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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그녀는 남자 동료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그 뒤에 오해를 빚어 몸싸움을 벌여서 경찰서에 잡혀갔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것까지 단번에 조리 정연하게 다 토해냈다.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에 목이 살짝 말랐다.

백연신은 들으면서 줄곧 미간을 찌푸렸고 잘생긴 얼굴에 한기가 감돌아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한지영이 다 말한 후 백연신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어?”

“그게... 연신 씨 바쁘잖아요. 이런 작은 일로 방해하면 안 되죠.”

한지영이 아양을 떨어댔다.

백연신이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따가운 시선에 가슴이 움찔거렸다.

“진짜 날 방해하기 싫어서 그런 거야?”

한참 후 그가 되물었다.

한지영은 찔린 마음을 안고 꿋꿋이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백연신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두 사람은 또 그렇게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봤고 한지영은 속으로 구시렁댔다.

‘아니 대체 이 동네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물끄러미 쳐다봐야 하는 건데?’

봉변을 당하기 전에 그에게 전화해 귀찮게 군 건 응당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왜 백연신의 표정은 마치 그녀가 몇십억이라도 빚진 것만 같지?

“가자 이만.”

문득 백연신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네?”

흠칫 놀란 한지영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어디 가는데요?”

“너희 집. 언제까지 여기 서 있을 수만은 없잖아.”

그가 대답했다.

한지영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만약 그녀의 집으로 간다면...

“그럼 오늘 일은 우리 부모님께 얘기하지 말아요.”

안 그랬다가 그녀가 잘못했든 안 했든 부모님은 또 쉴 새 없이 그녀의 귀에 대고 잔소리를 퍼부을 테니까.

백연신은 갑자기 차갑게 웃더니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영아, 왜 나까지 너희 부모님께 숨겨야 하는 건데?”

“내 남자친구잖아요!”

한지영은 대뜸 대답하곤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다. 두 사람은 ‘남자친구’의 의미를 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남자친구인 거 알고는 있네?”

백연신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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