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혜 말이 맞아."조유나도 얼른 옆에서 거들었다."그리고 이 여자 무슨 수를 써서 강지혁 씨 옆에 있게 됐는지는 몰라도 강지혁 씨는 아마 이 여자가 감방에서 살다 나온 일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해."그 말에 진세령과 소민준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고 막 소민준이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진세령은 나서지 말라는 듯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임유진은 구경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까 황인아가 그런 소리를 하는 바람에 어떤 사람들은 놀랍다는 얼굴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흥미진진하게 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우려했던 일이 결국에는 벌어지고야 말았다.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곳에서 더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아 다시 한번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그녀는 뭔가에 걸린 듯싶더니 곧 뒤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보니 황인아가 그녀의 드레스를 하이힐로 밟고 있었고 그 바람에 드레스 밑단 일부가 찢어져 버렸다. 만약 임유진이 제때 멈추지 않았더라면 드레스 밑단 전체가 찢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더욱더 창피를 당했을 것이다.황인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더니 곧 가식을 떨며 말했다."어이쿠,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드레스가 찢어져 버렸네. 수선비는 내가 내줄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쪽은 이제 이런 드레스 입을 기회도 없을 텐데 수선해 봤자 쓸모없겠네요?"황인아의 말에 임유진은 그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빛에 황인아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또한, 지금, 이 상황도 임유진은 전혀 타격이 없는 듯 보였고 마치 광대는 자신이고 공주는 임유진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퉤! 감방이나 다녀온 여자가 공주는 무슨!임유진을 보는 황인아의 눈빛에는 악의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한편, 옆에 있던 육지혜와 조유나는 입을 가린 채 키득거리고 있었는데 임유진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반면, 소민준
"그냥 드레스가 찢어졌을 뿐이야."임유진은 여기서 일을 키울 생각이 없었다."미안해, 여기까지 데려와 줬는데 내가...""뭐가 미안해."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자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내가 더 미안하지. 옆에 꼭 붙어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강지혁은 한쪽 무릎을 꿇더니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찢긴 드레스 밑단을 묶기 시작했다.주위 사람들은 강지혁이 무릎을 꿇는 순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어느 누가 강지혁이 여자 앞에서 무릎 꿇을 줄 알았을까!강지혁은 그녀의 드레스를 정리해 준 뒤 고개만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다친 곳은 없어?"강지혁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고 있었고 임유진은 선 채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임유진은 마치 자신이 강지혁의 주인이 된 것만 같이 기분이 들었다.세상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임유진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없어."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그녀만이 아니었으니.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들이 말도 쉽게 건네지 못하는 S 시의 군주 같은 남자가 지금 한낱 여자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그녀를 모시듯 하고 있었다.이 남자, 정말 강지혁이 맞나?!그중에서도 황인아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지혁이 감방까지 살다 온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한다고? 말도 안 돼!그녀는 틀림없이 임유진이 감방 살았다는 사실을 강지혁에게 숨겼다고 생각하며 강지혁은 그녀의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분명히 그럴 거야!’멋대로 확신한 황인아는 바로 강지혁을 향해 외쳤다."강 대표님은 지금 속고 계세요. 저 여자 감방 살다 온 여자예요. 강 대표님 약혼자였던 진애령 씨를 차로 쳐 죽인 게 바로 저 여자라고요!"그 말에 주위의 공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강지혁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황인아는 순간 극도의 불안함을
임유진이 바로 진애령을 죽인 범인이었다니!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두 사람이 이어졌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털썩!이한의 뒤로 뭔가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황인아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이한의 눈에는 약간의 동정이 서려 있었다. 조만간 그녀의 집안에는 재앙이 닥쳐올 것이고 황인아는 더 이상 이곳에 속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강지혁은 애초에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으니까.한편, 육지혜와 조유나는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특히 육지혜는 강지혁에게 대접받는 임유진을 보며 질투심이 피어오르기는 했지만, 강지혁을 향한 두려움이 더 컸다.아까 강지혁의 행동으로 볼 때 그는 임유진이 감방을 갔다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니 아까 황인아가 한 행동은 말 그대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또한, 그녀는 머릿속에서 아까 강지혁이 무릎을 꿇은 채 임유진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떠올랐다.강지혁에게 그런 대접을 받아본 여자가 또 있을까? 그는 전 약혼녀였던 진애령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아까의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자 육지혜는 질투 나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 눈치 없이 나댄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황인아였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도 했다.그때, 드디어 정신을 차린 황인아가 절박한 표정으로 육지혜와 조유나를 바라봤다."지혜야, 유나야, 나 좀 도와줘. 이게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말은 똑바로 해야지. 우리가 너한테 그런 짓을 부탁한 적 없어."조유나는 바로 꼬리 자르듯 그녀를 외면했고 이에 황인아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다급하게 말했다."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임유진이 감방 갔다 왔다는 일도 네가 말해서 알게 된 거잖아!""난 그냥 떠오른 걸 말했을 뿐이야. 사람들 앞에서 멋대로 떠벌린 건 너고."조유나의 말에 황인아는 잔뜩 화가 나서 그녀를 힘껏 째려보았다. 그러다 이번에는 육지혜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민준아,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어.""그래, 같이 나가자."진세령의 말에 소민준은 그녀를 데리고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가는 길에 둘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넌 알고 있었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는 걸. 그래서 아까 내가 아무 말 못 하게 막았던 거고.""저들이 자초한 일인데 내가 굳이 귀띔해줄 필요는 없지."진세령이 옅게 웃었다."이렇게 되면 우리 두 가문을 제외한 다른 가문들도 강지혁의 눈 밖에 나게 될 거야. 아마 더 심할지도 모르지."소민준은 진세령의 얼굴을 보고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과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는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이제부터 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와 딱 붙어서 서로의 가문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한편, 멀지 않는 곳에서 모든 광경을 쳐다보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강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싸우고 있는 여자 세 명을 보더니 손에 들린 와인잔을 단번에 마셔버렸다.아까 세 명의 여자에 의해 임유진이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어버린 걸 발견했을 때 강현수는 그녀를 위해 나서고 싶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어느샌가 강지혁이 그녀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그제야 그는 또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유진은 강지혁이 알아서 지켜줄 것이기에 그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또한, 임유진을 괴롭혔던 여자들도 강지혁이 어련히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강현수는 일전 강지혁에게서 임유진을 뺏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멍청하게 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조소했다.임유라는 옆에서 그런 그를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현수 씨...’라고 불렀다. 그녀는 강현수가 점점 더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가까웠던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이만 가죠."강현수는 임유라를 향해 한마디 내뱉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연회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아!
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마치 심장이 뭔가에 찔린 듯 아파 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 드레스는 너무 아깝긴 하다. 이제 한 번밖에 안 입었는데."임유진은 아쉬운 표정으로 드레스를 바라봤다. 밑단이 거의 너덜너덜해진 상태로는 수선도 힘들 것이다."다음에 새 드레스로 다시 사줄게."강지혁이 말했다."난 누나가 아무 일 없으면 그걸로 됐어."임유진은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난 괜찮아, 그리고 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아."그녀의 웃음에 강지혁은 더욱더 마음이 안 좋았다. 확실히 겉모습은 유약해 보일지 몰라도 그녀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했다.계속 옆에서 지켜봐 왔던 강지혁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기에 더욱더 죄책감이 들었다.그만 아니었으면 임유진은 굳이 강인함으로 자신을 무장시키지 않아도 됐었다."미안해..."강지혁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임유진은 그에게 되물었다."뭐가 미안해?""내가 좀 더 빨리 움직여서 누나한테 결백을 찾아줘야 했어."강지혁이 나지막이 속삭였다."그 사건이 네 잘못도 아닌데 왜 자꾸 사과하는 거야! 나는 네가 내 결백을 찾아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그녀는 진심을 담아 그에게 말했고 그를 향해 믿음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정말이야?"강지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기 시작했다.그는 오직 키스할 때만이 자신의 모든 양심의 가책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그녀에게 했던 일을 얼마나 후회하는지 전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앞으로 그녀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도록 만들어주겠노라며 더 거세게 키스했다.임유진은 일방적으로 그의 키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주위 사람들이 본다고 얘기하고 싶었다.하지만 매번 그녀가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강지혁의 입술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쳐버렸고 그녀는 그렇게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의 키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때 강지혁이 갑자기 감고 있던 눈을 천
"곧 차가 도착하니까 이대로 나한테 안겨있어."강지혁은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품에 안긴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강현수를 쳐다봤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재차 부딪혔다.얼마 안 가 검은색 세단이 강지혁 쪽으로 다가왔고 그는 강현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후 임유진을 차에 태웠다. 임유진은 계속 입구 쪽을 등지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강현수와 임유라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임유라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더니 검은 승용차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강현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현..."그녀는 강현수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부르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말을 삼켜버렸다. 눈앞에 있는 잘생긴 남자는 평소 거의 표정 변화가 없고 줄곧 냉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뭔가를 필사적으로 참는 사람처럼 잘생긴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갔다.마치... 죽을힘을 다해 질투의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남자처럼 말이다....강씨 저택.집으로 돌아온 후 강지혁은 재차 임유진의 몸을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심한 듯 웃었다."일찍 자.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강지혁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응."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가게가 정상 오픈하기에 그녀는 일찍 자야만 했다."너는?""난 회사 일 좀 처리하고 올게. 먼저 자, 금방 끝나."그의 말에 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한편 강지혁은 서재로 들어와서는 고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abc 편의점 대표, 황씨 가문을 좀 조사해봐."강지혁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황씨 가문이요?"고이준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장 알겠다고 했다.‘황씨 일가는 또 어쩌나 우리 빅 보스 심기를 건드렸을까.’...한편, 황인아는 집으로 돌아가서는 바로 오늘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털어놨다. 그러자 그녀의 부모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녀의 오빠인 황성훈은 그녀에게 미친
황주엽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고 황인아도 살짝 화난 듯한 말투로 쏘아붙였다.“이거 분명 임유진이 허세 부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 강지혁이 관심 가져주니까 틀 차리는 거잖아요...”순간 황주엽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이번 일이 생각처럼 쉽게 끝날 것만 같지 않았다.“아빠, 그 사람들 시간 없다고 했으니 우리도 이만 돌아가요.”황인아가 입을 비죽거렸다.이때 황주엽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은 그는 낯빛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황인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통화를 마치자 그녀는 재빨리 질문을 건넸다.“왜 그래요 아빠?”순간 황주엽이 손을 번쩍 들어 딸에게 가차 없이 싸대기를 날렸다.“얼어 죽을 년! 너 때문에 우리 집안이 다 망하게 생겼잖아!”세무 비리는 더이상 감출 수가 없게 됐다. 방금 그가 어렵게 인맥을 동원해 도움을 구했지만 이번 일은 끝까지 조사할 거라며 아무리 사정해도 방법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이는 단순히 세금 추징과 과징금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과징금 부과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게 되면 회사 자금줄이 끊기고 자금줄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 전체에 차질이 생긴다.그때 가서 은행 대출로 잠시나마 회사를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어느 은행에서 그들에게 대출해줄까? 황주엽은 문득 좀 전에 강씨 일가의 집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강지혁은 황씨 가문이 이 위기에 처할 것을 알고 있었을까? 혹은 또 강지혁이 바로 배후의 조력자인 건 아닐까? 좀 전에 도움을 청한 사람은 세무에 관련된 일은 보름 정도 시간을 줄 수 있다면서 보름 안에 사람을 찾아 일을 해결하면 모든 걸 만회할 여지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여지도 없다고 한다.황주엽은 딸 황인아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계집애가 생각 없이 설쳐대더니 집안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간 셈이다!그 시각 강씨 저택에서 임유진은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혀 모른 채 거실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새로 방영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강씨
실은 그녀도 생각했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유미 언니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부터 낳게 되었는지.한 여자가 결혼도 안 한 상태에서 아이를 선뜻 낳는다는 것은 그 여자의 마음속에서 이 남자의 비중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아이를 지우면 그만이니까.“네가 어떻게 알아?”임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강지혁은 가볍게 손을 들어 양옆에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설마 내가 누나 출근하는 곳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여기는 건 아니지? 누나가 거기 출근하겠다고 한 이상 나도 당연히 제대로 조사해야지 않겠어?”임유진은 저도 몰래 침을 꼴깍 삼키고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강지혁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침묵하자 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내가 이러는 거 싫어? 감시받는 느낌이야?”임유진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 나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런 거잖아.”그는 임유진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녀가 다 알고 있다니! 어두웠던 그의 눈빛이 서서히 밝아지더니 곧 희열이 감돌았다.“아 참, 그래서 윤이 아빠는 어떤 분이야?”임유진이 다시 물었다.“이경빈이야.”강지혁이 대답했다.그녀는 또다시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경빈이라고 들어는 봤지만...강지혁이 지금 말하는 이경빈이 그녀가 알고 있는 이경빈이 맞을까?“이경빈 아나 봐?”강지혁이 물었다.“정말 이강 그룹 이경빈이야?”“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그녀는 침묵했다. 애초에 변호사로 지낼 때 로펌 선배로부터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경빈은 원고가 아니지만 중요한 증인 중 한 명이었고 그의 지목으로 결국 피고를 감옥에 넣었다.그 피고가 바로... 임유진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피고 성씨가 어렴풋이 기억났는데 ‘탁’씨인 듯싶었다.설마 유미 언니? 정말 우연일까?그렇다면 이경빈이 증인으로 출석해 지목한 사람이 바로 유미 언니라고? 여기까지 생각한 임유진은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그녀는 입술을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