 강지혁이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하나 10분 안에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그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아무리 말이 안 돼 보여도 결국에는 가능한 일이 된다."나 믿어. 내가 S 시를 뒤집어 엎어서라도 찾아올게."강지혁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유는 임유진이 혹시나 죄책감을 가질까 봐서였다. 만약 윤이를 정말 찾지 못하게 되면 그녀는 분명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강지혁이 핸드폰을 꺼내 막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도시를 봉쇄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어딘가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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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윤이가 침묵하자 한 번 더 차근차근 수어로 물었다. 그러자 윤이는 손바닥 위에 있는 인공와우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정확히 말하면 귀에 꽂는 부분을 말이다.윤이의 인공와우가 떨어졌었나?임유진은 수어로 윤이와 한차례 대화를 나눈 후 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아까 화장실에서 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길, 스태프가 통화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윤이는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인공와우를 찾고 있었다.그때 이경빈을 만나게 됐다. 상대는 수어를 할 줄 몰랐지만 똑똑한 윤이가 세면대에 있는 물을 손가락에 적셔 벽에 사람을 찾고 있다는 등 의사 표현을 열심히 한 덕에 이경빈은 그를 데리고 인공와우를 찾은 후 화장실에서 나왔고 그렇게 임유진을 만나게 된 것이다.임유진은 사건의 경과를 전해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착한 사람과 우연히 만나게 돼서 너무 다행이었다. 만약 나쁜 사람을 만났으면 정말 끔찍한 결말을 마주할 뻔했다.그녀는 생각을 마친 후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윤이 옆에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우리 아이 찾아줘서 너무 고맙습니..."임유진은 남자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뭔가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뚫어지게 그를 쳐다봤다."왜요? 혹시 저 알아요?"이경빈은 눈앞에 여자를 향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자신을 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은 그를 알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야 이 남자는 윤이의 아빠이니까! 부자가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임유진은 지금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알죠."그때 강지혁이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는 임유진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웃었다."이경빈 대표님이시죠. 여기서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강지혁입니다.""GH 그룹 강지혁 씨요?"이경빈이 물었다."네."강지혁이 답했다."이거 참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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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강지혁은 그녀가 억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진씨 가문과 얽혀있는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그녀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임유진은 온몸에 한기가 돌고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1층까지는 고작 5초도 안 돼 내려갈 수 있는 거리인데 임유진은 마치 눈앞에 있는 이 길이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아무리 걸어도 도통 1층에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네가 정말 진심으로 유진이를 위하고 있다면 진세령을 경찰서에 넘겨. 그리고 진씨 가문은 물론이고 너도 상응한 대가를 치러!”강현수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그는 임유진이 억울하게 옥살이한 게 진세령과 강지혁 때문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찌릿하며 아파 났다.만약 그가 조금만 더 빨리 그녀를 찾았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더라면 절대 그런 험한 꼴은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강지혁은 눈으로 살기를 내뿜더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대로 강현수의 멱살을 확 잡아챘다.“네가 뭘 알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유진이를 알게 됐으면, 조금 더 일찍 유진이를 사랑했으면 유진이가 그런 일을 겪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그 말에 강현수가 냉랭하게 웃었다.“그래, 그랬겠지. 하지만 넌 그때 유진이와 아무런 접점도 없었고 유진에게 일말의 호감도 없었어. 그래서 너와 진씨 가문의 더러운 작당에 유진이가 휘말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너한테 유진이는 인간도 아니었어! 내 말이 틀려?”“나한테 이딴 말 하는 이유가 뭐야? 왜, 유진이한테 모든 걸 다 얘기해버리게? 내가 그때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사실은 진세령이 바로 진범이었다고 얘기라도 하게? 강현수, 만약 네가 유진이한테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면 그때는 내 손으로 직접 널 죽여버릴 거야!”강지혁의 말에는 아주 조금의 농담도 들어가 있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60화

    임유진이 방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향했을 때 마침 아래층에 있는 강지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곁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도 보였다.‘강현수? 강현수가 왜 여기 있지?’임유진이 계단 아래로 내려오려고 발을 옮기려던 그때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유진이 사건에 네가 관련돼 있었을 줄은 몰랐어.”순간 임유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뭐? 강현수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내 사건에 혁이가 관련되어 있다고? 그때 그 사건은 진범이 밝혀지면서 끝이 났잖아? 혁이가 나를 위해서 판결을 뒤집어 줬잖아? 그런데 왜...’“할 말은 그게 끝이야?”강지혁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허재명이라는 사람은 그저 네가 심어 놓은 장기 말에 불과했어. 너는 유진이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진범이 누군지 알면서 줄곧 모른 척 외면했어. 왜 그랬니? 진씨 가문과 얽혀 있는 이익 때문에? 그래서 유진이 인생을 아주 손쉽게 박살 낸 거야?”강지혁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노인네가 가는 길에 폭탄을 심어두고 갔네. 할아버지가 얘기해주든?”“익명으로 나한테 메일이 한 통 왔어. 거기에는 유진이 사건의 진실과 그 사건 뒤로 너희 집안과 진씨 가문 사이에 오간 모든 이익 관계 자료들이 다 첨부되어 있었어. 당시 너희 집안과 진씨 가문은 공동으로 진가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어. 만약 당시 진애령 사건의 진상이 밖으로 드러나면 진씨 가문은 희대의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었을 거고 너희 집안 역시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게 됐겠지.”강현수의 말은 계속되었다.“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인 만큼 각자 50%가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유진이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후 진씨 가문은 그중 20%를 GH 그룹에 양도했어. 왜 그랬을까?”전부 다 조사하고 온 것 같은 강현수의 확신 어린 말투에 여유로웠던 강지혁의 표정도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흉흉한 눈빛만이 남아있었다.“그걸 나한테 얘기해주는 목적이 뭐야?”“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9화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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