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영은 백연신을 힐긋 쳐다봤다.“스읍...”깔끔한 옷차림에 훤칠한 이목구비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이러니 그해 그가 술에 취했을 때도 한지영은 참지 못하고 바로 그를 덮쳐버린 것이다.백연신은 몸매가 환상적이었다. 비록 조금 말라 보여도 근육으로 다부진 체구였다. 그녀는 백연신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예전에 봤던 그 몸매가 떠올랐다...순간 그녀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냉큼 고개를 숙이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저 자신을 단속했다.백연신은 그녀를 힐긋 쳐다봤는데 모퉁이에 앉아서 머리를 푹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를 바라보던 백연신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때 소장이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바로 시작할까요?”“네, 그러시죠.”백연신은 웃으며 대답했다.소장이 회의를 진행했고 우선 백연신을 소개한 후 숍에서 디자인했던 일부 프로젝트를 브리핑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때 빠짐없이 주새벽을 언급했다.“이쪽은 우리 숍의 젊은 디자이너입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아버지가 업계에서 명망이 높은 디자이너이고 본인도 해외 수상 경력이 아주 많습니다. 디자인이 워낙 독창적이라 대표님도 나중에 시간 되시면 한 번 봐주시길 부탁드려요.”주새벽도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말을 꺼냈다.“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주새벽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그쪽 알고 있어요.”백연신이 느긋하게 대답했다.주새벽은 당혹감과 희열에 휩싸였다. 상대가 이미 알고 있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대표님이 전에 그녀 작품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신 걸까?주새벽은 순간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한편 구석에 있던 한지영이 고개 들어 백연신을 쳐다봤는데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엄습해왔다...이어진 백연신의 한마디에 한지영은 온몸이 굳어졌고 예측이 현실로 변한 것만 같았다.“내 여자친구가 그쪽을 한번 언급하더라고
숍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대로 믿고 있었다. 어쨌거나 신민재의 조건이 좋고 한지영은 숍에서 아주 작은 인물이니까. 집안 조건도 평범하고 외모도 평범하니 신민재 같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너무나 지당한 일이라고 여겼다.어제 사건이 터진 후 수많은 동료가 주새벽 편을 들었다.주새벽과 신민재가 아무리 비밀연애를 한다고 해도 한지영이 신민재에게 꼬리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그녀의 남자친구가 백선그룹 대표 백연신이었다니!백연신과 신민재는 아예 비교할 가치가 없다. 신민재가 너무 보잘것없으니까! 백연신은 어느 면에서나 완승이다!한지영이 백연신 같은 남자친구를 제쳐두고 신민재에게 꼬리 친다고? 이건 당최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문득 주새벽과 신민재의 편을 들었던 동료들이 두 사람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 사건의 진상은 주새벽의 말과 아예 딴판인 듯싶었다.그 시각 주새벽은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이없어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내뱉었다.“그러니까... 한지영 씨가 대표님 여자친구란 말씀인가요?”그녀는 뭇사람들을 대신해 질문을 건넨 거나 다름없었고 답안은 모두가 이해한 바였다.“맞아요.”백연신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뭇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큼성큼 한지영에게 다가왔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한지영에게 말했다.“지영아, 그냥 네가 말해줄래? 어제 네가 동료랑 싸우게 된 그 장본인 신민재 씨가 대체 누군지 말이야.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길래, 진짜 나보다 나은 건지 궁금해서 그래. 다들 네가 꼬리친 거라고 오해하고 있잖아.”백연신은 지금 그녀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 하고 있었다.한지영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했다.‘어떻게 이런 식으로 동료들 앞에서 내 남자친구란 신분을 밝힐 수 있지?’“여긴 어쩐 일이에요?”“네 프로젝트에 투자하려고 왔지. 요즘 네 프로젝트 비용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잖아.”백연신은 한없이 다정한 애인처럼 그녀에게 말했다.순간 회의실의 많은 여자들이 부러움에 가득 찬 눈길로
백연신이 몸을 돌려 신민재를 바라보더니 가볍게 미소지었다.“진짜 오해인 것 같네요.”경멸에 찬 눈빛과 무심코 내던진 말투에 신민재는 얼굴이 시뻘게졌다.백연신은 그가 가당치도 않다고 얕잡아보았고 신민재도 반박할 엄두가 안 났다.백연신은 다시 고개 돌려 한지영에게 말했다.“앞으로 또 무슨 오해 받거든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네 남친이잖아.”말을 마친 백연신은 애틋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회의실의 대부분 여자들이 부러움에 가득 찬 눈길로 한지영을 바라봤다.‘근데 우린 앞으로 헤어질 거잖아! 지금 날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이후에 똑같이 날 비웃겠지.’한지영은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끝내 괴로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한차례 회의가 이러한 부러움과 난감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회의가 끝난 후 주새벽과 신민재는 제일 빨리 회의실을 나섰고 전에 한지영을 비웃었던 동료들도 뻘쭘한 듯 자리를 떠났다.소장은 흐뭇한 얼굴로 한지영을 쳐다보며 백연신에게 그녀의 칭찬을 해댔다.“지영 씨는 우리 숍에서 늘 표현이 좋았어요. 어제 일은 오해에요. 아까 회의에서 다들 오해가 풀렸을 겁니다.”“그래도 앞으론 디자인숍에서 이런 오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백연신이 말했다.“물론입니다.”소장은 재빨리 대답하곤 한지영에게도 말했다.“지영 씨는 대표님께 지금 맡은 프로젝트를 잘 소개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프로젝트팀은 지영 씨가 책임지세요.”한지영은 화들짝 놀랐다. 이것은... 승진이란 뜻일까?!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소장은 회의실을 떠났고 어느덧 백연신과 한지영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한지영은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내 프로젝트에 투자할 필요 없어요, 연신 씨.”“네 노력이 수포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너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잖아.”그가 대답했다.한지영은 그의 말에 가슴이 살짝 설렜다. 만약 이 연애가 가짜란 걸 몰랐다면... 그녀는 아마 백연신의 자상함
왜냐하면 지금은 그와 교제 중이니 만약 다른 남자와 스캔들이 난다면 백연신의 체면이 깎인다.하지만 왜 이건 생각지 못했을까? 오늘 이렇게 공개해버리면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번거로움이 더 많을 텐데.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그녀는 아마 직장도 바꿔야 할 듯싶다.한지영은 저 자신이 우스웠다. 백연신은 애초에 그녀에게 ‘복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녀가 더 비참해질수록 뿌듯하겠지.“네, 알겠어요. 앞으론 아무도 내가 신민재를 좋아할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한지영이 대답했다.백연신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투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소외감이 들고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것만 같았다.“내가 이렇게 하는 게 싫어?”백연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아니요, 연신 씨는 내 남친이니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한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게다가 오늘 이렇게 해줘서 주새벽과 신민재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굴욕을 당했어요. 내가 다 속이 뻥 뚫리는걸요. 너무 잘했어요.”근데 왜 이 말들을 내뱉을 때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 백연신은 오늘 단지 사람들 앞에서 한지영이 내 여자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면 이후에 백연신이 옆에 없어도 사람들이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백연신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지영아, 대체 언제쯤 날 사랑해줄래?”한지영은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난다는 걸 의미하니까.‘금방 될 거예요.’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며칠만 더 지나면 그녀는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후엔...매일 더 깊게 빠진 척하며 백연신이 철저히 ‘포기’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임유진은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지영에게 전화해 경찰서에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본인이 도움 될만한 건 없는지 물었다.“괜찮아, 이미 다 화해했어. 그 두 동료가 내게 사과했거든.”“
그녀의 마음속에 한가지 추측이 생겨났지만 너무 지나친 추측이라 감히 믿을 엄두가 안 났다.바로 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탁유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유진 씨, 내일 윤이 퇴원해요. 모레 출근할 수 있나요? 일단 식당 청소부터 하고 글피에 다시 영업을 시작할 생각이거든요.”탁유미가 말했다.“물론이죠, 알겠어요.”임유진이 대답했다. 실은 출소 후 모처럼 이렇게 한동안 쉬었다.“네.”탁유미가 대답했다.“아 참, 윤이가 통화하고 싶다네요. 윤이한테 목소리 들려주세요.”임유진은 흠칫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윤이니? 난 유진 이모야. 내 목소리 들려? 모레면 우리 윤이 만나겠네. 윤이가 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을 때 유진 이모가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해줄게, 알았지?”그녀가 지금 한 말을 윤이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희망 사항처럼 바라고 있다.임유진이 말을 마칠 때 전화기 너머로 앳되고 서툰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 이모...”임유진은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진짜 윤이 목소리라고?’전에도 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무의미한 칭얼거림이었는데 지금은 진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유진 씨.”전화기 너머로 탁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방금 윤이가... 말한 거예요? 윤이 말할 줄 알아요?”임유진이 놀란 듯이 물었다.“네, 근데 아직은 몇 개 단어만 알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연습해야 해요.”탁유미는 기쁨과 뿌듯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의사 선생님께서 윤이가 빨리 말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그래, 당연히 뿌듯하겠지! 아들이 인공와우를 착용한 후 언어 방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얻고 의사도 아이가 총명하고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정상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 말하기 수준은 동년배를 훨씬 뛰어넘을 거라고도 했다.“정말 잘됐어요.”임유진도 탁유미와 윤이를 대신해 마음이 뿌듯했다.통화를 마친 후 임유진은 식당에 돌아갈 때 윤이에게
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전에는 그가 S 시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단지 전설로만 전해 들었다면 지금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각인된 것만 같았다.아무리 그래도 대형 백화점 철거라 강지혁이라고 해도 많은 수단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씨 일가에서 이토록 순순히 철거할 리가 있을까?다만 이 모든 연유가 그날 백화점에서 임유진이 진씨네 가족에게 굴욕을 당한 것 때문이다.진씨 일가에서 직접 집까지 찾아와 사과했고 강지혁도 그녀를 위해 충분히 화풀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이 지경까지 몰아가다니?!“왜 그랬어?”임유진은 나지막이 물으며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누나 때문에.”강지혁의 짤막한 대답에는 더없이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녀 때문에 일을 이 지경까지 몰아간 것이다.그녀는 강지혁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인데, 본인조차 아까워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감히 겁도 없이 그녀를 다치게 한다고?!“그리고 이렇게 해야 진씨 일가에서도 앞으로 더는 누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진짜 그 사건을 뒤집는 날이 와야 그 사람들도 그때 교통사고가 내 잘못이 아니란 걸 믿게 되겠지. 사실 진애령 씨를 해친 사람은 따로 있었잖아.”임유진은 그날 사고의 배후에 분명 또 다른 자가 있을 거란 직감이 왔다. 애초엔 진애령의 부적절한 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여겼지만 그 뒤로 증인들의 진술과 뜬금없이 튀어나온 물증까지 전부 임유진을 겨냥했을 때, 그녀는 배후에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진씨 일가에서 임유진이 진애령을 해쳤다고 단정 지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죄를 입증하기 어려워 증인을 매수하고 증거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 모든 건 임유진의 추측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고 유일한 증인을 찾았지만 유리한 단서를 얻지는 못했다.“내가 누나 결백을 돌려줄게.”강지혁이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중저
임유진은 이젠 사람들의 비난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무덤덤해졌지만 강지혁은... 그녀는 마음이 살짝 불안했다.“왜? 누나 가기 싫어?”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물었다.“내가 진짜 그런 자리에 갈 수 있을까?”임유진은 숨을 깊게 몰아쉬고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혁아, 내가 만약 너 따라 연회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이 날 알아볼 거야. 그해 소민준을 따라다니며 적잖은 사람들을 알게 됐거든... 게다가 난 감방에도 다녀와서...”“그게 왜?”강지혁이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되물었다.“나한텐 누나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감방 다녀온 게 뭐?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무슨 문제라도 돼?”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손을 꼭 잡더니 손등에 살포시 키스했다.“누나, 내가 길거리에서 거지꼴을 하고 다닐 때 누나가 날 집까지 데려갔어. 그때 누나는 이게 맞는 건지 고민했었어? 아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누나가 공주였든 거지였든 상관없어. 그저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있어 줘.”그의 입술이 임유진의 손등에 살며시 내려앉았고 서서히 그녀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강지혁은 비스듬히 눈을 뜨고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게다가 누나는 이번 생에 영원히 내 옆에 있어야 해. 벌써 걱정하면 앞으론 어떡해? 대체 언제쯤 내 곁에 편안히 서 있을 수 있어? 설마 진짜 사건을 뒤집는 그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임유진은 숨이 확 막혔다.“누나, 난 누나가 사건을 뒤집을지 말지 관심 없어. 난 오직 누나만 신경 써. 누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내 옆에 서 있어야지.”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알았어, 함께 가.”연회에서 또 어떤 일을 마주하든 그녀는 강지혁과 함께 가고 싶었다. 그녀 또한 똑같이 강지혁을 사랑하니까. 강지혁이 딴사람들의 유언비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데 그녀가 뭐가 두려울까?“그래, 그럼 함께 가는 거야.”강지혁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턱을 치키고
“네 그 잘난 전 여친 때문이지.”진세령이 대답했다.“임유진?”소민준은 화들짝 놀랐다. 애초에 소씨 일가는 임유진과의 관계 때문에 하마터면 큰코다칠 뻔했고 다행히 그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동생이 임유진 때문에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다. 의사 말로는 앞으로 몇 차례 수술을 거치지 않고서는 완치되기 어렵다고 한다.게다가 수술도 리스크가 있어 자칫하면 평생 장애인으로 지낼지도 모른다.이 때문에 소민영은 요즘 성격이 엄청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무서울 것 하나 없고 거만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이젠 종일 방에만 처박혀 있고 예전 친구들과 모임을 갖지도 않는다. 소민준은 그런 동생이 실로 걱정될 따름이다.“걔 말고 더 있어? 임유진은 지금 강지혁의 철통보호를 받고 있어 아무도 감히 못 건드려.”진세령이 시큰둥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전에는 영원히 발밑에 짓누를 여자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다신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었다. 두 사람의 사교권이 너무 달랐으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상대는 이런 방식으로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고 감히 손도 못 대게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소민준은 뭔가 알아챈 듯 말했다.“너희 집에서 임유진 건드렸구나?”진세령은 빨간 입술을 깨물더니 뜬금없이 자책하며 대답했다.“내가 먼저 엄마, 아빠한테 그년 얘기를 꺼냈고 나중에 엄마, 아빠가 임유진과 마주치더니 또 우리 언니 일이 떠오르셨나 봐. 어떻게 걔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장인어른, 장모님께 이제 그 일은 내려놓으시라고 해. 유진이는 감방에 3년이나 갇혀 있었고 미래를 다 망가진 사람이야. 계속 그 일로 전전긍긍해봤자 장인어른, 장모님만 더 괴로우셔.”소민준이 그녀를 타일렀다.진세령은 불쑥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왜? 인제 와서 임유진이 안쓰러운 거야? 애초에 감방 들어갔을 땐 왜 속상해하지 않았어? 그때 임유진은 열 손톱이 다 뽑히고 손가락 뼈마디가 통째로 부러졌잖아!”소민준은 안색이 확 돌변했다.그때 일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눈앞에 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